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2015년, 3D 프린터 빅뱅이 시작된다 3D 프린팅

1563.jpg » HP의 스테판 니그로 선임부사장이 10월29일 뉴욕에서 열린 3D 프린터 시장 진출 발표회에서 신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HP 제공

 

 가트너 "내년부터 해마다 2배 이상 성장"

 

마침내 3D 프린터 시장의 빅뱅이 시작되려는가? ‘제조업의 민주화’ ‘제3차 산업혁명’ 등등 찬사를 한몸에 받으면서도 굼뜨게만 움직여온 3D 프린터 시장이 날개를  퍼덕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이 내년 이후 3D 프린터 시장의 급팽창을 예고한 데 이어,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새로운 개념의 3D 프린터를 들고 나타나 새로운 시장 판도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IT 컨설팅 및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 그룹은 최근 발표한 예측 보고서에서, 2015년부터 전 세계 3D 프린터 출하 대수가 매년 2배 이상씩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6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인 3D 프린터 시장이 변곡점을 형성하면서 오랜 기간 게걸음을 해온 3D 프린터 시장을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는 3D시스템즈 설립자인 찰스 헐이 1984년 3D 프린터를 발명한 지 꼭 30년이 되는 해이다. 가트너는 전 세계 3D 프린터 출하 대수가 2014년 10만8151대에서 2015년 21만7350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수직상승세는 이후에도 이어져 2018년엔 한 해 출하대수가 230만대선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가트너의 리서치담당 부사장 피트 바실리에르는 한술 더 떠 “2018년 3D 프린터 예상 출하대수는 실제로 발현될지도 모르는 전 세계 잠재 시장의 일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번 불이 붙기 시작하면 시장의 팽창력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자신들로서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시장 폭발의 가장 큰 기폭제는 가격이라고 가트너는 말한다. 가트너는 1000달러 이하의 3D 프린터 가격이 잇따라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심리적 구매 저항선이 무너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물론 가격만으로 시장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 거품이 되지 않으려면 품질이 곁들여져야 한다. 사용이 손쉬워지고 쓰임새가 넓어질 필요도 있다. 가트너는 내년부터 이런 3박자 행진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3D 프린터 최종사용자 시장 규모는 2015년 16억달러에서 2018년 134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가트너는 예상한다. 특히 컴퓨터에 바로 연결해서 손쉽게 물체를 입체인쇄할 수 있는 ‘플러그-앤드-프린트(plug and print)’ 기술이 2015년부터 소비자용 3D 프린터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는 “1000달러 미만의 3D 프린터 중 10%가 2016년까지 ‘플러그-앤드-프린트 기술’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HP-blended-reality-designboom02.jpg » HP가 발표한 새로운 3D 프린터 '멀티젯 퓨전'의 콘셉트 디자인.

 

HP-blended-reality-designboom01.jpg » `멀티젯 퓨전' 프린터와 짝을 이룰 몰입형 컴퓨터 플랫폼 '스프라우트'.

 

잉크젯 공룡 HP의 3D 프린터 시장 진출 선언 

 

 변화의 낌새를 발빠르게 알아차린 듯, 이 3D 프린터 시장에 새로운 공룡이 뛰어들었다. 세계 잉크젯 프린터업계의 선두그룹인 HP가 지난달 말 3D 프린터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 HP의 가세는 그냥 한 기업의 신규 참여로 볼 일이 아니다. 글로벌 IT 대기업의 막대한 자금 동원력, 수십년간 쌓아온 세계 첨단의 프린터 기술, 세계 구석구석 뻗어 있는 글로벌 유통망 등등 갖고 있는 무기의 위력이 가공할 만하다. 기존 시장 판도를 뒤흔들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있다. 
 HP가 들고 나온 3D 프린팅 시스템은  ‘혼합현실’(blended reality)이라는 개념에 바탕을 뒀다. 이는 현실과 사이버 공간을 넘나들며, 말 그대로 디지털과 물리적 실체를 혼합하는 방식이다. 현실 공간의 물체를 디지털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 여러 형태로 가공한 뒤, 다시 현실 공간의 물체로 변신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원래 ‘혼합현실’은 지난 2009년 미국의 민간싱크탱크인 ‘미래연구소’(Institute For The Future)가 제안한 개념이다. 이 단체는 이를 일종의 ‘제6의 감각’이라고 설명한다. 이 제6의 감각을 통해 “우리는 문자 그대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눈과 귀를 통해 세상을 보고 느끼고,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술잔에 혼합현실 기능을 결합시키면, 행복감을 유지시켜는 ‘분위기 필터’를 집어넣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사용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부여할 수 있다.

 

2014-10-hp-don't-try-this-at-home.jpg » HP의 3D 프린터로 제작한 쇠사슬(위). 아래는 이 쇠사슬로 차를 들어올리는 모습. http://whattheythink.com/


 10배 빠른 프린터와 몰입형 컴퓨터 시스템의 결합

 

 이 시스템의 두 축은 ‘멀티 젯 퓨전’(Multi Jet Fusion) 3D프린터와 스프라우트(Sprout) 컴퓨터 플랫폼이다.  ‘멀티 젯 퓨전’은 기존 3D 프린팅이 갖고 있던 속도와 품질, 비용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다는 목표 아래 개발됐다. HP 설명에 따르면, 잉크젯 기술에 기반한 이 3D 프린터는 무엇보다 기존의 가장 빠른 3D 프린터보다도 속도가 10배나 더 빠른 것이 강점이다. 여기에다 에너지 효율화 등 새로운 기술들이 덧붙여져 기존의 비슷한 시스템과 비교해볼 때 경제성이 탁월해졌다. 또 동시에 여러 방향에서 3만개의 미세한 노즐을 통해 초당 3억5천만개의 재료 방울을 분사할 수 있어 깨끗하고 정밀한 품질 구현이 가능하다. 지난달 29일 뉴욕에서 열린 제품발표회장에서 가진 시연을 통해 ‘멀티젯 퓨전’ 프린터는 20분만에 쇠사슬을 출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체인은 현장에서 1000파운드(454㎏) 무게도 버텨내는 능력을 과시했다. HP는 미리 제작해 놓은 동영상 자료를 통해 이 쇠사슬이 세단형 자동차를 들어올리는 장면도 보여줬다. 속도, 비용, 품질이라는 3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격이다.

 

3d_sample_rig-2-100527702-large.idge.jpg » HP의 '멀티젯 퓨전' 프린터로 만든 석유굴착시설 모형.

 

sprout-100527766-large.idge.png » HP의 몰입형 컴퓨터 '스프라우트'를 조작하고 있는 모습.

 

지난 15년 이래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

 

 ‘스프라우트’는 몰입형 컴퓨터 플랫폼이다. 이런 유형의 컴퓨터 플랫폼을 선보이는 건 자신들이 처음이라고 HP는 주장한다. 이 컴퓨터는 마우스나 키보드 대신 터치 매트(20인치)를 사용한다. 여기에 23인치의 터치스크린 모니터와 일루미네이터를 결합해 하나의 일체형 컴퓨터 플랫폼을 구현한 것이다. 일루미네이터는 스캐너와 입체 센서, 고해상도 카메라, 프로젝터의 기능을 하나로 묶은 기기이다. 물체를 터치매트 위에 올려놓고 일루미네이터로 스캐닝해 입체 모델로 만든 다음, 이 데이터를 3D 프린터로 보내면 물체를 즉시 입체 인쇄할 수 있다. 또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HP의 ‘마이룸’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이 플랫폼 안에 들어가서 실시간으로 같은 디지털 형상을 놓고 협력하며 작업을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스프라우트 시스템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기술 조사컨설팅 기업인 인비저니어링 (Envisioneering)의 분석가인 리처드 도허티 (Richard Doherty)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스프라우트는 지난 15년 동안 일반인용 컴퓨터 부문에서 이뤄진 기술 개선 가운데 가장 괄목할 만한 것”이라며 “어느 누구도 이렇게 강력한 힘을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우아한 제품에 담아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2016년 기업용 제품부터 출시 "게임 체인저 되겠다"

 

 ‘멀티 젯 퓨전’ 프린터는 내년 초 얼리어답터 등에게 베타판을 공급해 미비점을 수정한 뒤, 2016년 중반께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반면 일체형 컴퓨터 시스템인 스프라우트는 이와 별도로 올해 안에 시판한다. 지난달 말부터 선주문을 받기 시작했는데, 대당 가격은 1899달러(약 200만원). 디온 웨이슬러 프린팅·퍼스널시스템(PPS)부문 수석부사장은 “우리는 컴퓨팅과 프린팅의 전환기 끝자락에 와 있다. 우리의 혼합현실 기술 능력은 디지털과 물리적 세상의 장벽을 낮춰줌으로써, 우리 자신을 '생각의 속도'로 표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 생태계는 사람들에게 전에 없던 방식으로 창조하고, 상호작용하고, 영감을 갖게 해줌으로써, 미래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HP는 자사의 신제품이 3D 프린터에도 대량 생산이 가능함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것이 기업용 3D 프린터 시장에 먼저 뛰어들기로 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HP가 자신들이 공언한 대로 3D 프린터 시장 경쟁에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참고자료

http://www.magicbulletmedia.com/MNR/HPBlendedReality (HP 보도자료)

http://h10124.www1.hp.com/campaigns/ga/3dprinting/4AA5-5472ENW.pdf
http://www.gartner.com/newsroom/id/2887417 (가트너 예측 자료)
http://www8.hp.com/us/en/ads/blended-reality/overview.html
http://www.computerworld.com/article/2840555/hp-embraces-blended-reality-dives-into-3d-printing.html 
http://www.businessinsider.com/blended-reality-is-the-next-big-thing-2014-10


IFTF의 혼합현실 소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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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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