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육군본부, 합참의 이상한 작전지휘 사건내막

 

D&D Focus 2010년 5월호



합참과 해군의 비정상적 작전지휘,

천안함 사건 이후 악순환 불렀다!



 

합동성 토론회 날 무너진 합동성


지난 4월 26일 오후 1시, 대전의 육군 교육사령부 대강당.

이상의 합참의장이 수개월 전부터 야심적으로 준비해 온 합동성 강화 대토론회에 육․해․공군 총장을 비롯한 각 군의 주요 직위자들과 미 합동전력사령부(JFCOM)의 후버 부사령관, 국내의 다수 군사전문가 등 약 150명이 모여들었다. 이상의 합참의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이번 토론회는 합참 주도하에 각 군의 전력을 어떻게 통합운용하고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것인가라는 ‘합동성 강화 방안’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1시에 시작된 1부는 권태영 박사(한국전략문제연구소 연구위원)가 ‘우리 군의 합동성 강화 실태와 발전방안’에 대한 기조발제와 후버 부사령관의 ‘미군의 군사변혁 및 합동성 강화 사례’ 발표로 이어졌다. 이어 2부에서는 ▲ 우리 군의 합동성 실태와 발전방안, ▲ 합동군사교육훈련 및 인사제도 발전방향, ▲ 합동전투발전 및 합동실험 발전방향 등을 주제로 전문가 발표와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합참 전력발전본부가 주도가 되어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가장 논란이 된 대목은 앞으로 합참이 전력에 대한 소요를 실험․검증하고 합동직위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권한이 대폭 강화된다는 점이다. 당연히 육․해․공군 총장의 기득권이 침해되는 예민한 사안들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민구 육군총장, 김성찬 해군총장, 이계훈 공군총장의 표정이 썩 밝아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작전과 군령에 전념해야 할 합참의장이 군정의 영역까지 넘보면서 각 군 총장들을 불러 모았다는 사실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을 터. 결국 이날 토론에 대한 불만은 김성찬 해군총장으로부터 가장 먼저 표출되었다.

“나는 합동성을 강화한다는 대의에는 찬성하지만 오늘 토론의 방향에 문제의식을 느낀다. 한국군이 자칫 물오리가 되자는 얘기처럼 느껴진다. 물오리는 물에서 헤엄도 치고 땅 위에서 걸으며 공중으로 날기도 한다. 얼핏 보면 이런 군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로 합동성이 얘기되어서는 곤란하다. 물에서는 상어처럼, 땅에서는 호랑이처럼, 공중에서는 독수리처럼 싸우는 군이어야 한다. 즉 각 군의 전문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합동성이라는 명분으로 다 섞어놔서 결국 물오리가 되자는 얘기는 아닌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

뒤이어 한민구 육군 총장은 합동성을 명분으로 착수된 합참의 2단계 조직개편으로 전력발전본부가 신설되었으나 합동직위에 육군의 비율이 너무 낮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범 국방차원의 통합과 합동을 강조하는 합참과 각 군의 전문성과 고유성을 주장하는 각 군 본부 사이에서 날카로운 신경전이 이어졌다. 어쩌면 총장들은 의장이 이런 일로 자신들을 불러 모았다는 것 자체가 비위를 거스르는 일이었다. 이상의 의장은 ‘창군 이래 최초의 토론회’라며 애써 합동성 구현의 대의를 강조했으나 아직도 갈 길은 멀었다.  

전력발전본부장인 박정이 중장은 공식적인 토론회에서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무언가 비공식적인 소통이 필요했다. 이날 토론을 마치고 육․해․공군과 한미연합사 3성 장군급 이상 직위자들은 별도의 만찬이 계획되었고, 이튿날인 토요일 휴무에는 각 군 주요직위자들과 골프 회동도 준비되어 있었다. 서둘러 토론은 정리되었고 참석자 중 주요직위자들은 오후 6시 만찬이 개최되는 유성의 계룡호텔로 서둘러 자리를 이동했다.

우리 군의 핵심 직위자들이 이처럼 만찬과 다음날의 한가한 휴일의 골프회동을 기약하며 한 자리에 모여 있었던 것은 결과적으로 군사 대비태세의 ‘취약시기’가 되고 말았다. 비공식적인 소통과 친선을 도모하는 동안 서해의 어두운 수중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초유의 비상사태가 다가오고 있었다.

각 군의 의기투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만찬을 주재한 이 의장은 와인 잔을 높게 치켜들며 건배를 제의했다. 3시간이 채 안 되는 만찬을 마치고 일일이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난 합참의장이 상경하기 위해 서대전역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 22분. 백령도 인근에서 천안함이 두 동강난 바로 그 시각이었다.


    

합참, 고속정 근접 접근을 지시


9시 27분에 고속철(KTX)에 몸을 실은 이 의장은 휴식을 취했다. 이 의장이 천안함 침몰에 대한 최초보고를 받은 시각은 기차가 거의 서울에 도착할 무렵인 10시 11분경이었다. 이때는 이미 9시 45분에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사건을 보고받은 합참이 청와대 위기상황실로 사건을 보고한 지 26분이 지난 시점이다. 또한 10시에 청와대가 안보관계장관회의 소집을 결정하고도 11분이 지난 시점이다. 사건 발생 이후 49분 간 군 최고지휘부가 공백이었던 셈이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합참의장보다 3분 더 늦게 보고 받은 점을 고려한다면 청와대가 위기관리체제로 전환된 시점에서도 오직 국방장관과 합참의장만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사건의 초동 단계에서 이러한 ‘지휘의 공백’은 우리 안보태세에 있어 심각한 결함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국회 국방위에서 “전쟁 나면 한 시간 뒤에 보고 받을 거냐”며 국방부를 매섭게 질타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러한 보고지연을 “합참 지휘통제반장의 보고착오로 인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합참의 구조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실이라면 이러한 해명에 고개를 젓는다.

합참에서 주요 직위를 거치고 전역한 한 예비역 대령의 말이다.

“합참의 지휘통제실 책임자는 잘 진급이 안 되는 자리다. 그러나 대체로 여기에 근무하는 실장은 자신도 언젠가 합동작전과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죽어라고 일한다. 그의 첫째 임무가 바로 보고 철저다. 오직 그걸 잘하기 위해 근무하는 지휘통제실장이 보고에 태만했다면 누가 이걸 믿겠는가? 이건 필경 하급자에게 뒤집어씌우기가 아닌지 의혹이 생긴다.” 

그러나 기자의 취재 결과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 직후부터 현재 이르기까지 우리 군의 작전지휘에는 더욱더 이해할 수 없는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을 지휘한 합참이 스스로 합동성에 대한 이해 결여와 부적절한 작전지휘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각 군에 합동성을 말하기 전에 합참 스스로 합동성 구현을 위한 인력구조를 마련하지 않음으로써 천안함 사건을 지휘하는데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난 것이다. 한 군 관계자는 사건 직후 구조과정에서 “합참이 우리 고속정을 조속히 천안함에 접근하도록 독촉했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고속정이 침몰하는 천안함 선수에 근접시키면 높은 파도가 일어 생존 장병이 더 위험해지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와 같은 지시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었다. 바다에 대해 잘 모르는 합참이 무엇을 해군에 위임하고, 무엇을 지휘할 것인지를 구분하는 일은 애초 불가능했다. 이 관계자는 “초동단계에서 이 같은 부적절한 지시는 여러 번 있었다, 그 결과 해군은 구조작전의 어려움 외에 합참의 부적절한 간섭과도 싸워야 했다”고 말한다. 한편 교전이나 다름없는 긴박한 상황에서 공군 전투기 편대도 사건 발생 1시간 14분이 지난 밤 10시 36분이었다. 긴박한 사태에서 각 군의 가용전력을 체계적으로 통제하는 모습이 보여 지지 않았는데, 이것이 바로 합동성의 결여다.

합동성이란 각 군의 전력에 대한 이해와 존중에 기초한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유사시 긴급 상황에서 각 군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합참이 갖는 합동성의 핵심이다. 그러나 바다에 대해 잘 모르고, 각 군의 대응전력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그것이 바로 합동성이 결여된 것이다.

현재 합참의 작전지휘 계통을 보면 합참의장(육사 30기), 합동작전본부장(육사 32기), 작전참모부장(육사 35기), 작전처장(육사 38기), 합동작전과장(육사 41기)로 주요 직위자 전원이 육사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통상 이 5개 직위가 현행 작전을 지휘하는 핵심 라인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특정군에 완전히 편중된 현 지휘구조는 합동성과 동떨어진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합참 작전참모부는 이 직위 외에 대령급으로 해상작전과장, 공중작전과장, 통합방위과장 등을 운용하고 있으나, 이들은 주로 자기 분야에만 정통하지 각 군 간의 협조된 합동작전은 엄연히 합동작전과 소관이다. 이번 사건의 언론브리핑을 도맡아 한 이기식 준장은 해군 출신(해사 35기)인데, 그는 현행 작전을 직접 지휘하는 계선에서 벗어난 정보작전처장이다. 작전의 핵심 직위자들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계선 밖에 있는 해군 출신인 이기식 준장을 앞세운 것이다.

한편 위에서 거명한 작전의 주요 직위자들이 육․해․공군 합동작전에 정통한 합동작전 직위 출신이 아니라 대부분이 육군 야전 작전참모 출신이거나 육군본부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들로 알려져 있다. 이상의 합참의장은 영관급 이후 국방부와 합참의 정책직위 경력이 전무하고 오직 야전 사단, 군단, 군사령부에서 잔뼈가 굵은 육군 야전파 군인이다. 전임 김태영, 이상희 의장이 합참과 국방부 핵심 직위에서 경력을 쌓은 것과 대조적인 경력을 갖고 있어 부임 당시부터 의외의 인사로 거론되었다.



작전참모부는 ‘제2의 육군본부’


합동작전본부장인 황중선 중장은 합참에서 작전처장을 역임했고 연합사에서 작전차장을 역임한 유일한 작전통으로 그나마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작전참모부장 K 소장은 합참 근무 경력이 없고 주로 육군본부에서 근무한 인물로 현 직위와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다. 작전처장 Y 준장의 경우에도 합참 근무 경력이 없고 앞의 K 소장의 경우와  유사하게 ‘순수 육군본부’ 출신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하다. 합동작전과장인 B 대령의 경우 방위기획과에서 1년 정도 근무한 경력이 합참근무 경력으로 꼽혀지지만 이 역시 합동작전의 역량을 검증하기는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방위기획과 근무 후 육군본부로 갔다가 현 직위로 진출하여 역시 의외의 인사로 평가되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그동안 군이 합동작전에 정통하도록 오랜 시간에 걸쳐 양성된 인재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영관급 시절부터 합동작전 직위는 진급이 보장된 작전의 최고 선망의 자리이고, 이 분야에서 양성되면 야전과 합참 등 상위정책직위를 번갈아가며 보직이 관리된다. 군은 통상 이러한 인재 풀을 미래 한국군의 합동작전을 책임질 핵심역량으로 관리해 왔다. 그런데 이번의 작전의 핵심 라인에는 ‘순수 육군본부’ 출신들 외에 합참의 작전통 출신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없다. 그것이 천안함 사건 직후부터 보여 진 합참의 작전지휘 품질을 저하된 요인임에 분명하다.

그러면 과거 합참의 작전 라인에서 핵심직위를 역임한 인사들의 현 주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전처장 출신인 L 소장(육사 35기)은 현재 육군본부 개혁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합참 작전과는 한참 동떨어진 직위다. 역시 작전처장 출신인 K 소장(육사 36기)은 현재 부사관 학교장으로 사실상 좌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는 합동작전과장, 작전처장을 역임하여 유력한 진급 대상자였으나 1차 진급에서 탈락하고 ‘직위 진급’으로 소장 진급 후 현 보직으로 좌천되었다. 그 후임자였던 S 준장(육사 37기) 역시 작전처장 역임 후 진급에서 실패한 후 현행 작전과 무관한 국방부 정책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S 준장의 진급 탈락은 진급인사에서 최대 이변으로 불린다. 역시 합동작전과장 출신인 K 준장(육사 38기)은 현재 한미연합사 작전처로 진출하였는데, 이 역시 현재 합참 작전에는 관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역시 합동작전과장 출신인 J 대령(육사 39기)의 경우 2차 진급마저 실패하고 현재 3사관학교로 좌천되었다. J 대령은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한국군 작전개념을 최초로 입안한 인물임에도 등용되지 못하였다.

이렇게 보면 합참이 요구하는 합동작전의 인재풀은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고 현재 합동작전은 육군본부에 의해 ‘정권 교체’된 셈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지난 정부에서 육군 만 개혁 대상으로 몰려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 다수의 육군본부 불만세력들이 기존의 합참 작전통들을 의도적으로 흠집 내고 여기에 군 정보기관까지 가세해 합참 작전의 기반을 체계적으로 파괴한 결과라는 시각이 있다. 즉 정치논리로 국방의 인력구조를 왜곡시켰다는 주장이다. 지난 정부에서 합참의 주요 요직을 역임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우수 인재들이 대거 좌천된 결과 군이 스스로 그 부작용을 자초했다는 점은 앞으로의 군 작전지휘에 어두운 일면을 드러내고 있다.

   

 

국방부 차장이 합참 작전 지원


합참 작전부장 출신인 박정이 중장은 현재 합참 전력발전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합참 작전출신 중 합참에 근무하는 유일한 인물인 셈이다. 그러나 이 직위는 현행작전과 역시 무관하다. 이번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단장으로 그가 낙점되었다는 사실은 사뭇 의미심장해 보인다.

현재 합참 작전 직위자들이 합동작전의 경력이 없이 사단, 군단, 군사령부 수준의 작전에 주로 관여한 육군 야전파라는 사실은 우리 군의 작전수준을 지상군 작전으로 격하시킨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다. 합동 작전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과 같다. 악기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 거대한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지휘자들은 모든 악기에 정통해야 하는데 현재 합참의 구조는 지휘자를 내쫓고 바이올린 주자가 대신 나서서 지휘를 하는 것과 같다. 그러다 보니 다른 악기의 효과음은 제한되고 특정 악기의 독주가 시작될 수밖에 없다.

현재 천안함과 같은 비상사태에서 합참 작전본부는 국가 위기관리 본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군사정세에 대한 통찰력과 국가 위기관리 차원에서의 현 군사력의 효과를 최대한 발휘하는 수준 높은 합동작전이 나와야 한다. 그러한 노력과 구상과 계획을 입안한 핵심역량이 현재 합참 작전본부에는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마치 이는 작년 6월에 국방부가 지난정부의 ‘국방개혁 2020’을 대폭 수정한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재가 받던 당시의 취지와 비슷하다. 국방부는 “향후 남북한 간 전쟁은 대규모 지상군 교전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해․공군 전력을 삭감하고 육군의 전차, 장갑차, 자주포, 무인정찰기와 같은 지상 기동․화력분야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이 당시부터 육군본부를 중심으로 “지난 좌파정부 10년 간 국방개혁은 해․공군에 편중되었다”는 소위 ‘잃어버린 10년’이 공공연히 거론되었다. 당연히 국방개혁 수정의 방향은 과거 육군 야전 중심으로 회귀하려는 것으로 구체화되었던 것. 이러한 기조는 육군의 야전사령부 작전참모 출신들이 대거 합참에 진입하면서 그 절정을 이룬다.

그러나 이러한 인력구조는 이번 천안함 사건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드러냈다. 합참의 해양 작전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작전 양상을 설명하면서 해양에 적용되는 ‘해역’, 또는 ‘수역’이라는 말 대신 ‘지역’이라는 표현하는 구사한다든지, 구조작전 시에 고속정을 침몰 직전의 선수로 붙이라고 지시한 일, 지상에서의 순찰과 다른 ‘무작위 초계활동(random patrol)’이라는 해군의 초계활동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설명 자료를 작성하는데 애로를 겪은 일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백령도 일원의 군사정세를 정확히 이해하고 비상사태에서 각 군이 갖고 있는 특성과 장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 기반 위에서 어떻게 작전의 판을 짤 것인지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와 각 군 간의 소통 및 실행력의 결여, 즉 합동성이 결여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 결과 구조 작전 중 해군의 핵심전력 대부분이 접적지역이 백령도 인근에 대거 집결하여 북한에 노출되는 대비태세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이명박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백령도 방문으로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야 할 해공군의 핵심전력이 비정상적으로 경호작전에 투입된 일 등등, 이번 작전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특히 합참은 작전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끌려 다니는 존재였다. 작전의 중심과 목표는 무엇인지, 통찰력 있게 각 군을 지도하는 군사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합참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내재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기자의 취재결과 천안함 사건이 벌어진 지 정확히 5일째 되는 3월 30일에 합참 작전처장을 역임한 S 준장, 즉 현재 국방부 정책차장이 자신의 업무도 아닌 합참의 작전참모부를 지원하는 임무로 차출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현재 합참 직위자들이 합동작전을 지휘통제 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비롯된 촌극이다. 비상사태에서 능력이 있는 인물이라면 팔 걷어 부치고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겠으나 현재 합참의 직위자들이 엄연히 보임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매우 비정상적이다. 이번 천안함 사건 직후부터 합참 작전본부의 주요 직위자들이 거의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된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해군의 이상한 지휘체계

  

이와 같은 비정상적 인력구조에서 해군이 현재 합참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은 상당한 것으로 보여 진다. 해군은 사건 초기부터 정상적 지휘계통과 별도의 ‘해군 핫라인’을 가동시켰다. 청와대 국방비서실에 근무하는 해군 대령에게 사적으로 사건 발생 사실을 통보하여 결과적으로 국방장관과 합참의장보다 대통령이 먼저 사건 발생 사실을 알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해군의 사적 라인이 공식 라인보다 더 신속했던 셈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김성찬 해군 총장, 박정화 해군 작전사령관, 김중련 합참차장이 모두 해사 30기 동기생이다. 총장 부임 후 일주일 만에 벌어진 천안함 사건으로 후속 인사가 연기되자 졸지에 해군 핵심 지휘라인이 진급의 경쟁자였던 동기생으로 채워져 있다. 천안함 사건이 작전사령관과 합참차장의 ‘정년 연장’에 기여한 셈이고, 이로 인해 당분간 해군은 비정상적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은 해군 총장이 국회와 언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현장에 나가 현장 지휘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거듭 연결된다. 해군의 주요 직위자들이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아무리 불가피했다고 하지만 총장은 총장 역할이 있는 것인데, 총장인지 작전사령관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이러한 부적절한 인력구조에서 현재 해군에서는 이 난국을 타개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체제가 최근 거듭되는 해군의 링스 헬기 실종 및 불시착 등 악순환을 불러일으키는데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은 아닐까? 왜 하필이면 우리 합참과 해군이 가장 취약한 시기에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는지, 우연의 일치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군령과 군정 사항이 혼재되어 있고, 사건에 대한 성격 진단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현행 대비태세와 작전에서 명확한 지향점과 중심점도 보이지 않는다.

바로 총체적인 무능력이다.  

기자가 접촉한 상당수 장교들은 합참의 무능력을 강도 높게 거론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가지 일화. 현재 합참의장실에는 대령이 자그마치 4명이다. 보좌관, 정책과장, 의전과장, 정책협력담당관이 그들이다. 예전의 김태영 의장 시절에는 2명이던 대령의 숫자가 배로 불어난 것은 현재 합참의장이 합참 업무를 모르기 때문에 참모부서의 업무를 의장이 알 수 있도록 번역해주는 기능이 추가로 필요하게 되었고, 이것이 의장실의 대령 증원의 배경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이 사실상 합참의장 역할까지 하고, 국방부 정책차장이 합참 작전처장 역할까지 하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에 김태영 장관은 이상의 합참의장과 동행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국군통수에 있어 합참의장은 핵심적인 인물임에도 제외된 것이다. 

한편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합참의 작전예규 변경, 서해상에서의 교전수칙 변경 등 예민한 문제를 처리하면서 서해 NLL 일원의 군사정세의 변화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는 전략적 통찰력이 필요했었다고 주장된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대청해전 이후 해안포 사격 훈련 등 과거와 다른 ‘비대칭적 대결태세’로의 변화를 모색해 왔다. 따라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새로운 무력충돌의 위험이 고조된 상황에서 과연 서해 일원을 과거와 같은 양상으로 방위할 수 있겠느냐는 새로운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야 했다. 한 예비역 육군 대령의 설명이다.

“우리가 지․해․공 전력을 압도적으로 동원하여 응징하겠다는 태세만 갖추면 북한은 스스로 굴복할 것이란 안이한 인식을 갖고 이 문제를 접근한 것은 아닐까? 급기야 이번에 원인불명으로 천안함이 침몰하는 사태를 겪었지만 현재 합참의 역량으로 그 교훈이 제대로 토론이나 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이와 함께 예비역들은 사건 발생 이후 군사적 대응태세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또 다른 한 육군 예비역 대령의 말이다.

“천안함이 어떤 원인으로 침몰되었든지 간에, 예컨대 내부폭발이건 외부 공격이건 그 원인을 불문하고 이번 사태는 비상사태였다. 그런데 군사대비태세를 관장하는 국방의 최고 지휘부나 군 수뇌부가 이번 사태를 단지 재난구조 쯤으로 인식하고 대응하려 한 것 아닌가? 그러한 안이함이 결국 국방장관의 대국민 담화가 사건 발생 22일이 지난 4월 16일에야 나오는 촌극으로 이어졌다. 이 담화는 처음부터 나왔어야 한다. 결국 22일 간 대한민국은 정치적 리더십의 마비상태였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고 관리하는 역량의 결여다.”

한편 일부 국방부와 합참의 육군 장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양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며 “그간 타군의 작전에 대한 인해부족은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위기는 벌써 오래 전에 합참의 부적절한 인사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데 장교단의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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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