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 한국공군 불법 기술유출 여부 조사 방위산업

 우리 공군이 F-15K에 내장된 미국제 센서인 타이거 아이(Tiger Eye)를 무단으로 해체하여 미 국방부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미 국방부의 랜 댄 디펜 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올해 8월에 전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우리 국방부와 공군 담당자에게 거칠게 항의한 것으로 디앤디의 취재결과 확인되었다. 한국을 방문했던 이 인사는 당시 을지프리덤가디언 군사연습 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관계자를 불러내 거의 막말에 가까운 언사를 구사하며 소동을 부렸다. 

문제가 된 장비는 F-15K의 정밀침투공격 임무를 위한 개량형 랜턴(LANTIRN : 저고도/야간 항법 및 정밀폭격 조준장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최첨단 군사기술이 축적된 최고 기밀장비다. 이 장비는 야간에 정찰이 가능한 제3세대 중주파 플레어(FLIR : 전방감시적외선장비)와 전자광학장비(CCD-TV), 4만 피트에서 조준 가능한 레이저가 내장된 첨단장비다. 표적탐지와 영상, 레이저조준이 모두 통합된 미국 내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장비이고, 이 보다 개량된 장비는 앞으로 나올 F-35의 EOTS 정도다. 따라서 미국 내에서도 이 장비는 인가된 극소수 인원 외에는 해체할 수 없으며, 현재 한국에서는 인가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따라서 이 장비를 해체했다면 아무리 “미국에 가서 무릎 꿇고 빌어도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우리 공군은 “기술을 유출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정비목적으로 분리한 것을 너무 과민하게 미 정부가 받아들인다”며 해명했으나 미 국방부는 이에 대해 “명백한 기술유출 목적으로 해체한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 일부에서도 “한국 공군의 해명에도 일리가 있는데 본토에서 온 국방부 인사가 너무 강경이라 말리지도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사건이 벌어진 후 펜타곤은 차관보를 위원장으로 한국의 불법 기술유출 여부를 조사하는 위원회를 미 국방부 내에 설치하였으며, 차제에 이제껏 한국이 미국의 군사기술을 무단 적용하거나 유출시킨 사례 전부를 조사하고 제재한다는 방침이어서 그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 사건이 벌어지고 미 측은 한국이 도입하려는 장비의 기술유출 가능성을 엄격히 따져보고 미국의 기술이 적용된 한국 군사장비의 해외수출도 전면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미국이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를 한국에 사라고 압력을 넣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미 의회가 이 장비의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는 이중적 행태도 바로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에 정통한 소식통은 “미 의회가 한국에 절대 기술을 유출시키지 말라는 분위기”라고 설명하며, “앞으로 미국으로부터 군사기술을 이전 받는데 심각한 차질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회는 무인정찰기를 한국에 팔기는 하되, 기술이 유출될 위험성은 사전에 철저히 봉쇄하는 잠금장치를 한 연후에야 수출하겠다는 의도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향후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도입하더라도 핵심기술이 누락되거나, 한국의 장비접근이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내년에 한국이 F-16 성능개량을 위해 미국으로 도입하는 전자식 레이더(AESA)의 경우 미 국방부는 최근 “한국에 절대 신품을 보여주지 말라”고 지시하여 핵심 구성품을 모두 뺀 껍데기만 있는 장비를 한국에 보내왔다. 여기에다가 “반드시 미군 영내에서만 한국 관계자에게 보여주고 그 밖으로 유출시키지 말라”는 지침까지 덧붙여져 내년에 이를 도입해야 하는 공군은 실물을 구경조차 못한 상황이다. 군 관계자에 의하면 “모형보다 약간 나은 수준에 불과한 장난감이 왔다”고 말한다.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 군은 주요 군 장비를 전력화하는데 있어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이번에 문제가 된 F-15K 전투기의 경우에도 도태 직전의 구형 전투기를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제값을 다 주고 샀으나 미군이 운용하는 동급의 F-15E전투기에 비해 상당부분 핵심기능이 제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 측에서는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청상어, 홍상어 어뢰에 대해서도 자국의 하푼 미사일 기술 일부가 도용되었다는 며 수출에 제동을 건다는 말이 주한미군 측으로부터 흘러 나오고 있다. 미국이 수출에 제한을 걸 것으로 예상되는 국산무기는 국내 방산기업이 수출을 추진하는 다련장포(MLRS)와 K-1전차를 개량한 한국군의 주력전차인 K1A1 전차, 국산 고등훈련기 T-50 등이다. 이들 무기에 대해 한국이 외국에서 ”한국 기술로 개발했다“고 홍보하는데 대해 미 측은 심기가 편치 않다는 소식도 들린다. 소식통에 의하면 미국이 혐의를 두고 있는 한국의 수출무기는 총 16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장비 중 상당수는 미국의 방산제품을 역설계하거나 모방하여 개발한 혐의가 강한데도 한국은 마치 자신들의 기술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한국의 무분별한 태도를 방치하면 미국의 군사기술이 순식간에 해외로 유출된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들 무기가 국내 기술로 개발되었다고 홍보해 온 국방과학연구소 역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미국의 군사기술이 적용된 장비는 한국이 미국의 허가(E/L : Export Licence) 없이 제3국에 수출할 수 없다. 이러한 의무는 1989년 한미 간에 체결된 <한미군사기술료에 관한 협정>에 명기되어 있다. 이 협정에 의해 그동안 한국 방위산업은 세계 5~7위권의 국방비를 쓰고도 대부분의 해외수출이 봉쇄된 채 3류 국가로의 신세를 면치 못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해외에 방산장비를 수출하려면 군사기술의 종주국인 미국정부와 최소한 협의라도 해야 하는데, 한국정부의 태도는 너무 일방적이라는데 미국이 불쾌해한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가 옳은지 여부를 떠나 이를 담당하는 방위사업청에는 대외 기술유출 여부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예 없다. 미국이 제동을 걸면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국의 군사기술 보호에 대한 미국의 철저한 보호주의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이제껏 우리가 미국무기에 주로 의존하면서도 국내 방위산업이 발전하지 않는 이유가 미국의 철저한 기술 장벽 때문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기술 공유에 개방적인 유럽 국가들의 무기는 한국의 방위산업 발전에 매우 유리하지만 한국은 한미동맹이라는 정치논리 때문에 주로 미국제 무기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고압적 행태에 대해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한 전문가는 “80년대 후반부터 우리가 무기도입선을 미국 외에 유럽 등으로 다변화하기로 해놓고도 20년 넘게 미국무기를 만을 추종한 결과 초래된 자업자득”이라고 분석하며, “기술 개방에 호의적인 제3국으로 무기도입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년 막대한 국부를 미국에 퍼 준 대가가 이것이냐”며 “차제에 한국도 기술자립을 선언해야 한다”며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술패권을 세계패권의 중요한 축으로 보는 미국의 오만함에 진저리를 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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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