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tv] 3분 평화칼럼-연평도 포격 3주기 편집장의 노트

 

사흘 앞으로 다가온 11월 23일은 연평도 포격사건 3주기입니다. 이날 남과 북의 포격전으로 우리는 민간인 두 명이 희생되고 해병대원 2명이 전사하였으며, 16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인명과 재산상에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사건이 나기 20일 전, 서정우 병장은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에 이렇게 썼습니다. "3주만 버티다가 13박14일 말년휴가 나가자", "배야 꼭 떠라, 휴가 좀 가자" 하루 전인 22일에 쓴 글에서는 "내일 날씨 안 좋다던데 제발 배 꼭 뜨기만을 기도한다" 마침내 휴가 날이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마치고 오후 2시경에 서 병장은 친구인 최주호 병장과 함께 연평도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2시 34분경에 그들의 눈에 갑자기 엄청난 폭음과 함께 부대와 민간인 가옥과 성당이 불타는 장면이 목격되었습니다.

놀란 그들은 부대로 복귀하던 중에 서정우 병장은 사망했습니다. 최주호 병장은 파편이 등을 뚫고 들어가 후에 신장 하나를 완전히 적출했고, 소장과 십이지장과 위에도 파편이 박혔습니다. 1급 현역으로 신체 건강한 청년은 5급의 신체장애인으로 전역하면서 태권도 사범의 꿈도 버려야 했습니다. 병원에서 아무도 찾아와 주는 사람 없이 전역식도 못하고 나온 최 병장에게 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습니다. 인편도 아니고 국방부가 표창장을 등기우편으로 보내 온 것입니다. 여기에다 국가 지급하는 쥐꼬리만한 전상군경 등급에다가 달랑 위로금 300만원만 주어졌습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겪으면서 대통령이 영결식장을 찾아와 “최고의 예우”를 다짐하던 건 모두 헛된 말이었습니다. 정치적으로 이용할만한 예우는 극진히 하면서도 실상 고통 받는 사람들은 뒷전이었습니다. 이를 보고 한 네티즌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정권의 영웅은 나라를 구해야 영웅이 아니고, 이명박이 불리할 때 이명박을 돕는 게 영웅이다.”

노무자로 연평부대에 와 있다가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 김치백 씨의 경우는 더 안타깝습니다.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려다 중도금 잔금 치루기 위해 연평도 막사 건립의 인부로 와 있다가 폭격을 당했습니다. 시신은 너무 처참하고 수습이 안돼서 가족이 염도 안 봤습니다. 그의 가족이 관을 옮길 때 관이 너무 가벼워서 더욱 애통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어떤 보상절차도 없어 이를 협의하느라 장례식은 사망 후 13일만에야 거행될 수 있었습니다.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킨 북한의 포격 도발에 대해 우리는 마땅한 책임과 응분의 대가를 치루게 해야 합니다. 이는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중대한 도발이고,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 비극적인 사건을 관리하면서 보여주었던 얄팍한 정치논리 역시 공분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의 공격 징후가 있었음에도 어떤 대비를 하지도 못했고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도 못했습니다. 사건 이후에도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는 보수단체를 연평도에 들여보내 연평도 주민들이 이들의 활동을 저지하고 나서는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주민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며, 대결 그 자체를 쫓아가는 보수정권은 안보 실패 정권이었습니다. 그 위기의 와중에서도 얄팍한 정치적 계산법으로 희생된 군 장병과 민간인을 홀대하는 정권안보의 행태를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그 후안무치함과 파렴치함이 실패한 안보의 책임을 야당과 진보세력에 뒤집어씌우는 상황으로 발전하게 되자 이 나라는 갈갈이 찢어지고, 이 나라의 안보는 정치화되었습니다.

이런 가짜 안보에 우리의 동생과 친구들이 희생되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대신해서 죽은 것입니다. 그런 가짜 안보가 지금도 판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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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