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부착원반 확인 우주항공

한국천문연구원 등 국제연구진 관측 성공
기존 그림자보다 50% 커…“더 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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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부착원반과 제트를 나타낸 상상도. 원반 형태를 이루며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물질들인 부착원반과 제트의 형태를 이루며 블랙홀로부터 분출된 제트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2019년 사상 처음으로 촬영에 성공한 블랙홀의 그림자(윤곽) 바깥쪽에서 더 큰 고리 구조인 ‘부착원반’이 발견됐다. 또 블랙홀 중력에 이끌려 빨려들어가는 물질이 다시 분출되는 제트 현상도 함께 포착됐다.

블랙홀이란 핵융합 연료를 소진한 거대한 별이 마지막에 중력붕괴하면서 만들어지는 초고밀도 천체로, 강력한 중력의 힘으로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게 가둬두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처녀자리 은하단의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그림자 바깥쪽에서 부착원반과 제트를 함께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M87 블랙홀은 지구에서 5400만광년 거리에 있다. 질량은 태양의 65억배다.

이번 관측은 국제 밀리미터 초장기선 간섭계(GMVA)와 칠레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 그린란드 망원경(GLT)을 이용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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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이번에 3.5mm 파장대에서 관측한 고리 구조, 오른쪽은 2019년 1.3mm 파장대에서 관측한 고리 구조. 왼쪽 그림에서는 광자 고리(점선)보다 바깥쪽 부착원반(실선)에서 나온 빛이 더 강해서 2019년에 관측된 고리 구조(오른쪽)에 비해 약 50% 크게 나타났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부착원반 크기는 지구~태양 거리의 1100배

과학자들은 그동안 블랙홀 주변의 물질들이 강력한 중력에 의해 빨려들어가면서 점차 압축돼 블랙홀 외곽에 부착원반 구조를 형성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직접 그 구조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2019년 사건지평선망원경(EHT)에서도 그림자 고리는 확인했지만, 이를 구성하는 물질이 어떤 종류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이번 관측으로 기존의 예측이 정확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연구진은 사건지평선망원경에서 사용한 빛 파장대(1.3mm)보다 긴 3.5mm의 파장대의 빛을 이용해 부착원반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부착원반의 크기는 4년 전 확인한 블랙홀 그림자 고리에 비해 약 50% 크다. 거리로 따지면 0.017광년(1600억km)으로, 지구~태양 거리의 1100배에 해당한다. 한국쪽 연구책임자인 박종호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이번에 포착한 부착원반이 블랙홀 그림자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으며 다른 파장대로 관측하면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수십년간 예측만 무성했던 블랙홀 부착원반을 사상 최초로 직접 영상화해 존재를 증명했다”며 “블랙홀이 주변의 물질을 어떤 방식으로 흡수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막대한 에너지를 분출시켜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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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이 포함된 국제공동연구진이 새롭게 관측한 M87 블랙홀. 블랙홀의 부착원반 구조(왼쪽 확대 이미지)와 함께 블랙홀로부터 분출되는 제트를 확인할 수 있다. ©Nature


블랙홀로부터 분출되는 제트도 발견

연구진은 이와 함께 처음으로 M87 블랙홀 주변의 물질이 빠른 속도로 분출돼 나가는 제트 현상도 포착했다. 이는 블랙홀 주변의 강력한 자기장과 부착원반, 블랙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난다.

연구진은 앞으로 M87 블랙홀을 한 달간 네 차례 집중적으로 추가 관측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M87에서 관측되는 강한 제트의 형성 원인과 블랙홀 주변의 플라즈마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계속 연구한다.

김재영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천문대기전공 교수는 “이전의 블랙홀 영상이 블랙홀 자체의 실존을 증명했다면, 이번 영상은 블랙홀 바로 주변의 복잡한 천체물리학적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121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의 박종호 선임연구원, 변도영 책임연구원, 정태현 책임연구원, 경북대 김재영 교수 등 네 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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