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돈 없는 미국과 동맹의 위기 시작되었다! 국제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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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한미동맹에 긴급 대책이 필요


얼마 전 주한미군의 한 간부가 미국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직항을 이용하지 못하고 아랍에미레이트를 경유해 지구를 반 바퀴 돌아서 왔다. 출장 경비가 부족해서 값 싼 환승 노선을 선택하다 보니 하루면 도착할 거리를 이틀 걸려 왔다. 미군은 지금 돈이 없다. 출장비가 없으니까 웬만한 회의는 화상회의로 대체되었다.

주한미군 장교들이 가족과 동반하여 3년 간 주둔하도록 주거시설을 개선하는 사업, 즉 ‘주둔 안정화 사업’은 그동안 한미동맹이 강화되는 구체적 사례로 거론되곤 했다. 그러나 파네타 장관이 부임하자마자 없던 일이 되었다. 신임 장관은 총 50억불이 소요되는 이 사업에 단 1달러도 배정하지 않았다. 가족 동반이 어렵다보니 전문성이 뛰어난 중견 장교 보다는 총각을 선호하는 풍조가 일반화되었다. 기혼자는 한국에 오래 근무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한미군의 수준이 저하되고 있다.

그리고 주한미군 측은 올해 들어와 계약직 군무원이나 한국의 노무자 채용 규모를 절반으로 줄였다. 동두천에서는 쫓겨난 한국인 근로자들이 2사단 정문 앞에서 부당 해고를 항의하고 있다. 역시 돈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한미동맹이 강화되었다는 가장 큰 성과로는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된 억지력(extended deterrence)이 국방장관 회담에서 명문화된 것을 꼽는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국민들에게는 마치 미국이 많은 국방비를 한국 안보를 위해 쓰는 것처럼 잘못 알려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확장된 억지력이란 일종의 개념에 불과한 것이고, 지금 한미 간에 논의되는 수준은 개념연구 차원에 지나지 않는다. 확장 억지력에 포함된다고 하는 한국 영공의 ‘하층 방어’는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실체가 없다. 

이명박 정부는 당장 국방과 외교, 경제 분야의 최고 인재를 모아 '한미동맹 긴급 점검 TF'를 만들어야 한다. 작년 10월 말의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파네타 미 국방장관은 2시간 30분간 장관 회담 중 1시간 30분 동안 돈타령을 했다. 한국이 빨리 국방예산을 증액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 걸 눈치 챘다면 현 정부는 미국의 슈퍼위원회가 재정삭감 규모 합의에 실패했던 지난해 11월에는 한미동맹에 대한 긴급 대책을 수립했어야 했다.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자주국방을 하든지, 아니면 평화공존 정책으로 전환하든지 어떤 대책이라도 나왔어야 한다.

지난 1월 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인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의 유지 : 21세기 방위를 위한 우선순위’에 대해 “재정 위기에 처한 미국이 지상군 병력을 감축하면서 2개의 전쟁전략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유사시 미 증원군 규모는 10~2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69만 명의 증원군을 전제로 한) 작전계획 5027도 수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도가 나오고도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의 국방력 감축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한다. “역사상 한미동맹이 가장 좋다”는 자기최면에 빠져서 미국의 상황 변화를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게다가 재정긴축 프로그램이 강제 시행된다면 2013년부터 국방비에서 6천억 달러를 추가 삭감하는데 미 의회예산국은 이에 대해 “국가안보에 치명적 영향이 우려 된다”고 말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테러와의 전쟁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전쟁비용과 세금, 미국의 재정파탄


돈과 전쟁의 상관관계는 너무나 뚜렷하다. 미국은 200년 전에 네덜란드와 프랑스로부터 돈을 빌려 독립전쟁을 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 해밀턴은 “현명하게 조달된 국가의 부채는 국가적인 축복”이라고 했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은 이 빚을 성실하게 갚아서 신용을 유지했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에서 미국은 외국에서 차입 없이 국내에서 국채를 발행해서 전쟁을 수행했다. 윌슨 대통령 시절에는 전비의 3분의 1,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에는 전비의 2분의 1을 국내 빚으로 해결했다. 이로 인해 늘어난 부채를 미국 정부는 신속하게 갚았고 높은 신용을 유지했다. 전쟁 후 긴축을 통해 건전재정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국채를 사자”는 캠페인이 효과를 발휘했다. 이러한 조세와 국채를 통한 전비조달 방식의 성공은 미국이 강대국이 된 결정적 요인이었다.

유독 한국전쟁만 빚 없이 재정으로만 전비를 충당했는데, 이는 건전한 재정운용에 힘입은 바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의 전쟁으로 재정능력이 고갈될 즈음에 트루먼 대통령은 서둘러 중공과 휴전협정을 추진했다. 확전을 주장하는 맥아더 장군을 해임하고 서둘러 전쟁을 종결 한 후 대규모 감군과 군축으로 다시 건전한 재정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골드만삭스 임원인 로버트 호메츠는 그의 저서 ‘자유의 대가’에서 20세기 미국의 군사적 성공은 막대한 세수, 대규모 국채발행, 가공할 무기제조 능력으로 꼽았다. 그러나 재정 능력을 넘어서는 전쟁을 수행하면 미국의 정부는 파산의 위기로 간다. 

바로 그런 위기가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서 나타났다. 최초 예상한 전비보다 20배가 넘는 1조 달러를 지출한 데서 시작되었다. 2002년 9월에 로렌스 린지 대통령경제보좌관이 이라크 전쟁비용은 1천억에서 2천억 달러로 예상하자 럼스펠드 장관이 발끈했다. 2003년 1월에 럼스펠드 장관은 ABC 방송에 출현해서 로렌스 주장은 허풍이라고 공격하며 이라크 전쟁비용 추정치는 500억 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전쟁이 일어난 뒤인 2003년 5월에 월포위츠는 워싱턴 포스트가 “전쟁비용과 전후 복구에 95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보도한데 대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뒤이어 국제개발처 처장은 이라크 재건을 위한 원조액은 17억 달러 정도 밖에 안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 당시 네오콘들은 이라크 전쟁과 복구야말로 가장 돈이 적게 들 것이라고 보았다. 이라크 복구비용은 이라크의 풍부한 석유를 팔아서 충당하면 된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라크에 왜 돈이 들어가야 하느냐는 반론이다. 월포위츠는 하원에 출석하여 증언하면서 “향후 2~3년 내에 이라크의 원유수입이 500~1천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미국 국민이 이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일은 없다고 호언장담하였다. 이런 낙관론을 배경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은 2003년에 향후 10년 간 3800억 달러에 달하는 감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쟁 중에 미국의 모든 대통령은 증세를 했음에도 거꾸로 감세를 한 유일한 대통령이 조지 부시다. 그러나 그 후에 이라크 전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재정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바야흐로 미국의 재정이 파탄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 선 것이다.



중국에서 돈 빌려 중국 견제?


미국이 믿는 구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재정이 악화되니까 미국은 국채를 발행했다. 미국의 정부 국채 시장은 총 9조 달러에 달했고 외국 투자가들과 외국 정부들이 이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믿어지던 미국의 국채는 무리 없이 팔려나가 재정위기는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또 하나의 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로부터 시작된 부동산 붕괴와 연이은 금융위기가 미국을 덮치자 이미 악화된 재정에 치명타가 되었다.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은 끔찍한 진실에 경악했다. 독립전쟁 당시와 같이 앞으로 미국은 외국에서 돈을 빌려 전비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세금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능력을 지탱하는 것은 국가 채무이고, 그 덕분에 국방력이 유지된다. 미 재무성이 발행한 9조 달러 증권의 절반을 외국 투자가와 정부가 매입하였고 그 중에서도 중국이 1조1천억 달러로 가장 큰 비율을 점하고 있다. 즉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돈을 빌려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력을 유지한다는 역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21세기 초에 미국은 독립전쟁 이래 처음으로 외국의 자본에 의존하는 전비조달체계로 회귀했다. 이런 미국은 전쟁을 수행할 자신감과 배짱을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중국 견제? 웃기는 얘기다.

이러는 동안 한미동맹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주한미군의 1개 여단과 아파치 헬기 대대가 이라크로 차출되었고, 주한미군은 3만 7천명에서 2만8천명으로 감축되었다. 한반도 전구를 담당하던 펜타곤의 정보 분석 요원들은 아프간과 이라크 전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떠난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니 첩보가 있어도 이를 분석할 요원이 없어 북한에 대한 정보 공백이 발생했다. 이에 놀란 우리 측 합참의장이 두 번이나 미국에 서신을 보내 대책을 축구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이후 지금껏 미국에 의존해 온 정보, 탄약과 같은 핵심 분야에서 미국은 전면 손을 뗐다.  현대의 전쟁양상의 가장 큰 특징은 천문학적 비용이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의 재정도 파산으로 인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둘 경우 미국은 결코 재정 파탄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확고하다. 이라크 전쟁은 단 한 번의 예외였고, 그만큼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라크 전쟁으로 미 육군과 해군 장비의 40%가 노후화되었고, 모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철군을 서두르고 있고 지상군 병력을 8만 명 감축한 49만 명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런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에서 군사력을 증강한다고 하면 누가 그 말을 믿을까?

믿는 당사자는 오직 이명박 정부 밖에 없다. 이제 미국의 재정적자와 부채는 2020년까지 13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돈으로 1경 4781조원이다. 이걸 두고도 한미동맹이 이상 없다고 말하는 정신 나간 당사자는 이명박 정부 밖에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여기에 보수 언론까지 맞장구치면서 발아래 땅이 갈라지는 위기를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한다는 데 있다.

본격적으로 미국 정부의 재정이 긴축되는 2013년부터 시작될 동맹의 붕괴를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물론 가장 간편한 해결방안이 있다. 전쟁을 포기하고 평화공존과 협력으로 가는 것이다. “인류가 전쟁을 끝장내지 못하면 전쟁이 인류를 끝장 낼 것이다”라는 케네디 대통령의 말대로 한반도에 평화공존에 올인하는 정책으로 가면 그만이다. 그러고도 북한의 위협이 의식된다면 북을 자극하지 않고 대화를 추진하면 된다. 이제껏 북한이 도발했다는 여러 안보위기 사건들도 사실은 우리가 동기를 부여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하기 나름이다. 국방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미국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자력으로 한반도 방위가 가능한 노무현 대통령의 협력적 자주국방을 계승하면 된다. 이건 한국군에게도 발전의 기회를 부여하는 매우 좋은 일이다. 바로 이런 재정상의 문제가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가장 확실한 이유가 될 것이다. 바로 2013년에 한국의 대통령이 맞이할 시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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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