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막] 세종대왕함, 한․미․일 정보 ‘동해 대첩’ 대승의 비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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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D&D Focus 2009년 5월호에 게재되었음.


 

노량해전 이후 500여년 만에 바다에서 일본을 이긴 쾌거

동일한 위협에 대한 한미일 정보전쟁의 한복판에 세종대왕함 있다

한반도 전구에서의 정보수집 주도권 확보 계기


디펜스 21+ 박수찬 기자(fas117@hanmail.net)


북한의 은하 2호 발사로 촉발된 한반도 정세가 엄중하다. 그러나 이 혼란스러운 정국의 와중에서도 국민에게 자부심을 갖게 할 엄청난 사건이 있다. 한국 국방의 역사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동해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정보를 수집하고 전파한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는 세종대왕함이 있다. 21세기의 거북선이라 할 수 있는 세종대왕함을 주축으로 한국은 한․미․일 3국의 정보대전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동해대첩’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미국보다도 1분 30초 빨랐다

  

지난 4월 5일 오전 11시 30분경 북한이 발사한 우주 발사체는 한국의 세종대왕함에 의해 가장 먼저 탐지되었다. 북한의 함경도 무수단리에서 로켓이 발사될 무렵, 동해는 한․미․일 3국의 정보자산이 총 출동한 정보수집의 전쟁터였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과연 누가 먼저 이를 탐지하느냐는 국가적 자존심을 건 경쟁이었다. 바로 이 순간에 취약한지 4개월 밖에 안 된 세종대왕함은 미국 정보자산 보다 1분 30초 먼저 로켓 발사사실을 탐지했다. 이로 인해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북한 로켓 발사 사실을 보고받은 정치지도자가 되었다.

우리나라 국방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이 사건의 의미는 중차대하다. 군사정보에 관한 미국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는 우리나라에게도 ‘정보 자주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숙적인 일본을 깔끔히 제압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임진왜란 당시 노량해전 이후 411년 만의 일이다. ‘동해 대첩’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세종대왕함은 그 전날 무수단리 일대를 비행 중이던 북한의 미그23 전투기의 추락사실도 공군보다 앞서 탐지했다. 로켓 발사 직후에는 약 5분간에 걸쳐 북한의 은하 2호 비행 상황을 중계 방송함으로써 한국의 위기관리 수준을 가일층 도약시켰다. 이는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에 걸쳐 추진한 해군력 발전의 노력이 이명박 대통령 시기에 알찬 결실을 맺고 있음을 보여준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전 과정을 청와대 지하벙커 위기관리 상황실에서 지켜 본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도 어려운데 해군이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주었다”며 크게 기뻐했다.

이제까지 미국은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우리에게 실시간으로 상세한 데이터를 넘겨준 적이 없다. 지난 98년 8월에 북한이 대포동 1호를 발사했을 당시에도 한국정부는 ‘발사했다’라는 사후 통보를 받은 것이 전부였다. 그만큼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핵심 군사정보를 미국은 공개하지 않았던 것. 그러나 이번에는 거꾸로 우리가 미국에게 북한이 발사했다는 통보를 한 것으로 본지의 취재결과 확인되었다.

본지는 그 전 과정을 독점 취재했다.


 

못 잡으면 복직해임시키려 했다

지난 4월 5일 오전 11시 30분, 동해 울릉도 인근 해상에서 작전 중인 세종대왕함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였다. 1조원이 넘게 소요된 세종대왕함은 현존하는 한국군 무기체계 약 800종 중 가장 비싸다.

동해의 어둠을 밀어낸 아침 햇살이 바다를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지만 정작 세종대왕함에서는 햇살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했다. 특히 대한민국 최초의 이지스 함인 세종대왕함을 지휘하는 함장 K 대령의 심정은 말 그대로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격이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공언한 4월 4일이 별일 없이 지나가긴 했지만, 언제 로켓이 발사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동해를 비추는 햇살을 바라볼 여유가 K대령에게는 없었다.

문득 ‘만약 로켓 추적이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만약 실패한다면…. K 대령은 ‘결코 실패할리 없다’며 애써 자신의 생각을 부인했다. 지난달 남해상에서 실시된 테스트에서 600Km 떨어진 강릉 상공의 KF-16 전투기를 속도와 고도, 비행경로까지 완벽히 추적하지 않았던가? 그때처럼 한다면 북한의 로켓도 충분히 추적할 수 있으리라.

갑자기 세종대왕함 전투정보실(CIC)에서 경보가 울렸다. 동시에 오퍼레이터로부터 “북한 로켓 탐지” 보고가 올라왔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함장은 합참에 북한의 로켓발사 사실을 보고하는 동시에 세종대왕함의 AN/SPY-1D(V)레이더가 포착해 전투정보실 대형화면에 투영한 북한 로켓 정보를 무궁화위성을 통해 합참 지휘통제실로 전송하도록 지시했다.

세종대왕함으로부터 북한 로켓 탐지 보고를 받은 김태영 합참의장은 곧바로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북한의 로켓발사 사실을 보고했다. 이때 시각은 오전 11시 30분 15초를 지나고 있었다. 북한의 로켓 발사 15초 후 세종대왕함이 로켓을 탐지한 이래 대통령 보고까지의 전 과정이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이후 세종대왕함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전송된 북한 장거리 로켓의 데이터를 받으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NSC 회의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이상희 국방부 장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등과 향후 정부대책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북한 로켓 발사를 세계에서 제일 빨리 보고받은 정치지도자라는 것을 확인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도 어려운데 해군이 큰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크게 기뻐했다. 동석한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역시 “우리나라도 이제 저런 함(세종대왕함)을 많이 보유해야 합니다”며 대통령의 말을 거들었다.         


로켓 탐지 ‘동해 첩보대전’의 승자, 세종대왕함


북한이 ‘광명성 2호’ 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4월 5일의 동해는 한ㆍ미ㆍ일ㆍ러의 모든 정찰자산들이 모두 출동한 ‘정보전력 전시장’을 방불케했다. 미국이 운용중인 DSP 조기경보위성과 KH-12 정찰위성, RC-135S 전자전기, 일본 아오모리 미군 기지의 X밴드 레이더, 이지스함 ‘채피’와 ‘존 메케인’ 에 일본의 EP-3, 이지스함 ‘곤고’와 ‘초카이’, 러시아의 정보수집함과 IL-20 전자전기, 러시아 극동군의 레이더 사이트까지 총동원된 ‘동해 첩보대전’에서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둔 것은 대한민국 최초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다.

세종대왕함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지 15초 만에 북한의 장거리 로켓을 탐지하여 동해상에서 함께 작전 중인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보다 1분 30초 빨리 로켓발사 사실을 수뇌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 세종대왕함은 로켓이 AN/SPY-1D(V)레이더의 탐지거리인 1000㎞ 밖으로 날아갈 때까지의 궤적을 실시간으로 탐지, 전송하여 북한 로켓의 초기 궤적을 파악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는 세종대왕함이 보유하고 있는 AN/SPY-1D(V)레이더와 함께 위성을 통한 실시간 전송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군에서 위성을 통해 합참이나 국방부 등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기능은 세종대왕함 외에는 없다. 

세종대왕함은 또한 북한의 로켓 발사 전날인 4일, 무수단리 근처에서 초계 비행 도중 추락한 북한 공군의 MIG-23 전투기도 추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로켓 발사 전날 무수단리 근처를 비행하던 북한의 MIG-23 전투기 1대가 갑자기 고도가 낮아지면서 추락하는 과정이 세종대왕함에 의해 모두 포착되었다. 세종대왕함은 MIG-23의 고도, 속도, 비행경로까지 모두 추적하여 최종적으로 MIG-23의 추락을 확인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종대왕함이 북한 로켓 발사 탐지 성공은 해군에 부수적인 성과를 가져다주었다고 말한다.

“세종대왕함이 하와이에서 열리는 림팩 훈련에 참가해서 북한 로켓 발사 탐지와 유사한 훈련을 한다면 2000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 그런데 동해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탐지ㆍ추적하면서 훈련 때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지스 시스템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에서 이지스 시스템을 인수받아올 때 인력부족으로 최소 인력만 미국에 파견되어 교육받은 것을 생각하면 이번 성공은 쾌거다”

보통 이지스함이 취역하여 정상적으로 작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4~7년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취역한 지 4개월밖에 안된 세종대왕함이 북한 전투기와 미사일의 이동경로를 정확히 추적한 것은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 1척으로 왜군 함대를 격파한 이순신 장군의 해전을 연상시키는 통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세종대왕함과 해군 수뇌부에게도 북한 로켓 발사와 관련하여 아찔했던 때가 있었는데, 북한의 로켓 발사 전날 일본에서 벌어진 ‘로켓발사 오보’ 소동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그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북한의 로켓발사를 탐지했다는 일본정부의 성명이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해군 수뇌부는 ‘이제 우린 죽었다’는 절망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 1조원을 들여 건조한 세종대왕함이 북한 로켓발사를 탐지하지 못할 경우 해군 간부들은 모두 문책당하고, 세종대왕함 함장은 보직해임을 각오해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정부가 ‘로켓발사 탐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자 해군 수뇌부는 ‘살았다’라며 반색을 하더라. 수뇌부가 이 정도였는데 일선에 있던 세종대왕함 승조원들이 받았을 중압감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한미일 정보전쟁’의 정점에 선 세종대왕함

세종대왕함이 취역 이후 처음으로 실시한 실제 작전인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탐지에 성공함으로서 한국은 한반도 전구차원의 독자적인 정보수집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탐지에 동원된 한ㆍ미ㆍ일의 이지스함 5척 중 세종대왕함이 제일 먼저 북한의 로켓 발사를 탐지한 것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뒤떨어졌던 한국의 신호정보 수집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한국국방역사에서 획기적인 의미를 가진다. 정부 관계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미국은 우리 측에 ‘세종대왕함이 탐지한 북한 로켓의 데이터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신호정보(SIGINT)분야에서 미국이 한국에게 정보제공을 요청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인간정보(HUMINT)가 아닌 신호정보분야에서 주변국을 재친 최초의 사건으로 한반도 전구 차원에서 우리나라가 정보 수집을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같이 한반도 주변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독자적인 정보수집 수단을 운용하는 것은 정부의 위기관리능력과 의사결정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세종대왕함이 취역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해 왔고, 그나마 주요 정보는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6년 7월,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한국은 미국이 보내준 정보가 도착할 때 까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 당시 미국은 한국에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지 않고 나중에 개괄적으로 제공하여 한국 정부는 신속한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 역시 한국과 정보공유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07년 12월 태평양에서 실시된 일본 해상자위대의 SM-3 요격미사일 발사시험이 좋은 예이다. 일본의 곤고급 이지스 함 1번함인 ‘곤고’에서 진행되는 SM-3 발사 시험을 통보받은 한국 해군은 이지스 함 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일본에 발사 시험 참관을 요청했다. 이에 일본 측은 한국 측의 요청에 “기밀 유출 위험 때문에 절대 협조할 수 없다”며 거부해 버렸다. 이밖에 각 군 차원에서도 미국ㆍ일본과의 정보공유가 원활치 못해 어려움을 겪은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5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서는 세종대왕함의 탐지 성공으로 독자적인 정보수집과 함께 주변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되어 한반도 전구에서의 정보부문 지위를 한 단계 높이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 역시 이러한 평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동북아의 정보세계에서 한국은 사실상 왕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MD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래 정보세계에서는 동맹국이라도 모두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정보세계의 특성 상 자체적인 정보수집 기반을 갖추고 독자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 로켓 탐지 성과, 미국 ‘찝찝’ 일본 ‘망신’ 러시아 ‘짭짤’


한국의 세종대왕함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을 1000Km까지 추적하는데 성공했다면 북한 로켓 탐지를 위해 경쟁적으로 정보수집에 나선 주변국들의 성과는 어떨까?

우선 동해에 이지스 함 2척, 탄도탄 계측함(AGM), DSP 탄도탄 조기경보위성과 KH-12 정찰위성, RC-135S 전자전기, 일본 아오모리 기지의 X밴드 레이더 등 가장 많은 정보자산을 동원한 미국은 일단 북한의 로켓 발사과정을 모두 모니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수집한 정보가 정확히 어느 수준까지 수집되고 분석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미 국방부가 북한의 로켓 탐지 과정에서 MD 레이더 중 가장 성능이 우수한 SBX 레이더를 일부러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미국 내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4월 15일 <워싱턴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북부사령부가 북한의 로켓 추적을 위해 미군 최고 수준의 레이더인 'SBX' 사용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이를 거부했다” 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의 브라이언 휘트먼 대변인은 게이츠 장관이 탐지거리가 4800Km에 달하는 최첨단 해상레이더인 SBX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그 지역에 다른 수많은 육지ㆍ해양 레이더와 각종 탐지장치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들은 북한의 로켓발사 즈음 이 레이더는 하와이에서 수리를 받고 있었다며, 알래스카 앵커리지 남서쪽 해양에 위치한 이 레이더를 북한의 로켓 추적을 위해 다른 위치로 이동시키면 자칫 북한을 자극할 수 있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을 손상시킬 수 있어서 국방부가 미군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일부 국방 관료들은 군이 북한 로켓의 정밀한 발사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었고 실제상황에서 미군의 최첨단 레이더를 시험할 기회도 잃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이 북한 로켓 발사와 관련해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면, 일본은 로켓 탐지과정에서 말 그대로 ‘망신’을 당했다. 4월 4일에 “북한 로켓이 발사되었다”는 경보를 냈다가 취소하는 소동을 빚었고, 5일에도 북한 로켓의 2단계 추진체 낙하지점을 900Km나 잘못 발표해 해당 지점의 어선 안전을 체크하던 일본 수산청과 어업단체가 분통을 터뜨려 “로켓 추적은 물론 요격도 가능하다”는 일본 정부의 호언장담을 무색케 했다. 14일에는 “지난 1월 말 북한의 로켓 발사준비가 처음으로 포착된 순간부터 4월 5일 발사 순간까지 미국의 정찰위성이 제공해준 정보에 의존해야 했다. 6천억엔을 들여 쏘아올린 4기의 정찰위성은 정보 수집에 기여를 못했다”는 <아사히신문> 보도까지 나와 일본 정부의 ‘망신살’은 절정에 달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첩보위성들은 해상도가 미국 민간기업의 상업위성 수준에도 못미쳐 북한 로켓 발사 탐지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왕년에 한가락 했던’ 실력을 발휘, 북한 로켓 탐지는 물론 미국과 일본의 레이더 데이터까지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공군의 IL-20 전자정보수집기는 미·일 양국의 레이더망이 실전 모드로 조사(照射)하는 전파의 주파수대와 MD 운용에 따른 자위대 각 부대의 역할분담에 관한 정보, 각 레이더에서 쏜 전파의 주파수대와 조사 방법, 탐색 패턴, 레이더 상호간 임무 분담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대왕함의 북한 로켓 탐지, 이기고도 질 수 있다


세종대왕함의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 탐지는 분명 한국 국방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대 쾌거임에는 분명하다. 이러한 군사적 성과를 어떻게 정치적, 전략적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탐지 과정이나 공훈 등을 국 민들에게 알리는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정부 당국은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북작전에 출동했다가 공을 세운 경우, 대개는 수훈자에게 포상을 주면서 작전과정 국민들에게 공개해 군의 위상을 높이는 PR 작업을 하곤 한다. 그러나 이번 로켓 발사에서는 “정보관계 업무상 밝힐 수 없다”면서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하여 “세종대왕함이 제일 먼저 탐지했다”는 소식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그런가 보다’하며 넘어가고 있다. 물론 정보업무나 군사작전은 고도의 보안이 필요한 분야이다. 그러나 경제위기 속에서 군 전력증강 작업이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적절한 수준의 홍보를 통해 군의 대국민 이미지를 높이고 국방예산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것이 군사 보안보다 더 중요한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왜 정부 당국은 세종대왕함이 세운 공을 국민들에게 자세히 알리려 하지 않는 걸까?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려면 우선 세종대왕함의 이번 작전을 ‘공적’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주무부처인 국방부가 움직이질 않는다. 국방부는 전투에서 전과를 올려야만 공으로 인정하는 것 같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종대왕함의 공적을 타 군이 질투 하는 것 같다. 그러니 세종대왕함의 북한 로켓 탐지 성공 사실이 국민들에게 오래 회자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들의 이 같은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명장은 모두 육군에서 나왔다”고 주장한 원균이나, 충무공의 주특기였던 원거리 해상 포격전 상황에서도 “목을 베어와야만 공적으로 인정한다”는 중세적 공훈 체계를 고수했던 선조 임금과 현재의 군 당국의 사고방식이 다를 바 있겠는가?

한국 정부의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북한 로켓 탐지 과정에서 실수를 연발했던 일본은 오히려 정치적인 측면에서 우리를 앞질러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 예고 이후 도쿄(東京) 중심부에 있는 방위성 운동장에 패트리어트3 (PAC-3) 미사일 발사기 2대를 배치해 지나가는 시민은 누구라도 볼 수 있도록 했다. PAC-3를 동북지역으로 이동 배치하거나 이지스 함의 동해 출동 등도 언론에 공개했다. 한국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통합막료감부 간부가 "좀 심했다. 이 정도로 부대 운용상황을 노출시켜도 좋은 건가" 라고 푸념할 만큼 완전히 공개된 일본 정부의 움직임은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보답을 받았다. 북한 로켓 발사 직후 <니혼 TV>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아소 일본 총리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3월에 비해 9.4% 상승했고, 일본의 전력증강과 평화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대왕함의 북한 장거리 로켓 탐지 성공은 정부와 군 당국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즉, 장거리 로켓으로 대표되는 전략무기체계의 위협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기존의 재래식 사상에서 탈피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터진 것이다. 정치와 군사의 엄격한 분리, 지나칠 정도의 군사보안으로 대표되는 재래식 사고를 가진 국방부의 행동은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새로운 사고방식을 원하는 여론의 확산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한 여론은 세종대왕함이 세운 공적이 그저 그런 일로 묻히지 않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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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