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은 남북한 어느 정권에게 위협인가 남북군사력

 

북한의 휴대폰을 조선일보가 보도한 이유


인류의 발명품 중에 아주 특별한 물건 들이 있다. 실제 효용성과는 무관하게 인류에게 전파 속도가 너무나 빠른 물건들이다. 그 중 최고를 뽑으라면 단연 안경이다. 17세기에 이태리에서 안경이 발명되고 나서 동양에까지 퍼지는데 채 3년도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정조 임금도 안경을 썼다. 그런데 반대로 매우 효용가치가 높은 물건인데도 전파되는데 속도가 느린 물건이 있다. 안경이 발명된 때와 비슷한 시기에 포크가 발명되었다. 영국 왕실에 처음 포크가 소개되자 왕실과 귀족은 경악했다. “저런 흉측한 물건으로 어떻게 식사를 하냐”는 반응이었다. 그로 인해 영국에 포크가 전래되고 실제 왕실이 이를 식사에 활용하는 데만 40년이 걸렸다고 한다.

안경이 발명되고 난 후 인류 역사에서 가장 보급이 빠른 물건을 꼽으라면 단연 휴대폰이다. 아프리카에서 물도 먹는 처참한 환경의 마을에 가도 휴대폰은 다 갖고 있다. 필자가 네팔의 안나푸르나로 여행갔을 때 산골 마을에는 TV나 라디오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은 갖고 있었다. 이제 전세계 어디를 가도 휴대폰은 너무나 빠르게 보급되어 어떤 체제나 권력도 이를 막을 수 없다. 이 점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재스민 혁명과 같은 움직임을 거역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 사회는 많이 차단돼 있고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에 중동 혁명은 적어도 당분간은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


올해 5월 10일에 독일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과의 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 무렵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일제히 “튀니지, 이집트에서의 재스민 혁명은 페이스북, 인터넷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의 힘”이라고 IT 기술을 칭송하며 북한에도 휴대폰 보급에 따라 민주화 혁명이 일어나리라는 기대를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이 무렵에 약 30만대에 달하는 북한의 휴대폰 보급 실태를 <조선일보>가 가장 앞서서 보도했다는 사실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5개월여 지난 지금, 보수언론이 일제히 SNS의 힘에 경악하며 일제히 공포심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에 작용되리라던 힘이 정작 자신들을 향하게 될 줄 몰랐던 것일까? SNS가 김정일 정권을 흔들어대기도 전에 현 정부와 한나라당 권력의 위기, 즉 ‘급변사태’를 선행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SNS가 뭔지 감각이 없기는 남북한 정권이 마찬가지인가 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소셜네트워크(SNS)의 위력이 입증되자 최근 정부 내에서는 공보 담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SNS 특별 교육이 우후죽순처럼 쇄도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다름 아닌 청와대. 시장 선거가 끝난 직후인 27일에 청와대는 경호처 직원들을 대상으로 SNS에 대한 특별 교육을 실시했다. 그런데 강사의 교육 내용을 경호처 직원들이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용어도 낯설거니와 이런 소통이 왜 필요한지, 젊은 층에 왜 열광하는지 영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투였다.



소통을 포기하자 SNS 위기 시작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고 경호처는 인력을 약 30% 감축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온라인 홍보 담당자까지 없애버린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홈페이지를 방치하더니 집권한 지 1년이 지난 2009년 초에 홈페이지를 열어 자료실에 가보면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 자료는 없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사진만 실려 있었다. 그리고 2011년 현재 경호처 홈페이지 자료실의 간행물 <바람 소리도 놓치지 않는다>를 열어보면 참여정부 때 게시한 자료를 끝으로 한 번도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다. 경호처 소식은 한 달에 많아야 2~3건 게시물이 전부다. 경호처 홈페이지는 아직도 참여정부 때 홍보자료가 더 많다. 이런 사람들이 듣기에 생소한 SNS를 말하니 알아들을 턱이 있나?

비서실이라고 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정부 홍보 포털을 없앤 것 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국정홍보처를 없앤 것도 그렇다고 치자. 비서실 홍보 담당관들이 온라인 사업계획을 올려도 아예 읽어볼 생각도 안하고 ‘하지 말라’고 호통 치던 게 현 정부 집권 초기의 청와대 고위직의 천편일률적 반응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온라인은 좌파의 안마당이니 괜시리 일 벌리지 말라”는 거였다. 조․중․동만 끼고 살겠다는 얘기다. 이런 그들이기에 홍보 담당자가 아니면 SNS에 둔감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조․중․동이 어디 민심을 제대로 전하기나 하나? 정권이 듣기 좋은 말을 편집해서 좋은 면에 배치하고 쓴 소리는 가물에 콩 나듯, 어쩌다가 종편 선정을 앞두고, 또는 정부 군기 잡을 일 있을 때나 편리한 대로 하면 그만이다. 서민을 대변하여 정부에 민심을 전달하는 통로로 보수언론이 그 사명을 다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그 틈을 SNS가 메우고 있다는 사실을 이 정권은 믿지 않으려 한다.

어쨌든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자들에게 SNS가 무언가 위협인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면 북한은 과연 어떤 상황일까? 북의 휴대폰, 그들 표현으로 ‘손 전화’는 현재 3G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수만 명이 국경 근처에서 중국은 물론 한국과도 통화가 된다. 이런 점에서 북의 휴대폰이 체제의 한 축을 교란하는 점은 분명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휴대폰이 갖고 있는 가장 매력적인 기능, 즉 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북한 전체의 생산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점 역시 인정해야 할 것이다. 공장에서, 집단 농장에서 서로 소통이 많아지면 노동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삶이 편리해 진다. 이 점에서 북한 정권도 가끔 휴대폰을 단속한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휴대폰이 퍼지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휴대폰 구입과 이용료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여유 있는 사람들도 이제는 꽤 많아졌다. 참고로 북한에서 노동자 한 달 월급이 북한 돈으로 3000~5000원인데 휴대폰 사용료는 거의 3만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치명적 위력을 갖고 있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물론 북한 정권의 통제가 워낙 극심하기 때문이라는 점은 수긍이 간다 하더라도, 북한의 휴대폰이 재스민 혁명을 연상시키는 징후는 거의 없다. 이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독일에서 제대로 말을 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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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