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북한위협에 대한 시각차 남북군사력

 

D&D Focus 2009년 4월호 


펜타곤의 “예스맨”, 샤프 사령관 부임 이후

북한 ‘재래식 군사위협론’은 소멸될 조짐!


 



북한의 위협에 대한 한미 양국의 판단이 정 반대다. 올해 2월 발간된 국방부의 『국방백서』가 북한의 특수군 6만명 증가 등 재래식 군사위협을 대폭 상향조정한데 반해 미 정보당국은 “더 이상 한반도에 재래식 지상전은 없다”고 단언하기에 이르렀다. “현존위협에 작전적으로 대비한다”며 기동군단 창설을 부르짓는 이상희 국방장관의 목소리는 국내외적으로 급속히 고립되고 있다. 이러한 한미의 상이한 안보인식은 현 주한미군사령관으로 월터 샤프 대장이 부임하면서 극대화된 일이다.



미군의 급격한 위협인식 변화


장면 #1.

“저는 우리 국가가 적대국을 상대하는 마지막 재래식 전쟁은 지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재래식 전쟁과 무기를 잊어버리고 테러리즘을 전쟁의 미래로 보는데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베트남을 철수했을 때, 우리는 반란군을 경시하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상황에 대한 교범조차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부주의에 대한 대가를 치렀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는 또 그런 교훈과 반대로 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세계적인 테러 위협뿐만 아니라, 어느 날 어느 적대국이 우리의 이해관계와 동맹을 위협하거나, 우리를 직접적으로 위협해, 우리나라 혹은 동맹국을 재래식 전쟁 시나리오로 방어해야 할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재래식을 말할 때, 저는 국가가 창설하고 육성하고 구성한 재래식 군을 뜻하며, 그 군에 전통적인 육군, 공군, 해군, 해병대가 있고 전구 수준의 전쟁에 맞서야할 군을 말합니다. 이라크 자유 작전이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재래식 전쟁이었고 재래식 병력, 항공기, 전함 그리고 전차가 있었고, 정예화된 적의 수도를 향한 대규모 작전 행동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라크의 상황이 달라졌지만 초기에 미국은 이라크라는 국가와 개전했습니다.”

다소 장황하게 인용한 이 말은 B. B.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2007년 10월 미 합참지와 인터뷰한 기사의 일부다. 여기서 벨 사령관이 언급한 ‘재래식 전쟁은 끝났다고 믿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바로 럼스펠드 전 미 국방장관이다.


장면 #2.

지난 2월 23일, 이명박 정부에서 처음으로 발간된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 그중에서도 특히 특수부대의 위협이 2년 전에 비해 대폭 상향조정되었다. 북한의 총병력이 100만명에서 102만명으로 2만명이 증가했고 특수부대는 12만명에서 18만명으로 6만명이나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군 제2제대에 속해있던 특수부대가 제1제대로 통합됨으로써 경보병 위주의 특수부대로 재편되었다는 것을 그 골자다. 백서는 북한이 전방군단에 경보병 사단을 추가로 창설하고 전방사단의 경보병대대를 연대급으로 증편하였다는 사실을 그 구체적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백서에서는 2년 전에 비해 전차가 200여대가 증가되었고 다연장로켓과 방사포는 300대가 늘어난 5100여문, 지대지 유도무기는 20여기를 늘린 100여기를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투기는 2년 전에 비해 20여대가 늘어난 840여대로 이 가운데 약 40%가 평양~원산 이남에 배치되어 위협이 가중된 것으로 설명했다. 백서의 내용을 종합하면 재래식 지상군을 주축으로 한 북한의 재래식 전쟁위협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여 진다.

백서에서는 같은 기간 우리 군 병력은 같은 기간 1만9000여명이 감소했고 전투기 임무기가 10여대 줄었다며 남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의 격차가 좁혀지는 것이 아니라 더 벌어진 것처럼 기술했다.



장면 #3.

지난 3월 10일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마이클 네이플스 미 국방부 정보국(DIA) 국장은 “북한이 대규모 병력을 전진배치하고 있지만 장비부실과 훈련부족으로 남한을 상대로 대규모 군사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못 박았다. 더불어 그는 “이런 한계 때문에 북한은 주권을 보장받고 기술적 우위에 있는 상대에 대한 억지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핵 능력과 탄도미사일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이를 요약하면 “한반도에 더 이상 재래식 전면전쟁은 없다”는 것이다. 오직 핵과 미사일 앞세운 비대칭전쟁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편 그 이전인 2월 27일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논단』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한국과 일본을 겨냥하고 있는 1만3천문의 각종 포와 8백개의 단·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또한 8만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특수군을 보유하고 있고 대량살상무기 계획을 매우 적극적으로 진행시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사흘 전에 발간된 국방백서가 북한 특수군을 18만명이라고 기술한 한데 반해 샤프사령관은 단 8만명이라고 적시함으로써 우리의 북한에 대한 위협인식이 상이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3월 19일 미 상원 청문회에 제출한 샤프 사령관의 보고서에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데 여기에서 그는 “북한의 특수군은 8만명”이라고 분명하게 적시하고 있다.


    

8만명 VS 18만명


주지하다시피 한미 동맹의 기초는 북한 위협에 대한 공동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인식이 다르다면 ‘정보의 공조’ 체계에 균열이 발생하고 한미관계는 갈등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이 미사일이냐, 인공위성이냐에 대한 논란만 그런 것이 아니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도 한미 양국이 정반대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앞의 세 가지 장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국방부는 북한의 재래식 위협이 계속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년 전에 비해 특수군과 비대칭 위협의 증가는 매우 빠르게 나타났다. 그러나 미 정보당국이나 주한미군 관계자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북한의 재래식 위협은 10년 전과 비교해볼 때 새로운 것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뿐만 아니라 한미연합사가 작성하는 한반도 정보판단서(PIE)에서도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에 의한 전면전의 위협은 감소하고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참고로 정보판단서는 한미가 공동의 작전계획을 수립하는데 막대한 영향을 행사한다.

그동안 이상희 국방장관은 한국군이 작전적으로 대비해야할 가장 우선적인 북한의 현존위협은 바로 재래식 지상 전력이라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특히 이번에 백서에서 부각시킨 북한의 경보병부대가 바로 그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의 지상전력이 아직도 북한에 열세라는 인식하에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신형 전차, 자주포, 장갑차, 다연장로켓을 앞세운 ‘기동군단’ 창설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미국 고위관리의 말은 이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인식 차이가 원래 1월로 예정된 국방백서의 발간시기를 2월로 늦춰진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필자가 접촉한 한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 초로 예정되었던 국방백서 발간이 2월말로 늦춰진 것은 북한 위협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한미 정보당국 간에 진통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국방백서 발간 직전까지 한미 군 정보 관계자 간에 북한 위협에 대해 옥신각신했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이 관계자는 “미국에서 온 정보 실무자들은 북한의 재래식 위협이 증가했다는 한국정부 의견에 절대 동의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한미 간의 위협인식이 상당히 벌어지고 있음을 시인했다.

북한의 재래식 위협을 높게 평가하려는 한국과 낮게 평가하려는 미국의 갈등은 한미연합사령부를 무대로 하여 수시로 벌어졌다. 특히 현 월터 샤프 연합사령관이 부임하면서 한미의 북한 위협 판단은 확연히 갈라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최근까지 연합사령부에서 근무하고 나온 한 한 예비역 장교의 설명.

“북한이 더 이상 재래식 지상전을 감행하지 못한다는 것은 과거 럼스펠드 장관의 지론이었다. 그런데 라포테, 벨과 같은 전임 연합사령관들은 이에 대해 저항했다. 여기에는 미 지상군을 감축하려는 럼스펠드 장관에 반감을 가진 미 야전 육군의 이해관계도 작용했다. 이로 인해 펜타곤과 주한미군사령부 간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이 존재했다. 그런데 월터 샤프 사령관이 부임하면서 이러한 긴장은 싹 사라졌다. 샤프 사령관이 본국의 판단에 완전히 동조해버린 것이다. 그 결과 주한미군의 전통적 재래식 전면전 교리는 급속도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전 세계 미군 사령부 중 재래식 전면전쟁의 교리를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는 유일한 사령부다. 현재 한미 연합으로 실시하고 있는 ‘폴 이글’, 연합전시증원연습(RSOI), 프리덤가디언 연습, 키 리졸브 훈련 등은 20세기 재래식 기계화 전쟁의 이미지에 부합되는 군사훈련들이다. 전 세계에서 해외에서 미군이 20세기식 전쟁연습을 하는 지역은 한반도 밖에 없다. 특히 앞에서 소개한 벨 사령관의 인터뷰 내용은 역대 한미연합사령관들의 재래식 전쟁 신봉 사상이 잘 드러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펜타곤의 ‘예스맨’이 왔다”


이 때문에 전임 연합사령관인 B.B 벨을 비롯한 역대 연합사령관들은 주한미군이 육․해․공군과 해병대를 모두 보유한 완전성을 갖춘 군대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재래식 군대를 청산하고 급격한 첨단군으로의 변환을 주장한 럼스펠드 장관에 맞서 미국의 야전사령관들은 저항했다. 이 때문에 이라크 전쟁 초기 에릭 신세키 육군총장이 경질된 사례는 지금도 유명하다. 연합사 한국군 장교들은 “리언 라포트 한미연합사령관이 본국과의 화상회의에서 한반도 전쟁 위협에 대해 인식이 다른 럼스펠드 장관과 옥신각신하는 광경이 여러 번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특히 럼스펠드 사령관과 주한미군 사령관이 갈등은 주한미군 지상군 감축과 관련하여 더욱 커졌다는 증언이다.

럼스펠드 장관 시절부터 한반도에서의 전통적 교리는 급속도로 무너지지 시작하고, 이윽고 제대로 야전 지휘관을 거치지 못한 정책형 지휘관이라 할 수 있는 현 월터 샤프 사령관이 부임하면서 주한미군은 지상군이 아닌 정보부대와 해․공군으로 재편되는 럼스펠드식 개편이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한 주한미군 관계자는 필자에게 “월터 샤프는 주한미지상군을 설거지하기 위해 부임한 사령관”이라고 비꼬았다. 지난 1월부터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미군의 해․공군 역할만 강조하는 샤프 사령관의 말을 뒤집어 보면 동두천에 있는 주한 미 2사단은 ‘노는 군대’, 또는 ‘불필요한 군대’나 다름없다. 여기에다가 최근 아프간으로의 주한미군 차출설이 속속 흘러나오는 정황까지 고려한다면 최근 한국에서 2사단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다고 주장하는 군사전문가들의 경고도 마냥 무시할 수만 없다.

전임 라포트 사령관은 미 육군 4군단장을 역임하고 한국군 1군사령부에 배속되어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수행해 본 경험이 있다. 벨 사령관은 미 육군 3군단장을 역임하며 역시 한국군 3군 사령부와 호흡을 맞춰 전시연습을 수행했었다. 그런데 월터 샤프 사령관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은 장성으로 한국에서의 대부대 지휘와 작전교리에 대한 이해가 전임자들에 비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미 렌셀레어 과학협회가  부여하는 ‘과학의 거장’이라는 자격을 자랑스러워하는 말 그대로 시스템 전문가이자 과학자이다. 그는 주로 미 합참의 참모부서에서 시스템 분석과 군사변혁에 몰두해 온 전형적인 ‘혁신파’의 색깔을 갖추고 있다. 이전의 ‘전통파’ 혹은 ‘야전파’와는 확연히 다른 색깔이다. 이런 그가 4성 장군으로 진급해 한국에 부임할 무렵 주한미군 안팎에서 나온 반응이다.

“펜타곤의 예스맨이 사령관으로 온다.”



북한 위협의 허상


오바마 출범 이후 북한의 지상전 위협을 부각시키는 일이야말로 미국정부에게는 ‘이적 행위’다. 특히 한국에서 지상병력을 감축하고 싶어 하는 미국의 속내가 “한반도에 더 이상 재래식 전면전은 없다”는 북한위협의 평가절하로 연결되는 맥락을 갖추며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킬 가능성은 줄이는 대신 핵, 미사일과 같은 비대칭 위협과 함께 국지도발에 대한 가능성은 높이고 있다고 본다. 국지도발 역시 북한의 재래식 지상군에 의한 국지도발은 없다는 입장이다. 만일 북한이 국지도발을 하려면 해군전력이나 특수부대 전력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그 어디에서도 북한의 지상군 위협이 증가되고 있다는 말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같은 인식은 현재 ‘한반도 정보판단서’에도 담겨있고 앞으로도 더욱 펜타곤에 의해 강조될 전망이다.

북한군의 재래식 전쟁수행능력을 의심하는 정서는 한국 내에도 확산 중이다. 이전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역임한 한 예비역 장성은 필자에게 “북한이 전쟁을 도발하더라도 전쟁을 지속시킬 능력은 없다”고 단언한다. 특히 북한의 총병력 102만과 같은 수치는 위협의 실상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가상에 불과한 수치라는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북한군의 탈영병이 이미 20만명을 넘어섰고 이를 찾아다니는 병력도 20만명이다. 실제로 전투가 가능한 병력은 많이 잡아봐야 50만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전투준비 태세가 형편없다. 정보사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전역한 한 예비역은 필자에게 북한 인민군의 실상을 털어놨다.

“북한에도 저격부대가 있는데 실탄이 모자라 사격 훈련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한 인민군 탈북자는 한참 어려웠던 시기에 1인당 사격훈련용으로 지급된 탄약이 1년에 3발 밖에 되지 않았다고 밝히더라. 그래서 13년 복무기간 중 사격훈련은 3년에 한번 정도 했다고 한다.”

필자가 작년에 만난 인민군 출신 탈북자도 비슷한 사례를 제시했다. 후방 지원부대에 근무한 한 탈북자는 자신이 속한 부대원의 1/3이 못 먹어서 ‘허약중대’로 재분류되었다. 이들은 전투능력도 없고 노동도 하지 못한다. 전투원들의 지구력이 영양 상태가 좋은 우리군 장병들과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전방에 배치된 전차도 이미 5,60년대 노후화된 전차의 경우 연료도 없이 장시간 방치된 결과 시동이 걸리는지도 의문이라는 것. 게다가 연료부족으로 인해 전시에 기동능력이 저하되므로 남한 현지에서 연료를 조달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군이 남한에 오면 주유소부터 찾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대부분의 노후화된 기동장비들이 야간전투능력이 취약하고 정밀성도 떨어진다. 평양시내에도 경비용으로 전차가 배치되어 있는데 3년 동안 한 번도 움직이는 것이 목격되지 않았다.

북한군 전투준비태세의 급격한 악화는 지상군 위협의 총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음을 뜻한다. 이에 북한 군부는 지상군 전력을 경량화하면서 비대칭전력으로 재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시점도 최근이 아니라 꽤 오래 전의 일이다. 91년 걸프전쟁 시기를 변곡점으로 하여 90년대 중후반까지 그러한 재편이 대체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와서 북한군은 그러한 재편마저도 정지된 시간 속에 멈춰버린 군대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미국은 “10년 전에 비해 북한 재래식 위협은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한다.

다만 90년대 후반까지 이루어진 북한군의 전력재편에 대해 우리 군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다가 이제 와서야 그 사실을 부각시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한 예비역의 말.

“이미 5~6년 전부터 야전에서 여러 지휘관들이 북한군이 싸우는 방법이 달라졌는데 우리 군이 너무 구태의연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있었다. 이미 북한군은 기계에 의한 대규모 전면전에 대한 자신감이 상실되고 있다. 북한군이 약화된 재래전력과 특수군을 융합하여 새로운 부대로 재편하고, 이를 기반으로 남한에 대한 점령보다는 기습과 게릴라전에 치중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군은 오로지 전 축선을 방어하고 모든 전선에서 압도적 우세를 달성하기 위한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반성이다. 이런 식의 고정관념으로 국방을 하려면 국가예산을 전부 국방비에 쏟아 부어도 안 된다. 우리도 대규모 병력과 장비에 의한 전면전보다는 소수 정예화된 전력으로 신속하게 공간을 커버하는 새로운 전략, 창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는 주장이었다.”



특수군 6만명의 비밀


경보병사단을 증편함으로써 특수군의 위협이 증가했다는 국방부의 새로운 정보판단도 논란거리다. 문제는 북한의 특수군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 다른 예비역의 지적.

“북한의 경보병부대가 요인암살, 주요시설 기능마비, 테러 등 특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정예부대인가에 의문이 있다. 그러한 특수부대를 양성하는데 화력과 통신장비, 보호장구를 갖추고 정예요원의 능력을 갖추기 위한 사격, 레펠 등 각종 훈련을 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 북한군이 과연 그러한 능력이 있을까? 상당수의 경보병부대는 전쟁 나면 한미연합군과 대적을 포기하고 6․25전쟁 때처럼 산속으로 들어가 게릴라전을 하기 위한 전력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마치 특수군이라는 표현으로 인해 우리군도 비용 때문에 많이 갖고 있지 못한 707특수임무부대 쯤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북한의 특수전 위협이 증가했다고 한다면 우리의 작전적 중심을 파괴하기 위한 주공위협이 증가되었다고 판단할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위협이 증가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군의 비대칭전력으로의 재편은 재래식 전력의 열세로부터 기인한 궁여지책일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김정일이 2004년에 표방한 “미 제국주의와의 판가리 속결전”이라는 북한식 ‘신 작전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북한식 ‘경제적 전력 운영’은 우리에게 새로운 고민과 대응방책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군의 전력재편에 대한 국방백서의 서술이 나오게 된 것은 작년 4월 합참 작전본부가 이상희 국방장관에게 북한군의 경보병전력으로의 재편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상희 장관이 부임한지 얼마 안 되는 작년 4월에 합참의 정보본부가 아닌 작전부서가 주축이 되어 북한의 특수군 위협증가를 근거로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대한 재검토를 건의했다는 것은 ‘정보의 투명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주지하다시피 정보는 작전에 개입할 수 있으나 작전은 정보에 개입할 수 없는 일방향의 소통관계를 갖고 있다. 이렇게 해야 정보가 왜곡되지 않고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작년 4월부터 합참 작전본부는 야전의 요구사항을 담아 거꾸로 위협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보고서를 작성한 것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이것이 ‘북한 특수군 6만명 증가’라는 국방부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게 만드는 배경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근거가 불확실한 위협인식이 미래 한국군이 갖추어야 할 핵심전력을 보유하는 것은 등한시하고 육군 중심 재래식 전력에 국방재원을 집중하는 것으로 회귀한다고 필자는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지난정부에서 수립한 국방개혁 2020에서 우리가 미래에 갖추어야 할 핵심전력으로 징후경보수집, 정밀억제타격, 지휘통제, 공중우세 등을 꼽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희 장관이 부임하고 나서 이러한 핵심전력은 미국에 의존하기로 하고 북한의 현존위협에 우선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전차, 자주포, 장갑차, 중고도 무인정찰기와 같은 재래식 지상전력에 국방재원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2개 기동군단 창설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국방개혁 기본계획이 지향하는 바다.

이에 대해 합참 정보본부의 한 관계자는 필자에게 “북한의 경보병전력으로의 재편은 향후 우리군 구조발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사안임에는 분명하다”고 반박한다. 우리가 작전적으로 대비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북한군 재편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의 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북한군 재편에 대한 전략적 고민보다 북한군의 재래전력이 양적으로 앞선다는 식의 국방백서의 단순논리는 미래 안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결여된 소치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특히 국방백서에서 남북한 군사력을 비교하면서 병력, 전차, 전투함정, 전투기 등 핵심무기가 북한에 비해 남한이 열세인 것처럼 표현한 대목은 언론의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같은 시기인 2월말에서 3월초에 이르는 기간은 국방부가 올해 상반기 중에 완료할 ‘국방개혁 기본계획’ 수정안을 청와대에 보고한 시기다. 합참 관계자는 “국방부가 청와대로부터 엄청 깨졌다”고 말한다. 합참이 제시한 우리군 전력구조 방향에 청와대가 절대 동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작전계획 5027은 권위를 잃었다


합참은 우리군의 전력구조를 7가지로 설정하여 청와대에 보고했는데, 그중 제1순위로 설정한 것이 ‘부대개편 전력’이다. 우리 군 부대의 해체 및 통폐합, 그리고 증창설될 부대에 대한 전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위협에 대한 대비가 우선이지 이러한 부대개편 전력이 우선한다는 것은 육군의 자기 몫 챙기기”라며 다시 재검토를 지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핵위협 대비전력, 전시작전권대비 전력 등이 강조될 것으로 본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래식 지상전 전력소요에서 중복된 낭비요인을 찾아내야 한다는 세부과제가 국방부에 부여되었다”고 설명한다.

한편 미국의 군사변환에 대해 연구해 온 한 공군 예비역 대령은 필자에게 놀라운 사실을 털어놨다. 그에 의하면 “미국은 이미 버지니아에 있는 합동전력사령부(Joint Force Command)로 하여금 한반도 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27에 대한 재검토를 2007년말에 완료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여기에서는 병력이 많이 소요되는 기존의 전쟁계획은 실효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 대신 북한의 국지도발과 비대칭 위협, 그리고 급변사태에 적은 병력으로 대처할 수 있는 우발계획, 즉 작전계획 5026, 5028, 5029과 같은 계획으로 정책의 중점이 옮겨졌다”고 설명했다.

만일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재래식 위협을 강조하며 우선적으로 대비하고자 하는 우리 국방부는 이미 국내외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방부에서 국방개혁을 담당하는 고위 관계자도 필자에게 “밖에서는 육군이 국방정책을 독식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자실은 정부 내에서 육군은 이미 소수다, 청와대나 경제부처 어느 기관도 육군이 앞서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으려 한다”며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우리가 북한의 다양한 위협을 거론하고 미래 전쟁의 양상에 대해 여러 가지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말로 한반도에서 미래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의 김종하 교수는 최근 논의되는 미래전쟁에 대한 네 가지 시각은 주로 ‘첨단기술전쟁(high-tech war)', 사이버전쟁(cyber war)', '평화유지전쟁(peacemaking war)', '더러운 전쟁(dirty war)'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김 교수는 우리 군은 이러한 네 가지 미래 전쟁의 이미지와 별개로 ’재래식 - 기계화전쟁(conventional mechanical war)'의 이미지에 더 부합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그의 저서를 통해 밝히고 있다. 왜냐하면 이 이미지는 20세기 전쟁의 역사에서 깊이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다. 재래전쟁에 대한 군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은 재래식 장비의 대북 열세라는 강박증으로부터 군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창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전선에서 복무해 온 야전군인의 입장을 마냥 무시하기도 어렵다. 북한 전역을 관찰하며 한반도로부터 발을 빼려는 미국의 ‘분석’을 믿을 것인가, 아니면 오랜 야전 경험을 통해 쌓아 온 우리 야전 군 지휘관의 ‘직관’을 믿을 것인가. 이점에서 한국 안보는 외로이 흔들리는 깃대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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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