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봐줄 치졸한 대장 인사 편집장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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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Focus 2011년 1월호


더는 못 봐줄 치졸한 대장 인사



<조선일보>의 위력


군 정기진급 인사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12월 9일.

아침에 <조선일보>를 펴든 저는 난데없는 ‘황의돈 육군 총장의 재산형성 의혹’에 대한 기사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습니다. 1면과 10면에 시선을 끌도록 편집되어 있었습니다. 토씨 하나까지 꼼꼼히 읽어보니 그간 시중에 나돌던 익히 알려진 내용이었습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황의돈 육참총장이 2002년 매입한 국방부 인근 건물이 고도제한이 완화되면서 지금까지 공시지가만으로도 4배 가까이 값이 뛴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서 '고도제한이 완화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투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황의돈 총장은 지난 2002년 8월 서울 용산구 한강로 1가 대지 316㎡(95평)에 있던 낡은 2층 건물을 매입했는데, 건물을 산 지 넉 달이 지난 2002년 12월 국방부는 이 지역 고도제한을 95m로 완화했다고 합니다. 황의돈 총장은 이듬해 6월 낡은 2층 건물을 철거한 후 6층 건물을 지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황의돈 총장은 이 부동산을 매입한 2002년 8월 국방부 대변인(준장)으로 재직했기 때문에 '고도제한 완화' 정보를 미리 알고 부동산 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황의돈 총장이 부인과 함께 매수한 국방부 부근 땅의 공시지가는 2002년 5억7196만원에서 올해 21억8350만원으로 8년 만에 3.8배나 뛰었다고 합니다.

이 보도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내 최대 유력지인 <조선일보>의 두 면에 걸쳐 보도될 만한 내용인가요? 대다수의 군인들은 재테크가 뭔지, 부동산이 뭔지 잘 모릅니다. 직업군인 자가 보유율이 20%대 수준으로 악화된 지금, 황 총장의 석연치 않은 재산형성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그것도 하필이면 국방부 바로 코앞의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것이 영 개운치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황 총장의 사례는 군인의 명예와 부에 대한 윤리적 성찰을 요구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도는 부적절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조선일보> 데스크가 황 총장 재산의혹 기사에 대한 주요 내용과 편집방향, 보도시기를 치밀하게 진두지휘하면서 임박한 군 인사에 영향을 주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장군들도 줄 세우겠다”는 유력언론의 오만과 횡포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만일 군 정기인사가 임박한 시점이 아니라면 이런 보도가 나왔을까요? 그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통해 “우리는 4성 장군 하나쯤은 너끈히 날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군 장성들에게 주었습니다.

<조선일보>보도가 나온 지 나흘 만에 총장이 전역지원서를 제출하고 그 다음날 아침에 청와대가 “사의를 수용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어쩜 이렇게 손발이 척척 맞습니까? 망신 줘서 내보겠다는 정치권력의 의도가 개입되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더불어 예전에도 임충빈 육군 총장이나 김은기 공군 총장을 경질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군사적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임기 2년이 법으로 보장된 총장의 목을 치는 연이은 행태를 볼 때 새로운 것도 아닙니다. 한마디로 총장을 정승 집 개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오만하고 안하무인격인 작태입니다.


후진국 형 인사작태


노무현 정부 시절에 사사건건 청와대와 갈등을 빚은 남재준 육군 총장도 임기 2년 만은 보장해주었습니다. 헌정 이래 어떤 정부가 이렇게 무식한 인사를 한 적이 있습니까? 그것도 삼군 총장을 영남 출신으로 싹쓸이하는 이런 연고주의 인사는 아프리카에서 군사 쿠테타를 겪는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후진국형 인사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둘째, 우리 군이 대한민국 주변 해역에서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 중이던 시점에 이런 보도가 나왔습니다. 남북 간에 긴장이 고조되어 군의 전투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야 할 바로 그 시점입니다. 군이 안정 속에서 임무에 전념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언론이 육군의 수장을 개망신시키는 보도를 한 것입니다. 거의 이적행위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설령 황 총장이 부도덕한 재산형성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런 시점에 보도가 나와서는 안 되는데 <조선일보>는 최소한 그 분별력마저도 상실했습니다.

겨울에 총장을 비롯한 육군의 고위 장성들의 보직이동은 그 자체로 군사대비의 취약성을 드러내기에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입니다. 북한군은 봄과 여름에 약 30명 이상의 병력이 영농지원을 나갑니다. 그래서 주요 훈련은 농한기인 겨울에 집중되는 ‘동계훈련’ 군대입니다. 이에 반해 우리 군은 연말에 진급과 보직이동이 집중되어 있어 가장 위협이 많은 시기에 대비태세가 취약합니다. 더군다나 올해는 지난 20년 이래 가장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시기이고, 이 때 만큼은 전투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그런 시기입니다. 그래서 12월 4일에 김관진 신임 국방장관은 “올해 대장 인사는 없다”며 필수보직에 한정되는 정상적 인사를 하겠다고 공언했던 것입니다. 내년 4월에 바꿔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그리 급했던 것일까요?   

셋째, 보도내용과 경질 이유도 부적절합니다. 2004년 10월의 정기인사를 앞두고 국방부는 고위 장성 진급 심사 시에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검증기준 세 가지를 추가하였습니다. 군 장성 중에 ▲ 군사시설 보호구역 내에 부동산 보유자 ▲ 방위산업체 주식 보유자 ▲ 연봉 대비 과도한 금융재산 증가자는 엄밀하게 검증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기준에 의해 진급 대상자에 대해 정밀한 조사가 진행된 결과 그해 유력한 해군 참모총장 후보자가 탈락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기준은 이후에도 줄곧 적용되었습니다. 자이툰 사단장으로 재직하다가 2006년에 귀국한 황의돈 소장은 그해 10월에 중장진급 대상자가 됩니다. 이 때 앞서 말한 세 가지 기준에 의한 검증이 진행되었는데 기무사, 국정원, 헌병, 감찰 어느 검증기관도 황 총장의 건물매입에서 부도덕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사전에 고도제한 완화 정보를 알고 투기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의혹”이라는 <조선일보>보도는 근거가 없는 추정보도에 불과합니다.

특히 ‘강부자(강남부자)’ 논란으로 부동산 문제에 민감한 이명박 정부에서 황 총장은 대장으로 진급하여 연합사 부사령관으로 임명되고 육군 총장으로 영전했습니다. 몇 번 검증에 검증을 거친 황 총장에 대해 생뚱맞은 도덕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망신 주어서 자르겠다는 것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인사는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우리는 18개월 임충빈 총장, 9개월짜리 한민구 총장, 6개월짜리 황의돈 총장에 이어 네 번째 육군 총장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황 총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김상기 대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동지 상고 후배입니다. 후임 3군사령관 이홍기 대장은 경북 김천 출신입니다. 


유별난 ‘집 사랑’


최근 보도에 따르면, 김 참모총장의 부인 조모씨 등 3명은 1999년 9월 강원 홍천군 동면 노천리 869-27의 밭 8801㎡를 매입했습니다. 공동소유자 3명은 조씨와 그의 친·인척들로, 각 3분의 1인 2933.6㎡씩 소유하고 있습니다. 조씨 등은 홍천군 노천1리 미리내 마을에 위치한 해당 밭의 바로 옆에 농지를 소유한 현지 주민에게 1999년부터 2005년까지 6년간 대리경작토록 했다고 한다. 이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농지법 위반입니다.

이에 대해 육군 측은 "원래 농장으로 쓰던 땅이어서 밭으로 개간하는 동안 다른 사람에게 관리를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합니다. 그러나 이는 말이 안 됩니다. 무슨 산비탈을 깎아 개간하는데 6년이나 걸린단 말입니까? 그리고 6년 동안 그 땅에서 대리경작한 주민은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단 말입니까?

게다가 신임 김 총장의 유별난 ‘집 사랑’은 어떻게 해명하시렵니까? 1991년 매입 당시 국세청 기준시가 9800만원이었던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의 주공아파트는 공시가격이 올해 6억7900만원을 뛰었으며, 시가는 9억원 대로 19년 만에 9배 차익을 올렸습니다. 김 총장은 또 4억2400만원 되는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아파트와 상속받은 경북 포항시 남구 대도동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3억원 전세를 얻는 대신, 서울과 경기도 아파트는 모두 임대를 주고 있습니다. 물론 육군은 이에 대해 해명하고 있지만 공직자가 1가구 3주택이라면 자연스럽게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게 됩니다. 더군다나 서울 주공아파트는 재건축 대상이고 경기도 아파트도 하남시가 개발예정지이기 때문에 투기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황 총장에게 들이댄 잣대를 왜 김 총장에게 적용하면 도진 개진입니다. 그런데 황 총장을 때려잡은 <조선일보>는 김 총장의 의혹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습니다.

이걸로 끝일까요? 현 정부의 ‘대장 사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비록 이번에 사의를 반려했다 하지만 한민구 합참의장, 김성찬 해군 총장에 대한 경질설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또 어떤 망신을 줄지 지켜볼 일입니다.

미국의 경우 각 군 장관이나 합참의장으로 임명되려면 6개월 전에 내정자를 정해 까다로운 검증과 청문회를 거치고 직무수행의 충분한 준비시간을 부여합니다. 총장이나 합참의장으로 임명될 무렵에는 이미 자신의 지휘철학과 비전, 정책을 다 수립해서 들어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당장 내일 누가 총장이 될지, 의장이 될지 모릅니다. 그리고 준비는커녕 임명되고 나서 그제야 직무를 파악합니다. 이런 인사행태에서 한국 장군들이 미군에 비해 실력이 형편없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은 부임하고 나서 한국의 3명의 합참의장, 3명의 부사령관 총 6명의 대장을 상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 대장들이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 분통을 터뜨렸다는 거죠. 그런 아수라장 속에서 천안함 사건이 터지고 연평도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인사체계가 폭삭 주저앉은 상황에서 우리의 전투원들은 더 큰 희생을 치러야 합니다. 그게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치졸한 장군 인사 행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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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