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감염시킨 분노 바이러스, 임박한 파국의 예감 남북군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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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주초에 블로그에서도 밝혔고, 방송에서도 거듭 말했다. 최근 남북관계는 정말 우려스럽다. 이렇게 나쁜 적을 본 적이 없다. 북한이 현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한 심각한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치유하거나 증세를 억제할 통제력이 매우 부족하다. 20일 평양의 군중집회는 남측에 대한 거대한 좀비들의 물결이었다. 집단적 분노와 광기가 용솟음치는 평양의 광장에서 주민들은 형식적으로 구호를 외치지 않았다. 무한한 분노와 적개심, 흥분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모든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내려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선대와 같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안목에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며 위기를 관리할 줄 아는지, 우리는 아직 파악할 길이 없다. 그는 아직 20대의 젊은이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굳이 미사일이나 장사정포를 쏘지 않아도 수도권에 공항을 초래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전방의 장사정포가 일제히 갱도 밖에 나와 사격 준비태세를 취하기만 해도 우리는 비상사태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남한을 교란시키기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니면 북의 핵심전력이 전방에 집결하여 전투대형으로 공격준비를 하는 양상을 보여 준다면 이것만으로 심리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서해에서도 굳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할 필요도 없다. NLL 부근에 해안포를 사격하거나 공기부양정에 특수부대가 탑승하여 기습 준비만 하더라도 우리는 최고로 긴장할 수밖에 없다. 미사일이나 포탄이 발사되는 일은 없겠지만 사격 준비만 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남북의 대치상황이다.

휴전선에서는 판문점과 같이 미군이 인접한 곳에서는 군사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곳에서 은밀하고 치명적인 군사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남한의 의표를 찌르는 도발의 유형은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북은 2009년경부터 이런 종류의 각종 비정규전 시나리오를 수없이 검토해 왔다. 어떤 식으로든 행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제 우리 정부는 비상대비계획을 검토할 때가 되었다.

어쨌든 과거 정부의 햇볕정책이 북한을 관리 가능한 영역에 묶어두려는 시도였다면, 현 정부에서 북한은 관리가 불가능한 영역으로 위치를 이동했다. 그러면 북의 작은 경고 하나도 정치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정부에 없다면 비상대비계획으로 갈수밖에 없다. 20일의 이명박 대통령이 ‘통중봉북’, 또는 ‘농지개혁’ 발언을 할 때 이 정도는 예측했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분노 바이러스를 잠재울 백신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해야 할 선택은 명확하다.

긴장이 극도로 조성된 상황에서 전시에 버금가는 위기관리 정부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북한의 불안정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심각하기 때문에 ‘코리안 리스크’를 관리할 준비를 해야 한다. 막상 위기가 발생하면 오로지 응징으로만 갈 것인지, 북한과 협상을 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현 정부가 북한과 직접 협상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주변 강대국에 도움을 청해야 할 것이다. 결국 위기 시에 외교는 설 자리가 좁은 반면에 우선 군대가 주도하여 안보위기에 대처하는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개성공단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 국민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우리 측 인원을 철수시킬 것인지, 그렇다면 그 시점은 언제인지도 지금 검토할 문제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가 비상계획을 검토해보면 알 것이다. 도대체 우리나라가 전쟁을 결심할 수 있는 나라인지를. 오랫동안 평화를 누리면서 국가는 물론 심지어 군대조차도 전쟁하는 방법을 잊고 살아온 나라다. 미국에 의존하는 것 말고 우리 군대가 언제 스스로 결심하고 준비한 적이 있나? 게다가 병역면제 대통령과 그 참모들의 비전문성이 혹시 전쟁을 지도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단점으로 작용하지나 않을까?

북한이 저런 말을 했다면 이 대통령도 국민에게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이 나고 57일 만에, 연평도 사건이 나고 6일 만에 국민들에게 담화를 발표했다. 국민이 가장 불안해하던 시기에 이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위기가 나면 국민 앞에 나서는 지도자가 아니라 청와대 지하벙커로 들어가 하루 종일 회의만 했다. 그리고 새파란 여자 청와대 비서관 시켜서 잘못된 메시지나 발표했다. 국군을 통수하는 지도자로서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것인지, 말을 못하는 지도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당당하게 앞에 나서야 한다. 우선 현재의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는지부터 대통령이 직접 밝혀야 한다. 위기가 아니라면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말이라도 해야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하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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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