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만 아내들은 오늘도 몹시 부러워하고 있겠지
“오늘도 저녁 약속 있어?”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것도 아닌데, 아내의
문자메시지에 찔끔한다. 사실 날마다 약속이니 새로울 게 없다. 내 직업은 많은 사람들을 두루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해결방법을 고민하는 게 일이다. 만날 사람이 없어 약속 없는 날이 외려 특별한 날이다. 그런 날이 잦으면 '무능'을 자책하기도
한다. 아내도 그런 사정을 모르지 않지만, 굳이
나의 약속 유무를 매일같이 묻는다.
“응, 약속 있어.”
“누구 만나? 어디서
먹어?”
상세히 설명을 하거나, 대충 둘러대거나
어쨌든 대화는 그리 길지 않다. 어차피 나를 의심해서 뒷조사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남이 해주는 밥 먹는다니 부러운 게다.
집에서 아이 둘을 보는
아내는, 밥 한 끼 온전히 먹기도 힘들고, 차 한 잔에 수다떨 여유도 없다.
어디 밥자리 약속만 부러울까. 어쩌다 내가
회사 안팎에서 칭찬들을 일이라도 생기면, (물론 아내는 누구보다도 기뻐해주겠지만) 그건 또 얼마나 부러울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승진이 더딘 직업이라 여지껏 직급이 오른 적도 없고, 사회적으로 대단한 성과를 낸 적도 없다. 그러나 그런 일이 생기면 아내의 부러움은,
축하만큼이나 커지지 않을까 싶다.
자기는 동동 발구르며 그러고 있는데, 아무리 일 때문에 필요하다고는 해도, 끼니 때마다 사람들 만나 밥 먹고 차 마시고 술 마시고 웃고 떠들다 오는 내가 얼마나 야속했을까? 그 심정 십분 이해한다. 우리 부부가 아이들을 직접 우리 손으로 키우기로 하면서, 육아를 위한 누군가의 양보는 불가피하게 됐다. 이유야 뭐가 됐건, 양보한 쪽의 마음이 괜찮을 리 없다. 아내는 내가 부러울 거다.
우리 부부만의 얘기가 아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나면, 육아, 가족문제, 경제적 곤란 등 다양한 이유로 어느 순간 한쪽의 양보가 필요한 날이 온다. 멀쩡히 직장 다니던 사람에게 “당신, 일을 그만두면 어떨까?”라고 하거나, 힘겹게 집안일을 꾸리던 사람에게 “당신, 일을 하면 어떨까?”라고 갑자기 이야기를 꺼낸다. 많은 경우 부담을 지는 건 엄마다. 아빠들이 직장을 관둘 땐 자기 꿈을 좇겠다는 이유를 대며 가족에게 되레 부담을 떠안기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도 꿈을 좇아 직장을 관두는 일이 없진 않지만, 그 경우 대다수는 독신이다. 엄마들은 아빠들이 부럽고 독신들이 부럽다.
피할 수 없는 부러움이라면, 나누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아내가 양보를 하지만, 언젠가 나도 (첫째 때처럼) 육아를 전담하며 다시 양보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땐 나도 아주 많이 부러워해주겠다. 나의 이 다짐으로, 108만명 가운데 적어도 나의 아내 하나만이라도 마음에 조금의 위안을 얻기 바란다.
흠....기자님 정도의 감성이면 부인께서는 그나마 덜 외로울것 같습니다.
커리어를 갖고 열정적으로 일했던 여성이 출산.임신의 기간을 거치면서
그녀들을 위한 아무런 사회적 법적인 미래를 위한 커리어에 대한 장치가 없이,
아이가 단순히 개인의 일로 치부되는것 처럼 잔인한 정치는 사라져야 합니다.
아빠들이 남성들이 여성의 일이 자신의 일과 다를게 없다는 인식이 생기면 가능하겠지만,
정치가 이런문제를 제대로 인식해 법적제도 장치를 마련하면 당장 해결된 일인데,
아직도 울나라 국회의원들의 인권수준이 제대로 인간존중을 향하려면
글쎼요...시간이 걸릴듯 싶긴한데, "래디칼리즘"이 이래서 필요하겠고
때에 따라선 사실 모두를 위해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미덕"이다.... 싶기도 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