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위기’ 부르는 국가안보실 기고

기존의 외교안보수석과 청와대 내 주도권 다툼 예고
<시사저널> 기사입력시간 [1215호] 2013.01.30 (수) 김종대 |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iframe style="left: 0px; top: 0px; position: absolute;" id="aswift_0" vspace="0" height="250" marginheight="0" frameborder="0" width="250" allowtransparency="true" name="aswift_0" marginwidth="0" scrolling="no" hspace="0"></iframe>

안보 위기로 얼룩진 이명박 정부 5년은 지나친 정치 논리가 국가 위기관리를 어떻게 혼선에 빠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과서이다. 그 단적인 사례로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벌어질 당시 외부에 공개된 그림을 들 수 있다. 당시 청와대는 지하 벙커의 위기관리상황실에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그 영상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는 위기관리상황실은 원래 분석관들이 유관 부처와 통신을 하면서 정보를 종합하는 장소이다. 지하 벙커 안쪽에는 대통령과 장관들이 회의할 수 있는 별도의 내실이 준비되어 있다. 그런데도 이대통령은 굳이 그림이 잘 나오는 상황실을 선택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3월27일 천안함 침몰 사건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재소집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내내 안보 정책 혼선 겪어

이런 회의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리 없다. 이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노무현 정부 당시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자해 만든 위기관리센터를 폐지하고 위기관리상황실로 격하시켰다. 그나마도 집권 초 경제 위기에 대처한다며 위기관리센터를 비상경제상황실로 그 용도를 바꾸어버렸다. 안보 관련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 쫓겨나고 경제 관료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다가 천안함 폭침 사건을 겪고 다시 위기관리센터를 부활시켰다가, 연평도 포격 사건을 겪고 나서 위기관리수석 직위를 신설했다.

굳이 이대통령이 이렇게 어려움을 자초한 이유는, 지나친 과거 정부에 대한 청산의 논리 때문이다. 특히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이대통령은 외교안보수석의 강력한 권유로 마지못해 지하 벙커를 방문하면서 “돈 들여서 만들었으면 써 먹어야지”라고 말하고는 일찍 자리를 일어났다. 다음 날 여기에 근무하던 분석관들은 중앙공무원연수원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그 기능이 정지되고 명맥만 유지하다가 안보 위기를 겪고 나서야 예전의 기능을 되찾았다. 그러나 그 대가는 매우 컸다. 수시로 안보 위기가 발생하는 동안 청와대와 국방부, 합참, 국정원, 일선 전투부대가 마치 자율신경계처럼 ‘두뇌’의 통제를 받지 않고 따로 움직였다. 청와대는 자신이 국가 위기관리 기능을 다 통제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통제할 능력이 없었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수집과 분석, 부처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위기에 대응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유기적인 역량이 집권 5년 동안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각 부처의 서로 상이하고 모순된 정책들이 한 테이블 위에서 제대로 조정되지 않다 보니 부처가 각기 자기네 표준행동절차(SOP)대로 움직였다. 현 정부 초기에 국방부는 서해에서 강압적인 새로운 작전 계획을 시행해 남북 관계 전반에 치명적 영향력을 발휘했으나, 외교부와 통일부는 새로운 작전 계획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다가 언론을 통해 그 사실을 알았다. 마찬가지로 외교부와 통일부의 정책 기조를 간과한 국방부는 뒤늦게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으려고 결정된 정책의 발표를 미루는 등 혼선이 가중되었다.

 

“인수위, 청와대 안보 기능 이원화” 우려

이명박 정부에 국가 위기관리가 부재했다는 인식은 지난해 12월의 대통령선거 기간 중에 폭넓게 확산되어 있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청와대에 ‘국가안보실’을 신설해 부처의 외교·안보 정책을 강력히 통합한다는 공약을 서로 경쟁적으로 준비하는 일이 벌어졌다. 가장 먼저 국가안보실을 공약한 이는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가장 나중에 이를 발표했으나, 새로운 조직을 통해 국가의 안보 능력을 종합하고 대통령이 직접 안보를 챙긴다는 의지는 가장 강했다.

지난 1월21일 대통령직인수위가 발표한 청와대 조직 개편안에는 국가안보실 신설을 핵심으로 한 박근혜 정부의 안보 중시 의도가 담겨 있다고 평가된다. 박당선인의 경우,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목격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위기관리 기능에 심각한 우려와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국가안보실 신설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바람직스러운 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언론은 일제히 인수위가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으로 청와대 안보 기능을 이원화시킨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국가 안보 보좌 책임이 장관급으로 독립된 직위인 국가안보실장인지, 아니면 비서실장 산하의 차관급인 외교안보수석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인수위가 설명을 생략하고 “국가 안보에 관한 사항은 말할 수 없다”고 일축하는 데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만일 인수위 발표대로 청와대에서 안보가 이원화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먼저 국가안보실장과 외교안보수석 간에 ‘누가 외교·안보를 주도하는가?’라는 문제를 둘러싸고 기 싸움이 예상된다. 먼저 국가안보실은 부처의 외교·안보 정책을 종합해 중·장기 전략적 대응 방향을 정하고 정보를 관리하는 최고 단위로서 합법적인 권한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다. 반면, 외교안보수석실은 현행 외교·안보 업무를 총괄하면서 외교·국방·통일부의 부처 업무를 장악하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부처에 각기 다른 지시 사항이 별도로 내려가게 될 것이고, 각 부처는 이에 적응하기가 곤란해질 것이다. 그러한 문제점을 드러내는 청와대 조직표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발표된 것은 많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이상한 조직표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가안보실이 비서실에서 독립해 모든 외교·안보 정책을 통합하는 유일한 단위로 설정될 경우, 너무 권한이 막강해 견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려고 조직을 이원화했다는 주장이다. 만일 국가안보실에 권한을 몰아줄 경우에는 노무현 정부 당시의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와 같은 무소불위의 기관처럼 되어 부처의 자율성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하되, 형식적으로는 안보 기능을 분리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이 외교안보수석을 통제하게 되는 구조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이도 명확치 않아 혼선이 우려된다.

실제 대통령직인수위는 1월에 최대석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위원의 사퇴 파동과 인수위 컴퓨터에 대한 북한의 해킹 시도 발표 및 이에 대한 번복 그리고 인수위 바깥에서 일어난 천영우 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사이의 대북 정책 논쟁으로 일찌감치 대북 정책의 기로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형국이다. 당분간 북한과 섣부른 접촉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가운데 박당선인은 안보 중시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결정되고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예고하는 반응을 내놓고 있는 상황은, 박근혜 정부 초기가 대북 관계에서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안보 정책의 의사 결정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는 이원화된 조직으로 운영된다면, 이는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새 정부의 통일 분야 컨트롤타워로 유력시되던 최대석 전 위원의 사퇴 파동으로 대북 정책의 방향성마저 모호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갈등과 혼선이 집권 초로 연장된다면 주변국과 북한의 주목을 받는 박근혜 정부가 아무런 방향도 내놓지 못하고 동북아에서 발언권이 약화될 우려도 있다. 실체가 불분명한 국가안보실에 우려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TAG

Leave Comments


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