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1년의 최대 난맥상, 주한미군 기지이전 사업 사건내막

 

  




펜타곤, 주둔여건 보장 안되면 미군감축 적극 고려할 듯

샤프 사령관, 기지이전 파행, 한국에 강력항의



서정환 기자 jhsheo@empal.com



이상희 장관 VS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


1월 16일 오전 10시,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은 국방부에서 이상희 장관을 만나 한․미 간 합의된 미군기지 이전공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강한 어조로 우려를 표시했다. 더불어 그는 주한미군 기지이전에 대한 6개, 또는 7개로 알려진 요구사항을 이 장관에게 전달하며 한국 측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이 사실을 기자에게 말해 준 한 관계자는 “지난 1년 간 공사발주, 부지조성, 시설건설 등 모든 공정이 차질을 빗는 상황을 주한미군은 깊이 우려하는 정서”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1월 16일 회동에서 이 장관은 샤프 사령관의 문제제기에 대해 뚜렷한 언급이 없이 논의를 회피하는 태도를 취했다”며 “어쩌면 상당한 모욕감을 느꼈을지 모르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 미 측이 결례를 무릅쓰고 이 문제를 거론한 배경은 뭘까? 계속해서 앞의 관계자의 말이다.

“우선 미 측이 국방부에 가장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난해부터 기지이전이 지연되는 이유가 마치 미국 측의 공사비 부담을 기피하는데서 비롯된 것임을 암시하는 언론보도가 다수 나왔다는 점이다. 2007년에 합의된 한․미간의 사업추진에 대한 모든 약속을 깨고 공사를 지연시켜온 당사자는 한 측이다. 이로 인해 한미동맹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음에도 미 측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한 측의 태도에 크게 놀랐다. 이럴 경우 2016년이 되어도 평택 미군기지가 조성되지 않을 수 있다는데 미국의 고민이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미국이 고민이 얼마나 심각하길래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의 국방장관을 직접 만나 낯을 붉히며 강력히 항의 했을까. 놀랍게도 그것은 주한미군의 주둔 여부 그 자체와 직결된 문제다.

작년 12월에서 올해 초 미국 워싱턴의 펜타곤과 주한미군 사에서는 매일 같이 기지이전사업의 진척에 대한 긴박한 사태 확인과정이 있었다. 펜타곤이 주목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이 보장되느냐”는 것. 이를 위해 ▲ 조속히 안전한 통합기지 확보 ▲ 장병들의 가족 동반 보장이다. 이 두 가지가 충족 안되면 주한미군을 현 규모로 유지하는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이명박 정부에서 한미동맹의 안전판으로 여겨졌던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고다. 한미동맹의 모든 것이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한미군 사령부는 미 국방부에서 한국담당 핵심관계자로부터 한국과의 기지이전 협상에 대해 적지 않은 질책을 받았다. 작년 12월에서 올해 1월초에 이르는 기간에 거의 매일 질책과 확인과정이 있었다. 이것이 샤프사령관의 강경한 태도가 나온 배경이다.


기지이전사업, 주한미군 주둔의 조건!


여기서 잠시 주한미군 사령관이 처한 위치를 살펴보자. 주한미군사령관이 미 의회에 출석하는 이유는 이미 의회도 다 알고 있는 북한 핵이나 안보상황에 대한 브리핑만이 아니다. 한반도 방위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미 의회로부터 주한미군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달라는 것이 그 주된 목적이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기지체계조정(GPR)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미 의회는 주한미군 주둔여건을 개선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럴 경우 평택으로의 기지이전보다는 주한미군 감축이라는 더 명쾌하고 간단한 해법으로 기울어지게 마련이다. 즉 주한미군 존립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가 이미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는 정황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여차하면 이상희 장관과 말이 안 통할 경우 청와대에 직접 문제점을 제기하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시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사령관의 위기의식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미군 관계자들로부터는 “기지이전문제가 현재 한미 군사동맹 문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기자의 취재 결과 최근 미 측이 한국에 섭섭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미 간에는 이 문제에 관한 대화통로도 마비되어 있고 신뢰도 깨졌다. 무엇보다 박병희 전 기지이전사업단장이 미 측에 남발한 약속이 하나도 지켜진 것이 없다. 부부 같으면 벌써 이혼 감이다.

지난해 9월, 박병희 전 기지이전 사업단장은 약 5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평택기지 내의 병원, 통신센터와 같은 특수시설 공사의 발주권을 주택공사가 아닌 미 측에 넘겨주는데 덜컥 합의했다. 특수시설 발주권을 미 측으로 하는 사업추진기구(PMC)의 보고서에 서명을 해 준 것이다. 단지 미 측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랬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미 측이 특수시설을 발주하는데 필요한 공사대금을 내 놓으라고 우리 기지이전사업단을 압박해 들어왔다. 그러나 애초 주택공사가 발주하면 현물로 기부받기로 되어있는 특수시설을 갑자기 현금으로 미군에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국방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이에 박 전 단장은 주택공사에 현물이 아닌 현금으로 특수시설 공사비를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이에 주택공사는 “기부양여협약의 근본 취지도 모르는 어린애 같은 소리”라며 현금 지불을 거부했다. 이 무렵 국정감사에서 박병희 전 단장은 미 측에 특수시설 발주권을 주는 대신 미 측 발주공사를 우리가 가져오는 방식의 거래, 즉 스와핑(Swapping)'을 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이 말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미 측은 한국에 넘겨줄 공사가 없다고 여러 번 답변했다.


청와대의 사업단장 인사개입


이에 기지이전 사업단은 지난해 말부터 미 측에 특수시설 발주권을 넘겨줄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자 이번에는 미군 측에서 격렬하게 반발했다. 앞의 관계자는 “최근 이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는 주한미군 정서가 이 장관과 샤프사령관의 면담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주한미군 측의 한국에 대한 불신이 드러난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12월 주한미군사령부의 기자회견에서 샤프 사령관은 “PMC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였으나 한․미 양국 정부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였다”고 언급한 대목이 그것이다.

기자는 지난 1년 간 발주권 문제조차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국방부 기지이전사업단이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궁금했다. 여러 경로로 분위기를 물어본 결과 “현재 여러 가지 문제로 꼬여있는 사업단은 올 스톱 상태”라는 반응이 되돌아왔다.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사업단장 자리가 비워진 채로 박병희 전 단장은 국방장관 자문위원 자격으로 사실상 단장 직무를 수행해 왔다. 그러나 한․미 간에 발주권 문제로 정책의 난맥상을 드러낸 가운데 이제껏 검토해왔던 기지이전의 중요정책과 단장 인사 등 중요한 문제들이 대부분 파행으로 가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된다. 이중 가장 의혹이 드러나는 대목은 사업단장 인사다.

월터샤프 주한미군 사령관과 이상희 국방장관의 조우가 이루어진 바로 1월16일 바로 그날, 국방부는 공석이던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 자리에 김영후(58세, 육사31기, 중장) 3군 사령부 부사령관을 임명한다. 그러나 이것이 국방부가 애초에 바랬던 인사는 아니었다. 그 전날, 국방부가 청와대로 가지고간 인사기록 카드는 김영후 장군이 아닌 김용만 육군시설본부장의 것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를 깨끗하게 덮어 버리고 ‘3성의 비공병 출신’의 지휘관을 영입하도록 지시했다.

장관이 임명하는 기지이전사업단장에 국방부가 천거한 인물을 굳이 배제시킨 청와대의 뜻은 바로 위와 같이 주한미군과 끊임없이 불협화음을 일으킨 공병출신 장교들에 대한 불신과 함께 이를 극복하고 타개해 보겠다는 의지가 발휘된 것으로 읽힌다.


단장 아닌 단장의 암약


사실 지난 11월 예편한 박병희 단장의 후임은 다른 현역이 아닌, 박 전 단장이 또다시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다. 기지이전사업단장 직을 1급 계약직공무원이 맡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한 후 민간인 신분의 박 전 단장을 다시 불러 오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박 단장은 예편 후에도 자문위원 신분으로 단장실에 출근 하며 의전이나 보고 등은 예편 전과 다르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 일례로 지난 12월10일부터 미국에서 열린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SPI)에 박 전 단장이 기지이전사업단 대표로 참석한 것을 들 수 있다. 통상 기지이전사업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협상단에 합류하는 인물은 기지이전사업단 협상팀장이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일개 자문위원에 불과한 박병희 전 단장이 뜬금없이 협상팀장 대신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고 이에 대해 미측은 ‘자문위원이라는 것이 어떤 책임과 권한이 있길래 우리가 이 사람과 협의해야 하는가’라는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해진다. 어쨌거나 박 전 단장이 이 회의에 다녀오면서 단장 전용 관용차(검은색 그랜저 XXX1075)를 이용하여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모습이 국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국내 언론이 박병희 전 단장의 움직임을 그토록 무게를 두고 예의 주시한 이유는 그가 결국 단장 복귀를 포기하고 자문위원을 사퇴한 이유와 같다. 즉 유관기관 관계자와의 유착이나 금품 수수에 관한 비위 의혹이다. 1월19일 <세계일보> 인터넷판 보도는 “국방부는 지난 14일 단장을 그만두고 사업단 자문위원으로 있던 박 전 단장이 업체 관계자와 금품 수수 등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자 이 같은 방침을 백지화하고 김 중장을 신임 단장에 임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박 단장의 비위 사실이 비록 분명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청와대가 후임 단장에 인선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직전, 민정수석실에서 관련 사실에 관한 실사에 들어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신상의 문제가 됐건, 비위 의혹이 문제가 됐건 박 전 단장의 복귀 불발은 비단 그의 개인적인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만약 비위 의혹에도 불구하고 공병 출신의 소장 단장이 기지이전사업을 잘 이끌어 왔다면, 청와대도 후임 단장 인선에 국방부의 천거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간 공병출신 단장들의 기지이전사업 추진 실적을 보면 ‘3성의 비공병 출신’이라는 청와대의 기준이 일면 설득력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기지이전부지의 파슬2 지역 성토공사 발주방식 변경 헤프닝이다. 원래 2007년까지 턴키(Turn Key) 방식으로 설계와 시공을 한 번에 가기로 한 이 성토공사 발주방식은 박병희 단장이 취임한 2008년 초에 분리발주 형식으로 전격 변경이 되었고 그에 따른 혼란과 혼선으로 그 해 하 순에 다시 원래의 턴키방식대로 진행키로 결정이 났다. 그러나 검토에 재검토를 거친 이 발주방식이 2009년에 막 접어든 요즘에 또다시 분리발주 방안을 놓고 재재검토에 들어갔다고 알려졌다. 이미 상당한 진척도를 보였어야 할 성토공사가 발주방식 하나 결정하는데도 횟수로 3년을 넘기게 됐으니 입찰은 물론이거니와 2016년 기지완공도 기약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이는 곧 한미 간의 불협화음일 뿐만 아니라 한국 측 사업단 내부에서도 정책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희 장관의 화풀이 대상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의 난맥상은 이상희 장관의 입지도 더욱 좁게 만들었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자신의 불평불만을 따져 묻는 주한미군 사령관이 혹시라도 그 불만을 윗선까지 가지고 가지는 않을까 불안스러운 마당에 자기 편에서 이를 조절해 주어야할 측근인 박 전 단장은 낙마하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이상희 장관은 정권이 바뀌고 난 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기지이전사업단에서 쫓겨난 계약직 공무원들과의 법정 소송에 골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방부는 지난 해 6월, 기지이전사업단 사무공간의 시설공사 과정에서 고의 혹은 업무해태로 인해 국고의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기지이전사업단 박기완 전 사업본부장과 같은 부서 전덕준 ‘나’급 계약직 공무원 등의 채용계약을 해지하고 이상태 대령, 박성모 중령, 김동기 부단장 등 관계 현역 장교들을 징계하기로 함은 물론 관련 건설사인 ‘씨-스페이스’사(社)도 고발했다. 이러한 조치는 단순히 특별감사 혹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른 의례적인 조치가 아니라 ‘중징계’를 주문한 이상희 장관의 입김과 그에 충실한 국방부 사정기관이 표적수사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법무관들이 총동원되어 장관을 비호하고 있는 이 대결에서도 장관의 패색이 짙다. 이상태 대령과 박성모 중령은 장관의 엄명에도 불구하고 징계 중에서 최저 수준인 각각 10일과 5일 근신을 받았을 뿐이다. 박기완 전 본부장에 대한 고발 조치는 경찰서 수준에서 내사종결, 다시 말해 ‘들여다 볼 것도 없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박 전 본부장과 전 씨는 오히려 국방부를 상대로 계약해지 무효와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공동으로 제기했다. ‘씨-스페이스'사(社)도 지난 12월 말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김동기 부단장에 대해서만 아직 경찰이 내사 중일뿐이다.

‘남의 싸움은 나의 구경거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잣거리 필부의 싸움은 한낱 구경거리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한미동맹의 신뢰가 담긴, 10조원 이상 규모의 사업을 진두지휘 해야 할 사업단의 복마전 상황은 그저 보는 이들의 가슴도 섬뜩하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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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