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수석의 황당한 안보론 국제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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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신문> 2013. 1. 11.

올해 1월 1일 새벽에 통과된 정부예산에서 국방비가 일부 삭감된 것을 두고 “안보를 희생해서 복지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은 연말에 국회가 택시법을 통과시켜 정부가 1조원을 추가 지원하는 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기자실에서 “택시 지원할 돈이면 북한 장사정포는 걱정 안 해도 된다”며 “북한 장사정포 다 막을 돈을 여기서 써야 하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 수석의 발언은 사실도 아닐뿐더러 안보현실을 호도하는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은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있어 온 40년 된 위협이다. 북한은 총1만2500문의 포를 갖고 있으며, 그 중 수도권을 위협할 수 있는 장사정포가 1000문인데 초기기습용으로 가장 위협이 되는 300여문의 포가 가장 위협적이다. 그런데 그 긴 세월 동안 이 위협을 방치하다가 이제 와서 1조원 예산만 있으면 북한 장사정포를 5분 내에 90%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실히 제압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이상하다. 천 수석은 이 말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우리의 다련장포에다가 위성항법장치를 달아 북한 장사정포 진지를 정밀타격한다는 일명 번개사업, 또 하나는 이스라엘로부터 장사정포탄을 요격하는 타미르 미사일이 장착된 아이언돔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번개사업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작년 6월에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개발시연을 하려다가 실패해서 사업이 연기되었다. 개발개념과 성능이 모두 의문시되지만 절차도 무시하고 청와대가 밀어붙여 전문가들로부터 예산을 낭비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된 사업이다.

아이언돔은 애초 군에서도 “이스라엘과 달리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며 도입을 반대하였던 무기체계다. 북한의 장사정 로켓포는 우리 기준으로 한 발에 30만 원 정도 된다. 그런데 이를 요격하는 미사일 1발 가격이 5~7만불이다. 북이 서울에 1시간에 1만발 이상의 포탄을 퍼부을 능력이라면 이를 요격하는데 드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천 수석은 1개 포대에 560억원이 소요되는 아이언돔을 급한 대로 4개 포대만 배치하면 서울의 핵심시설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청사 정도만 지키면 된다는 것인지, 서울 시민이 다 죽어도 저만 살겠다는 것인지, 그 개념도 아리송하다. 지난 40년 간 군사전문가들은 이렇게 기가 막힌 방법을 몰라서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번에 국회에서 국방비를 일부 삭감하면서 번개사업 착수금 70여억원은 손도 대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이 예산은 성능이 입증될 때까지 예산에 반영되지 않도록 국회가 엄정하게 심사하고 삭감했어야 했다. 그런데 삭감되지도 않은 예산을 택시법을 들먹이며 마치 차질이라도 빚어진 것처럼 말하는 속내는 다른 곳에 있다. “복지와 평화를 말하는 정치권 때문에 안보가 위협받는다”는 삐뚤어진 피해의식과 왜곡된 정보가 결합되어 형성된 편향된 안보의식의 표출이다.

그렇게 안보가 어렵다면 2011년 21조원의 국방비 중 다음연도로 이월되는 7000억원과 불용액 800억원, 전용액 2600억원 등 1조원이 계획의 부실과 집행의 문란함의 결과라는 사실은 왜 말하지 않는가? 이명박 정부가 적극적 억지를 표방하며 정권 말기에 계획한 대규모 무기도입이 사실은 부실 덩어리여서 작년에 제대로 된 계약을 한 건도 체결하지 못한 사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방만한 인력운용으로 남아도는 군의 비곗살을 도려내는 개혁하지도 않았고, 안보에 무능하기 짝이 없었던 5년의 책임을 복지에 뒤집어씌우는 치졸한 발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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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