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말 걸기 1 ‘구상나무’ 나무를심는사람들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이 발간하는 계간신문 ‘지리산인’ 2011년 봄호에 실린 글입니다.

 

지리산국립공원 천왕봉을 출발하여 노고단까지 걷다보면 사계절 잎을 달고 꿋꿋하게 서있는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특산종인 구상나무이다. 우리나라에만 살던 구상나무는 1900년 대 초 독일로 반출되어 전 세계로 퍼졌고, 지금은 품종이 개량되어 역수입되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나무가 구상나무이다.  1.jpg 

구상나무는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백두산 등 높은 곳에만 산다. 그 이유가 뭘까? 구상나무는 지구 표면이 얼음으로 덮여 있던 옛적에는 낮은 곳에도 살았었다. 지구가 몹시 춥던 때에 기를 펴고 산 나무가 구상나무이다. 빙하가 북극으로 물러가고 한반도가 따뜻해지자 낮은 곳에 자라던 구상나무는 더위를 이겨내지 못해 한랭한 산꼭대기로 밀려 올라갔다. 구상나무는 추운 곳에서만 살 수 있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구상나무가 멋지다며 마당이나 길가에 심는 것은 구상나무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문이며, 이렇게 심어진 구상나무는 시름시름 앓다 죽게 된다.

 

구상나무는 전나무와 같은 부류의 나무인데, 이들의 열매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위로 서는 성질이 있다. 가문비나무 열매가 아래를 보고 처지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산에서 하루를 묵으며 밥을 지어 먹었는데 그럴 때마다 구상나무를 꺾어 불을 피웠다. 구상나무 잎에는 기름이 많아 안개와 빗물에 젖은 잎과 가지도 잘 타기 때문이다. 지리산국립공원 제석봉에 서있는 죽은 나무들도 구상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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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특산종인 구상나무는 무분별한 벌목으로 많은 수가 줄었으며, 지구온난화로 살 곳을 잃어가는 나무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구상나무를 절멸위기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우리세대의 과도한 자원 채취와 에너지 사용은 구상나무를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구상나무는 지리산 꼭대기에 살며 아래 세상에 사는 우리들에게 매일 매일 경고하고 있다.

 

‘나를 볼 수 없게 되는 날, 너희들도 평화롭지 못할 것이리라!’

 

글_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그림_ 김지석 교수 (부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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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윤주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