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① 기고

                                                  평화공존의 역사적 장도(長途)에

이명박 4년은 일시적 역류에 불과!


대담 김종대 편집장

2011년 12월 7일

                                                                                                                                          <디펜스21>  2012년 1월호

 

 2012년의 여명이 밝아오는 이 시기에 많은 정치학자들은 ‘격변’을 말한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국가이익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 국의 몸부림이 치열하고 이념과 종교의 갈등도 여전하다. 불안, 위기, 변동, 전환, 혼돈이 현대 국제정치를 묘사하는 익숙한 단어가 되어가고 있는 신년 벽두에가 아닐 수 없다. 현대 정치학은 이 거대한 용광로 속에서 미래를 향한 새로운 가치와 규범, 담론의 서광을 비출 수 있을까? 카오스 속에서 창발하는 새로운 질서란 과연 무엇인가? 2012년의 창문을 열기 위해 <디펜스 21>은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와 ‘동북아시아의 2012년과 미래’를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2011년 12월 7일에 연희동에 소재한 교수의 자택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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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정치가 국제정치를 좌우하는 시대


- 그동안 정치와 외교에 관한 과감한 평론을 쏟아낸 교수님은 2012년을 맞아 남다른 감회가 있으실 줄로 압니다. 특히 한반도와 그 주변국들이 국내정치적으로는 올해 정권교체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동북아에서 변화의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국제정치라는 것도 알고 보면 국내정치의 연장입니다. 남북한과 주변국 모두 올해 국내정치에 있어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대선이 있고, 중국은 시진핑(習近平)으로 권력교체가 예상되며 러시아 역시 푸틴의 재집권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미국도 대선이 있는 해입니다. 북한도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정하고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를 다져 나갈 것입니다. 외교는 내치의 연장인데 새로 등장하는 지도자들 간에 조율이 잘 안된다면 동북아 정세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와 주변국들이 외교정책을 국내정치에 오용, 남용만 하지 않는다면 별 일 없겠지만 만약 그럴 경우에는 2013년은 예측 불허의 안보 지형을 가져올 것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깅리치와 같은 공화당 보수주의자나 그와 성향이 비슷한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중국의 시진핑이 권력을 잡아 내셔널리즘을 표방하고, 한국에도 보수적인 인사가 대통령이 되어 외교를 국내정치에 활용시킨다고 가정해 보죠. 상황은 어려워 질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 모택동 시대는 정치력 강화, 등소평․장저민․후진타오의 시대는 경제력 강화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반면에 시진핑의 시대에는 군사력 강화가 정책 목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푸친도 유라시아 구상을 통해 극동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북한 역시 강성대국 원년을 기점으로 군사적 도발을 꾀한다면 한미일 3국이 그냥 있을 수는 없겠죠. 전략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한․미․일 남방 삼각과 북중․러 북방3각의 편 가르는 구도가 출현할 가능성이 큽니다.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지정학적 구도지요.

그 반대로 한국에서 데탕트를 지향하는 자유/진보 정부가 출범하고, 미국도 오바마 2기가 출범하면서 보다 전향적 외교정책을 펴나가는 동시에, 중국 역시 시진핑 영도 하에 경제 중심의 화평발전 전략을 견지한다고 가정하면 이 지역의 공동 평화와 번영의 가능성이 커지겠죠. 중국의 경우는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구성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9명 중 새로 바뀌는 7명이 모두 온건한 실용주의자들로 구성된다면 중국 위협을 걱정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러시아 역시 시베리아 개발에 역점을 두고 주변국들과의 협력을 모색한다면 그림이 크게 달라지겠죠.

물론 여기서 핵심적 요소는 북한입니다. 김정일․김정은이 “핵을 가졌으니 이제는 경제다”라며 군사보다는 경제에 치중한다면 온건한 대외정책으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이 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핵 문제에서 양보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남북한관계, 북미관계가 선순환 구도를 이루어 다자협력과 평화공존의 길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2012년의 국내정치 변화와 그에 따른 국가 간 컴비네이션, 즉 정치적 조합이 동북아의 전체 지정학적 지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2012년은 매우 중요한 해지요.


- 우리의 미래에 다양한 경로가 놓여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떤 경우의 수를 예상할 수 있겠습니까?


앞서 지적했지만 남북한과 주변 미․일․중․러 라는 6자 구도가 어떻게 짜여 지느냐에 따라 미래의 경로가 결정 될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 변수는 바로 한국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명박 정부의 경직된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얼마나 유연성 있고 상상력 있는 정책을 펼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은 한국이 주로 ‘판을 깨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제 ‘판을 살리는 외교’를 해야 할 것입니다. 6자회담을 재개하고, 한반도 평화 체제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체제를 만드는데 우리가 주도적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하면 미국은 물론 중국과 북한도 동참 할 것입니다. 미래의 경로는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첫 걸음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있다고 봅니다.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긴장 조성될 것”


- 국제정치학은 예측보다는 분석에 치우친 학문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점친다면?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 선거나 중요한 국내 정치 변화를 지근거리에 두고 정치, 군사적 모험주의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레임 덕 상태에 들어간 정부들이 과감한 외교, 군사정책을 전개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포스트 2012’ 에 있어서는 국내 정치 변수가 크게 작용하겠죠. 깅리치와 같은 전투적인 보수주의자가 대통령에 당선 된다면 미국은 북한에게는 강경책, 중국에게는 봉쇄와 고립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고, 이를 위해 미국 중심의 동맹을 강화하려 할 것입니다. 주니어 부시 시대의 ‘네오콘’ 정책이 재연 될 가능성이 크지요.  문제는 미국의 국방비 삭감 추세를 감안 할 때, 이러한 강경 정책이 동맹국의 방위비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점입니다. 국내정치적 여건을 감안 할 때 어느 국가도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쉽게 수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 결속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란 혁명적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관성을 내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장 올해에 국내정치 변화가 있다고 해서 내년에 당장 국제정치적으로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중장기적으로도 전쟁과 같은 큰 변혁은 없을 것이나 비교적 높은 수준 긴장과 갈등은 지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중간의 경쟁이 심해지면 기존 질서가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높은 수준의 긴장과 대립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미중이 그런 정도의 긴장과 대립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파국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 미국의 리언 파네타 장관의 최근 동아시아 중시를 표방하는 행보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아시아․태평양시대’에 대한 기고문을 본 적이 있습니다. 새삼 놀라게 되는 것은 미국이 왜 이렇게 최근에 중국을 견제하려 할까, 그 결말은 무엇이냐는 겁니다.


오바마 정부의 중국 견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대통령 선거용”이라는 시각입니다. 공화당에서 중국의 부상을 공격적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동안 오바마는 중국에 관대했다”는 공세를 퍼부은 바 있습니다. 이런 비판을 완화시키기면서 12월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대중 강경론을 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내정치와 연결된다는 관점이지요.

다른 하나는 미국 외교정책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보는 구조적 시각입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유럽에 역점에 두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유럽 자체가 안보위협이 없고 안보 쟁점이라야 미사일 공동방어(MD) 정도입니다. 반면 팔레스타인 문제는 어차피 쉽게 해결 안 되고 장기화 될 것이며, 이란 핵문제 역시 쉽게 타결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철수 이후 전략적이나 경제적으로 유럽이나 중동이 최우선적 정책 고려 대상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반면에 아태 지역은 전략적, 경제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되고 있지요.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과제는 ‘경제 살리기’입니다. 오바마는 2009년 취임 때부터 수출증대와 일거리 창출에 역점을 두어 왔죠. 그리고 그 타겟 마킷(target market)을 아태 지역, 특히 동아시아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소기업을 활용하여 수출을 증대시키고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였는데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지요.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말기에 다시 이걸 선거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문제가 미국 국내정치의 중요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유라시아 동쪽에 자신과 경합할 수 있는 새로운 패권적 도전국가의 출현을 원치 않아 왔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두려워하는 국가를 규합하여 새로운 패권적 블록 혹은 세력권을 구축, 유지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지요. 이러한 현실주의적 발상이 오바마의 대중 견제, 균형 정책을 정당화 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대 중국 견제의 두 시각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국무장관, 파네타 국방장관 등 그의 측근 참모들이 이구동성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개입정책 강화 차원에서 역내의 미국 군사력을 증강시켜 나가겠다고 천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대중 포위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자유항해권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남중국해를 핵심이익 수역으로 설정한 워싱턴은, 베트남, 필리핀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의 뒷마당이나 다름없는 미얀마와의 관계개선도 꾀하고 있지요. 호주 다윈에 2500명 규모의 해병대 병력과 해군함정, 전투기를 배치한다는 발표도 나왔고 핵연료 기술제공을 빌미로 인도와의 관계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존의 한미․미일동맹을 포함하면, 군사적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구도가 자연스레 형성되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경제 분야에서도 미국은 한국과의 FTA 체결과 일본을 포함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구축을 통해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는 형세입니다. 이렇게 볼 때 오바마의 대중 견제에 대한 국내정치적 시각과 구조적 시작이 모두 옳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러한 행보가 얼마나 현명한지는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행보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과도한 견제는 매우 당혹스러운 일로 보여 집니다. 미국이 보다 전향적으로 중국과의 대화와 협력, 공존을 지향하지 못하는 메커니즘이 있는 것 같군요.


미국에는 중국을 보는 두 가지 지배적 시각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70년 초 미중 데탕트의 시각에서 중국을 보는 상하이학파 시각입니다. 헨리 키신저가 그 대표적 인사이지요. 키신지 자신이 1971년 닉슨의 방중과 상하이 코뮤니케를 성사시켰으니까요. 이 시각은 미국이 중국과 계속 선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으로 그 기본 논지는 키신저의 ‘중국에 관하여(On China)'라는 책자(키신저가 88세인 2011년에 출간하여 화제가 된 책으로 대중 강경파를 비판하는 논조로 쓰여졌다-편집자 주)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책에서 키신저는 ’중국의 부상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이 적대적이고 파괴적이지 않다, 중화사상은 기본적으로 평화지향적이다.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화평발전 전략을 고수 할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견제와 포위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 대상이며 중국과의 공진화 (co-evolution)는 역사적 소명이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서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대되는 시각이 ‘크로우(Crowe) 학파’라는 것인데, 이 말도 키신저가 만들었지요.  ‘중국에 대하여’라는 책자의 결론 제목 자체가 “크로우 메모에 대하여”입니다. 크로우학파는 기본적으로 중국을 미국에 대한 수정주의 또는 도전세력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견제를 미국의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크로우는 20세기 초 영국의 외교차관이었는데 1907년 1월 빌헬름 2세 하의 독일의 부상에 대한 진단과 정책을 담은 메모를 작성한 바 있습니다. 이 메모에서 그는 ‘독일의 부상은 대영제국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독일은 해군력 강화를 할 것이고 영국의 해양패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을 할 것이다. 이에 대한 견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그의 대독 견제 정책은 결국 1차 대전 발발의 한 요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키신저는 당시 영국이 독일과 협력하여 화해와 협력을 가져 올 수 있었는데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하고 강경 일변도로 나감으로서 유럽 외교의 판을 깼다는 것입니다. 1870년대 이후 균형외교를 통해 유럽국가 간의 협력을 도모하려던 비스마르크 제상의 구상에 찬동하는 정치세력들과 손을 잡았다면 파국을 피해 갈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죠. 현재 공화당 자문세력과 시카고대학의 존 미어사이머 교수, 하바드 대학의 스테판 월트 교수, 프린스턴대학의 아론 프리드버그 같은 이들이 이 부류에 속하지요. 이들의 공통점은 유럽 외교사에 정통한 국제정치 이론가들이지만 아시아, 특히 동북아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요즘 판세로 보아서는 ‘크로우 학파’가 더 우세한 것 같습니다. 이들은 ‘상하이 학파’를 중국에 매수된 친중파로 매도하고 있지요.  그래서 걱정되는 거지요.



“미국은 국방비에 여력 없다”


-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는대중 견제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중국과 미국간 ‘핵심 이익(vital interest)의 상호보완 관계’와 ‘전략적 보장 (strategic assurance)’ 이라는 키워드를 쓰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최근 이런 기류에서 일탈하고 있습니다. 파네타 국방장관은 마치 중국 때문에 국방비를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파네타 국방장관이 너무 솔직한 게 문제였죠. 지난 11월 18일에 할리팩스 국제안보포럼(Halifax International Security Forum)에서 파네타 발언은 어쩌면 오바마 행정부의 속내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죠. 파네타는 이 포럼 연설에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안보 파트너는 방위 ’분담‘을 늘려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그 이유가 있지요. 극심한 재정위기에 봉착하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까지 향후 10년 간 국방비를 4500억불 삭감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재정 긴축안을 협의하고 있는 미 상원 슈퍼위원회는 이에 대해 “성에 안 찬다”며 “1조억 불까지 삭감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예산 삭감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군을 다 뺀다 하더라도 아태지역에서 지금의 미군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에 대해 파네타는 “유지 하겠다”고 말하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이나 조셉 나이같은 학자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맹국들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은 심각한 문제지요. “우리도 어려운데 미국이 요구한다고 국방비를 더 낼 수 있겠는가”라는 거죠.


- 그 점과 관련하여 눈여겨 볼 사실이 있습니다. 지난 10월 말에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마지막 날 장관 대화가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1시간 넘게 파네타 장관이 돈 문제, 즉 한국의 방위 분담에 관해 말했습니다. 방위비분담금, 미군기지이전, 한국의 국방비증액에 관한 문제만 1시간 넘게 말하더라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국방비 삭감이 이제 우리에게는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실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사실 미국은 한국과 같은 동맹국에 방위비분담 압력을 가하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사안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방위 부담의 공유 (defense burden sharing)’이고 다른 하나는 ‘방위비 분담 (defense cost sharing)’입니다. 전자는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현재 2.6%)을 미국과 같은 수준(5%)으로 늘리라는 것이며,  후자는 현재 우리가 부담하는 7억불 정도의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올려 달라는 것입니다. 70년대와 80년대 초반에는 방위부담의 공유가 큰 쟁점인데 최근에는 주한 미군을 위한 방위비 분담에 더 역점을 두고 있죠. 현실적으로 주한 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 비용을 증액하기란 참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복지가 새로운 정치 쟁점으로 등장하는 마당에 이는 뜨거운 감자가 될 공산이 크지요. 설령 진보 정부가 아니라 보수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이는 어려 울 것입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 5년 간의 대북강경정책이 우리 국민들을 피로증후군에 빠지게 했습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어도 남북관계, 한중관계를 개선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면 한미동맹의 가치가 약화될 터인데 것인데 누가 그런 부담을 하겠습니까? 대한민국에서 북한 위협론이 얼마나 먹히겠습니까. 2010년도 우리의 대중국 교역량이 2010억 불이고 대중 무역흑자가 690억불에 달하고 있는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방위비 분담 더 하자면 누가 찬성하겠습니까? 이 문제가 금년 12월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등장 할 것입니다.


- 그렇다면 중국 상황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중국은 도광양회(韜光眻膾)를 넘어 유소작위(有所作爲)로 간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중국의 국방비는 서방에게 있어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올해 새로 구성될 중국의 지도부는 서방의 압박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중국이 정말 미국에 대항하려는 패권적 야망이 있느냐, 이것이 핵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 가지 변수를 충족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능력변수, 두 번째는 의도변수, 세 번째는 정치적 의지, 그리고 네 번째는 국제사회의 수용여부입니다.

첫째, 능력 변수를 살펴보면 현재 중국의 GDP는 5조억 불로 미국의 3분의 1입니다. 미국은 서서히 중국은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10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GDP 총량은 그렇다하더라도 인구로 나누면 일인당 국민 총생산은 4,400불입니다. GDP가 아무리 많더라도 미국에 상대가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그걸 갖고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주장에 어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군사부분도 중국 국방비가 600억불 정도인데 구매력을 고려하면 1000~1200억불 정도 된다고 합니다. 역시 미국이 역시 미국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군사력 부분에 있어서도 미국을 따라가려면 아직 요원 해 보입니다. 젠20 스텔스 전투기, 동풍 대함 탄도 미사일, 항공모함을 이야기 합니다만 스텔스 전투기는 아직 시제품에 불과하고, 항공모함은 탑재할 전투기도 없습니다.

이 점을 로버트 게이츠 전 미 국방장관이 잘 꿰뚫어 보았습니다. 중국은 스마트하다, 미국하고 군사력에서 소위 맞대응하기 어려우니까 아주 영리하게 한다는 거죠. 중국이 항공모함 을 미국처럼 11척 가질 수도 없고, 첨단 전투기를 3000대 보유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방어적 성격이 강합니다. 미국이 위성 자산에서 비교우위를 보이니까 중국은 인터셉트 능력이나 통신교란과 같은 사이버 공격 능력의 강화로 이에 대응한다는 겁니다. 이래서는 패권적 도전국가라 하기 어렵지요. 능력변수는 아니라는 겁니다. 게다가 미국은 68개국과와  동맹을 맺고 45개국에 미군을 전진배치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동맹이 없습니다. 있다면 북한과 파키스탄인데 북한과는 북․중 우호조약 맺어진 61년 이래 단 한 차례의 양국 간에 연합 군사훈련도 없었고 무기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파키스탄과는 상호방위조약은 없지만 무기 공여와 군사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수준은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미국과 군사능력을 견준다는 것입니까? 능력 면에서는 안 됩니다.

둘째, 정치적 의도 (intention) 면에서도 부정적입니다. 중국 지도부가 13억 인구의 삶의 질을 현저하게 향상시키지 않으면 중국 공산당은 존속하기 어렵습니다. 절대빈곤층에 속하는 중국인의 숫자가 8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고 부정부패와 계층, 지역, 성별 간 양극화 문제도 심각합니다. 중국 관방라인이 대외적으로 평화, 대내적으로 사회적 조화를 강조하는 이유도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해서지요. 경제력에 걸 맞는 군사력 증강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아직도 소수 견해입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칭화 대학의 옌쉐통 교수마저도 “중국은 내치다, 미국과 경쟁은 하지만 능가할 의도는 없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티베트, 위그르 등에서의 분리주의 운동과 그와 관련된 테러 대비에 더 큰 치중을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아직은 내부 문제가 우선입니다. 패권적 의도를 운운 할 단계가 아니지요. 더구나 유소작위(有所作爲)를 패권적 부상을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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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