잃어버린 자전거 안장에 얽힌 지난 이야기 기본 카테고리

화요일 퇴근 길에 기차역에 도착해보니 누군가 내 자전거의 안장을 떼어가 버렸다. 너무나 황당해서 주위를 대충 둘러보고는 집으로 자전거를 끌고 왔는데, 나중에 와이프랑 얘기하다 보니 안장을 잃어버린 나보다 더 서운했나 보다. 

그 자전거는 옛날 보스턴에서 우리 부부가 신혼 생활을 시작했을 때, 가난한 유학생 처지에서는 나름 큰 투자를 해서 (약 300불 정도?) 구입한 접이식 자전거였는데, 그 후로 아주 훌륭하게 내 발이 되어주었다. Malden에 살 때 나는 cambridge로 와이프는 charlestown으로 출퇴근을 같이 했는데, 와이프는 99번 길에서 cambridge로 들어오는 길목에다 나를 내려주었고, 그러면 나는 거기서 바람이 쌩쌩부는 다리를 건너 학교로 왔다. 처음 그 자전거를 탔던 날 cambridge 자전거 가게에 가서 간단히 인스펙션을 받은 다음 U-lock을 사고 학교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기어를 7단으로 올렸더니 체인이 빠져버렸다. 자전거 뒤에 장착하는 빨간 LED 등은 harvard square의 EMS에서 장갑하고 같이 샀었고. (이번에 안장을 잃어버릴 때 같이 잃어버렸다...) 와이프랑 walden pond에 산책을 갔었을 때 거기에서 같이 그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기숙사로 옮겨서는 자전거를 기숙사에 잘 모셔놓기도 했고, pacific st에 살 때는 지하실에 놓고서 출퇴근 할 때 마다 잘 탔다. 어떨때는 장 보러 갈 때나 보스턴 시내에 치과를 갈 때도 타고 다녔고, Brian/Sarah를 match에서 만나 미니버거를 먹었을 때나 볼링을 치러 갔을 때도 그 자전거를 타고 갔다. 예전에 group meeting을 harvard에서 했을 때는 랩 사람들하고 다 같이 broadway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했었고, spoke가 부러졌을 때는 porter square에 있는 자전거 가게에 가서 고쳤던 기억도 난다. 딸래미 출생신고서를 받으러 보스턴 시청에 갈 때도 자전거를 타고 longfellow bridge를 건너갔다. 

somerville로 이사와서도 역시 훌륭하게 beacon st을 따라서 나의 출퇴근을 도와주었다. 이 때는 kick stand가 있다는 이유로 Ken 아저씨가 자전거 붙들어 매 놓는 곳의 가운데에 쓰라고 했었다. 우리가 한국에 잠깐 간 사이 지하실에 도둑이 들었었는데, 이때에도 내 자전거는 무사했었다.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온 후에도 아침/저녁 출퇴근 할 때 집과 기차역 사이를 오갈 때 잘 탔고, 기차역에 매어 놓아도 1년이 넘게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이번에 이런 일이 일어나버렸다. 앞으로는 자전거를 가지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안장도 줄로 묶어 놓던지...


이제는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거기에 딸린 기억도 함께 잃어버리는 것이 더 아쉬운 때가 되었나보다. 너무 갑자기 보스턴을 떠나와서 그런지 아니면 아직도 보스턴에 대한 너무 좋은 기억들만 남아 있어서 그런지, 옛날 기억을 담고 있는 물건을 도둑맞은 것 같아 아내가 굉장히 아쉬웠나보다. 지난 주에 어떤 분을 잠깐 만났는데 막 보스턴에 다녀오셨다고 해서 다시 보스턴에 대한 기억이 났다. 너무나 아름다운 new england의 가을을 얘기하면서 내가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길을 나중에 다시 한 번 가볼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추신. 다행히 자전거 자체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어서 다시 안장과 안장봉을 주문했고 지금은 배송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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