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5029 부속문서 비밀리에 작성 기고

 

SCM 직전, 국방장관의 보고

 

 2009년 10월 22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41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앞둔 시기. 이명박 대통령에게 SCM 사전 대책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은 “미 측이 북한 붕괴 시 중국 개입에 대비한 별도의 대비계획을 만들자고 제안했다”며, “이러한 미국의 요청에 따라 중국 개입을 가정으로 한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을 개념계획 5029의 별도 부속문서로 만들고자 한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만일 우리가 중국 개입에 대비한 문서를 만든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중국과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각별히 관리에 유의하라”는 지침과 함께 김 장관의 의견을 수용했다. 이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한미 군 수뇌부는 한미연합사령부로 하여금 ‘개념계획 5029’의 부속문서 작성에 착수하여 현재 거의 완성단계인 것으로 D&D의 취재결과 확인되었다. 이와 관련 D&D Focus는 상세한 기사를 지난 7월 28일 발매된 8월호에 수록했다.

새로운 부속문서에 담기는 중국 관련 내용이 무엇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한미연합사 주변에서는 “미군 수뇌부가 북한 급변사태에 관심이 지대하며, 그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사안은 중국의 개입문제”라는 말이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기자에게 “미 측은 북한 붕괴가 시작되면 중국이 반드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이에 미국은 중국과 충돌을 피하면서 최대한 협력하여 북한 전역을 안정화하고 대량살상무기(WMD)를 관리한다는 방향으로 문서가 작성되었다”고 설명한다.

부속문서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미국은 중국이 북한 급변사태 국면에 개입하더라도 중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하지 않는다. 둘째,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서도 중국과 공동으로 관리한다. 이 두 가지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의 지위를 인정하면서 핵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고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북한 핵을 통제하는 미국의 독점적 지위를 전제로 한 ‘개념계획 5029’ 본문과 사뭇 다른 내용이다.


통일의 기회는 없다


북의 급변사태에 대한 ‘플랜 B'라고 할 수 있는 부속문서는 한반도 문제를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의 협력관계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북한 붕괴가 한국 주도의 통일로 이어지는 것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두 강대국이 협력의 테이블을 만들면 한국이 앉을 의자는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또 다시 한반도의 영구분단 체제를 고착화하는 ‘21세기 판 얄타체제’가 이 계획의 최종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문제가 별다른 토론 없이 미국의 요구에 밀려 검토되지 않은 것은 현 정부의 커다란 실책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군부 일각에서는 우리 헌법에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점을 들어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우리 정부가 용인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입장도 다수 개진되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관련하여 국방부 한 관계자는 “중국의 북한 개입이 확실하다면 중국과 전쟁을 각오해서라도 통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가 갖는 예민함 때문에 2009년부터 한미 국방장관이 합의하여 부속문서의 초안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식 작전계획으로 인정하는 전략지침(SPG)에 아직 양국은 서명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 부속문서에 합의해주어야 한다는 현실론도 강하게 대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북한 핵을 미국과 중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한국은 북한 재건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하여 사실상 통일의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느냐는 반론이다. 현실론자들은 국제법적으로 북한은 엄연한 주권국가이고, 한국은 휴전선 이북의 북한지역에 대한 아무런 주권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을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작권 전환 연기의 대가

  

이에 대해 한미연합사와 합참의 현직 장교들은 “부속문서대로 간다면 한반도 통일은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며 현실론자들의 주장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중  국이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을 호락호락 용인해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미-중의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렇게 문제가 많은 계획에 우리 국방부가 미국과 쉽게 전략지침에 합의해 줄 리는 만무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단 2009년부터 현 정부가 미국에 부속문서 작성에 합의한 이상 상당히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었음은 여러 정황에서 드러난다. 2010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가 “한미연합방위태세가 (북한의) 어떠한 도발, 불안정 사태, 침략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는 문구가 공동선언에 포함된 것도 5029와 그 부속문서를 지칭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가 어떤 배경에서 미국의 요구를 쉽게 수용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야 한다. 이 문제를 청와대에서 지켜 본 한 핵심 관계자는 ‘의문을 푸는 열쇠’는 2009년 6월 말에 한․미 정상 간에 결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연기’라고 단언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 측의 집요한 요구로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 4월에서 2015년 12월로 연기하는 문제를 결정하기 이전에 미 측은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한국정부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 중 미국이 가장 강조한 전작권 연기의 핵심 전제조건은 두 가지였는데, 그 첫 번째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한국정부의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을 적성국으로 하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에 대한 한국의 참여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중국 대비계획 문제도 들어 있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한미 간의 방산협력, 특히 미국의 군수산업과 관련된 이슈였다. 향후 한국이 도입하게 될 차기 전투기를 비롯한 핵심 무기체계 공급에서 미국이 계속 종주국의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문제였다. 그 외에도 부수적으로 평택으로 미군기지 이전이라든지, 방위비분담금과 같은 여러 사안들도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이미 대통령선거 당시부터 전작권 전환 연기를 표방한 이 대통령으로서는 어떻게든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수세적 위치로 내몰렸고 미국은 이 점을 적극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디펜스 21’은 중국의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힌 바 있다(2011년 5월 25일자 ‘중국 인민해방군, 북한 급변사태 때 대동강 이북 점령’ 기사 참조’). 최근 이중간첩으로 몰려 재판을 받고 있는 일명 흑금성, 박채서의 주장을 근거로 한 이 기사에서 중국 정부의 비밀계획은 일명 ‘병아리(小鷄 : 샤우치우아이) 계획’으로 마치 암탉이 병아리를 품듯이 북한을 보호하고 관리해준다는 비밀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 계획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남포~원산을 잇는 대동강 이북 지역을 점령하여 북한 전역의 치안을 유지하고 주민들이 대량으로 한만 국경을 넘는 것을 차단하는 등 복합적인 북한 안정화 계획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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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