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칼럼 김진항 장군의 ‘나의 불루오션’ - 1 국방개혁

 

 

형형색색 전략의 속살 들여다보기


김진항(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 본지 자문위원 amita52@hanmail.net)



유혹, 그 찬란한 전략적 수단


만물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유혹을 한다. 꽃은 종족 번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화려한 색갈이나 향기로 벌과 나비를 유혹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들의 양식인 꿀로서 깊숙이 유혹하여 벌과 나비는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행동과정에서 일어나는 활동으로 꽃을 수정하게 한다.

어쩌면 이것은 가장 원초적이고 가장 모범적인 간접접근 전략이다. 꽃은 벌과 나비가 그들이 원하는 꿀을 얻기 위해서는 꽃의 암술과 수술사이를 헤집고 다녀야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적인 행동에 의해서 꽃가루 수정이 되게 만들었으니 이것은 전략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최상의 전략 모델이다. 즉, 벌과 나비는 원하는 꿀을 얻고 꽃은 종족 번식에 꼭 필요한 꽃가루 수정을 한다. 서로가 이익을 보는 전형적인 윈․윈 모델이다. 서로 간에 이득이 되는 행위가 서로가 원해서 하는 행동 모델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욕구는 목표로 대치될 수 있다.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유혹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유혹은 무엇으로 어떻게 하느냐이다. 유혹을 하기 위해서는 유혹의 대상이 좋아하는 다른 말로 끌리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게 매력이다. 상대가 끌리는 매력을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모두가 원초적 본능인 종족 번식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 목표를 위해서 성적 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온 것이다. 인간세계에서 패션이란 기본적으로 성적 매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발전된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사실을 사람의 범주로 좁혀오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은 성적 매력을 발산하기 위한 노력이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강렬하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본능적인 욕구뿐만 아니라 상위 욕구도 있기 때문에 약간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육체적 수단으로의 유혹을 위한 노력에 부가하여 언어적 유혹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육체적 매력 못지않게 상대를 유혹하는 수단으로서 말을 잘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사실 세기의 미인이라고 알려져 있는 클레오파트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미인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언변술로 시저와 안토니우스를 유혹하였던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이 호감을 가지는 태도, 사상, 생각 등도 상대를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의 수단이다. 물론 돈이나 권력 역시 상대를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의 수단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부정적 측면에서의 유혹을 위한 매력 수단이 있고 긍정적 측면에서의 유혹을 위한 매력 수단이 있다. 어쨌든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상대를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의 포인트를 개발하는 것은 인간의 역사를 그대로 관통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서로 되겠다고 공화당의 매케인과 민주당의 오바마가 서로의 매력을 미국인들에게 팔고 있다. 결국 금년 말에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하는 것은 두 사람 중 누가 미국인들을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을 발산하느냐의 문제다. 이것은 리더십에도, 상품을 파는 광고에서도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혹을 해야 하고 유혹을 하려면 상대가 끌리는 매력의 포인트를 개발해야한다. 그러므로 유혹은 전략의 가장 핵심적인 전략의 수단이다



기다림, 그 묵직한 전략의 파워


최근 미 연방법원은 20년 넘게 '착한 미국인'으로 살아온 치막(Chi Mak, 67세)씨를 스파이 혐의로 2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그는 1970년대 홍콩에서 중국정부로 부터 스파이 교육을 받은 후 미국에 가서 1985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후 20 여년을 완벽하게 동면한 후 미국의 신뢰를 얻은 후 스파이 활동을 개시한 것이다. 시민권을 얻은 뒤 LA 교외에서 미 해군과 관련된 업체에서 착실히 일하면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모범적인 귀화 미국인 생활을 했다. 그는 1996년에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의 신원조회를 통과한 후 미 해군의 가장 민감한 기밀들에 접근할 수 있었다. 치 막은 이 때 부터 부인 레베카와 함께 미 해군의 각종 기밀들을 복사해 중국 정부에 유출했다. FBI 는 2003 년부터 그를 수사대상에 올려 추적하다가 2005년 10 월 출국하려는 그를 LA 공항에서 체포하였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장기 전략이다.

미 해군의 군사기밀을 빼 오기 위해 근 30 년 이상을 인내하고 참고 기다린다는 사실이다. 이는 만만디 기질의 중국 국민성에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완벽하게 신임을 얻어 군사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야 말로 전략가가 가져야할 덕목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 빨리빨리 정신은 급속한 근대화를 이룩하는데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일을 도모하는데 있어서는 모자란다. 국가적 관점에서 백년대계를 바라보고 세워야할 장기 기획들이 별로 없거나 있어도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우리나라 국방부는 미국의 기획예산제도를 받아들여 중장기 기획과 계획이 있는데 다른 행정부에는 이런 것이 없는 것 같다.

우리는 너무 성급하다. 우리가 후발 국가에서 도약하기 위해서 선진국의 발전 내용을 카피하는 과정에서는 빨리빨리 정신이 진가를 발휘했을 수 있지만 이제 선진국으로 도약한 지금 선두에서서 발전을 추구하려면 보고 베끼는 대상이 더 이상 없다. 우리가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 발전해야 한다. 그러니 장기적 관점에서 기획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느긋함이 필요한 시기다.

전략가는 장기적으로 그 결과가 나타나는 시기를 예견하고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일들을 끈기를 가지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배려, 그 따뜻한 전략적 억제력

  

미국의 사우스 다코타 주에는 농구를 좋아하는 11살의 카일리라는 소녀가 있다. 카일리는 농구 선수이지만 농구 코트에서 뛰지는 않는다. 다만 동료가 파울 당했을 때 자유투만 한다.

왜 이런 이상한 농구 선수가 있을까?

그 사연은 이렇다. 2년 전 카일리의 오른쪽 다리뼈에서 악성종양 골육종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대퇴골 일부를 들어내고 티타늄 철판을 박아 넣는 대수술을 하였다. 그 결과 '수술 부위가 약하기 때문에 신체 접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사의 경고를 받았다. 그렇지만 카일리는 친구들과 농구가 너무나 하고 싶었다. 이 때 카일리가 다니는 '디 스멧' 학교 '불독스' 농구팀 중 한 사람이 “카일리에게 자유투만 맡기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에 대해 불독스 농구팀의 친구들은 모두가 일제히 “좋은 생각”이라고 환영했다. 이렇게 해서 “카일리 룰”이 탄생된 것이다. 즉 카일리 룰은 '골육종에서 회복 중인 선수'는 파울당한 선수를 대신해서 자유투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카일리 룰은 지난달 말 사우스 다코타 주의 '수폴스' 시에서 열린 5개주 98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주 대항 농구대회에서도 채택이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 대회에서 카일리의 불독스와 상대한 어느 팀도 지금까지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는 이 카일리 룰에서 두 가지에 주목한다.

그 첫째는 그들은 목적을 분명히 알고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스포츠의 진정한 목적은 승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건강을 증진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 친절, 우정을 증진시켜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데 있다는 것을 말이다.

두 번째는 평등의 문제다.

차이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행위에 모두가 공감한다는 사실이다. 카일리가 자유투를 할 때에는 상대팀의 응원단까지도 갈채를 보낸다는 것이다. 사람이 가진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직 산술적 평등만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와 극히 대조된다.

이러한 감동이 우리 사회에서도 나올 수 있을까?

수술을 마치고 농구가 하고 싶어 농구장에 나와 벤치에 앉아있는 카일리같은 경우를 보고 불독스 팀과 같은 배려가 있었겠는가? 라고 자문해보지만 답이 얼른 나오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라면 동료 선수부터 참여시키고 싶어 하지 않았을 것이다. 팀이 카일리 때문에 상대 팀에게 질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선수는 물론 감독이 먼저 반대할 것이고 학교 관계자도 반대할 것이다. 정식 멤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스포츠계라면 사커 맘 또한 반대의 극성을 떨 것이다.

그 이유가 뭘까?

우리 사회의 지나친 경쟁의식이 그 답이다. 항상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으며 우리 사회는 그렇게 승리한 자에게만 박수를 보내는 구조다.

흔히 밥맛이야! 라고 말하면, 재미없다는 뜻을 의미한다.

왜 매일 먹는 밥의 맛이 나쁜 의미로 쓰였을까? 밥은 맛있는 것이지 않나? 배가 한번 고파봐라. 아마 그저 그렇고 별로 특별한 맛을 느끼지 못하니까 별 재미가 없다는 뜻으로 쓰여 진 듯싶다.

그런데 나는 이 밥 맛이야말로 가장 좋은 맛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톡 쏘는 맛도 아니고, 쓴맛도 단맛도 신맛도 아니지만 언제 먹어도 물리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맛이 나면서, 오래 씹으면 달착지근한 것이 반찬이 없어도 먹는데 지장이 없다. 여러 가지 장점 중에서 절대 물리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나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 맛이 밥맛이었으면 좋겠다.

오래 사귀어도 물리지 않고 담담한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이런 사람은 대인관계도 좋고 손해 볼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돈도 남이 탐낼 만큼이 아니고 그저 소박한 생활을 하는데 모자람이 없으면 족하고

외모는 남이 혐오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에게 약간의 호감이 가는 그런 사람이 가장 좋다. 지위도 남들이 너무 부러워하거나 시기하지 않을 만큼이 좋다고 본다. 다시 말해 남이 탐을 내거나 시기할 대상을 아예 없앰으로서 문제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으로서 이를 전략적으로 표현하면 거부적 억제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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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