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군사작전, 지는 전쟁 추종하는 정부 남북군사력

 

 

용감하나 지혜롭지 못한 전투형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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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왜 위대한 장수인가? 그는 왜 싸울 때마다 이길까? 23전 23승이라는 신화적 업적의 비결은 뭘까? 이와 관련하여 아마 수 천편의 논문과 단행본이 나왔을 법하다. 필자의 대답은 간단하다. “지는 전투는 절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또는 불리할 때 그는 철저히 전투를 회피했다. 대의명분이나 이념, 또는 적개심이라는 주관적 요소를 전쟁에 절대 개입시키지 않고 철저히 수집하고 분석한 끝에 결정했다. 

선조 임금과 도원수 권율이 이순신에게 부산의 왜군을 공격하라고 했다. 이에 이순신은 “절대 불리하다”며 반대했다. 당장 선조는 이순신을 잡아들여 곤장 30대를 치고 봉고파직(封庫罷職)해 버렸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이순신은 전투의지가 박약한 ‘좌파 장군’이다. 지금의 합참의장 겪인 권율은 대신 원균을 시켜 부산을 치게 했다. 원균마저 머뭇거리자 화가 난 권율은 태장 80대를 쳤다. 무조건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권율의 의지대로 조선 수군은 ‘전투형 군대’로 개혁되었다. 용감하기는 하나 지혜롭지 못한 군대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조선 수군은 칠전도에서 전멸했다.

지휘관은 전투를 결행할 줄 알아야 하지만 불리할 때 전투를 회피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건 병법의 기본 중에서 기본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이상희 초대 국방장관은 마치 권율의 화신과 같았다. 그가 부임하기 이전에 서북 도서에서는 빠르고 소형인 고속정 위주로 방어를 했다. 시속 30노트 수준인 북의 경비정과 남의 고속정이 기동성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제한전의 공간’이었다. 북의 어선이나 경비정이 NLL을 넘어와도 우리가 우세한 기동성으로 상대방을 견제하면서 빠른 속도로 물살을 일으키면 상대방은 공격할 타이밍을 놓치고 퇴각하기 일쑤였다. 작은 고속정은 북한의 해안포와 지대함 미사일, 잠수함의 어뢰로부터도 비교적 안전하다. 그러나 이 장관 시절에 서북해역은 대형 구축함, 초계함, 지상포까지 동원된 ‘확전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런 것이 반드시 필요했을까?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무언가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당시 국방부는 무조건 많은 전력을 최전방에 배치하면 좋은 것으로 알고 이를 강행했다.

그리고 이런 작전계획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극비로 보고된 바로 그날, 국방부는 그 핵심내용을 <조선일보>를 통해 만천하에 누설했다. 2009년 2월 13일자 <조선일보>를 보라. 이런 상황은 김태영 장관 때까지 지속되었다. 그런데 서북 도서는 북한 쪽 내륙 깊숙한 우리에게 절대 불리한 공간이다. 여기에 군사력을 전진 배치한다는 것은 지상군의 해양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일지언정 전투에게 이기는 길은 아니었다.



예방이 가능했던 천안함 사건


북한의 해안포 사격이 벌어진 2010년 1월 말에 무언가 서해의 군사정세가 심상치 않았다. 서북해역을 지켜보던 예비역 해군 제독이 3월 19일에 해군 총장 이취임식장에서 김태영 장관을 만나 “백령도까지 전진 배치된 중대형 함정을 빨리 후방으로 빼라”고 제언했다. 해안포, 장사정포, 실크웜 미사일, 잠수정이 즐비한 북 내륙의 코앞에 표적이 될 대형 함정을 배치하는 것은 군사적으로 옳지 않다는 얘기였다. 그보다는 예전 방식대로 고속정으로 방어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충고였다. 여기에다가 “굳이 추가 전력을 배치하려면 무인항공기와 같은 지원전력을 보완함이 타당하다”는 의견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김 장관은 이를 무시했다. 무수히 많은 충고에도 불구하고 국방장관, 합참의장을 비롯한 우리 군 상위 직위자들에게 ‘소귀에 경 읽기’였다. 많은 무기를 최전방으로 많이 배치할수록 좋다는 밀어붙이기식 지상군 사고 때문이었다. 그러고정확히 일주일 후인 3월 26일에 천안함이 침몰하여 꽃다운 46명의 젊음이 스러져 갔다.  

예비역 제독의 제언대로 고속정에 의한 서북도서 방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 우선 작고 빠르기 때문에 대형 함정보다 잠수정의 어뢰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북의 실크웜 미사일을 가동하기 위한 레이더로부터도 탐지당할 확률이 낮다. 이제껏 서해에서 일어난 5번의 남북 교전은 선조와 권율의 무모함을 다 합친 것보다도 더 무모하고 위험한 결정에서 비롯되었다. 서북도서를 첨단 무기로 군사화 하여 방어한다는 것은 향후 국방비 증가에 엄청난 소요를 발생시킴과 더불어, 우리가 취약한 곳에서 결전을 준비한다는 비합리적인 발상이다.     

이제껏 서해에서의 남북 간 무력충돌은 지상군이 장악한 합참의 무모함이 상황을 악화시킨 결과 벌어졌다. 1999년의 제1연평해전은 그해 6월 13일에 2함대사령관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참 작전본부가 무장도 없고 속도도 느린 대형수송함(LST)과 구조함(ATS)을 무리하게 연평도 해역에 투입하면서 벌어졌다. “작전에 방해된다”는 현장 지휘관의 의견을 묵살하고 이런 수상함을 투입하자 북은 즉시 어뢰정을 출동시켰다. 그 때가 6월 14일이다. 이에 2함대는 6월 15일에 고속정으로 하여금 북의 어뢰정을 들이받도록 조치하여 어뢰 발사의 기회를 빼앗은 것이다. 다행히 우리 측의 전술이 주효하여 해전은 승리로 끝났다.

2002년의 제2연평해전은 “북 함정과의 거리를 4km로 유지하라”는 해군본부의 지침과 “3km로 유지하라”는 2함대사령관의 지시가 있었음에도 합참 지시로 북의 함정에 150m까지 접근하면서 비극이 발생했다. 아무런 전투대형도 유지하지 않고 그렇게 접근하라는 지시는 누가 내렸나? 바로 합참의장과 합참작전본부장이다. 그것도 2함대사령관이 잠시 상황실을 이탈하여 사령관실로 올라간 사이에 합참이 상황실에 직접 지시해서 접근하도록 했다. 현장 지휘관의 지휘권이 박탈된 것이다.   



말을 앞세우는 위험한 지휘관


이명박 정부의 대북 군사정책에 대해 말하자면, 군에 대해 결전의 의지를 독려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는 전투’를 계속한다는 점이다. 바로 제2연평해전 당시 합참 작전본부장이 현 정부에서 초대 국방장관인 이상희 씨다. 현 정부 국방부와 합참은 북한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평가가 아니라 적개심, 흥분, 복수심과 같은 주관적 요소를 내세워 군을 사정없이 전방으로 내모는 보여주기 식 대비개념으로 갔다. 그것이 바로 불행의 씨앗이었다. 그러고 나서 흠씬 두들겨 맞는다. 그들은 지난 정부가 햇볕정책을 내세워 군이 싸우지 못하도록 손발을 묶었었다고 비난한다. 일부 그런 점이 있었을 것이고, 이에 대해 지난 정권은 분명 반성할 점이 있다. 그러나 정치권력으로부터 어떤 정치적 지침이 있다 해도 이를 군사적 지침으로 번역하고 전장의 판을 짜는 것은 누가 뭐래도 합참의 책임이다. 그들이 현장 지휘관의 의견을 묵살하고 무언가 북에 강력한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움직이는 순간, 전장의 상황은 급속도로 불리해졌다. 그러한 실패의 책임을 정치권력의 성향 탓으로 돌리는 것은 더 비겁한 행위다. 이것이 안보의지이고 전투형 군대라면 이순신 장군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2010년 11월 23일의 연평도 포격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미 전날부터 북한이 상선망을 통해 우리의 사격훈련에 대해 경고를 했다. 그리고 북의 심상치 않은 징후도 여러 곳에서 나타나 합참 정보본부는 “교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작전본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작전본부는 이를 무시했다. 이 당시 작전본부장이 현재 군사령관으로 부임해있는 이 모 대장이다. 북을 무시하고 깔보는 습성이 여전히 드러나는 가운데 연평 해병부대는 무방비 상태에서 북으로부터 두들겨 맞았다. 당시 정보본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사격훈련이 강행된 이유는 아직도 미스테리다.

최근 김관진 장관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북의 로켓이 만일 우리 영토에 떨어지면 요격 한다”고 했다. 그런데 탄도미사일의 추진체나 파편을 우리가 요격할 능력이 없다는 점은 99.9%의 군사전문가들이 이미 알고 있다. 이 말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막상 북의 로켓 파편이 우리 영토에 떨어지면 이를 요격하지 못한 국방부가 책임 추궁을 당해야 함을 의미한다. 말을 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요격한다고 했지 않은가? 이런 자폭행위를 군이 왜 앞서서 하는지 필자는 알 길이 없다. 요격이라는 말을 빼고, 그냥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하면 안 되었을까? 북에 대한 강압적 발언이 안보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동일시되는 상황이다. “평양을 비롯한 북한의 핵심목표에 대해 보복 차원의 타격을 할 수 있다”는 4월 2일의 국방부 발표도 그렇다. 정말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대량전쟁의 전야, 북한 미사일


아마도 유도탄사령부에서 검토해 온 북한에 대한 타격계획을 염두에 둔 발언인 것처럼 보여 진다. 그러나 우리 군의 능력으로 북에 대한 외과수술 식의 제한된 정밀폭격은 사실상 어렵다. 북의 반격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양을 비롯한 핵심목표를 타격할 경우 전방의 북의 장사정포가 수도권을 향해 반격할 것이고, 따라서 우리는 핵심목표 만이 아니라 전방 장사정포도 제압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제한전을 목표로 했다 하더라도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작은 수술을 의도했지만 큰 수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고 핵심목표에 대한 타격만 하겠다는 것은 너무 판돈이 크게 걸린 위험한 도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방부의 언사는 냉전시대 워싱턴과 모스크바가 서로에 대한 대량보복전략을 연상시킨다. 그러면 다음 순서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미일 미사일방어(MD) 추진, 미사일 사정거리 연장, 해안 봉쇄 등이다. 그러나 북의 미사일에 미사일로만 대응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부수적인 국방력 증강이 뒤를 잇게 될 것이고, 향후 국방비 증가를 비롯한 국방소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더군다나 전략 미사일 방어에 대한 방어 문제가 현실이 되는 순간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한반도 분쟁에 개입하려 할 것이며, 동북아시아는 21세기의 첫 번째 대량 전면전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로서는 케네디 대통령이 1962년에 겪은 쿠바 미사일위기와 같은 매우 어렵고도 복잡한 위기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더 늦기 전에 이러한 벼랑 끝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출구전략이 구상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강한 대안만을 추종할 경우 지는 전쟁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불리한 처지가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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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