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몸집만 부풀린 '8.29 국방개악' 국방개혁

<주간동아> NO.854  201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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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살빼기는 커녕 오히려 부대 늘리기

한반도 안보현실 고민 없이 말뿐인 개혁

 

충청북도의 장호원의 외진 산골짝에는 최근 못 보던 초현대식 건물의 군 교육기관이 들어섰다. 입구를 들어서면 11만3290㎡(약 3만4000평)에 본청, 학습관, 생활관, 편의시설 등 16개 동의 건물로 조성되어 있고, 강의실은 최대 5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으며, 어학종합실습실은 300여명이 동시에 실습을 진행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전자칠판과 오디오시스템을 설치하여 컴퓨터 기반 학습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체력단련실과 테니스장, 국궁장 등의 체육시설과 24시간 학습과 휴식이 가능한 어학생활관을 갖춰 국제적 수준의 문화 활동도 가능하다. 세계적 수준의 어학기관으로 도약한다는 국방어학원의 모습이다. 올 12월에 군 고위층과 지역유지들이 참여하여 성대한 개관식을 치룰 예정이다.

 

'고무신 사령부'도 창설될 판

 

굳이 군에 이런 어학교육기관이 필요한 이유가 뭘까? ‘전투형 군대’ 육성을 위해 육․해․공군 장교의 합동성 강화한다는 게 그 이유란다. 지난 8월 29일에 발표된 ‘국방개혁 기본계획(2012~2030)’의 국방부 설명자료 4쪽에 나오는 대목이다.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각 군의 어학과정을 통합해야 하고, 그러니 새로운 교육기관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민간에 위탁해도 될 어학교육 기능을 굳이 군이 직접 하는 이유는 또 뭔가? 일반 영어와 군사 영어가 다르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되면 육군의 대령급 기관장이 새로 임명되며 시설 유지와 경계, 기자재 운영에 추가로 국방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전투형 군대가 육성된다는 그 인식이 흥미롭다.

개혁안이 발표된 다음날인 8월 30일에 공군전우회가 주관하는 조찬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는 전날 발표한 국방개혁안에 대한 성토장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김혁수 전 해군 준장은 “우리 군은 사령부공화국이다. 최근 국방부 군종병들 사이에서는 군종사령부가 창설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고, 심지어 병사들의 애인들까지 관리한다는 고무신사령부까지 생길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다.”라며 개탄했다. 그에 따르면 각 군의 기능을 통합한 새로운 통합기관, 또는 기능사령부를 창설하게 되면 경제성이나 전문성이 없어지고 오히려 옥상옥의 비효율적 지휘구조를 만들뿐이다. 예컨대 지난 정부에서 의무사령부를 창설하니까 병원에 있어야 할 군의관과 의정조직이 사령부로 옮겨가 일선의 병원은 오히려 황폐화되었다는 주장이다.

원래 국방개혁이란 국방 운영 전반에서 거품과 군살을 제거하여 효율화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 국방개혁이 추진되면 못 보던 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1990년의 818 군제개편 이후 지금껏 국방개혁의 결과 국군 정보사령부, 수송사령부, 조달본부(방위사업청), 지휘통신사령부, 사이버사령부, 의무사령부, 심리전부대, 체육부대, 복지단, 전쟁기념관, 합동참모대학과 같은 기능조직들이 팽창되어 왔다. 야전의 인력이 줄어드는 동안 중앙의 지원조직들은 몸집만 불려온 것이다. 그러면 늘어난 중앙의 조직만큼 각 군의 유사 기능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줄어들지 않으니까 각종 기능이 중첩된 비효율적인 구조가 만연된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818개혁이 간편하고 경쾌한 군 지휘구조로 개혁한다는 취지였는데, 부대 수와 장교의 진급 공석을 늘리는 방향으로 악용된 이래 이제 국방개혁은 무엇을 새로 만드는 것, 더 복잡해지는 것, 더 비효율적인 것으로 변질되기에 이른 것이다. 부대와 기관의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각종 비공식, 비편제 조직들도 음성적으로 확대되었다. 건군기념사업회, 국방개혁위원회, 군사혁신단, 제대군인지원센터, 국회연락단 등등, 우리 군 운영에 있어 깨진 유리창이라 할 수 있는 각종 TF와 비편제 조직들은 생겼다, 없어졌다, 를 반복해 왔다.

 

현장은 한 명 지휘관은 여럿

 

이명박 정부에서 3번째 국방개혁인 ‘국방개혁 기본계획(2012~2030)’ 역시 예외가 아니다. 새로 창설되는 기능 부대가 육군 1개(산악여단), 해군 1개(잠수함사령부), 해병대 2개(제주도 해병대사, 항공단), 공군 3개(전술항공통제단, 항공정보단, 위성감시통제대)로 7개나 된다. 이 부대들은 앞으로 새로 창설될 부대들이고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이미 서북도서방어사령부, 합동군사대학교, 사이버사령부가 창설되었다. 현 정부에서 무려 10여개의 새로운 기관이 출현하는 셈이다. 부대 창설의 붐을 이루는 국방개혁안이란 그 자체도 해괴하지만, 정권 말기에 군에 대한 선심정책이라는 느낌도 지우기 어렵다. 그러면 이러한 부대 수가 증가하는 만큼 안보는 더 튼튼해 진 것인가?

연평도 포격사건을 겪은 군은 2011년 6월 15일부로 2000명 규모의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였다. 청와대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가 ‘적극적 억제전략’이라는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밀어붙인 것이었다. 해병대사령관이 겸임하는 이 사령부가 창설하는 과정에서 병력이 모자라자 해병 1, 2사단에서 병력을 차출하였다. 서북도서와 해안의 경계를 담당하는 해병 2사단은 총 9개의 대대 중 7개를 이미 전방경계에 투입한 부대이기 때문에 육군과 같은 3교대 시스템(경계대대, 교육대대, 예비대대)을 운용할 수 없다. 그런데 새로운 사령부로 병력을 차출해가니까 업무가 과중해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 증가된 스트레스가 사령부 창설 다음 달인 7월에 강화도의 2사단에서 끔찍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 이후 이 부대에서는 간부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또 이어졌다. 부대 운영에 피로감이 한계에 달한 결과 스스로 붕괴되는 조짐을 보인 것이다.

반면 서해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해무가 짙었던 2011년 8월 10일에 북한은 연평도 동북 방향 NLL 부근으로 3발의 포탄을 쏘았다. 이에 누구의 지휘를 받고 대응을 해야 하느냐에 대해 연평부대는 혼란에 빠졌다. 북의 포탄이 연평도로부터 2km 이내에 근접하여 떨어졌다면 지휘관은 서북도서방어사령관이지만 이번 경우와 같이 그 보다 먼 거리에 떨어지면 해군 2함대사령부가 사격을 통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후 화상작전회의에서 중장인 해군 작전사령관은 “NLL이북으로 10발”, 소장인 2함대사령관은 “NLL에 3발”, 중장인 서방사령관은 “NLL 이남으로 3발”을 쏘라고 각기 지시하고 간섭했다. 대령인 연평부대장에게 8개의 별이 다른 지시로 지휘하려고 한 것이다. 이렇게 몸살을 앓고 있는 해병대의 실상을 겪고도 이번에 돌연 제주도에도 해병대사령부를 창설하겠다고 개혁안에 포함시킨 것은 또 무슨 생뚱맞은 발상인지,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나폴레옹은 “똑똑한 장군 2명이 지휘하는 것보다 멍청한 장군 1명이 지휘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 적 있다. 현장에서 싸우는 사람은 한 명인데 지휘하는 사람은 여러 명이다보면 군대는 망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군의 개혁방향은 싸우는 사람은 줄이고, 간섭하는 사람은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번 국방개혁안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군 상부구조 개편이다. 각 군 참모총장이 합참의장의 지휘를 받도록 지휘계선 상에 포함된 것이다. 그렇게 이렇게 개혁을 추진하게 되면 육군의 경우 지상작전사령부와 2군과 수방사, 특전사, 항작사와 110만의 동원병력을 지휘하는데, 지휘계선 상에 무려 4명의 육군 대장(합참의장, 참모총장, 지상작전사령관, 2군사령관)과 수십 명의 육군 중장이 포진하게 된다. 1백여 개가 넘는 별들이 전부 지휘계선 상에서 각기 의견을 내는 끔찍한 혼란이 예상된다. 공군의 경우 4성 장군인 참모총장이 3성인 미7공군사령관 통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뿐만 아니라, 오산의 공군작전사령부와 계룡대의 총장실을 오가며 두 가지 일을 수행해야 한다. 지휘단계는 해공군은 4단계, 육군은 5단계로 늘어나는 것으로 매우 비정상적이고, 비효율적인 사태가 초래될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각 군의 군수, 교육 기관을 통합한다는 예전의 국군 군수사령부와 교육사령부 창설안이 이번 개혁안에서는 삭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류하는 것이다. 예전의 개혁안에서는 국회에 이 사령부들을 창설하기 위해 개정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는 새로운 판단이 나왔기 때문에 개혁안에서는 삭제된 것으로 보여 진다.

 

'합동군사대학' 파행 가능성

 

이와 비슷한 꼼수는 더 있다. 18대 국회 당시에는 합참의장 지휘를 위한 군정권의 명문화를 밝히고 있으나,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김관진 국방장관은 “의장에 대한 군정권 부여를 포기하겠다”며 물러섰다. 그러나 19대 국회 제출된 법안은 ‘합참의장의 지휘를 위한 최소한의 기능을 부여하되 이는 대통령령으로 구체화’하도록 표현하고 있다. 성가신 국회의 개입을 피하기 위해 지휘를 위한 최소한의 권한이라고 표현하고 이를 국방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에서 정하여 군정권을 부여하려는 꼼수 입법이다.

이렇듯 우리 국방의 오랜 악습인 부대 숫자 늘리기는 필연적으로 고급 장교의 공석 늘리기로 이어지고, 병력 감축 계획을 지연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원래 2020년까지 51만 7천명으로 감축하기로 되어 있던 이전의 개혁안에 비해 2022년까지 52만 4천명을 유지한다는 계획으로 슬며시 후퇴한 것이다.

법치의 실종은 국방운영에서도 파행과 난맥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합동성 및 연합작전 능력을 목적으로 기획된 합동군사대학교는 원래 기존 합동참모대학과 육해공군 대학을 총망라하여 조직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국방대 설치법이 개정되지 않자 국방부는 합동참모대학만을 제외한 채 육해공군대학을 모아 합동군사대학을 설치한 것이다. 그것도 국회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고 합동군사대학교령을 통해 조직하였으나, 그 조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합동참모대학은 별도로 운용 중에 있다. 현재 국방대 설치법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으나, 만일 이것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합동군사대학은 애초의 목적을 상실한 채 파행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조직 늘리기가 계획대로 다 진행된다고 할 경우, 2020년경에는 우리 군이 어떤 모습이 될까? 이명박 정부 초기에 국방부 조직관리관실에서 국방부와 직할부대 등을 대상으로 조직진단을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군의 대령 3000여명 중에서 일선의 전투 직위로 명확히 분류되는 직위의 보직자가 불과 4백 명이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2500명 이상이 무슨 사령부의 참모, 정책직위, 파견, 교육 등으로 분류되고 나면 실제 싸우는 대령은 10%가 조금 넘을 뿐이다. 육군의 경우 52만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지만 실제 전방 전투부대에 배치된 전투 병력은 30만 명 수준이고, 나머지 20만 명은 후방에 있다. 육군의 부대구조가 개편될 경우 전방 전투 병력은 20만 명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전투와 무관한 복지시설, 창급 군수기관, 범죄, 환자 등 여러 가지 사유로 비전투 병력을 유지해야 하는 현재의 징병제 하에서는 국방개혁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거품과 군살을 수술할 수 없다는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징집된 병사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고, 공짜로 자원을 주면 반드시 낭비하게 되어 있는 속성 때문에 실효성 없는 기관에 병력을 배치하게 된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모병제로 전환하여 군 전반에 직업주의를 확립하고, 군의 전문성을 제고하자는 야당 경선 후보의 주장이 마냥 터무니없는 것만도 아니다.   

군대만 조직 늘리기에 몰입하는 것만이 아니라 공무원들로 이루어진 국방부 직할기관이나 외청도 비슷한 흐름이다. 대표적인 국방개혁의 사각지대는 국방 획득 기관이다. 국방개혁이 발표된 직후에 현 정권은 앞으로 국방 연구개발을 민간에 이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2010년 10월에 미래기획위원회의 ‘국방산업 선진화전략’의 재탕이다. 2년 전에도 똑같은 구상이 발표되었으나 작년 국방 연구개발 예산 2조원 중에 민간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172조원으로 1%도 안 된다. 어차피 실행하지도 않을 개혁안을 공염불로 만든 상황에서 민간의 역량 참여를 확대한다는 이 개혁안을 누가 믿겠는지, 의심스럽다, 여기에다가 방위사업청은 현재 TF 조직 형식으로 운영 중인 청의 기술이노센터를 방산기술진흥원으로 확대 발전시키는 또 다른 조직팽창의 노림수를 드러내고 있다. 가뜩이나 기술 이노센터의 인적․물적 구성 부족으로 그 실효성에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기술진흥원으로 확대 개편하는 것은 또 다시 몸집 부풀리기로 비효율 집단을 양산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관리 위주 군 기득권 유지에 급급

 

사실 최근 홍상어 개발 부실 문제 등 국산무기개발의 부실실태는 민간에 투자되어야 할 국방 연구개발비를 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소가 관리비용으로 가로채고, 민간에는 저가 입찰, 납품 단가 후려치기, 가혹한 원가 절감 요구로 불량을 조장한데서 비롯되었다. 그렇다면 방사청과 국과연의 기득권을 줄이고, 민간의 연구개발비의 실비를 보장하고, 연구개발 기간을 늘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지만, 현재 이들 획득기관은 전혀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도 불량 무기개발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 군 전력에도 심각하고 치명적인 악영향이 초래된다. 

이러한 일련의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왜 정권 말기에 국방개혁안을 새로 발표하느냐는 의문이 커지게 된다. 국방부 설명대로라도 이번 개혁안이 무언가 새로운 방향을 담았기보다 3년 마다 북한의 군사위협과 국내․외 안보 및 국방환경 변화를 평가하여 개혁안을 수정․보완하도록 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3년간의 안보환경 변화에 대한 어떤 고민이 담겨 있어야 한다.

예컨대 2015년의 전시작전권 전환을 준비하면서 미국과 한국의 변화된 안보환경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어야 한다. 미국은 이미 앞으로 2조5000억 달러의 정부예산을 강제로 감축해야 하는 세출예산 통제에 진입했고,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가 바로 국방이다. 그런데 한국의 위기관리는 크게 미국의 세 가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주둔하는 주한미군, 미국의 정보제공, 유사시 증원전력이다. 이 중 뒤의 두 가지가 지금 매우 취약해진 상황이다. 당연히 비상대책을 수립해야 할 상황인데, 현재 국방부는 이런 논의를 금기시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 유지 역량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으려고 하는 미국 추종 일변도의 이데올로기적 관성 때문이다. 감히 누가 미국의 국방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입에 올리겠는가? 그러나 대외적 안보환경은 아무리 변하더라도 국방부에게는 남의 일이다.

결국 우리의 안보에 대한 성찰과 반성, 고민은 실종되고 관리 위주, 기득권을 고려한 국방개혁안은 사실 국방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수세적 방어에서 공세적, 적극적 방어로 전환한다는 개혁의 취지도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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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