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대한항공의 '특수관계' 방위산업

 

D&D Focus 2009년 4월호

조양호 회장의 ‘MB 코드 맞추기’가

청와대의 친 재벌 플러그에 접속!

 

 

‘좌파 거리 잔혹사’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에게 있어 지난 좌파정부 10년의 기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99년 11월에 조양호 회장은 1161억원의 회사 돈을 횡령하여 비자금을 조성하고 273억원을 조세포탈 한 혐의로 구속되어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과 벌금 150억원을 선고받았었다. 그러나 2002년 12월말에 정부 특별사면으로 조 회장은 복권되었다. 이러는 와중에서도 2002년 대선 직전 조 회장은 현금 20억원을 김영일 한나라당 의원과 서정우 변호사를 통해 한나라당에 제공했다. 그러나 2004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이 사실이 적발되어 또다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게 된다. 특별사면에 이은 또 다른 범죄로 얼룩진 10년의 ‘좌파거리 잔혹사’다.

이러는 동안 조 회장의 한진그룹은 업계 순위에서 라이벌인 금호 아시아나에 계속 밀려났다. 2006년까지 재계순위 11위로 한진그룹에 한참 밀려있던 금호 아시아나는 2007년 초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단번에 7위로 올라섰고 한진그룹을 8위로 밀어낸다. DJ 정부 이후 노무현 정부까지 ‘호남코드’라는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금호 아시아나가 쑥쑥 성장한 반면에 한진그룹은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 특히 작년에 고유가 및 고환율로 인한 당기손실이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등 부실이 심화되면서 이제 항공우주분야 만큼은 확실히 앞서나가야 한다는 절박성이 심화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려는 대한항공의 제1표적은 한국항공우주산업, 즉 KAI다. 이미 2003년에 적대적 인수합병(M&A)로 KAI를 인수하려했으나 실패한 경험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친재벌’ 코드를 갖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움직여 반드시 인수합병에 성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통령의 ‘KAI 민영화’


그러면 조양호 회장의 잃어버린 10년을 현 정권은 되찾아 줄 것인가? 최근까지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그렇다’.

먼저 월간 신동아가 지난 4월호에 보도한 대로 이명박 대통령이 T-50이 패했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이런 일(T-50) 수출은 민간 기업이 해야지 반(半) 국영기업인 KAI가 해서야 되겠느냐”는 반응은 다분히 친 기업적인 대통령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친 대한항공’ 발언이다. 통상적으로 이런 보고가 올라오면 대통령은 사태파악과 대책을 수립하는데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할 만도 한데, 이를 등한시하고 특별히 KAI의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반응을 먼저 보인 것이라는 얘긴데, 이는 대한항공이 딱 듣고 싶어 하는 얘기이며 산은의 KAI 지분매각이 대통령의 의지로 촉발되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대한항공이 그동안 KAI의 문제점을 물밑에서 지속적으로 부각시켜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 양 국가보훈처장이다. 작년 5월에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연달아 접촉한 그는 “KAI는 내부문제로 T-50 수출을 추진하기 어려운 조직이며 한국형헬기(KHP) 개발 등 주요 항공 산업은 국내 독자개발이 아니라 해외 방산업체와 제휴한 국제공동개발로 가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특히 ‘방위산업 성장동력화’를 표방한 현 정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착안한 그는 청와대에도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는 점을 밝혔다. 김 처장의 이러한 주장은 대한항공의 주장과 100% 일치한다.

지난 3월 19일, 방위사업청이 추진하고 있는 무기획득 사업 추진상황이 청와대에 보고되었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매우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KAI가 추진하고 있는 헬기개발 사업이 과연 경제성이 있는 것인가, 경제성이 없다면 해외로부터 직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런 연이는 두 번의 대통령의 발언은 하나는 T-50 수출문제고, 또 하나는 한국형 헬기 개발 사업이다. 이 두 가지야말로 KAI의 핵심사업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KAI를 주축으로 한 현 항공 산업과 구조에 대한 강한 회의와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폭발성을 갖고 있다.     

당면한 국가 방위산업 현안에 대한 정책발전 보다는 대통령의 ‘KAI 민영화‘와 대한항공의 KAI 인수의지 표명 등은 앞으로 예정된 T-50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없어질 회사의 제품을 누가 사 줄 것인가? 물론 이점은 정부와 KAI가 제대로 된 해외 마케팅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전제 위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과 조 회장


작년에 이명박 대통령과 조양호 회장이 만난 것만 인터넷만 뒤져봐도 8건이다. 조 회장은 작년 4월 대통령의 미국과 일본 순방을 수행했고, 9월에는 대통령 러시아 방문 시 동행했다. 11월에 대통령의 남미 순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외에도 청와대에서 두 번 개최된 ‘민관투자합동회의’ 시에도 대통령을 만났고 6월 핀란드 총리, 12월 요르단 국왕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조 회장이 청와대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조 회장이 거의 매달 대통령을 만나는 사이라는 점 외에도 현 정부와 대한항공의 특수 관계는 더 있다. 현재 청와대에 외교안보실의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은 전 대한항공부회장인 조중건 씨의 사위다. 조중건 씨는 조양호 회장의 삼촌이다. 김 비서관이 청와대에 부임할 당시부터 청와대와 대한항공 간에 커넥션이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김태효 비서관이 이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는 그 어떤 근거나 정황은 없다.

대한항공 내부사정을 잘 아는 이전 정부의 청와대 국방관련 직위 출신의 인사는 “대한항공이 그렇게 정치적인 기업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비록 한나라당에 코드를 맞추는 대선자금 불법 제공 사실이 있다하더라도 KAI와 같은 경쟁자를 음해하거나 수출을 방해할 정도로 악랄한 일을 할 조양호 회장이 아니다”라며 음모론적 시각을 경계했다. 더불어 그는 “다만 조 회장이 자신이 한국에서 항공 산업의 선두주자였는데 이전의 역대 정부가 당연히 대한항공에 가야할 사업을 다른 재벌들에 나눠 먹기식으로 준 것이 사실이고, 이로 인해 자신들은 피해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억울함을 하소연하며 이제는 자신들에게 항공 산업을 맡겨달라고 정권에 하소연하는 것은 기업이라는 속성 상 인지상정으로 이해할 만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수시로 조 회장과 외국 순방에 동행하면서 장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국가 항공 산업에 대해 ‘대한항공식’으로만 인식하게 되었다면 이는 지난 번 ‘제2롯데월드’와 같은 정경유착의 사례로 비난받을 소지는 충분히 있다. 더군다나 대한항공의 투자와 개발에 대한 의지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대한항공을 비호하는 행보를 취할 경우 우리나라 방위산업에 또 하나의 전봇대가 세워지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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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