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윤우주 저, 『한국군 군제 개혁사』 서평

 

 


군제개편 논의?

‘대국방부 제도’가 유일한 해결책

윤우주 저, 『군제개혁사』

2010년 10월 30일 발행

총 242쪽, 1만5000원

구입문의 : 디앤디포커스(02-3775-2079)



개혁의 핵심은 ‘통합’


1981년 이란의 인질구출작전이 실패로 끝나고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이임사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작전 기간 중 내 부하는 여비서 한 사람밖에 없었다. 합참의 장교들은 각 군에 파견된 정보원이거나 로비스트에 불과했다.”

이 말을 전해 듣고 충격을 받은 미군 수뇌부는 당장 미군의 군제개편에 착수하여 특수전사령부를 창설하고, 전 군의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1986년에 나온 미국의 ‘골드워터 니콜스 법안’은 바로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한국군 군사제도 개편에 착수한다. 일명 ‘818 군제개편’으로 불리는 한국군의 ‘장기국방태세발전방향연구’가 그것이다. 미 군정과, 건군, 한국전쟁, 자주국방시대를 겪어오면서 한국군은 역사적 환경과 문화에 부합되는 자신 만의 군사제도를 갖지 못한 채 일본군대의 전통과 미군의 제도를 엉성하게 모방한 허술한 군사제도만을 유지해 왔다. 그런 점에서 ‘818 군제개편’은 거시적 안목의 최초의 군제개편이자 한국군의 자기혁신 운동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개혁은 또한 수없이 많은 방해를 받았다. 그 결과 미완의 개혁으로 끝나고 만 한국군의 자화상은 어떠한가? 인사의 실권이 없는 상징적 수준의 합참의장, 전쟁이 나면 후방 지원 부대장에 불과한 참모총장, 자군의 눈치와 합참의 지휘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작전사령관, 한 다리는 계룡대에 걸쳐놓고 또 한 다리는 합참에 걸쳐 놓고 기회주의적 속성을 보이는 합참의 장교단 등, 합동성이 결여된 한국군의 비효율적 운영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한국군 내에서는 나름대로 올바른 군사제도의 정립을 위한 개혁의 역사가 있었다고 말한다. 70년대 대통령 지시로 설치된 ‘특명검열단’에 의한 개혁, 80년대 ‘국방태세 발전방향’ 정립에 의한 개혁안, 90년대 ‘국방기본정책서’에 의한 개혁안 등이 그것이다. 이들 개혁안은 우리 실정에 맞으면서도 21세기 정보화시대로 가는 오랜 고민과 인식이 발전되어 온 결실들이다. 이 개혁안들에서 저자가 발견한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단연 ‘통합’이다. 군 운영을 국방부 중심으로 통합하는 추세는 이미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있으나 우리는 각 군별로 공통장비, 공통지원 및 서비스 기능까지 별도로 갖고 있는 낭비와 비효율을 그대로 안고 있다.

 

대통령이 군제개편 주도


천안함 사건 이후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가 한국군 군사제도의 전환을 혁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최근 총괄회의는 한국군 합동군사령부를 창설하고 각군본부와 작전사령부의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계․통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국방부는 이에 대해 이견을 표명하며 평행선을 긋고 있는 중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천안함 사건 이후 대통령이 군제개편을 주도하는 체제로 전환된 사건”으로 본다. 이는 과거 노태우 대통령 시기의 ‘818 군제개편’에 비견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기실 알고 보면 군 개혁을 스스로 할 수 없을 때 항상 정치권력이 이를 주도해왔다는 사실을 참고한다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책의 제 2장에서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외국군 개혁사례를 상세히 분석한 것도 그러한 교훈을 도출하기 위함이다. 외국군의 경우 범국가적으로 국방개혁에 참여하는 가운데 체계적이고 일관된 접근,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방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그 성공을 보장받았던 것이다. 이러한 선진국의 국방개혁은 효율성을 크게 높이면서 기술군으로 진화하기 위한 변화의 과정이다. 단지 프랑스의 경우만 국방부가 소수 정예인원으로 국방개혁안을 마련하여 성공시킨 드믄 사례이지만 이 경우에도 드골 대통령과 의회의 절대적 후원이 있었음을 간과하기 어렵다.

외국 사례를 참고 제3장에서 저자는 한국군의 상부구조 변천과 개혁추진실태를 진단한다. 창군 이래 지금까지 군제개편의 역사를 일별한 다음에 저자는 특히 3번의 국방개혁에 주목한다. 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이루어진 ‘특명검열단’에 의한 개혁, 80년대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이루어진 통합군제 시도, 즉 ‘818 군제개편’, 그리고 90년대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이루어진 ‘국방기본정책서’에 의한 개혁이다. 맨 앞의 시도가 다소 개념적 연구에 머물렀다면 818 군제개편은 거시적 안목의 실행 가능한 군제개편 시도로 주목을 받았으나 군의 반발과 정치권의 불신으로 통합군 창설에 실패한다. 그러면서 과도기적 체제로서 현 합동군 체제를 발전시키는 중간성과에 만족해야 했다. 마지막의 기본정책서에 의한 개혁은 우리 군의 조직과 구조, 정책과 전략까지 세부적으로 파고 든 최초의 규범적 문서라고 할 수 있다. 민간 전문가의 의견까지 수렴하여 대통령이 직접 관장할 수 있도록 절차적 문제까지 접근한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평시 관리형 군대로 안주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한국군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을까? 저자의 진단은 단호하다.

“현재의 우리 군의 상부구조는 조직구조 면에서 국방부, 합참, 각 군 본부 등 상부지휘조직의 임무 및 역할이 애매하고 평시 관리중심의 조직운영으로 조직의 관료성이 심화되었다. 818계획 당시 상부조직의 축소는 그 당시뿐이었으며 특히 각 군 본부는 818계획 이전만큼 비대해졌다. 또한 국방부, 합참을 비롯한 각종 합동부대에 근무하는 장교들은 모군의식이 더욱 강화되어 통합기획과 운용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C4ISR 체제가 구축되고 있는 정보화 시대에 아직도 평면적 고전적 전통의 조직체계에 안주하여 각 군 간 격리된 조직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다.(218쪽)”

개혁안은 꾸준히 추진되었으나 아직도 한국군은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다.

더 나아가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우리나라 문민통제의 규범이 아직도 성숙되어 있지 못한 현실이다. 민간 관료들의 군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군 출신이 현역에서 바로 옷을 벗고 장관이 되는 현 구조에서 문민통제 제도와 규범의 발전은 대단히 미흡하다. 군 출신이 장관이 자신과 근무인연이 있는 장교를 우선적으로 등요하다 보니 유력자와의 인연으로 진급이 되는 사실상의 사적 계보의 형성이 두드러지고, 인사의 공정성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은 이런 현상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골드워터 니콜스 법에 의하면 전역한 지 10년이 되지 않으면 군 출신은 장관이 될 수 없다. 얼마 전까지 군에 있었던 사람이 국방장관이 되면 사적 계보를 형성하여 문민통제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콜린 파웰은 국방장관이 아니고 국무장관으로 발탁되었다.

한편 군 운용에서도 불치병은 유감없이 드러난다. 이에 대해서도 저자의 눈은 매섭게 번뜩인다.

“합동참모회의 운영시 중요한 사안에 대해 각 군 총장이 거부할 때 (합참의장의) 지휘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분쟁의 스펙트럼이 현실로 나타남에 따라 고전적으로 각 군별 대응으로는 전장관리가 곤란하다. IT 발전과 군사혁신 추세에 따라 작전의 통합성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고 각 군별 지원기능도 효율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개혁의 걸림돌, 계룡대


총장들이 개혁을 조직적으로 반대하며 자군의 영역을 확보하려 영향력을 발휘해 온 그간의 군 운용은 한국군의 컨트롤타워를 심각하게 약화시켜 온 주범이다. 이러한 판단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저자는 한 때 필자에게 한 때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을 밝힌 적이 있다.

역대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려 하면 계룡대를 이를 집요하게 방해했다. 김대중 정부 초기에 국방기본정책서를 만들 때 애초 국방부는 각 군 본부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려고 했다. 그러자 해․공군은 이러한 국방부 의도가 총장을 무력화하고 ‘대국방부’ 제도로 나아가려는 것으로 인식하고 극렬하게 반대했다. 그러다가 입장이 곤란해지면 해군 참모총장의 경우 자신이 서명하게 되어 있는 ‘동의란’에 서명하지 않고 일부로 공군 참모총장 란에 서명했다. 그러면 서명을 다시 받으러 국방부 과장이 해군총장을 찾아가면 토론이 다 끝난 문제에 대해서도 서명을 거부하였다. 육군도 마찬가지다. 육군본부는 이 당시 본부 기능 재검토에 대한 개혁안을 희석시키고자 1998년 7월에 갑자기 육군 1군사령부와 3군 사령부를 통합하는 대안으로 연구해서 국방부에 제출했다.

이런 식으로 개혁이 무력화되고 연연세세 소모적인 논란으로 끝나고 만 것이 한국군의 국방개혁의 역사다. 그러므로 이 책은 ‘한국군 국방개혁 실패사’로도 읽힐 수 있다. 이 책의 구석구석을 읽다보면 바로 국방개혁 실패의 역사가 최근 천안함 사건 당시 군의 황당한 작전실패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작전의 실패 이면에는 우리 스스로 올바른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인식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러면 저자는 한국군이 어떻게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미래지향적 군사체제는 각 군 본부가 국방부로 통합되는 ‘대국방부형의 합동군체제’다. 각 군 본부를 국방부로 흡수하여 국방부 차관이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 문민통제 원칙 하에 일원화된 작전지휘권 보장 ▲ 다양한 분쟁스펙트럼에 통합된 전투력 발휘 ▲ 합동참모총장의 명확한 위치확립으로 지휘체제를 단일화시키는 것이다. 합참 지휘부의 새로운 구성과 인사권 강화 조치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이 있다. 육․해․공군 간 균형보직과 각 군 간 윤번제에 의한 합참의장 순환, 합동참모총장이 중장급 이상의 진급과 작전지휘관을 임명 시 동의권을 부여하는 등 등 파격적인 방향이다.

이 외에도 많은 합동성 지향 관리방안을 말하는 저자는 최근 합참과 합동군사령부를 이원화하려는 청와대의 군제개편 안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좁은 전장에서 합참의장과 합동군사령관이 분리되면 옥상옥의 새로운 비효율이 초래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군사제도를 알기 쉽게 다룬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이 책은 현행 군제개편 논의에 손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고, 교양과 지식을 듬뿍 얹어 준다. 일독할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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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