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점령전에서 성공한 적이 없다 국제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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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실패한 수단


 

미국은 2차 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을 점령한 이후 지난 60여 년간 단 한 번도 외국을 무력으로 점령하여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한국전에서도 실패했고, 월남전에서도 쫓겨 나오다 시피 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에 카스트로가 사회주의 국가선언을 하자 다음날인 미 중앙정보국(CIA)이 주축이 돼 쿠바 망명자 1500명으로 '2506 공격여단'을 창설해 쿠바의 피그만을 침공하였으나 실패했습니다. 이 일로 미국과 카스트로 대립이 격화되어 그 이듬해 ‘쿠바 미사일 위기’가 발생하여 하마터면 3차대전, 즉 핵전쟁이 일어날 뻔  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도 1992년에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하여 ‘희망 회복작전’을 수행하였으나 작전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쫓겨 나왔습니다. 지금 소말리아는 해적의 본거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2003년에 이라크를 침공할 때는 단 3주 만에 전쟁을 종료하고 이후 3개월이면 이라크를 안정화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안정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4천명이 넘는 미군이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군대를 철수시키려 합니다. 아프간에서는 오는 4월이 되면 탈레반 총공세가 예상됩니다. 지금과 미국과 그 동맹국 군대는 속속 아프간에서 빠져 나오고 있습니다.

성공한 전투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91년의 걸프전쟁은 40여일 간의 공지전투로 쿠웨이트에서 퇴각하는 이라크 군대 10만 여명을 고속도로에 가둬놓고 이 잡듯이 격멸했습니다. 1999년에는 나토군을 주축으로 코소보에서 78일 간 공중 작전으로 유고의 핵심부를 공격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두 번의 전투는 점령전이 아닌 매우 제한적인 목적의 군사작전이었고, 정치적 안정과 평화구조를 창출한 전쟁이 아닙니다. 이 외에도 미국이 수행한 많은 전투는 인류의 지식체계를 바꾸는 최첨단 무기체계와 선진적인 전쟁수행 가능성을 입증해 주는 진화의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전투에서는 화려한 무기체계로 승리하였으되, 그 전투의 궁극적인 목적인 적대관계의 청산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악화되었습니다.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외국의 영토를 점령하여 전쟁의 목적을 달성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유럽과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동아시아 어디를 보아도 성공사례 ‘제로’입니다. 냉전시대에 미국과 같은 강대국도 하나의 국가를 완전히 굴복시킨 적이 없었고, 군사작전이 지속적인 평화구조를 창출한 사례도 없습니다. 그것이 ‘정의의 전쟁’이건, ‘예방전쟁’이건, ‘인도적 전쟁’이건 어떤 명칭으로 포장되었든 간에 공통점은 단 한 가지, 실패했다는 겁니다. 인류 지식의 총아라 할 수 있는 군사과학기술 혁명을 기반으로 최첨단 무기체계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전장관리 기법은 선보인 그 화려한 전쟁들에서 우리는 승리자를 본 적이 없습니다. 모두가 패배자였습니다.



네오콘식 세계관은 몰락


천단 군사과학기술을 핵심으로 한 미국의 힘에 대한 맹신, 문명적 우월감에 도취되어 오만과 독선을 초래한 잘못된 전쟁의 폐해는 누구보다 미국이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은 이제 새로운 전쟁을 수행할 능력마저 의심받는 상황입니다.

전쟁 3년 만에 4천명이 넘는 사망자와 1조 달러의 전비를 쓴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무엇을 바꾸어 놓았는지 살펴보죠. 이 전쟁에 미군 장교의 90%이상 참전했으며, 미 지상군과 해군이 보유한 장비의 40%가 소모되거나 노후화되어 정비대기 중입니다. 정비 적체로 야전의 전투력은 이미 현저하게 저하되어 2008년 3월 3월의 「포린 폴리시」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 전․현직 장교 3000명 중 약 60%가 “미군 전력이 심각하게 약해졌다”고 답변했습니다. 전쟁수행능력을 10으로 할 때 대만해협에서 미군의 전쟁수행능력은 4.9, 북한은 4.7, 이란은 4.5, 시리아는 5.1로 평가되었습니다. 군대생활에 염증을 느낀 웨스트포인트 출신 임관장교의 58%가 대위 계급 이전에 전역지원서를 던집니다. 이로 인해 대위․소령 장교가 3000명 부족합니다. 모병이 안 되어 법적으로 미성년자인 17세를 입대시키기 위해 모병관이 고등학교를 찾아갑니다. 고등학교 재학 시 입대하면 졸업한 것과 같은 특정을 준다는 말에 현혹되어 6주 훈련을 받고 바로 이라크 전장에 투입됩니다. 한국전쟁 때 학병과 같은 것이 지금 미국에 있습니다. 1만7000명의 전과자를 사면하는 조건으로 입대시켰습니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군 병원 시스템을 붕괴시켰습니다. 수많은 부상병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치료를 요하는 퇴역군인들로 인해 복도까지 병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참전 군인들의 이혼율과 범죄율이 70% 늘어났습니다.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군대!

미국의 안보정책에서 일방주의는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강력한 역풍을 맞았을 뿐만 아니라 미군 자체의 전쟁 에너지마저 급격히 소진시킨, 월남전 패배 이후 최악의 추락이자 전략의 붕괴입니다. 앞으로의 전쟁은 상대방을 무한정 섬멸할 수도 없고, 또 힘으로 굴복시킨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설령 상대방의 국가 시스템을 무력으로 붕괴시킨다 하더라도 그 후 안정된 질서를 창출해낼 수 있는 국제적 리더십과 문화적 역량이 준비되지 않는다는 군사작전의 목적은 결코 달성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평화구조를 창출하는데 성공한 경우를 보면 예외 없이 전쟁이라는 수단을 회피하여 대화와 협상으로 평화를 달성한 경우입니다. 90년대 이후 불가침과 평화협정을 통해 베트남, 리비아와 적대관계를 청산한 사례가 그것입니다.

결국 어떤 경우에도 한 국가의 주권을 무력으로 제한하고 굴복시킨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냉전을 거치면서 인류가 체득한 교훈입니다. 그래서 첨단 군사작전을 통한 전쟁기법의 발전 못지않게 인류는 전쟁을 회피하는 지혜도 발전시켜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어떨까?


최근 북한의 불안정 사태, 또는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다음 달부터 진행될 ‘키-리졸브’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북한 불안정사태에 대비한 훈련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언론은 물론 외신에서도 북한에서 정변, 대량탈북, 대규모 아사로 인한 폭동, 군부 쿠테타가 일어날 상황에 대비하여 한미연합군이 북한의 일부 지역을 점령하여 핵과 미사일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군사계획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에 대한 정밀폭격을 감행하는 새로운 작전계획을 미 태평양사에서 수립하였다는 외신 보도도 있습니다.

한미연합군의 군사작전 능력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북한의 핵심 목표를 마비시킨 후 과감한 군사행동으로 북한의 일부 지역을 점령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실제로 한미가 공동으로 수립한 개념계획 5029도 이제는 작전계획 수준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군사행동을 왜 해야 할까요? 도대체 그 목적이 무엇일까요?

북한의 불안정 사태에 대한 개입은 미국 주도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핵에 대한 통제권은 한국이 주장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붕괴가 곧 통일의 기회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태는 간단치 않습니다.

2006년에 곤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은 주권국가”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은 일관되게 북한이 유엔 회원국인 주권국가라는 입장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휴전선 이남의 대한민국이 북한에 대한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만일 북한에 불안정 사태가 발생한다면 미국은 중국과 이 문제를 협의하려 할 것이고 한국의 발언권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38도선 이북으로 진격하여 평양을 점령했을 때 맥아더 장관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한국 대통령 자격으로는 평양에 올 수 없다”며 “개인 자격으로 방문하라”고 했습니다. 우리 국회의원들에게도 마찬가지 요구를 하였습니다. 이건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그런 주권국가에 한국이 아닌 미국이 주도권을 갖고 불안정한 북한의 내정에 개입하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보십시오. 우선 미국이 북한 주민에 대한 민군․민사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최단 시간 내에 안정화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이건 회의적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미국은 냉전 이후 단 한 번도 그런 경우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지난 60년 동안 적대관계였던 미국에 주민들의 민심이 쉽사리 동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여 집니다. 그러면 안정화 작전은 한국군이 주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성공할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문제에 봉착합니다. 90년대에 한국 국방연구원(KIDA)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북한군의 무장해제에 소요되는 비용이 약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지뢰나 탄약과 같은 물자를 비군사화, 즉 폐기처분하는데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는 겁니다. 북한군의 무장을 완전히 해체하는데 천문학적 비용과 장시간이 소요됩니다. 또한 북한 주민의 생활안정을 위해 식량 및 물자조달, 복구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됩니다. 어쩌면 이라크보다 더 많은 전비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우리 군은 현재 전투원의 생명을 보호하는 보호 장구가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비대칭적인 북한군 잔당의 도발에 극히 취약하고 시가전 수행능력도 취약합니다. 그러면 광활한 북한에서 어떤 방식으로 안정화를 달성할 것입니까? 제대로 훈련한 적이 있습니까?

북한 불안정 사태에서 한미연합군을 북한에 투입한다는 이 발상 자체가 얼마나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쩌면 지난 냉전 시대에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끔찍한 비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는 않습니까?

게다가 북한 체제는 아직도 붕괴될 조짐은 아닙니다. 북한이 매우 위험한 불안정한 존재라고 해서 멀쩡한 주권 국가에 대해 연일 쏟아지는 군사계획 보도가 과연 바람직스럽다고 하겠습니까? 정말 북한이 망해서 우리 군대를 투입하는 그런 상황이 오면 좋겠습니까?



을지연습 당시 한미 간 논쟁


김태영 전 국방장관이 합참의장이던 2008~2009년, 8월의 한미 프리덤가디언 군사연습 당시의 일입니다. 당시 김태영 의장은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이 북한이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하였다는 가정 하에 5029를 적용하려 하자 이를 제지했습니다. 김 의장은 “작전계획 5027로 대비하자”고 주장했고 샤프 사령관은 “5029 상황이다”라며 맞섰습니다. 이에 김 의장은 개념계획 5029를 실행하더라도 여기에는 반드시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것은 “북한의 핵무기 통제를 위한 미국의 군사행동이 한반도에서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는다”는 조건입니다. 이 당시 합참의 중견 장교들은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너무 쉽게 생각하며 자신들의 의지대로 작전계획을 적용하려 하는데 대해 무척 놀랐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합참은 경솔하게 전쟁 여부를 결심하는 미국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기는 어려우며, 반드시 우리 스스로의 강력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프리덤 가디언 연습 당시 한미 군부 간의 논쟁은 한반도에서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가름하는 매우 근원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치명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자주적으로 이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준비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군사작전을 초월한 보다 포괄적인 대전략, 즉 외교와 경제력, 문화적 역량과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단 한 번도 점령 이후 안정화에 성공해 본 적이 없는 매우 ‘스투피드(stupid)'한 동맹국 군대에 우리의 운명을 통째로 맡겨서는 곤란합니다. 작금의 작전계획 5029와 관련된 논의가 위험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게다가 북한의 불안정사태를 수시로 거론하는 최근 미국과 우리 보수언론의 태도는 결국 남북관계를 회복 불가능한 냉전 시절로 되돌리는 퇴행적 사고의 산물입니다. 우리의 안보태세를 굳건히 하면서도 북한이라는 국가의 주권을 관리하는 문제는 매우 섬세하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남과 북은 최근에 서북 해역에서 새로운 결전을 준비하는 우려할 만한 징후를 보입니다. 남과 북 군사력 공히 서북해역 쪽으로 가장 치명적인 군사력을 전진 배치하는 가운데 이제는 과거의 위기관리 정책은 무용지물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한 번만 더 충돌이 일어나면 그 위험성을 가늠하기 조차 힘듭니다. 20세기를 거치면서 우리가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창출한 ‘성공한 방식’에서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이미 실패한 네오콘식 세계관에 기대어 마치 북한을 우리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다는 환상을 퍼뜨리는 ‘북한 급변사태론’은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위험한 담론 중 하나입니다.

다음 세대의 운명이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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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