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바꾸자 사회갈등

 문제 속에 답이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를 내고 답을 찾으라고 요구한다. 동강댐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새만금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4대강 사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모두 답을 찾는 질문이 아니라 싸움을 붙이는 질문이다.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말자는 쪽이 지고, 마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하자는 쪽이 지는 질문이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대화의 주제는 하느냐 마느냐 양자택일, 한쪽이 이기면 다른 쪽이 지는 질문을 의제로 던진다. 그런데 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밤샘 토론을 해서라도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하지만 지고 이기는 문제는 토론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어느 쪽도 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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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문제의 경우 국무조정실 수질개선기획단에서 찬성, 반대 전문가 동수로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1년 6개월 동안 조사활동을 벌였지만 결과는 10 대 9로 찬성, 반대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1년 6개월이나 같이 만나 대화하고 현장을 확인하며 자료를 검토했다면 처음에 찬성하던 사람이 반대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반대하던 사람은 찬성하는 쪽으로 바뀔 수도 있는데 왜 한 사람도 바뀌지 않았을까? 새만금 공동조사단에 참여한 전문가들과 개별, 직접, 비밀 면담조사를 통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많은 전문가들이 수질오염, 해양오염, 경제적 타당성 등 각론에서는 자신의 당초 의견을 수정하거나 보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새만금 사업을 계속할 것인가 중단할 것인가에 대한 총론에서는 찬성, 반대 입장에 변화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새만금 사업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지고 이기는 질문이였기 때문이다. 의제를 지고 이기는 질문으로 설정하면 찬성 측에서 추천한 전문가는 자신을 추천한 기관, 단체를 배신할 수 없기 때문에 찬성 입장을 고수하고, 반대 측 전문가 역시 자신을 추천한 기관, 단체를 배신할 수 없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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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댐의 경우에도 찬반 동수로 공동조사단을 운영했지만 찬반 입장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이 백지화의 결단을 내렸다.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 문제도 공동조사단을 구성했지만 찬반 입장이 바뀌지 않자 노무현 대통령이 반대하는 조계종을 찾아가 협조를 구했다. 경인운하의 경우도 찬반 동수로 구성하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하기로 운영규칙을 정하고 1년 동안 공동조사를 벌였으나 찬반 입장이 바뀌지 않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모두 의제를 하느냐 마느냐의 지고 이기는 질문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남 서천군의 장항갯벌은 매립이냐 아니냐의 질문 대신에 지역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질문을 바꾸었기 때문에 갯벌은 보존하고 내륙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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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이기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새만금의 경우 전라북도의 발전을 위해서 새만금 갯벌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로 질문을 바꿨다면 매립이냐 아니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개방형 질문으로 의제가 설정되었을 것이다. 지고 이기는 질문이 아니라 양쪽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질문을 바꾸면 이해관계에 따라 찬성, 반대로 나뉘는 갈등관계 대신에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질문을 바꾸면 답을 찾는 방법이 바뀌고, 방법을 바꾸면 결과도 바뀔 수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하느냐 마느냐의 지고 이기는 질문을 계속하고 있다. 4대강 개발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무상급식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반값 등록금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어느 한쪽이 지고 이기는 질문으로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찬성과 반대를 강요하고 진보와 보수로 편가름하며 사회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지만 현장에서 소통이 되지 않는 이유는 대통령이 이기고 국민이 지는 일방통행의 소통만 고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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