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무기 획득체계 개선과 소모적 논쟁 국방개혁

 

 D&D Focus 2008년 11월호


명분과 논리 박약한 국방부 획득체계 개선

청와대와 정치권이 제동 걸었다!



김종대 편집장(jdkim2010@naver.com)



말 많고 탈 많던 국방부의 획득체계개선에 대한 방안 확정이 내년 4월로 멀찌감치 미뤄졌다. 지난 인수위 시절부터 시작된 논란은 이제 1년을 넘기게 됐다.

국정감사 시작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방부의 방안 확정은 결정적이었다.

그런데 10월 6일 새벽, 갑자기 국방부는 획득체계개선 방안 확정은 내년으로 미룬다고 방침을 변경한다.

국정감사 직전에 이루어진 ‘새벽의 대전환’은 왜 일어난 것일까?

왜 이렇게 이 논란은 장기화되며 갈수록 불확실한 국면으로 가는 걸까.

디앤디 포커스는 그 배경을 추적했다. 



해군과 공군 차장, 복도에서의 언쟁


9월 16일 국방부 정책회의가 열린 국방부 중회의실.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국방부 4명의 실장과 합참의 2명의 본부장 및 1명의 부장, 육․해․공군 참모차장, 방사청 차장, 국과연 부소장, 기품원 기획조정부장 등 총 17명이 참석한 이날은 국방부가 그동안 검토해 온 국방획득체계개선방안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이날 회의에서 국방부가 준비한 획득체계개선방안은 국방부 원안대로 의결되었다. 단 기관별로 제기된 의견은 추후 검토해서 보완하기로 했다.

문제는 회의가 끝나고 난 직후.

복도에서 해군 차장과 공군 차장 간에 언쟁이 벌어졌다. 내용인즉슨 절대로 동의할 수 없는 국방부 방안에 왜 제대로 항의하지 못했냐는 것. 한 차장이 말했다.

“아니 그쪽에서는 왜 한마디도 못했어?”

그러자 다른 차장이 응수했다.

“무슨 소리. 그쪽에서 더 받아쳤어야지.”

이날 토론회에서 해군과 공군 차장은 ▲ 획득관련 상부보고 시 각군총장 배석 ▲중기계획․예산요구(안) 및 사업검토를 위한 각군 조직 현실화 ▲ 국방부 조직개편 및 정책회의 위원 구성시 각 군 균형편성, 외부 전문기관 참여를 요구했다. 얼핏 보면 획득체계개선의 핵심과는 동떨어진 부수적인 요구들이다. 결국 이날 국방부 안에 동의할 수 없는 해․공군은 제대로 주장을 펼치지 못했다. 결국 눈치만 보다가 회의는 끝났고 국방부는 원안대로 의결됐다. 그러고 나서 해군과 공군 총장은 화풀이 하듯이 복도에서 티격태격했다.

이날 의결된 내용은 9월 29일, 이상희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연합사부사령관, 각군 총장, 해병대 사령관, 정보본부장, 기무사령관, 그리고 국방부 간부 4명 등 총15명이 위원으로 참석한 군무회의에서도 재현되었다. 이날 참석자 전원은 국방부의 방안대로 동의한다고 의결서에 서명을 했다.

이것으로서 예산편성과 정책기능을 방사청에서 국방부로 이관하는 국방부 획득체계개선 제2방안이 공식으로 확정되었다. 이미 언론에는 9월말까지 엠바고를 전제로 차관이 9월 10일에 브리핑까지 마쳐 놓은 상태였다. 방사청 직원들은 중요 정책기능을 국방부가 다 가져가고 사실상 1개 국 업무만 방사청에 남겨놓을 바에야 청을 해체하는 제3방안으로 결정해달라는 분위기였다. 기능을 빼앗긴 방사청이 청으로서 존립요건이 완전히 와해될 바에야 몽땅 국방부 들어가서 조직을 운영하자는 소위 ‘트로이 목마 작전’이라 할만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국정원 보고서, 그리고 청와대


이렇듯 명확히 국방부의 입장이 결정되었음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 되었다. 9월말에는 이미 연합뉴스에서 국방부의 개선방침을 보도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0월 6일 에 시작되는 국정감사 예상 질문 답변에도 국방부가 확정한 안을 국회에 설명하는 문구로 채워졌다.

국방부의 모든 답변서와 이와 같은 기조로 작성되어 있었던 10월 6일 새벽, 아침 일찍 출근한 국방부 실무자들은 답변 내용을 변경하여 재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지시가 국방부 관련부서에 모두 전달된 시간은 오전 8시쯤이다. 그리고 10시에 국방부 국정감사가 시작되었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비공개 국정감사 시간에 국방부가 획득체계개선방안을 보고하겠다고 하자 김학송 국방위원장이 의아해했다.

“결정된 안이 없다면서 무엇을 보고하겠다는 건가”

그러자 국방부는 “결정된 안은 없으나 그동안 노력해온 사항을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국방부의 김빠지는 얘기에 첫날 국정감사는 획득체계 개선에 대한 별다른 토론 없이 유야무야 지나갔다.

그런데 9월 29일에 이미 방안을 확정하고 ‘돌격 앞으로’ 나아가던 국방부 입장이 갑자기 변한 이유가 뭘까? 일각에서는 국방부의 국정감사 ‘김 빼기’ 작전으로 설명하는 시각도 있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방사청 조직개편에 대한 공감대가 크게 미약한 상황에서 섣불리 국방부 입장을 설명하는 것보다 ‘작전상 후퇴’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더 설득력있는 또 다른 정황이 있다.

지난 9월에 발매된 월간 「신동아」는 7월에 국정원이 청와대에 “이상희 장관이 취임하면서 안 해도 될 획득체계 개선을 쓸데없이 추진함으로써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국정원은 국방부가 9월에 개선 방안을 확정하자 이를 견제하는 보고서를 재차 청와대에 제출했다. 역시 이전 보고서와 같은 취지였다.

이 보고서가 제출되고 국정감사가 임박해짐에 따라 시점 미상의 어느 날 청와대 이홍기 국방비서관이 김종천 차관에게 “무리하게 획득체계 개선을 추진하면 시끄러워지면 문제가 되니 완급조절 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청와대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획득체계개선을 청와대가 후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꽤 많이 퍼진 소문이다.

단지 청와대만 이장관의 획득체계개선을 견제한 것은 아니다. 국회 여야 의원들은 국정감사 이전에 “현재와 같은 소모적 논쟁으로 확득체계개선을 추진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이 장관에게 전달했다. 여권 한 핵심관계자의 말이다.

“획득체계개선에 대해 지금처럼 국회의 공감대가 저조한 상황에서 만일 국방부가 획득관련 법령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우리는 못 받는다’고 장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 특히 국정감사 전날인 10월 5일에 국방위원장이 이점을 명확히 했다.”

야당의 경우 국방부를 견제한 핵심인물은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안규백 의원이다. 그는 국정감사 전에 기자를 만나 방사청 조직개편 문제에 대해 “결연히 국방부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방부가 법안을 제출하더라도 이에 대해 동조하지 말라고 여당 의원을 설득하는 중이라며 “여당 의원도 매우 협조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명분이 없다”


그러면 청와대와 국회가 국방부의 획득관련 정책추진을 반대하는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한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획득체계개선은 국방부와 합참, 각군, 국방과학연구소, 방위사업청 간의 조직 이기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하여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획득체계 개선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국방예산의 효율적 사용이라든지, 투명한 예산집행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정책토론이 아니다. 단지 어느 기관이 얼마나 더 많은 기능과 권한을 확보하느냐 하는 조직논리에 벌떼같이 달라붙어 있는 상황이다. 국회가 청맹과니가 아닐진대 이런 추악한 모습을 모를 리 없다. 이제라도 모두가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정상적 상황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또 다른 관계자의 말이다.

“우리는 국방부가 이제껏 방위사업청과 획득체계의 단점만 부각시키는 국방부 태도에 질릴 대로 질렸다. 그런데 국방부는 방위사업청이 개청되고 나서 효율성이 얼마나 저하되었다는 것인지, 한 번도 근거를 제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공문서량이 얼마가 늘고 각 군의 참여가 제한된다는 지엽적이거나 그저 막연한 얘기들 뿐이다. 사실왜곡, 자의적 해석, 근거부족의 논리만을 잔뜩 펼쳐놓고서 감정적으로 방사청을 매질해 놓고는 우리보고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라’고 한다. 적반하장이다. ‘방사청이 이룬 업적은 외부로 홍보하지 말라’고 하면서 조금이라도 국방부에 불리한 언론보도가 나오면 ‘외부세력과 접촉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비열한 짓’이라고 질타한다. 이것은 국방장관과 청장이 직접 한 말이다. 소통과 조정에 무능한 국방부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이것 밖에 없다.”

이 관계자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본지는 지난 9월의 정책회의와 군무회의에서 국방부와 방사청 간에 무엇이 쟁점화되었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방사청이 비록 조직과 인력구조상 많은 문제를 갖고 있고 또한 개선이 필요한 조직이라는 점에는 많은 전문가가 공감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식의 획득체계개선 논의에는 분명히 무리한 점이 있다는 인식도 광범위하게 퍼져있음을 볼 때 국방부가 그리 유리한 것 같지는 않았다.

먼저 국방장관이 현 획득체계에 대해 가장 많이 거론하는 문제점으로는 장관이 획득업무를 통제할 수 있는 참모조직이 부재하고 방사청이 국방부 외청이어서 통제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국회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 많다. 이점에 대해서는 10월 8일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질의가 인상적이다. 홍 의원은 “어느 부처 장관으로부터도 자기가 관장하는 산하기관인 청을 체크 앤 밸런스(Check & Balance)하기 곤란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 국방부에 감사기능이 있지 않나? 청이 말 안 들으면 감사하면 되지 않나?”고 반문했다. 그래도 이 장관이 뜻을 굽히지 않자 홍 의원은 “그러면 검찰에 고발해라. 감사권 갖고도 안 된다니 고발하면 되지 않나?”고 재차 물었다. 홍 의원은 이 장관의 주장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권한? 없는 것이 아니라 행사할 줄 모른다       


그러면 장관이 과연 현 체제에서는 방위사업청을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일까? 방위사업청은 정부조직법과 국가재정법에 따라 독립적 권한이 있는 조직이다. 그러나 방위사업의 특성상 현행 방위사업법은 장관에게 일정한 조정과 통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예컨대 국방장관은 무기체계 소요결정을 국방부장관이 결정하도록 하였고 방위력개선분야 중기계획과 예산편성은 장관의 지침에 따라 방위사업청에서 초안을 작성하면 국방부가 검토하고 조정하며 통제하고 있다. 국방과학기술정책의 경우도 국방부에서 국방과학기술진흥정책서를 작성하면 청에서는 실행계획을 작성한다. 법적으로 통제권한은 이미 충분히 주어져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장관이 방위력개선사업을 통제하는데 보좌기능으로 작년 7월에 전력정책관실을 신설하여 장관이 조정․통제할 수 있는 조직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그 외에도 현 정부 들어와서 추가로 TF를 구성하는 등, 많은 장치를 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효율성에 대한 논란도 마찬가지다. 국방장관은 올해 7월 7일 열린 ‘초고유가 대응 비상대책회의’에서 한 가지 사례를 들며 현 획득체계의 비효율성을 질타했다. 102기갑여단 개편 시에 장비가 전력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대가 창설된 것은 전력계획과 부대계획이 연계되지 않은 비효율적 사례라는 것. 그러나 이마저도 사정을 제대로 알면 장관의 논리에 허점이 발견된다.

애초 소요결정의 권한이 있는 국방부는 102여단 창설을 계획하면서 장갑차 생산업체 능력과 국가 재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전력화 물량을 무리하게 결정했다. 그 결과 국회로부터 예산이 삭감되었다. 이렇게 되면 장비와 연계된 부대계획 사업 조정을 위해 국방부 차원의 업무통제가 필요한데 모든 문제를 방위사업청과 소요군에 전가하면서 효율성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국방부의 직무유기라는 반론이다. 

반면 방위사업청이 개청되고 통합사업관리제도(IPT)를 도입하여 의사결정 속도를 높인 점, 경쟁계약 확대로 중기재원 약4조원과 편성예산 2600억원을 절감한 효율성 제고에 대해서는 왜 평가하지 않느냐는 반박도 있다.

또한 국방부는 중기계획 작성과 예산편성 기능은 무기의 사용주체가 국방부와 각 군이므로 국방부가 주인으로서 예산을 편성하고 획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즉 소요-획득-운영유지-부대계획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하므로 국방부로 그 기능을 이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도 속살을 헤집어보면 허점이 드러난다. 우선 왜 해군과 공군이 이러한 국방부의 안에 반대하느냐는 것이다. 각 군의 참여를 더 보장해주겠다는데도 말이다. 국방부로 가는 순간 육군의 독식구조가 더 강화된다는 두려움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 무기획득은 각 군의 경쟁적 소요제기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 전장에 부합되는 합동성, 완전성, 통합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탑다운(Top-Down)식으로 통제됨이 바람직하다. 각 군의 탐욕스러운 무기도입 경쟁을 견제하고 범 국방 차원의 이해와 요구에 맞게, 그리고 과학기술과 국가경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미래 국가이익을 증진하는 무기도입이어야 한다. 즉 무기도입은 그 규모의 방대함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막대함을 고려할 때 군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민경제와 국방경제


또한 소요-획득-운영유지-부대계획을 연계하여 중기계획을 작성하자는 취지는 현행 법령체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다. 국방부 계획예산관실은 전력정책관실과 기획조정관실로부터 방위력개선사업분야와 부대계획에 관한 중기계획 작성지침안을 제출받는다. 여기에다가 자체 작성한 경상운영분야 중기계획 작성지침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중기계획서 작성지침을 작성하게 되면 이 과정에서 충분히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어떤가? 상당히 체계적이고 시스템적인 업무수행 아닌가?

합참 전력기획본부 역시 부대계획 분야에 대한 각 군 및 기관의 중기계획요구서를 검토한다. 그 검토 결과를 갖고 전력별 우선순위를 방사청에 제출하여 방위력개선사업분야 중기계획 실무위원회 안건으로 처리되도록 하면 소요-획득-운영유지-부대계획의 연계성이 확보 가능하다.

이러한 절차는 이미 국방기획관리기본규정 14조에 명기되어 있다.

그러면 왜, 이미 있는 절차를 활용하지 않고 굳이 기능을 국방부로 가져가겠다는 것인가? 아무리 국방부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다만 필자만이 아니다.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의문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이러한 세세한 논쟁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무기도입에 국민경제의 요구를 담아내느냐, 아니면 군의 특수성만 강조하며 군인이 주도하는 과거 체제로 되돌아 갈 것이냐는 시각의 문제다.

근본적인 시각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국방부도 아니고 방위사업청도 아니다. 그보다는 더 큰 차원, 즉 대통령이 주도하여 국민적 요구를 담아내고 군도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이 나와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현 정부의 안보철학이 되어야 하고 국방지침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가 그러한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방기하면서 혼란이 더욱 커졌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면서 이 어려운 정국에서 국방부와 그 산하 청 간에 잡음과 불협화음이 커졌다는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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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