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업적주의가 불러 온 품질불량 로켓(수정)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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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발사일정에서 위험 발생


많은 전문가들은 4월 13일 아침의 발사가 정치일정에 맞춘 무리한 발사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미 액체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한 상황에서 14일의 기상 예보가 “흐리고 습기가 많다”고 했고, 더 발사를 늦추면 15일의 태양절 행사 이전에 발사가 어려워 질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늦출수록 산화질소로 추정되는 이미 주입한 산화제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세심한 기술적 점검을 상당 부분 생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태양절 이전에 발사한다”는 지침은 이제 막 건설된 동창리 발사장에서의 무리한 조립으로 이어졌다. 수평으로 조립하여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조립 방식이라든지, 조립 시설과 장비가 완비되지 않아 크레인을 동원하여 다른 곳에서 조립한 로켓을 옮겨온 방식 등 공학적 일반상식과 배치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아마도 이번에 동창리가 아닌 함경북도 무수단리였다면 상황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점을 직시했다면 당연히 발사 일정을 늦춰야 했으나 모종의 정치적 힘이 발사를 강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북한의 상황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2009년과 2010년에 나로호 발사에 실패한 상황과 아주 흡사하다. 2009년 8월에 청와대와 여당은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와 노무현 대통령 서거로 어수선한 정국에서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었다. 당연히 정권은 나로호 발사로부터 정국의 흐름을 전환하기 위한 시도를 했으나 과학자들이 문제였다. 여러 가지의 소프트웨어 상의 문제로 인해 발사 연기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의 의견으로 또다시 발사가 연기될 조짐을 보이자 교육과학기술부 고위인사가 직접 나로도 발사장까지 내려 왔다. 그는 “과학자들이 도전정신이 없다”며 재차 발사를 독려했고, 이 자리에서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 실패했다. 2010년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6월의 지방선거를 패배한 정부와 여당은 새로운 국면전환이 필요했다. 이 당시에도 정치권력은 계속 발사를 독촉하였으며, 그 결과 강행된 발사로 인해 370km 상공에서 나로호는 폭발했다.  



반대의견을 묵살하는 체제


두 번의 나로호 실패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나 항공우주연구원 등 유관기관은 기술적 결함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 어려운 진상규명에 착수했다. 그 결과 로켓의 덮개, 즉 페어링이라고 하는 부분이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등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정치권력과 과학자들 사이의 의사소통의 문제다. 정치적 이유로 발사를 강행시키려는 권력과 이에 맞서는 과학자들의 반론이 균형 있게 조정되고 반영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정권의 요구에 야합하기 위해 영혼을 판 과학자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알 길이 없다.

1986년에 미국의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를 실은 미 우주항공국 나사의 로켓이 발사되자마자 공중에서 폭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의 원인을 나사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하였으나 아무도 그 발표를 믿지 않았다. 결국 대통령 직속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로저스 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여기에 참여한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물리학자는 전혀 예상외의 결론을 내린다. 바로 발사를 결정하도록 한 ‘공적 시스템의 결함’이라는 것이다. 나사의 조직 관료체계에서 하부에서 건의한 문제점이 상부로 전달되지 않았다. 과도한 전압을 바로 잡을 퓨즈가 규격 이외의 제품이 사용되도록 방치하는 것을 시정하라는 기술자의 점검사항이 누락된 채 불량 제품이 사용되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챌린저호 사건이 아주 사소하고 원시적인 기술적 점검 사항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미국 정부는 나사의 조직과 의사소통에 대한 개혁에 착수한다.



공적 시스템의 위기


다시 북한으로 시선을 돌려 본다면, 이번 광명성 3호의 비극은 그것이 너무나 정치적인 행사였다는 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김정은 체제의 출범과 동시에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이라는 중차대한 시기에, 강성대국에 진입한다는 지표이자 상징으로서 광명성 3호에 대한 북한 정권의 집착은 얼마나 컸겠는가? 이 상황에서 북한 체제 내부의 비효율성과 권위주의적 관료체계는 이번 발사를 실패로 몰아갔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함정이 발견된다. 바로 2009년에 북한의 광명성 2호가 거둔 ‘성공의 덫’이다. 2009년 4월 5일에 발사된 광명성 2호는 무수단리에서 태평양을 향해 순조롭게 출발했다. 대기권을 벗어나기 이전에 1단 로켓은 성공적으로 분리되었고 적어도 300km 이상의 상공까지 날아가 마지막으로 2단과 3단 로켓만 분리되면 성공이었다. 바로 그 단계에서 무언가 이상이 발생했고 로켓은 태평양으로 추락했다는 것이 서방의 분석이다. 마지막 문턱을 넘는다면 북한은 조만간 8000km를 날아가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할 결정적 기술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우주 궤도까지 진입할 로켓이라면 굳이 500km 상공의 지구궤도까지 올라가지 않고 우주에서 포물선 형태로 계속 전진하도록 항법장치를 조종할 수 있다. 그러면 우주에서 계속 가속이 붙은 로켓이 마하 14, 즉 초속 7km 속도까지 도달하게 되며, 중간 포물선의 형태로 비행하게 된다. 이것을 중간궤도 비행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우주 조기경보위성인 DSP 위성은 6000km 밖의 우주비행 물체도 탐지한다. 북한의 로켓이 우주로 솟아오는 순간 수천 km 밖의 미국 위성이 이것을 보았을 때는 아무리 빠른 비행체라도 정지된 점처럼 보인다. 가물거리던 그 점이 어느 순간 갑자기 확대되면서 무서운 속도로 접근할 무렵이면 북미방공사령부는 일제히 비상사태에 돌입하여 요격을 준비한다. 발사 후 20분 만에 미국 인근에서 대기권에 재진입하여 초속 7km 속도로 진입하는 비행체는 대기권과 마찰을 일으키며 엄청난 화염음을 일으키는데, 이것을 종말단계라고 부른다. 가장 요격이 어려운 단계이다.



성공의 덫에 걸린 나라


이런 가능성을 보여준 광명성 2호였기에 이 놀라운 성과는 앞으로 북한이 한 번만 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경우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바로 이러한 성공이 이번에는 북한에 지나친 자신감으로 연결되었고, 아무도 실패의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은 채 외신 기자들까지 불러들이는 여유까지 부린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새로 건설된 동창리 발사기지의 미비한 시설과 장비, 그리고 로켓에 대한 세심한 점검이라는 절차를 상당부분 생략하도록 했던 것 같다. 바로 ‘성공의 덫’에 빠진 결과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치권력의 업적주의와 권위주의적 관료체계는 새로운 실패의 이유가 된다. 그것을 이번에 북한이 보여주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정치와 군사, 과학이라는 세 가지가 서로 소통하는 문제에 대해 근원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로켓 발사 실패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북한과 비슷한 이유로, 그것도 거의 같은 양상으로 로켓 발사에 두 번이나 실패했다. 만약에 이번에 북한이 성공했더라면 이는 미국이 50년대에 소련으로부터 겪은 스푸트니크의 충격에 버금가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나로호 발사를 추진한 이유가 98년의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에 자극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남북한 간의 로켓 경쟁은 매우 심각한 과열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남북한이 로켓 발사에 다 같이 실패하면서 누가 얼마나 새로운 교훈을 얻느냐, 어떤 정권이 정치권력의 유혹을 견제하면서 효과적으로 위험을 관리하느냐의 경쟁이 되었다. 

우리의 경우 국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의 자기과시적인 실적주의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 그 바탕 위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로 현대 민주발전국가로 가기 위한 견인차가 될 것이다. 반면에 진급과 출세에 목매며 소신을 꺽고 영합하는 관료와 과학자들은 반드시 나라를 망친다. 영혼을 판 몇몇 사람들에 의해 국가의 중대사가 파멸을 맞이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결정의 본질은 바로 공정성과 민주성, 그리고 전문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힘에 의해 그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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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