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아프가니스탄과 한국군 파병 국제안보

 

D&D Focus 2010년 4월호


지원자 없는 아프간 파병에

군 당국, ‘강제차출’로 선발


 

국회는 지난 2월 25일 정부가 제출한 아프가니스탄 파병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그 이튿날에 국방부는 파병 동의안의 국회통과에 즈음하여 “3월 중순까지 파병인원 선발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파병 인원에 대해서는 특전사 특수임무단에서 파병에 필요한 교육을 강도 높게 실시할 계획”이라며 “교육성과를 높이도록 주요 간부 중 일부를 외국 PRT(지방재건팀) 전문교육기관에 파견해 소정의 교육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자 ‘제로’ 육군본부


지난해 12월 8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정부 국무회의는 아프가니스탄 파르완주에 350명 이내의 국군을 파병하는 ‘국군부대의 아프가니스탄 파견 동의안’을 심의·의결했다. 이 결정이 있고 난 후 국방부는 즉시 전군에 아프간 파병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공문을 하달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육군은 12월에 내부적으로 아프간 파병 인원에 대한 1차 지원자 모집에 나섰는데, 육군 해외파병 역사상 처음으로 ‘지원자 제로’를 기록하여 한민구 총장을 비롯한 육군 수뇌부가 크게 곤혹스러워 했다. 본지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후 구체적인 정황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한 총장의 거듭되는 아프간 파병 참여 독려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나오지 않자 육군은 “2차 모집 때도 지원자가 없으면, 임의로 파병 대상자를 지명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원해야 할 간부들이 모두 눈치만 보며 선뜻 지원을 하지 않고 있어 속을 앓고 있었다.

2차 모집 때도 지원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는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주’를 외친 노무현 정부 당시 이라크 파병에 대거 지원자가 몰렸음에도 ‘동맹’을 외친 이명박 정부에서 육군 간부들이 아프간 파병에 등을 돌린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같은 시기 해병대의 경우 재건지원팀에 참가할 해병대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지원자가 몰려 선별 작업을 검토하는 등 대조적인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아프간 재건지원팀에서 해병대는 아프간 주재 한국 대사관 경호를 담당하는 10명의 대원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높은 지원율에 고무된 해병대 측은 “대사관 경호는 의미가 없다, 재건지원팀 경호 임무를 우리에게 맡겨 달라” 며 임무 확대를 국방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파병인원 선발이 끝나가는 3월 중순, 군은 아프간 파병에 대해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한 총장의 엄포대로 육군 수뇌부는 파병인원을 지명하는 형태로 사실상 ‘강제 차출’을 하고 있다. 특히 특전사 간부 중에 해외 파견이나 연합사 근무경력이 있는 자원은 100% 차출 대상이다. 본인 의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이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파병 인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로 차출된 당사자들도 이에 대해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한 특전사 영관장교는 “어느 날 갑자기 파병인원에 포함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비슷한 이유로 파병 인원에 포함된 동기생들도 마지못해 끌려가는 심정”이라고 기자에게 밝혔다. 더불어 상당수 군 관계자들은 “자발적 지원자는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대한민국의 국제사회에의 기여’를 표방한 아프간 파병이 내면적으로 들어가면 전혀 축복받지 못한 개살구임이 드러나고 있다.

   


합참의 비밀 검토


이러한 현상은 지난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 당시 파병에 지원했던 간부들이 귀국 후 진급심사에서 파병 경험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직업군인의 가장 큰 관심사가 진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진급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위험하기만 한 해외 파병에 간부들이 선뜻 지원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령 아프간에 들어간다 해도 한국군의 사기가 높을 것 같지가 않고, 우리가 표방한 국제사회 기여도 얼마나 실효성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청와대와 외교부의 ‘동맹 일변도’ 정치논리에 대해 정작 국방 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장병의 목숨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방부는 지난해에도 외교부가 파병 논의를 주도해 온 데 대해서도 상당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걸핏하면 동맹 운운하며 파병에 대해 앞서가는 외교부가 국방부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나가기는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이미 작년 하반기에 들어서자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은 “미국이 한국에 요청하기 이전에 한국이 먼저 아프간 파병을 미국에 제안해야 한다”는 ‘선제적 파병론’을 들고 나왔다. 김 비서관의 이러한 행태는 ‘한국군 3000명 파병설’로 비화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 당시만 하더라도 아프간 전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나 우리 군의 준비정도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미국에 점수 따겠다’는 의도만으로 이 문제를 접근한 정황이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한편 정부의 파병 움직임이 연말로 오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하자 합참은 현지 치안상황과 파병국 군대의 평균 사상율 등 관련 데이터를 종합하여 파병 예정지인 파르완주에 한국군이 투입될 경우 ‘예상 사상율’을 산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파병 기간 중 한국군 사상 숫자는 최소 20명, 최대 60명 정도로 산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와 관련된 비밀검토가 있었음을 본지에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회에서의 거듭된 공식 확인 요청에 대해서는 합참은 “그런 숫자를 산출한 적도 없고, 터무니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군이 작전지역에 투입되면 작전양상을 예측하는 것이 당연한 임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합참의 해명은 궁색해 보인다.

국방부는 사상자 최소화를 위한 관심으로 파병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 PRT 전문요원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우발상황 대처능력을 갖추도록 일정기간 소집 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국방부는 밝히며, “파병장비와 물자는 5월 말까지 확보하고 지뢰방호장갑차량(MRAP) 구입과 UH-60 수송헬기 성능개량도 6월 말까지 완료해 PRT 요원과 장병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계획대로라면 부대 전개를 위한 일반 물자는 5~6월에 선박과 육로로 수송하고, 주요 장비와 선발대는 6월 중순께, 본대는 7월 초에 파병 현지로 전개한다. 군의 파병준비와 동시에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도 3월부터 PRT 운영 준비를 해나갈 계획이다.



‘제국의 무덤’에서 ‘안전성 논란’?


굳이 현지 아프간 미군의 증언이 아니더라도 아프간 어느 곳에서도 “안전한 곳은 없다”는 게 정설이다.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약 한 달 간 진행된 미군의 텔레반 대공격 작전인 ‘무시타라크’(현지어로 ’모두 함께‘라는 뜻)에 펜타곤 종군기자로 동행했던 김영미 씨는 기자에게 “아프간 치안상황이 호전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미군의 현지작전은 탈레반 소탕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

“미군의 차량이 100미터를 전진하는데 1시간 반이 걸렸다. 사제 폭탄을 제거하느라고 기동이 거의 마비된 것이다. 그런데 미군 차량은 작전 중에는 시동을 끄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가스 터빈 엔진과 복잡한 변속기를 가진 미군 차량은 기름을 엄청 먹는다. 결국 사제폭탄 다 제거하고 이제 전진하려고 하면 기름이 없다. 헬기로 연료를 공수해 오는 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더디고 굼뜬 적지 기동에 이미 탈레반은 다 도망 간 마을에 무의미한 진입, 이 모든 현상들이 악순환처럼 반복되었다.”

이번 작전이 새롭게 아프간을 평정하려는 작전이라기보다는 내년 7월로 예정된 미군의 아프간 철군을 준비하는 ‘출구전략’의 일환이라고 김영미 씨는 분석한다. 아프간에서의 동맹국 고전 양상은 파병 국가의 정치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2월 20일에 네덜란드 연정이 붕괴한 사건이다. 아프간에 파병된 2000명의 네덜란드 군인들은 큰 낭패를 맛보았다. 처음에는 기지 안에 근사한 네덜란드 식 풍차도 만드는 등 그럴싸한 기지를 조성했다. 그런데 며칠 후 어디서 날라 온 것인지도 모를 로켓포에 풍차가 박살이 났다. 네덜란드 군인들은 겁에 질려 기지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계속 날라 오는 로켓포에 21명의 군인이 ‘기지 안에서’ 사망했다. 이 소식에 네덜란드 국민은 경악했다. 결국 파병시한 연장을 주장하는 기독민주당의 얀 페터 발케넨데 총리에 맞서 노동당수인 바우터르 보스 부총리가 철군을 주장하자 네덜란드의 연정은 붕괴된 것.

네덜란드의 연정 붕괴는 아프간에 파병을 해 온 나토(NATO) 국가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쳐 이제는 파병국의 연이은 철군 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철군 도미노 현상은 이미 작년부터 구체화된 상황이다. 영국은 2008년 6월에 육군 소속 사라 브라이언트 상병이 사망하면서 국내에서 반전 및 철수 여론이 급격히 고조되어 왔다. 미스 영국에 출전할 정도로 천진한 미인인 그녀의 사망이 영국 국민을 크게 자극한 것이다. 이 사건 이후로 영국은 애초 계획한 3000명 추가 파병을 취소하고 500명만 추가했다. 덴마아크는 네덜란드와 함께 추가파병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지 오래고 지금은 벌써 정치 지도자가 철군 압력을 받고 있다. 프랑스도 추가 파병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을 포함하더라도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추가 파병 병력은 최대한 쥐어짜도 수백 명 수준이다.

아프간에 병력을 파병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동맹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 동맹국에게 있어 아프간 파병은 국내정치의 핵심 변수로 부각된 것이다. ‘제국의 무덤’인 아프간에서 현지 총사령관인 스탠리 맥크리스털 장군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4만 명의 추가병력을 요청한 바 있고, 오바마는 내년 7월 철군을 약속하며 병력을 증원시키고 있다. 이 역시 오바마가 재선에 도전해야 하는 선거 일정에 맞춰 수립된 계획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어쨌든 아프간에서 병력을 빼내고 그 다음에 재선고지에 도전해야 승산이 있다는 정치적 계산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동맹과 국제사회 기여를 명분으로 내 건 아프간 파병이 광화문에서 대규모 촛불시위와 정권의 위기로 번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선 한국군 내부에서도 지원자가 저조한 ‘축복받지 못한 파병’을 진행하는데 대한 준엄한 책임추궁이 일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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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