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 화폐없는 세상 꿈꾼 돈키호테 미래학자 미래인

Jacque-Fresco-city-model.jpg » 지신이 구상하는 도시 모델을 보고 있는 자크 프레스코.비너스 프로젝트 제공

 

100세를 넘겨 산 자크 프레스코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가 쓴 소설의 주인공 돈키호테(Don Quijote)는 남들에겐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지는 몽상가의 상징으로 꼽힌다. 그는 소설 속에서 부정, 비리에 얼룩진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긴 모험의 여정을 시작한다.
미래학자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지난 5월18일 101세로 유명을 달리한 미국의 미래학자 자크 프레스코(Jacque Fresco)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자본주의 경제의 상징이라 할 화폐를 없애고, 모든 자원을 컴퓨터 시스템으로 공평하게 분배하는 사회를 꿈꿨다. 그의 구상은 한마디로 자원기반 경제로 불린다. 핵심은 화폐로 대표되는 인간의 탐욕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합리적 논리 구조를 갖춘 인공지능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해 유토피아적 공동체 사회를 건설한다는 개념이다. 그는 그래서 자신을 사회 공학자 또는 사회건축가로 소개한다.

 

jac.jpg » 평생의 동료 록산느 메도우스(왼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자크 프레스코. 위미키디어 코먼스

 

"자원은 충분, 분배가 문제" 인식


그의 평생동료인 록산느 메도우스(Roxanne Meadows, 67)는 올해 초 인터넷매체 <퓨처리즘>과의 인터뷰에서 자원기반 경제의 개념을 이렇게 설명했다. "돈은 우리가 원하는 것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을 갈라놓는 요소다. 그것은 우리의 꿈과 능력, 개인적, 사회적 가능성을 제한한다. 지구상에는 모든 사람들을 수용하기에 충분한 돈이 없다. 하지만 자원을 지능적으로 이용하면, 그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자원은 충분하다. 이것이 우리가 자원 기반 경제를 옹호하는 이유다. 이 사회경제 시스템은 돈이나 물물교환, 신용 없이도 효율적인 방식으로 공평한 분배를 제공한다. 재화와 서비스는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 이는 공공도서관의 책 대여 시스템에 비유할 수 있다. 매일 사용하지 않는 모든 것에 이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다. 재화와 서비스를 모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사회에서 소유권은 궁극적으로 짐이다. 기술을 이용해 모든 것이 풍부해지면 자연스레 돈이 쓸모없게 된다.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이 사라지더라도, 기술 인력과 자동화 과정, 자원, 공장, 분배 시스템이 있으면 필요한 것은 뭐든 만들고 개발할 수 있다."

 

The-Venus-Project-concept-city-3.jpg » 자크 프레스코가 지향하는 에너지효율형 도시 개념도. 비너스 프로젝트 제공

 

플로리다 2만6천평 땅에 연구실험센터 


 프레스코는 1975년 건축 일러스트레이터 록산나 메도우스를 만나면서  자신의 꿈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둘은 1980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남쪽으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시골에 이런 꿈을 담은 이상적 대안 모델 구축에 나섰다. 그들은 이를 '비너스 프로젝트'(Venus Project)라 명명했다. 그는 토마토농장이었던 21에이커(8만5000제곱미터, 2만5700평) 규모의 땅을 사들이고 이곳에 돔 모양 연구센터를 포함해 10개의 구조물들을 짓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 모델을 구축하려 했다. 연구센터 내부에는 그가 수십년동안 스케치한 숱한 미래형 주택과 모형 등으로 가득하다고 한다. 그는 자연재해에 강한 구조라는 이유로 돔형 건물을 선호했다. 에너지효율성이 높은 돔 구조물을 다양한 형태로 제작해 대량 공급하는 방식으로 친환경적 자립형 공동체를 이루려 했다. 프로젝트 추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200달러짜리 관광상품도 만들었다.

 

비너스 프로젝트 홍보 동영상

 

"모든 자원은 인류 공통 유산" 주장


 그가 생각하는 자원 기반 경제는 세계의 자원을 특정 집단이나 국가의 소유가 아닌 인류 공통의 유산으로 취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나는 전쟁과 가난, 그리고 인류가 겪고 있는 불필요한 고통을 끝내고 싶다. 그러나 통화기반 시스템에선 그것이 불가능하다. 이 시스템에선 가장 부유한 나라들이 세계의 자원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2007년 발표한 저서 <가장 좋은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The Best That Money Can't Buy)에서 지구촌의 모든 주권국가들이 깨끗한 공기와 물, 경작지, 교육, 보건, 에너지, 식품 등을 '인류의 공통유산'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모든 이들에게 자원을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컴퓨터 시스템을 굳게 신뢰했던 프레스코는 언젠가는 정부를 포함해 거의 모든 것을 컴퓨터로 통제하고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가 컴퓨터를 신뢰하는 이유는, 컴퓨터에는 인간과 같은 탐욕이 없기 때문이다.

 

Research-Center-Main-Housing-2.jpg » 비너스 프로젝트 내의 연구센터. 프레스코는 이곳에서 거주했다.

 

주어진 틀 속의 생활 거부…대학 진학 포기

 

1916년 3월13일 뉴욕 브루클린에서 원예사 이삭 프레스코 (Iaaa Fresco)와 주부 레나 프리드리히 (Lena Friedlich)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주어진 틀 안에서 생활하는 걸 싫어했다. 부모는 그가 외삼촌을 따라 간판쟁이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수학 공부와 과학 실험, 배와 비행기 모델 제작에 심취했다. 13살 땐 한 친척이 금속 날개에 상처를 입자 고무나 직물로 만든 팬을 만들기도 했다. 학교 가기를 싫어했던 그는 대신 또래 친구들과 과학, 물리학, 철학 및 수학을 공부하고 이야기하면서 지식과 가치관을 가꿔갔다. 그가 본격적으로 새로운 미래 설계에 나서게 된 계기는 10대 시절 히치하이킹을 통해 캘리포니아까지 다녀오고나서였다. 이후 그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항공기 및 건축 디자이너, 연구 엔지니어, 공상과학 영화 로켓 모델 제작자 및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전시된 조립식 알루미늄 주택 디자이너 등 다양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연구센터 소개 영상

  

"과학의 힘으로 완벽한 공동체 구현 가능" 생각


  그가 비너스 프로젝트와 같은 계획 도시를 생각하기 시작한 건 1950년대부터다. 그는 1956년 접시 모양의 우주정거장, 수직·수평으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자율주행차의 출현을 예견했다. 당시 거처를 플로리다로 옮긴 그는 감각기계들이 환경을 체크해 도시를 청정하게 만들고 교통을 통제하는 “프로젝트 아메리카나 (Project Americana)”를 구상하기도 했다.

많은 미래 연구자들이 그렇듯 프레스코 역시 과학의 강력한 힘을 믿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우리에겐 지구상에 천국을 건설할 기술력이 있다. 동시에 삶을 끝장낼 힘도 있다. 나는 퓨처리스트다. 내가 실제의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그것은 우리가 지구와 그 자원을 지혜롭게 관리할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We have the technology to build a global paradise on earth, and at the same time we have the power to end life as we know it. I am a futurist. I cannot predict the actual future ? only what it can be if we manage the earth and its resources intelligently.”) 그는 위기에 닥친 지구의 문제를 지구 탈출이 아닌 지구 운영 시스템을 바꾸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나 스티븐 호킹처럼 지구 밖에서 해법을 찾는 것은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 속의 돈키호테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작은 공동체 규모에서나마 실제 자신의 구상을 실행하며 검증하고 수정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그의 이상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좀더 현실적인 고민거리를 던져줄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를 못했다.

 

5분 영상으로 보는 자크 프레스코의 삶

 
 메도우스는 비너스 프로젝트 웹사이트를 통해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는 서한을 보내왔다”며 “이들은 그가 인류가 맞닥뜨린 재난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사회를 제시함으로써 자신들에게 희망을 줬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그의 시신은 유언에 따라 과학실험용으로 기증됐다고 한다. 그의 동료 메도우스는 "프레스코가 수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이후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앞으로는 자신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1974년 래리킹 인터뷰

 

 2004년 자택 인터뷰

 

출처
https://www.nytimes.com/2017/05/24/us/jacque-fresco-futurist-who-envisioned-a-society-without-money-dies-at-101.html?_r=1
http://www.futuretimeline.net/blog/2017/05/22.htm#.WSPTz561uUk
http://www.newshub.co.nz/home/world/2017/02/futurist-s-zero-money-society-run-by-a-computer.html
http://inhabitat.com/the-venus-project-envisions-a-sustainable-redesign-of-our-cities-and-civilization/
https://futurism.com/the-venus-project-plans-to-bring-humanity-to-the-next-stage-of-social-evolution-heres-how/
자크 프레스코는 누구
https://en.wikipedia.org/wiki/Jacque_Fresco
현장 방문기
https://motherboard.vice.com/en_us/article/eliminating-money-taxes-and-ownership-will-bring-forth-technoutopia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6-06-10/the-100-year-old-man-who-lives-in-the-future
비너스 프로젝트란?
https://www.thevenusproject.com/
https://www.facebook.com/TheVenusProjectGlobal/?nr
http://cafe.naver.com/movenow/2134
http://cafe.naver.com/techmecha/91852
http://cafe.naver.com/movenow/24
http://cafe.naver.com/techmecha/91914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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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