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정인 교수가 보는 미중 간의 대치 인터뷰

 

D&D Focus 2010년 12월호 


미․중 간 서해 치킨게임 임박!

서해는 ‘제2의 대만해협’ 되는가?


최근 미국이 아세안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서해로 들여보내겠다는 공언을 하고, 이명박 정부는 이에 대해 침묵하는 ‘이상한 정세’가 벌어지고 있다. 디앤디는 혼돈 속으로 소용돌이치는 아시아 해양의 군사정세의 기본구도를 이해하기 위해 연세대학교 문정인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11월 18일에 연세대 문정인 교수의 연구실에서 이루어졌다.


대담 : 김종대 편집장

 


항모 파견 요청에 “no"라고 말한 미국


디앤디 :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기 직전에 미국은 말라카 해협을 둘러싼 국가들과의 군사외교에 총력을 쏟아 붓고 있었습니다. 호주,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 파기스탄 등 해협 인접 국가들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베트남과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한국, 일본과 8월부터는 해상군사연습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미 군사력이 동방으로 대거 진출하는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문 : 미국이 새로이 체계적인 대중국 봉쇄로 들어갔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다만 미국 측 자료를 보면 “중국의 해군력 증강 때문에 자신들은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말라카 해협의 남사군도 일대에 중국은 ‘핵심 이익(vital interest)’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명문화 한 상황이다. 한 때 로버트 카플란(Robert D. Kaplan)이 말한 ‘제1열도군’, ‘제2열도군’과 같은 전략구상이 나왔는데, 그는 동지나해에서 말라카해협까지 이어지는 항로를 가는 선을 ‘제1열도선’이라고 했다. 바로 중국이 핵심 이익이 있다고 말한 곳이다. 카플란의 제1열도선과 같은 것을 중국 역시 ‘근해전략’이라고 해서 여기에서의 전략적 구상, 즉 해군력 구상은 이미 끝났다. 지금 중국은 ‘제2열도선’ 오가사와라 섬, 즉 오끼나와 남쪽으로 해서 남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 폴리네시아 등으로 진출했고 그곳의 조그만 섬들을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양해군의 축을 제2열도선으로 보니까 미국이 걱정하는 것은 중국이 자기들 근해라고 하는 범위를 넘어 제2열도선까지 힘을 투사하는 것이 아니냐, 그렇다면 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중국이 진출하면 미국의 중요한 이익뿐만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전체가 영향을 받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렇다면 동남아 국가들과 동맹을 단단히 하고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중국에 팽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미국의 구상도 있을 법 하다. 그런 배경에서 동남아 국가들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디앤디 : 그러한 일반적 미중 간의 대치 상황뿐만 아니라 최근에 미국은 말라카 해협에 더 높은 군사적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미 국방예산이 감축되는 상황에서 대규모로 해군을 전개한다는 것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는데 군사력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없습니까?

   

문 : 참고가 되는 일화가 있다. 6월 초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안보대화에서 일어난 일이다. 게이츠 장관은 김태영 장관이 천안함 후속대책의 일환으로 항공모함의 한반도 파견을 요청했으나 거부했다. 그러자 6월 말에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에게 항모의 전개를 거듭 요청하니까 오바마가 게이츠에게 지시하여 항모가 오는 것으로 변경시켰다. 그런데 서해로 항모가 들어오는 것을 중국이 강하게 반대하자 서해로 오지 못하고 대신 동해로 왔다.



조지워싱턴호의 오락가락 행보


그런데 안 오겠다고 하던 항모가 오는 것으로 바뀐 배경에는 관료적 이익도 있었다. 작년 7천억불이던 국방비가 올해는 6천억불, 내년 5천억불로 급격히 줄어들 텐데, 이게 문제다. 미 태양양사령부 존립이유가 바로 중국의 팽창을 저지․억제하는 것 아닌가? 해상 기동훈련을 자꾸 하고 여론의 주목을 끌고 해서 예산싸움의 유리한 고지차지하려는 야전사령관의 고뇌도 있지 않았겠는가? 이것이 한국의 항모 파견 요청에 게이츠는 “No"하고 태평양사는 ”yes"라고 응답했던 차이점으로 드러났다. 한국에 항모를 적극적으로 보내려는 미국 내 요인, 즉 '푸시 펙터(push factor)'라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디앤디 : 흥미 있는 분석입니다. 그러면 조징워싱턴 항공모함은 복잡한 정치․군사적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되어 동방으로 전개된 것이군요.


: 요약하자면 항모를 아시아로 끌어들인 세 가지 요인, 즉 '풀 펙터(pull factor)'는 ▲ 한국이 천안함 사건 이후에 필요로 했다는 것 ▲ 동남아 국가들이 서사군도, 남사군도에서 미국을 통해 번영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요구 ▲ 중국의 핵심이익을 들고 나와 팽창하는데 대한 동남아 국가들의 경계심이 있다. 그리고 한 가지 ‘푸시 펙터’는 앞에서 말한 바대로다.

그런데 이 요인들이 엉켜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라기보다 상호작용하는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중국은 공해상인 서해에 항모가 들어온다면 중국의 핵심 이익이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서해가 ‘제2의 대만해협’이 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여기에서 서해로 항모가 들어가기로 한 군사적 판단이 중국의 반발로 끊어지면 미국은 향후 중국을 다루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은 정공법으로 계속 서해로 들어오겠다고 하고, 결국 미중 간에 이 문제는 치킨 게임으로 가는 양상이다. 

이 점에서는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6월까지는 미 항모의 파견을 요청한 현 정부가 중국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나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 것도 막상 들어오는 타이밍이 문제되었던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형성된 국민정서가 중국의 한미동맹에 대한 반발 이후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천안함 사건 이후 한동안 계속 중국을 '밀어내고(hedging)' 미국에 '붙어야(band-wagon)'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가 중국과 사이가 벌어지니까 남북관계는 물론 한중관계가 더 나빠지는 상황이었다. 반면에 북중 관계는 좋아지니까 “이게 우리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국민정서가 나타났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 않았을까. 또한 11월 G20은 현 정부의 최대 이벤트인데 만일 악영향이라도 미친다면 이명박 정부로서 타격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항모 전개는 신중한 입장으로 전환되었을 것이다.

 


아시아판 나토는 가능한가?


디앤디 : 그렇다면 우리가 오랜 친구인 미국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중국과 새로운 밀월을 추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G20 회의와 같은 다자외교 공간에서 균형자 역할을 모색하는 걸까요? 최근 외교부에 중국 담당 조직을 대폭 보강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만...


문 : 그렇게까지는 안 본다. 중국으로 쏠리는 그런 것은 아니다. 현 정부가 미국과 가치동맹, 전략동맹, 신뢰동맹를 외교전략의 기본 축으로 표방하고 있고 이는 현 정부의 국시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균형자는 될 수 없다. G20 초기에는 한국이 인도와 더불어 미국의 입장을 옹호했다. 경상수지 4% 이내로 재정적자를 억제한다는 안을 한국이 인도와 함께 미국 편들며 주장하지 않았나. 그런데 막상 G20 회의가 열리자 중국, 독일, 브라질, 인도네시아 다 반대하니까 슬그머니 뺐던 것이지, 그 자체로 미국과 등을 돌리는 것은 아니다. G20 전체 분위기가 미 연방준비은행이 5천억불을 풀면서 ‘미국이 약속 어긴 것 아닌가’, ‘경주 재무장관 합의사항 어긴 것 아니냐’는 여론이 나오니까 미국 편들던 한국정부가 꼬리를 내린 것이다.

FTA 문제도 그렇다. 아무리 한미 FTA 중요하다 하더라도 촛불시위 환란을 겪은 정부가 만약 미국에 과도한 양보한다면 제2의 촛불시위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결국 미국에 양보할 수 없는 식으로 될 수밖에 없고, 미국도 민주, 공화 양쪽을 다 납득시킬 수 있는 한국의 양보를 받아내려 했다. 이것도 결국 한미 간에 ‘치킨 게임’이 되어 버렸다.


디앤디 : 조지워싱턴호의 항로를 면밀히 관찰해보면 미국은 동남아와 동북아를 큰 틀에서 엮는 다자안보 구상을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각에서는 나토와 아세안이 융합하는 새로운 다자안보의 틀이 생기는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습니다. 과연 아시아판 나토는 가능하리라고 보십니까?


문 :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군사협력 문제는 경제협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미국은 중국, 한국을 포함해서 아세안에 수출을 배로 늘리겠다는 건데, 그러면서도 개별 국가와 군사동맹도 맺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세안은 누구에 대한 의존가 높아지나? 중국에 더 의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중국의 대외무역의 70%가 아세안과 중동 일부국가다. 그런데 이걸 무시하고 중국을 ‘헤징(hedging)’하는 집단안보체제를 미국과 만든다는 게 가능할까?

한국도 결국 그 문제 때문에 모순된 입장에 처해있다. 중국은 “한국이 군사동맹은 미국과 하고, 돈은 중국에서 벌어 일본과 적자 메우고 하는데, 이게 어떻게 공정한가”라며 불평을 하고 있는데, 이걸 한국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경제적 상호의존’이라는 것이 한국과 일본까지도 중국과 선린우호 관계를 유지해야 할 당위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양다리 걸치기


디앤디 : 결국 중국의 경제력과 미국의 군사력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쳐야 한다는 모순된 현실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과연 이런 특징이 갈수록 두드러지는 역동적인 국제정세에서 모순을 해소하는 전략과 방향은 어떤 것이어야 합니까?


문 : ‘방어(hedging)’와 '편승(band-wagon)'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경제적은 편승은 중국, 군사적 편승은 미국으로 이중화되는 것은 모순된 현상이고 이를 푸는 것은 결국 지역협력, 말하자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한중일 3국 FTA과 같은 협력과 통합 질서로 가야 되는 것이다. 이걸 정치지도자들이 잘 인식해야 한다. 당연히 여기에 미국도 참여해야 하고.

아시아에서의 집단 방위, 아시아판 나토에 대해 말하자면 나토의 외연 확대라는 건데, 그런 주장이 럼스펠드 장관 시절에 있기는 했다. 어떻든 간에 나토의 외연 확장이든가, 미국과 양자동맹을 다자간으로 확대하는 집단방위는 기본적으로 공동의 적과 위협을 상정해야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 중국을 위협으로 상정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 활성화하고 북한과 동맹확대하면서 동아시아에 ‘신냉전 구조’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역사에 역행하는 일이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고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엄격한 의미로 집단안보체제는 바로 유엔이다. 유엔을 준수하면 궁극적 의미의 집단안보는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보다는 동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첫걸음이 군사적 신뢰구축, 군비경쟁 예방 시스템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말라카에서 쿠릴로 가는 제1열도선은 국가 간 공동관리 체제를 만들면서 공해상에서 자유로운 항해를 보장해야 한다. 이건 미국의 제1의 철칙이기도 하고 중국도 그걸 원한다.

 

디앤디 : 그러한 당위성은 수긍이 가지만 과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해양에서의 대치구도는 더 강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문 : 내가 최근 출판한 『중국의 내일을 묻다』에서 인터뷰 한 왕지쓰(王緝思)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가장 친미 성향의 인사다. 그런 그도 가령 중국-대만 간의 양안문제가 악화되면 “미국이 막강한 해군력 갖고 개입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말라카 남사군도 동지나해까지 군사적 ‘관문(chokepoint)’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러면 중국의 사활적 이익을 건드리는데 중국이 미국과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중국도 여기에는 준비할 수밖에 없지 않는냐”고 말할 정도다. 그러면 미중 충돌을 배제할 수 없고 누가 이걸 원하나? 네거티브 게임에서 모두가 피해자다. 결국 정치지도자들이 마음가짐을 다잡고 어떻게 우리가 공동으로 해양을 관리하면서 평화와 안전을 하느냐로 모아져야 한다. 

물론 이것은 당위의 문제다. 그런 방향으로 과연 갈 것인가라는 개연성을 물어본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신냉전은 구조적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상황을 잘못 관리할 경우 구조화․장기화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면 ‘제2냉전’ 구조가 생길 거고, 우리가 애써 만든 평화, 공동번영에 엄청난 차질과 충격이 올 것이다.

이런 점에서 G20 이후를 본다면 핵심은 대북정책이다. 대북정책 출구가 뚫리고 남북관계 개선되면 우리가 중국과 대립할 이유가 없어진다. 미국도 천안함 사건 당시 한국 태도에 영향을 받아 덩달아 미중관계가 악화되는 길로 갔고 미북관계 나빠졌다. 오직 북중 관계만 좋아졌다. 우리에게 천안함은 최악의 안보환경을 가져왔다. 한미동맹이야 상수로 변한 것이 없다고 하지만 나머지는 우리에게 다 나빠졌다. 이후 어떻게 반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출구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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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