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특종 방산수출 좌절시킨 ‘내부의 적’들 ② 방위산업

 

D&D Focus 2009년 4월호


‘T-50 수출 좌절’을 적대적 M&A 기회로 삼는

대한항공의 석연치 않은 KAI 인수 작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했다. T-50의 UAE 수출이 좌절되자 이번에는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04년부터 UAE가 제안한 아부다비-인천 직항로 개설에도 대한항공은 비협조적으로 나왔었다. 이로 인해 T-50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되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런 보이지 않는 갈등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KAI 인수는 지난번 ‘제2 롯데월드’ 파동과 같은 정경유착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


T-50 UAE 수출 좌절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3월 1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에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물밑에서만 추진되어 오던 대한항공의 KAI 인수가 조 회장의 입을 통해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하려는 것은 그동안 항공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KAI 전 직원들은 대한항공의 인수 움직임에 격렬하게 반대해왔다. 지식경제부는 30.5%에 해당되는 KAI의 산업은행 지분을 민간 기업에 넘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T-50의 UAE 수출이 좌절되자 3월 9일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헤럴드경제지에 “T-50 수출이 실패한 지금이 매각의 적기이며, 가격보다는 국익 차원에서 매각하겠다”고 새로운 입장을 밝히고 나온다. 

산업은행이 매각 사실 자체만이 아니라 매각의 방향까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나서는 것은 지식경제부와 사전조율이 없었다면 생각하기 어렵다. 산업은행이 지식경제부 감독을 받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한항공은 자신의 지분 인수의 적임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마치 자신들이 KAI의 새 주인이 되는데 걸림돌이 되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투다.

UAE T-50 수출이 실패한데다 산업은행의 지분매각 입장이 알려지자 KAI는 융단폭격을 당한 것처럼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평소 항공기 제작 분야에서 숙적이자 라이벌인 대한항공이 점령군처럼 등장하는 모양새는 KAI에게 있어 재앙이 아닐 수 없다. 10년 전 대우, 삼성, 현대가 공동으로 출자한 통합법인 KAI가 출범할 당시부터 국내 항공산업에 대한 독점적 지배권을 놓고 벌인 대기업 간의 ‘10년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기미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갑작스러운 지분매각 논란의 중심에는 청와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월 중순에 발매된 월간지 ‘신동아’에서는 “(2월말에) T-50이 UAE에서 패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보인 첫 반응은 ‘이런 사업은 민간이 해야지, 반(半)국영기업인 KAI가 할 수 있겠어요?’”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 기사내용이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미리 T-50 수출이 비세로 기울었다는 것을 의식하고 방산수출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기 보다는 차제에 민간 대기업이 대주주가 되는 지배구조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얘기다. 

T-50 수출에 정부가 과연 최선을 다해 지원했는지도 의문이다. 아직도 UAE 수출에 ‘막판 뒤집기’를 도모할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돌연한 KAI 매각은 UAE에 연이은 싱가포르, 폴란드에 대한 수출의 마지막 희망의 끈마저 싹둑 잘라버리는 것과 같다. 이점이 바로 앞의 기사에서 지적했듯이 정부가 T-50 수출에 얼마나 패배주의로 일관했는지, 또한 T-50 수출을 위한 국가적 협력 시스템에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지를 드러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T-50 수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양 국가 간 중요한 산업협력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아부다비-인천 민항기 직항로 개설이다. UAE가 간절히 원하는 이 사업에 대한항공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정부가 이를 방치해 왔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T-50 UAE 수출이 좌절된 원인과 교훈을 냉철하게 도출하여 막대한 국민혈세가 투입된 국산 항공기의 활로를 찾기보다 정부와 특정 재벌이 한 목소리로 KAI 지분매각과 인수를 외치는 것은 누가 보아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벌써 일각에서는 정경유착의 냄새가 난다는 지적이다.

 


T-50 수출에 대한항공 ‘몽니’


UAE가 고등훈련기 우선협상대상자로 이태리 핀메카니카를 선정한 2월 25일은 원래 한국과 UAE 간에 ‘아부다비-인천공항’ 직항로 개설 및 취항을 위한 협상이 시작되던 날이었다. 2004년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가 UAE를 방문했을 당시 모하메드 왕세제가 처음으로 제안했던 사업이다. UAE와 협력을 중시한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에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일이기도 하다.

에티하드 항공은 아부다비 정부가 설립한 항공사로서 두바이 (에미레이트 항공)와 경쟁하는 아부다비 정부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관광, 운송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모하메드 왕세제는 2005년 2월에 에미레이트 항공이 인천공항에 취항했듯이 자신이 소유한 에티하드 항공의 취항을 강력히 희망했다. 그러나 2007년 11월 30일, ‘한-UAE 항공회담’이 개최되었을 당시 대한항공은 에티하드 항공의 취항에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경쟁사를 취항시킴으로써 자신의 운송부문 사업과 이해관계가 상반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대한항공은 “이 항공회담은 T-50 훈련기를 UAE에 판매하기 위해 산업자원부 등 관련 기관의 요청에 따라 추진된 것”이라며 “호혜 원칙을 무시하고 UAE에 일방적 혜택을 주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T-50 수주가 확실하지 않은데도 국가 재산인 운수권을 선심성으로 내준다”고 건설교통부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나왔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입장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대한항공은 T-50 수출에 대한 정부 지원에 대해 불만을 품고 반대해 왔다는 얘기가 된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UAE 측이 “T-50과 연계하지 말고 협상하자”고 한데 대해 “국내 항공사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런 협상을 하는데 T-50과 연계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서 석연치 않은 것은 대한항공이 자신의 운송부문 이해관계와 일치하지 않을 때 정부가 국익차원에서 추진해 온 T-50 수출 지원도 반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5년 에미레이트 항공이 처음 취항할 당시 대한항공은 이를 찬성했다. 그런데 에티하드 항공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을 보인 것이다. 에티하드 항공이 취항함으로써 대한항공에 어떠한 손실이 있는지는 명확치 않다. 오히려 작년에 산업연구원이 지식경제부 의뢰로 분석한 검토보고에는 “한-UAE 노선은 좌석이용률 85%, 여객증가율 88%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태”로서 “에티하드 항공이 취항해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여전히 부족하므로 국내항공사는 피해 없음”이라고 명확히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 “국내항공사 유럽직항 노선의 현 수요증가 및 과거 에미레이트 항공의 사례를 보더라도 (UAE 측 요구를 허용해도) 고객이탈 효과가 미미하다”고 밝혔다. 보고에서는 더 나아가 “05년 한-UAE 노선에 에미레이트 항공이 신규 취항한 이후, 국내사 유럽직항 노선의 고객은 실제로 이탈보다는 증가(’06년 12만명, 전년대비 8%증가)”했다는 사실을 들며 대한항공의 주장은 잘못되었음을 지적했다.



KAI의 대한항공에 대한 유감


2007년 당시에도 대한항공 의견과 다른 분석이 다수였다. 당시 외교통상부 역시 “국가 간 외교관계를 위해서라도 UAE 요청은 수용해야 한다”고 건설교통부에 촉구한 사실이 본지 취재결과 확인되었다. 본지는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관계자와 이 문제를 담당했던 외교통상부 관계자를 어렵사리 찾아낼 수 있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그 당시 대한항공만 혼자 ‘몽니’를 부렸다”고 설명했다. 이중 한명은 “설령 대한항공에 손실이 있더라도 서비스와 가격체계를 개선하여 UAE 항공사와 경쟁에서 이겨야 할 대한항공이 계속 독점을 고집한다면 이는 국민들의 더 낳은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는 평소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는 대한항공의 입장을 무시할 수만도 없었다. 그 결과 2007년의 ‘한-UAE 항공회담’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같은 시기 우리의 경쟁상대인 이태리는 이미 2007년 9월에 아부다비의 에티하드 항공이 밀라노에 취항하도록 허용한데 이어 로마 취항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었다. 우리는 2006년 대통령 지시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 문제로 시간만 허비했다. 기자는 KAI 측 관계자에게 “대한항공의 이러한 비협조적 태도가 T-50 수출에 악영향이 있었냐?”고 문의하자 “그런 점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렇듯 T-50 수출과정에서 KAI와 대한항공의 앙금은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본지가 KAI 관계자에게 입장을 물어 보았다. 그는 “그동안 KAI 설립 이후 대한항공은 KAI를 부실기업으로 줄곧 비판해왔고, 조양호 회장은 방위산업진흥회 회장으로서 자사의 이익을 위해 방위산업 전문․계열화 폐지에 앞장서 왔다”며 “이런 기업이 KAI와 통합되었을 때 화학적 결합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한항공에 대한 우리 회사 임직원들의 감정은 매우 안 좋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의하면 대한항공의 2003년 KAI에 대한 적대적 M&A가 시도될 당시에 대한항공으로부터 회사를 지키기 위해 KAI 최초로 노조가 결성되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총 직원의 3분의 2인 2000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직원의 86%가 전체 지분의 2.76%에 해당되는 소액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한항공의 인수 시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한항공 측은 KAI의 반발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본지가 대한항공 측에 정식으로 이 문제를 비롯한 KAI 인수에 대한 대한항공의 입장을 묻는 질문서를 발송하였으나 회신은 없었다.

 


“한국이 과민반응하고 있다”


2월 25일부터 시작된 ‘한-UAE 항공회담’은 UAE 측이 이태리로 기종을 결정함에 따라 결렬되었다. UAE의 이브라힘 부사령관은 3월초 우리 측 관계자에게 “방산전시회(IDEX) 이후 한국정부에서 항공회담을 결론 없이 일방적으로 종결했다”며 “한국정부가 너무 과민한 반응을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더불어 그는 “아직도 이태리와 본격적인 협상은 시작되지 않았고 향후 어떤 일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그러면 대한항공의 KAI 인수에 이처럼 KAI를 비롯한 항공업계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구체적인 배경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KAI가 안팎의 내홍을 겪으면서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했던 것도 사실이다. 과거 대우, 삼성, 현대 출신들이 섞여 있는 ‘한 지붕 세 가족’의 삼겹살 조직인 KAI가 보다 확실한 대주주 위주의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여론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주인 찾아주기”는 해외 경쟁사와의 수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한다. KAI의 경쟁사인 영국 BAE, 이태리의 핀메카니카 그룹은 우주를 포함해 육․해․공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수십년  간 세계 방산시장을 이끌어 온 선두업체다. 이는 고객이 요구하는 절충교역이나 방산협력에서 매우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우리의 경우에도 이러한 종합 방산업체로서의 통합이 경쟁력을 키우는 관건이다.

그런데 대한항공의 경우는 물류, 관광, 부동산을 위주로 한 기업으로 제조업에의 투자 의지가 불확실하다. 앞에서 말한 T-50 수출지원의 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자사의 운송부문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원래 대한항공은 과거 7, 80년대에는 항공산업을 독점적으로 수행해 온 우리나라 항공 방위산업의 최선두주자였다. 500MD 헬기, F-5 전투기 등을 조립생산하면서 가장 먼저 노하우를 확보했다. 그러나 기술축적과 연구개발 능력이 미흡한 단순 조립에만 치중한 결과 국산화율 20%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항공산업 제조업체로서는 미미한 성과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한다 하더라도 종합적인 방산전문기업으로 도약이라는 비전을 구현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인수 이후 한국형전투기(KF-X), 중형기의 개발 국산화에는 과거와 같은 소극적인 태도로 단순 생산에 치중할 경우 이제까지 그나마 T-50 연구개발과 항공기 제작에 투자를 해 온 KAI의 핵심역량마저 잠식할 우려마저 있다는 반론이다.

한편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05년 정부의 한국형헬기(KHP) 주도 개발 방침에 대해 국제공동개발을 주장한 바 있다. 독자적으로 무엇을 개발하기 보다는 기술 난이도가 매우 높은 개발 사업에 경험 있는 모든 업체를 참여시키고 그 범위를 해외로 넓혀 글로벌 브랜드로 승부하자는 얘기다. 이것은 독자개발을 중시하는 KAI의 기류와 상반된다. 개발능력이 취약한 대한항공의 제안이 어쩌면 개발의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한 안으로 내놓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 참고로 대한항공의 연구개발 인력은 80명 수준으로 KAI 900명에 비해 초라하다. 이 영세한 개발인력은 완제기 체계종합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기체 부품 개발 능력만 일부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부실한 재무구조, 투자여력 있나?


대한항공은 작년에 유가와 환율상승으로 당기손실이 1조9400억원이나 발생했다. 부채비율만 해도 462%에 달한다. 올해도 대규모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완제기 수출을 위한 개량개발,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런지 의문이다.

대한항공의 항공기제작부분은 작년말 기준으로 3776억원으로 KAI의 9101억원에 비해 반도 안 된다. 반면 자산은 KAI 1조 550억원의 60%가 넘는 6278억원이다. 자산의 회전율이 0.6회로 KAI의 0.9회에 비해 극히 낮아 자산의 유휴화와 생산 효율이 극히 낮다.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건실한 KAI가 대한항공의 부실과 섞여버릴 때 대한항공의 부실은 KAI로 전가된다. 한 마디로 부실기업이 건실한 기업을 합병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부실이 확산되게 된다. 국가 중요 전략사업에서 부실의 정도가 심화된다면 결국 그 부담은 정부가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KAI 측은 “대한항공이 진짜로 KAI를 인수하려는 목적이 바로 ‘부실의 전가’가 아닌가?”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본지의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조양호 회장의 KAI 인수에 대한 의지는 결코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특히 대한항공은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고 나서 지난 10년간 받은 설움을 일거에 만회하겠다는 자신감으로 더욱 충만 되어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조 회장과 현 정권의 특수 관계다. 

기업 친화적인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작년에 이명박 대통령과 조양호 회장이 만난 것만 인터넷만 뒤져봐도 8건이 발견된다. 조 회장은 작년 4월 대통령의 미국과 일본 순방을 수행했고, 9월에는 대통령 러시아 방문 시 동행했다. 11월에 대통령의 남미 순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외에도 청와대에서 두 번 개최된 ‘민관투자합동회의’ 시에도 대통령을 만났고 6월 핀란드 총리, 12월 요르단 국왕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조 회장이 청와대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거의 매달 대통령을 만나고 해외 순방 시 전체 일정을 대통령과 함께 보낸 몇 안 되는 인물이 바로 조양호 회장임을 감안할 때 T-50 수출 실패가 알려진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사업은 민간이 해야지....”라고 말한 것은 예사롭지가 않다. 바로 조양호 회장이 듣고 싶어 하는 바로 그 말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자칫 커다란 의혹으로 발전될 여지가 있다.

한편 조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사위는 현재 청와대 외교안보실의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다. 그러나 김 비서관이 대한항공 KAI 인수 문제에 관여했다는 정황은 지금껏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조양호 회장이 3월초에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을 접촉하여 KAI 인수문제를 상의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이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실을 최근 방문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KAI 인수를 위한 실탄은 6천억원


여기서 KAI 지분구조를 다시 살펴보면, 정부지분인 산업은행이 30.5%, 두산․삼성․현대차는 각기 20.5%, 기타 채권단과 우리사주가 8%다. KAI 정관에 의하면 ‘특별의결사항’에 대한 조항이 많아서 50% 지분만 소유한다고 해서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소 70% 이상을 소유해야 경영전략과 조직 및 인사를 장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을 제외한 현대, 두산, 산업은행 지분을 모두 합한 72%를 매입해야 한다.

대한항공의 재무구조가 부실하다고 하지만 현금거래가 많은 수입구조상 상당한 규모의 실탄은 이미 확보되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한항공이 작년 말 두산지분 인수를 추진하면서 주당 9000원을 제시했던 전례를 근거로 할 때 적어도  KAI 인수를 위해 6000억원은 마련해 두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듯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대한항공이 현재로서는 KAI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최근 지식경제부 한 관계자는 경제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경부 입장은 중립”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중립이 아니라 한들 대한항공 말고 유력주자가 또 있겠느냐는 분위기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이 KAI 직원들에 대한 고용보장과 임금인상 등 당근을 제시하며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고 있어 T-50 수출 실패로 의기소침해 있는 KAI 직원들도 당혹해하고 있다.

이렇듯 항공 산업의 대지각 변동이 예견되는 작금의 사태는 한마디로 태풍전야다. 또 하나의 정경유착 사례가 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항공산업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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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