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국방개혁 실패의 역사⑤ 이명박 시대 국방개혁 기본계획 국방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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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보수정권 등에 업고

육군 지상주의 부활하다


편집부


정권 따라 말도 바꾼 군 수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당시 표방한 국방정책의 방향은 이전정부에서 소홀히 했던 북한 핵, 미사일, 특수전 전력과 같은 소위 ‘비대칭 위협’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전략적 수준으로 한․미동맹을 격상시키겠다고 다짐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 선진화 국정기조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 군도 선진화와 발전의 길로 가겠다는 거창한 비전과 다짐도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정부가 수립한 국방개혁 2020의 수정이 필연적이었다. 우리 국방의 목표와 방향, 군 상부구조와 부대구조, 전력구조에 대한 기본 설계도를 담은 포괄적 국방계획이 국방개혁 2020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새로운 국방태세를 정비하는 정책의 초점은 이를 어떻게 수정할 것인가에 모아졌다.  

그러나 실제로 국방개혁을 수정하겠다는 당사자는 다름 아닌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안을 수립한 핵심인물들이었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2005년부터 합참의장으로 재직하면서 현재 국방개혁 2020을 직접 만들었다. 개혁 완료시기인 2020년까지 전력투자비 271조원 소요를 산출하여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당사자다. 국방부에서 국방개혁 수정을 주도하게 된 김경덕 국방개혁실장은 당시 합참 전투발전부장을 역임하면서 개혁안을 직접 설계한 인물이다. 한때 “더 이상 손 볼 것이 없는 퍼펙트 한 작품”, “세계 최고의 패러다임”이라고 그들의 국방개혁을 스스로 자화자찬하고 정권이 바뀌자마자 뜯어 고쳐야 한다는 주장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었다. 

이러한 의구심은 정치권으로부터도 왔다. 7월 23일은 한나라당 전당대회 다음날이다. 이날 아침 일찍 이상희 장관은 새로 선출된 박희태 대표 최고위원을 찾아왔다. 지난정부가 법제화한 ‘국방개혁기본법’을 수정해야하니 정치권이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방문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 장관이 박 대표에게 설명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정몽준 최고위원이 대표실로 들어와 이 장관이 설명하는 것을 옆에서 듣게 되었다. 이 장관의 말을 들은 정 의원은 발끈했다. “지난 정부에서 국방개혁 2020이 잘 갈수 있게 해달라고 나에게 부탁한 이 장관께서 이제 와서 국방개혁 2020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까닭을 모르겠다”며 따지고 나선 것.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넘어갈 만 했다. 문제는 다음 날.

이 장관은 측근 참모를 불러들여 “어제 정몽준 최고위원으로부터 면전에서 모욕을 당했다, 이제껏 친척의 친구인 정몽준 최고위원을 지지해왔으나 오늘부로 그 지지를 철회한다”고 말하며 받아 적도록 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정 최고위원에게 직접 전달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 장관의 메시지는 얼마 후 정 최고위원에게 전달되어 둘 사이는 극도로 악화되었다.



핵심전력, 미국에 의존한다


국방부와 정치권이 충돌한 것은 이상희 장관의 국방개혁 재검토 의지가 그 이유다. 부임한지 채 한 달도 안 된 올해 2008년 4월초, 이상희 장관은 계룡대 워크숍에 내려가 국방개혁 2020에서 제시한 미래 핵심전력은 “미국에 의존한다”며 “현존하는 북한 위협에 대비하는 새로운 전력소요를 5월말까지 제출하라고 각군본부에 지시했다. 한국군이 보강하기로 한 핵심전력을 미국에 의존한다는 발상으로 전환된 배경에는 소위 '연계전력(bridge Capability)'이라는 개념이 제시되었다. 이 개념은 2006년 윤광웅 국방장관과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를 두고 힘겨루기를 할 무렵에 처음 등장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한국이 2009년까지 전시작전권을 가져가라”고 압박하면서 2009년도에 한국의 취약한 전력은 미국이 지원해주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당시 미국은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와 관련하여 한반도 작전을 구성하는 세 가지 전력요소, 즉 ▲전환시점까지 한국이 보강할 전력 ▲전환 이후 당분간 미국에 의존할 전력 ▲ 동맹이 있는 한(life of alliance) 미국에 영속적으로 의존할 전력으로 구분하여 제시했다. 이중 첫 번째가 바로 국방개혁 2020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징후정보수집, 지휘통제, 정밀타격, 공중우세 등의 기반이 되는 전력이다. 두 번째가 소위 ‘연계전력’으로서 한시적으로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정보력과 정밀 타격능력과 같은 것이다. 세 번째는 핵우산과 같이 한미관계에서 미국의 독점적 지위가 영속적으로 보장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 장관은 우리 군이 보강해야할 핵심전력은 럼스펠드가 말한 취지와 달리 우리가 미국에 의존하는 연계전력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러한 이 장관의 발언은 미국과 사전조율을 거친 것이라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 그러나 이 장관은 핵심전력을 공백으로 남긴 상태에서 육군 군단, 사단 작전능력을 증강한다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공격헬기, 신형전차, 자주포, 사단급 무인정찰기, 장갑차와 같은 육군 기동군단 전력에 소요의 우선순위를 부여되었다. 반면에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해군 기동전단 전력, 미사일과 같은 해․공군 전력, 그리고 한국군 지휘통제를 효율화하기 위한 C4I 전력소요는 뒤로 밀렸다.



지상전력 증강 비밀 보고서


한편 이렇듯 다시 지상군 위주로 전력소요가 조정되는 배경에는 새로운 위협인식이 작용했다. 국방개혁 재검토 움직임에 불을 지른 것은 4월에 합참 작전본부가 이상희 국방장관에게 제출한 보고서 때문이었다. 비밀보고의 핵심내용은 “북한군이 기존의 군 구조를 수정하여 경보병부대로 재편되고 있고, 그 결과 북한 특수전의 위협이 괄목할만하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북한군 제2제대에 속해있던 특수부대가 제1제대로 통합됨으로써 경보병 위주의 특수부대로 재편되었다는 것을 그 골자다. 또한 북한이 전방군단에 경보병 사단을 추가로 창설하고 전방사단의 경보병대대를 연대급으로 증편하였다는 사실이 그 구체적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4월의 장관 보고회의에는 합참 작전본부와 정보본부 관계자들이 다수 참여했다. 보고서에서는 북한이 전방의 전 축선에서 압도적 무력을 바탕으로 한 대량전쟁의 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유사시 특수군으로 한국의 후방을 침투하여 일거에 교란작전을 하는 특수전을 병행하는 북한의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북한의 재래식 지상전 위협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서는 결론을 내렸다. 이 보고서 한 건이 이명박 정부의 국방정책에 미친 영향은 심각했다. 섣불리 해․공군 전력을 증강할 것이 아니라 아직도 유별나게 대북 열세인 지상군 중심으로 국방정책을 전환해야 함을 촉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북한군 평가는 이듬해 2월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특수군이 12만에서 6만 명이나 증가한 18만 명으로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새로운 북한 위협평가를 기초로 국방부는 북한 특수군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폐지하기로 한 예비군 동원사단을 존치하고 정예화하며, 기동 및 화력(전차, 다련장포, 자주포, 장갑차) 증강에 군비지출을 확대하는 것으로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수정하는 논리적 기반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국방백서의 북한 위협인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국방부는 11월로 완결되기로 되어 있는 국방개혁 기본계획의 대통령 재가를 앞두고 작년 10월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비밀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한다. “북한군의 지상전위협에 비해 한국은 열세”라며, “현 국방예산 구조 하에서는 2020년이 되어도 북한과 대등한 지상전 전력 확보가 어려우므로 재래식 전면전 위협에 대비하는 전력 보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향후 남북 간의 충돌은 대규모 지상전 교전의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므로 지상 전력을 보강하는데 국방재원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보고서에서는 밝히고 있다. 국방개혁 2020을 근원적으로 뒤집는 육군 특유의 논리였다.

그 직후부터 국방부는 2019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병력과 부대를 감축하기로 한 국방개혁 2020은 5년 정도 그 개혁 완결시기를 늦춘 ‘국방개혁 2025’로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상희 장관은 우리 군의 전력구조를 갖춤에 있어 “현존위협에는 작전적으로 대비하고 잠재적 위협에는 전략적으로 대비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여전히 재래식 전면전에 대한 대비를 우선시하는 태도였다. 육군 기동군단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방개혁 2025를 완성한 시점은 올 2008년 8월 1일, 국방부에서 개최된 ‘대장급 컴퍼런스’. 8시간 동안 진행된 이 회의에서 이 장관은 국방예산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상기시키며 기존에 계획된 전력의 우선순위를 조정한다고 말했다. 회의가 끝난 후 이어진 회식자리에서 이 장관은 참모총장들과 폭탄주를 돌리며 현 정부의 국방계획이 완결되었음을 자축했다.



육군 개혁 속도를 늦추는 시도


한편 국방부는 8월 14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계룡대 방문 시점에 새로운 국방개혁안과 방위사업청 조직개편 등 중요 국방정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방부의 동향을 관찰해 온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은 이날 이상희 장관의 대통령 보고를 차단했다. 무언가 국방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동향이 감지되었다. 특히 국방개혁의 모든 논의를 무력화하면서 육군의 개혁 속도를 늦추고 해․공군 전력 확충을 차단하려는 국방부의 수구적 태도에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행정관 상당수가 격렬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현재 육군 군단의 작전범위는 가로 30km, 세로 70km다. 국방개혁 2020에서는 이것이 100km×150km로 확장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국방개혁 2025에서는 작전범위가 더 확장된 150km×250km로 작전지역이 설정되어 있었다. 이를 위해 기존에 계획된 차기 UAV, 차기전차, 차기장갑차, 차기다련장, 자주포, 공격헬기의 소요를 반영함은 물론 미군의 스트라이커 여단이 보유한 기동 및 타격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육군 기동군단의 능력강화가 지상전을 주축으로 하는 한국적 국방태세의 본질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러한 육군 전력을 갖추기 전까지 병력감축도 전면적으로 유보해야 한다는 수구적 발상도 첨부되었다. 한편 개혁의 완결시기를 5년 늦추면서 개혁 기간 중 방위력개선비는 오히려 1조를 감축하는 270조원으로 예산을 계획했다. 이럴 경우 해군과 공군 전력소요는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육군의 포병전력이 증강되면 포탄의 고도가 1만 피트를 넘어 2만 피트에 육박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현재 우리 군의 공중 공역관리에서는 1만 피트 이상은 공군 영역, 1만 피트 이하는 육군 영역이다. 육군의 무기체계가 공군의 영역을 침범함에 따라 작전이 중첩된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러나 합참의 입장은 단호했다. 공군의 근접항공지원이 육군 포병작전을 방해할 우려가 있으니 공군이 비켜나라는 것이다. 합참 전력부서의 한 회의에서 공군이 이에 대해 항의하자 “병력이 감축되는 당사자는 육군이다. 해군과 공군은 병력이 유지되니 말하지 말라. 전력증강은 육군 몫이다”라고 한 장성이 일축했다. 이 무렵 국방부 자문에 응했던 예비역 장군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 육군은 공군의 근접항공지원 필요 없다, 육군은 포병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확산되었다. 때마침 공군의 한국형전투기사업(KFX)의 추진은 경제성이 없다는 언론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공군의 임무를 육군이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이 판명되면서 합참의 새로운 작전개념은 다시 재검토되었다. 고도로 작전범위를 나누는 것이 여의치 않자 이번에는 작전거리(km)로 나누자는 의견이 합참으로부터 나왔다. 군의 지상작전 계획에는 군 간의 각종 화력운용의 중첩을 피하기 위해 ‘사격협조선(CFL: Fire Coordination Line)이라는 것이 있다. 합참은 군단과 사단의 역할을 높이기 위해 이 선을 조정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결국 육군의 기동․화력 전력증강을 먼저 결정하고 여기에다가 작전개념을 거꾸로 꿰맞추려고 하니까 이리 맞춰도 안 되고, 저리 맞춰도 안 되는 딱한 상황이 이어졌다.  



청와대의 전격적인 개입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현 국방부와 합참은 북한의 새로운 위협과 현대전의 추세와 맞지 않게 재래식 지상전에 한국군의 역할을 고착시킴으로써 국방의 위상을 한 단계 추락시키고 있다는 혐의를 벗어날 수 없다. 결국 국방개혁 수정이 현 정부가 표방한 국방 선진화와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병력과 부대감축으로 불이익을 보는 육군에 대한 보상방안을 찾는 작업으로 전락해버렸다는 비판이다.    

8월 말, 김성한 외교안보수석 주재로 청와대에서는 새로운 국방개혁 2025에 대한 국방부 개혁실의 보고회의가 개최되었다. 김경덕 국방부 개혁실장의 브리핑을 마치고 토론 시간. 청와대를 자문해 온 국방연구원(KIDA), 국방과학연구소(ADD), 방위사업청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 수시로 국방부의 국방개혁 수정에 대해 우려를 전달해 온 터였다. 이 자리에서 백승주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방개혁 2025는 “미래 국방에 대한 시각이 결여된 정지된 시계를 보고 만든 계획”이라고 비판하여 파장을 일으켰다.

이미 국방부가 청와대에 국방개혁 수정안을 보고하기 이전인 정권 초기부터 기획재정부는 청와대 지침을 받아 ‘군 소요검증위원회’를 만들어 정밀하게 군 전력구조를 검토해왔다. 기획재정부의 재정기획관실에서는 방위사업청, 국방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민간 군사전문가를 초빙하여 합참을 상대로 전력소요의 절차와 방법, 그리고 소요의 타당성에 대해 검토했다. 그 결과 6월에는 육군의 전력소요 중 차기전차는 현 재정여건상 어렵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위원회는 국방부의 소요결정 방식은 타당성이 결여되어 국책사업에서 흔히 사용되는 ‘예비타당성제도’를 무기소요에도 도입하자고 권유했다. 그러자 회의에 참석한 합참 관계자는 “중기국방계획은 대통령 재가 사항이므로 그런 절차는 필요 없다”고 버텼다.

김성한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김경덕 국방개혁실장에게 “이제까지의 검토내용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지상군의 완전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이상희 독트린’이 붕괴되는 순간이었다.

이상희 장관은 8월말 국회 국방위 상임위에서 “9월까지 국방개혁 수정안을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계속되는 이견으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 장관은 10월 6일부터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국방개혁 수정은 “아직도 검토 중”이라며 말을 바꿨다. 이 장관의 리더십에 대해 국회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국방개혁이 좌초될지 모른다고 본 김장수 의원은 “선진 강군을 만들기 위한 국방개혁 시기를 연기하려는 시도는 절대 안 된다”며 상임위에서 공개적으로 이 장관을 비판했다.

그러던 중 10월 7일, 북한이 서해상에 10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국회 국방위는 비공개로 그 내용을 보고받았다. 이 사건을 통해 국방위는 국방부가 북한의 새로운 위협에 대해 별다르게 대비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갖게 되었다.

청와대와 국회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은 국방부는 애써 만든 국방개혁 2025를 포기하고 다시 노무현 정부가 만든 국방개혁 2020으로 회귀하기 시작했다. 병력과 부대감축은 2020의 목표를 그대로 답습하되, 기동군단을 1개 추가한 2개의 기동군단을 포함하여 2020년까지 50만명 수준의 병력과 7개 군단수를 맞춘다는 것이 수정된 개혁안의 골자다.

1년을 허송세월 하면서 국방개혁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자 이전에도 여러 차례 국방예산 효율화에 대해 언급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10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강한 어조로 국방예산의 효율화를 재차 강조했다. 

“이제껏 내가 국방예산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여러 차례 지시했는데, 아직까지 이루어진 것이 없고 보고된 적도 없다. 재차 지시하니 제대로 만들어서 보고하라.”

이무렵 청와대의 관심은 열악한 재정여건을 완화하기 위해 국방비 규모를 얼마나 감축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청와대와 따로 움직인 국방부


해군과 공군은 이미 줄초상이 나고 있었다. 이미 집권 초에 국방부는 감시권을 정찰할 수 있는 미국의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구매를 취소하고 군단 작전에서 요구되는 중고도 무인정찰기를 독자개발 하겠다는 육군 위주의 정책을 결정한 바 있다. 글로벌호크는 공군이 2012년에 창설할 정찰비행단이 운용할 전력이고 중고도 무인정찰기는 육군 군단이 운용할 전력이다.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금강․백두 정찰기, 조기경보기 전력을 통합한 전략정찰부대 운용계획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해군의 경우 3척의 이지스함과 함께 대형수송함과 여기에 탑재되는 항공전력의 구비를 통해 해양에서의 작전능력을 도약시키려는 꿈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표면적으로는 국가 재정압박 상황으로 국방비가 줄어든다는 명분이 작용했지만 육군의 경우는 국방개혁 2020 당시보다 다련장포, 신형자주포 도입계획을 3년 정도 앞당기고 애초 계획에 없었던 차륜형 장갑차를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추가하였다. 특히 차기 전차, 자주포, 다련장, 장갑차에 소요되는 우선순위가 높은 지상전력에 46조원을 투입한다는 것은 핵․공군 전력 증강을 위한 재원을 육군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도였다.

청와대의 거듭된 견제에도 불구하고 이상희 국방장관은 2009년 6월 26일에 마침내 그의 의도를 담은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재가 받는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이 대통령은 개혁문서에 서명하면서도 “국방예산에 관한 부분은 추후에 더 검토해보자”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 대통령이 국방부 계획을 전부 승인했다”고 발표하는 동시에 이제 육군 전력 확충에 더 이상의 장애물이 없다는 인식으로 경도되었다. 결국 대통령이 재가한 문서의 성격이 무엇이냐, 는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이 장관과 장수만 차관 사이에 가장 다른 인식이기도 했다. 장관과 차관 사이의 갈등은 ‘항명성 편지 사건’으로 유명해진다.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강조하면서도 지상전 위주의 국방정책이 수립되는 상황을 제어하지 못했던 이명박 정부 초기는 2010년 3월에 천안함 사건이라는 중대한 분기점을 맞이한다. 천안함 사건은 그 이전과 이후로 국방의 역사를 확연히 가를 정도로 정치권력과 군대에 심각한 충격을 준다. 정권 초기의 모든 국방개혁 논의를 근원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를 마련한 천안함 사건에 이어 11월의 연평도 사건은 군 대응의 허점이 확연히 드러나면서 이제 ‘합동성’이야말로 군 개혁의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점을 명확히 부각시킨다. 이제 군 개혁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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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