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시위 7일째(4월 1일)-노고단대피소, 궁금하시죠? 지리산케이블카백지화

 지리산 케이블카 백지화를 위한 산상시위 7일째, 오늘은 만우절이다.

 

산상시위를 하러 집을 나서는 나에게 딸아이가 말했다.

'저 전학가요, 구례중학교로.'

띵 했다. 딸아이는 고3인데.. 중학교로 전학 간다는 게, 무슨 말일까.

 

만우절이었으면 좋겠다 싶은 일이 많은 세상이다.

지리산 케이블카 계획도 그런 일 중 하나다.

 

4월 1일, 지리산국립공원 하늘은 맑고 투명했다.

노고단대피소 앞에서 바라본 노고단은 눈물이 날 정도로 눈부셨다.

하늘과 1507m 가까워졌을 뿐인데, 저 아래 세상과는 너무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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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대피소 앞은 지난여름 수해로 파헤쳐져 있었다.

10년 넘게 노고단에 오르고 있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집중 호우, 강풍, 기후 변화, 지리산도 예외일 수 없다.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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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리산국립공원은 산불예방기간이라 종주 능선길이 닫혀있다.

지금은, 산불 덕분에 지리산이 쉬는 시간이다.

반달가슴곰은 잠에서 깨어 먹이를 찾아 나서고, 새들은 짝짓기를 시작하고, 풀들은 새싹을 틔우는 시기이다.

지리산국립공원을 위해, 그 안에 살고 있는 야생동식물을 위해 4월 30일까지는 노고단삼거리까지만 갈 수 있다.

모두가 지켜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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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자락에 매화와 산수유 꽃이 피고, 생강나무와 히어리, 올괴불나무도 꽃을 피우는 시기이지만 노고단은 여전히 겨울이다.

당단풍나무도 병꽃나무도 겨울 모습 그대로다.

지금의 햇살이라면, 따스한 바람이 며칠만 불어준다면 곧 나뭇가지마다 물이 올라올 것이다.

이미, 봄으로 달려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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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노고단 대피소의 '밥 짓고 나누어 먹는 곳'엔 물이 나오지 않았다.

동파방지를 위해 단수 중이다.

물이 필요한 사람은 아래쪽에 있는 암반수(?)를 이용해야 한다.

암반수 주변에서 얼음을 발견해도 놀랄 필요 없다. 이곳은 아랫녘보다 7~8도는 낮은 곳이니까, 아직은 봄의 초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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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서 봄으로 가던 날, 많은 사람들이 노고단에 올랐다.

사람들은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피켓을 보고, 뭐냐고 묻기도 하고, 4개나 추진 중인 지리산 케이블카 현황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알아서 서명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힘드니까 케이블카 하나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면 좋을 텐데, 환경부는 3개월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지리산 케이블카를,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시간에 쫓기며 결론내야 할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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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가 편하고, 돈만 있으면 누구라도 올라올 수 있고, 나도 나이가 들어 지리산이 보고 싶을 때 케이블카 타고 쑤욱 올라오면 되겠지만, 그때도 지리산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러고도 국립공원이라 할 수 있을까?

한 평도 안 되는 캐빈 안에서 바라보는 반야봉, 천왕봉이 땀 흘리며 올라가 바라보는 반야봉, 천왕봉과 같을까?

아이들에게 돈과 경쟁, 성장만을 남겨준다면, 아이들은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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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_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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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윤주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