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 무능, 권한의 문제인가, 사람의 문제인가? 기고

 


군 개혁 추진한 국방장관의 자살


국방부가 추진 중인 국방개혁 중 군 상부구조 개혁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합참의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각 군 총장이 의장의 지휘를 받는 지휘구조 개편 문제가 그것이다. 미국에서도 비효율적이고 무능한 합참을 개선하는데 40년이 걸렸다. 1947년 국가안전보장법이 제정된 이래 논란만 거듭하다가 1986년이 돼서야 ‘골드워터-니콜스 법’이 제정되어 합참의장과 합동직위자의 역할이 보장되는 대개혁을 완수한 것이다. 육군과 해군의 대립으로 국가안전보장법 제정 당시에도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이 당시 국방장관을 역임한 포레스털 장관은 깊은 절망에 빠졌고 이로 인해 얻은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태까지 간다. 2차 대전 이후 미 육군과 공군은 동맹을 맺었고 해군과 대립했다. 투르만 대통령조차 “만약 육군과 해군이 서로 싸웠던 것처럼 적과 열심히 싸웠다면 우리는 전쟁을 훨씬 일찍 끝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981년의 이란 이질구출 작전 실패, 1983년의 베이루트에서 미 해병대 테러, 같은 해 미군의 그레나다 침공 작전에서 작전의 난맥상이 크게 부각되자 이에 탄력을 받아 법안 제정이 가능했다. 이란 인질구출 작전 당시에 미군은 특수 작전을 통제하는 중앙집권화 된 사령부도 없었고, 다양한 임무들 간의 합동연습도 실시되지 않았으며, 어떤 군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지에 관한 아무런 생각 없이 작전을 진행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미 합참의 무능력과 비효율이었다. 이 당시 브라운 합참의장은 이듬해 퇴임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내 부하는 여비서 한 명 뿐이었다. 나머지 장교들은 각 군에서 파견한 로비스트나 정보원에 지나지 않았다.”

2차 대전 당시에 두 다리를 잃은 니콜스 상원의원이 휠체어 위에서 합동성 강화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이 법안의 지지를 호소하고 나서 의원들은 마지못해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작년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겪으면서 한국 합참의 위상과 권한이 재정립될 조짐이다. 바야흐로 한국판 골드워터 니콜스 법이 탄생될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실패한 작전을 철저히 분석하고 검토한 후 그 교훈을 간추려 개혁안에 담기까지 5년이 걸렸는데 반해 우리는 불과 1년 만에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그 이유는 명확하다.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비하여 촉박한 시간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의 교훈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 도대체 이 두 사건에서 작전의 어떤 문제점이 드러났기에 군 개혁이 이처럼 절박해 진 것인가? 국방부가 상부구조 개혁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도 나오지 않는 작전의 난맥상이라는 게 뭔가? 한편으로 북의 위협과 싸우면서 복도 맞은편에 제복이 다른 타군과 더 열심히 싸워온 한국군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평도 당시 MB가 열 받은 이유


연평도에 북한 포탄이 쏟아진 2010년 11월 23일. 사건 발생 후 단 6분 만인 2시 40분에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벙커로 들어왔다. 이 대통령은 즉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합참의장, 각 군 작전사령관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았다. 첫 번째 포격에서 우리 해병대가 K-9 자주포로 응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이 대통령의 위기관리는 신속했다. 그런데 후속조치를 논의하던 3시 11분에 북한의 2차 포격이 진행되자 상황은 긴박하게 진행되었다. 이 대통령이 “K-9 자주포 말고 다른 대응전력은 없냐?”며 참모들을 다그쳤다. 이 순간부터 국가 전쟁지도본부는 아수라장이 된다. 먼저 지상포 말고 함포가 없느냐고 합참에 다그쳤으나 “준비된 전력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뒤이어 “다른 전력은 없냐?” 질문에 아무도 답변을 하지 못했다. F-15K 전투기가 출격한 사실은 알지만 이 전투기가 공대지 사격이 가능한지 아는 사람이 청와대 지하벙커와 합참에 없었던 것. 당시 F-15K 전투기는 북한 미그기에 대응하기 위한 공대공 전력만 탑재하고 있었다. 이 대통령이 추가대응책을 물었을 때 그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추가대응은 건의조차 되지 않은 채 속수무책으로 시간이 흘렀다.

한편 우리 합참은 이미 전날부터 우리가 연평도 서남단에 포격훈련을 강행할 경우 북한의 대응이 예상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 합참 정보본부로부터 그러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작전본부가 이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총체적인 작전의 무능과 비효율이 만연될 대로 만연된 상황이었다.

사건이 종료되고 이 대통령이 화가 난 것은 당연한 이치. 이게 바로 국방개혁 307계획에서 ‘합동성’을 강조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이 대통령이 지난 4월 1일 청와대 기자회견 당시에 “K-9 자주포밖에 없냐”고 자신이 직접 다그쳤음을 공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포격사건이 종결되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강경한 군사대응은 군이 건의하고 청와대가 신중하게 채택하는 것이 상식인데 상황인 반대로 되었다. 청와대가 추가대응을 독촉하는 동안에도 군이 우물쭈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쟁에 무능한 합참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 합참의 장군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벌어졌다. F-15K 전투기로 북의 포격원점을 타격하는 것이 미군과 협의해야 할 사안인지, 아닌지 의견이 나뉜 것이다. 이 문제로 옥신각신하다가 급기야 그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월터 샤프 연합사령관이 진화에 나섰다. “한국의 자위권 행사는 미군과 협의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국방부와 합참에 알려주었다. 합참 장군들 사이에서 이 논란이 벌어진 이유는 우발적 충돌 상황에서 군에 적용하는 ‘교전규칙’의 제정권한이 유엔군사령관에게 있다는 점이 고려되었기 때문이다. “교전규칙 때문에 미군과 협의해야 한다”며 F-15K 공격이 불가한 이유를 군이 군색하게 청와대에 변명했다. 그러자 24일에 이 대통령은 “교전규칙 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래도 논란이 수그러들자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쯤 지난 뒤에 아예 서신으로 이 사실을 국방장관에게 보냈다. 그제 서야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연평도 사건은 현장 지휘관이 아니라 청와대와 합참이 통제하는 작전이기 때문에 현장 지휘관에게 적용되는 교전규칙과는 더더욱 관련이 없었다. 이런 논란을 지켜보면서 미군이 서둘러 서신까지 보낸 것은 한국의 전쟁지도본부와 합참이 전쟁과 작전에 대한 초보적 절차조차 숙지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 경악을 금치 못했기 때문이다. 

이무렵 국방부는 현 한미동맹 체제에서 우리 군에 적용해야 할 전쟁규칙과 절차가 무엇인지 대혼란을 겪고 있었다. 급기야 국제법 전문가들에게 연구용역을 주어 교전규칙과 자위권에 대한 개념정립을 한다며 소동을 피웠다. 아예 법전을 펴놓고 군사작전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었던 것. 결국 월터 샤프의 서신으로 사안이 종료되기까지 대통령,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미로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12월이 되어 한국을 방문한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이 새로운 ‘국지도발대비계획’을 만들자고 한국에 제안함으로써 비로소 사태는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 시점에 합참 작전의 최고 실무자는 감사 한 번 받지 않고 상위계급으로 진급하여 영전했다.



의존과 타성이 개혁대상


80년대 미군이 경험한 아픔을 우리 군이 겪고 국방개혁을 추진하는 상황은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점은 미국은 의회가 주도가 되어 작전이 실패한 원인을 끝까지 찾아내어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개혁을 추진했는데, 우리의 경우 작전의 양상은 아직까지 일체 공개되지 않고 그 교훈도 모호하다는 점이다. 연평도 사건뿐만 아니라 천안함, 또는 그 이전까지 거슬러가더라도 우리 합참은 정말 이상한 존재다. 기본적인 작전의 절차와 행동조차 숙지하지 못한 이상한 조직에서 무슨 교훈을 얼마나 도출했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합참이 권한이 적어서 이런 실수를 한 것이라면 권한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사람의 문제가 더 심각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국방개혁이 전시작전권 전환을 앞두고 일견 진보적인 일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잘못된 것을 어떻게 개혁한다는 그 실상은 밝혀야 할 것 아닌가?

이게 모호한 상황에서 육해공군이 서로 싸우는 모습은 트르먼 대통령의 탄식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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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