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하늘을 나는 호버보드, 가능할까 자동차교통

hoverboard3.jpeg » <백투더퓨처2>에 등장하는 호버보드. 유튜브 갈무리.

 

지상의 도로에 구애받지 않고 목적지로 가는 방법은 하늘을 나는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는 정해진 이·착륙 지점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면 출발지와 목적지 선택이 좀더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런데 자동차는 갖고 다닐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다. 도로에도 구애받지 않고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이용할 수도 있는 이동수단은 없을까? 어릴 적 마음을 들뜨게 했던 신밧드의 양탄자나, 손오공의 구름 같은 이동수단이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게다가 휴대용으로 갖고 다닐 수 있다면….
 

 

hover12.PNG » <백투더퓨처3>에 등장하는 호버보드. 유튜브 갈무리

 

이런 꿈을 갖게 만든 영화가 있다. 1989년에 나온 헐리우드의 SF 오락영화 <백 투 더 퓨처 2>(Back to the Future Part II)다.  영화는 평범한 한 소년(마티 맥플라이)이 괴짜 발명가 박사(에메티 브라운)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날아가 겪는 좌충우돌 모험 이야기다. 26년 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가 요즘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영화에서 주인공 마티가 타임머신 ‘들로리안’을 타고 날아간 미래 시점이 2015년이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당시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2015년의 세상 풍경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이 영화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 자동 끈매기 운동화, 자동 탈수 및 맞춤 의류, 로봇 주유기, 가정용 에너지 핵융합기 등 미래에 등장할 것같은 기술들을 여럿 선보였다. 그 중 하나가 공중을 날아다니는 스케이트보드 ‘호버보드’(Hoverboard)이다. 미래의 아들이 위기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래로 날아간 마티가 불량배들한테 쫓기는 장면에서 호버보드가 등장한다. 마티와 불량배들이 호버보드를 타고 펼치는 추격전은 당시 어린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호버보드는 3편에서 1885년 서부시대로 간 브라운 박사가 달리는 열차에서 연인 클라라를 구해낼 때 다시 한 번 등장한다.

Hoverboard4.png » 호버보드를 타고 도망치는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

 

HOVERBOARD1.PNG » <백투더퓨처2>에서 호버보드를 타고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를 뒤쫓는 불량배들. 유튜브 갈무리

 

영화 속의 호버보드는 모양만 놓고 보면, 바퀴 없는 스케이트보드다. 영화 제작자들은 특수 효과를 이용해, 이 스케이트보드를 날아다니는 보드로 변신시켰다. 어떻게 했을까? 우선 강력한 자석을 이용해 신발 밑에 스케이트보드를 붙였다. 그런 다음 배우들을 와이어에 매달아 트럭 뒤에 태웠다. 그리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세트장을 돌아다녔다. 촬영된 장면에서 와이어를 지우고 배경화면을 바꾸니 멋진 호버보드 추격신이 만들어졌다.

호버보드가 공중을 나는 장면의 실감 효과가 컸던지, 영화가 나오자 미국에선 이 호버보드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호버보드에 찍힌 미국 최대 완구업체 마텔(Mattel)의 로고를 본 소비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극장 상영이 끝나면 시판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호버보드 실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친 주연배우 마이클 폭스와 저메키스 감독이 결국 일을 내고야 말았다. 방송에 출연해 반장난삼아 한 말이 소문에 불을 질렀다. “호버보드는 실제 몇년 전 개발돼 나와 있다. 촬영하기 전에 마이클이 이걸 갖고 무수히 연습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다칠까봐 걱정하는 부모들 성화 때문에 팔지 못하고 있다.”

 

H69.jpg » 호버보드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미국 최대 완구업체 마텔의 로고. 유튜브 갈무리

 

호기심 많은 연구자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호버보드는 중력을 압도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해야 가능하다. 문제는 중력의 정확한 실체가 베일에 싸여 있다는 것이다. 인류는 중력의 존재를 알고 측정할 수는 있지만, 중력 발생의 기원을 비롯한 전체 메카니즘에 대해선 상세히 알지 못한다. 당시는 물론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호버보드 제작은 결코 쉽지 않다. 아니 극히 어려운 일이다.
 처음엔 몇몇 기업들이 호버크래프트(hovercraft) 기술을 이용해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시도를 했다. 호버크래프트란 배 밑에서 압축공기를 강하게 내뿜어 배를 수면에서 조금 띄운 채 달리는 공중부양선을 말한다. 하지만 영화에서와 같은 공중부양 보드를 구현한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2001년 미국의 천재적 발명가 딘 카멘의 새 발명품 ‘진저’가 호버보드를 닮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알고 보니 진저는 스스로 균형을 잡을 줄 아는 2륜 전기구동 스쿠터였다. 제품명도 ‘진저’가 아닌 ‘세그웨이 PT’였다. 이후 특수효과 전문가인 제이미 하이네먼이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서 서핑 보드와 제초기를 이용해 호버보드를 흉내내는 등 몇몇 실험다큐 프로에서 호버보드 제작에 도전했다. 이것들 역시 호버보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디드로대의 호버보드

 

극히 초보적인 형태로나마 호버보드를 구현해 본 건 2011년 프랑스의 파리디드로대 연구진이 처음이었다. 이들은 보드 밑바닥에 액체질소로 냉각한 대형 초전도체 판을 부착해 보드가 자기부상 방식으로 트랙 위에서 뜨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부양 높이는 3㎝. 최고 100㎏의 무게까지 버틸 수 있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온도 유지 등의 기술적 문제들로 개발작업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hoverboard9.png » 지난해 유튜브에 공개돼 화제를 불러일으킨 호버보드 동영상. 곧 가짜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튜브 갈무리

영화가 상상한 대로라면 지금쯤에는 장난감 가게에서 호버보드를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는? 영화가 나온 지 4반세기가 지났지만 호버보드는 아직 세상에 없다. 지난해 3월 진짜 호버보드가 나왔다며 이를 시연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국제적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영상도 곧 특수효과를 이용한 가짜로 밝혀졌다.

hoverboard2.PNG » <백투더퓨처2>에서 주인공들이 도착한 2015년 10월21일에 맞춰 선보일 '헨도 호버보드'.

 

영화 속의 미래 시점인 올해, 드디어 실제 호버보드를 일반인에게 공급하겠다는 업체가 나왔다. 주인공은 미국의 발명가 그레그 헨더슨이다. ‘헨도 호버보드’라는 이름의 이 보드 역시 자기부상 기술을 이용해 공중에 뜨는 방식이다. 보드에는 원반 모양의 자석 장치 4개가 달려 있어, 자력의 힘으로 지상에서 2.5cm 정도 뜰 수 있다. 부양력도 두 사람이 올라탈 수 있을 만큼 제법 강하다. 작동시간은 한 번에 15분 안팎이다. 스케이트보드처럼 다리에 힘을 주어 앞뒤로 움직일 수도 있고, 회전할 수도 있다. 문제는 금속처럼 전기가 통하는 물체 위에서만 작동한다는 점이다. 자기장이 발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생활 현장에선 이용할 수가 없다. 다만 특수한 설비가 갖춰진 곳에서 오락용으로는 즐길 수 있겠다.

 

 


헨도 호버보드는 어떻게 공중부양을 실현할까? 자석을 이용한 공중부양은 언뜻 간단해 보인다. 하나의 자석 위에 다른 자석을 놓고, 같은 극끼리 마주보게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위에 있는 자석이 당연히 공중에 뜰 것같다. 하지만 이렇게 해선 절대 뜨지 않는다. ‘언쇼의 정리’라 부르는 현상 때문이다. 이는 두 자석의 상호작용만으로는 안정된 상태의 균형을 잡을 수 없다는 이론이다. 같은 극끼리 서로 밀어내는 반발력은 위에 있는 자석을 부양시키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밀어내 바닥에 떨어뜨린다. 어떻게 하면 공중부양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헨더슨은 ‘렌츠의 법칙’을 이용해 이 숙제를 풀었다. 자석을 가까이 대면 밀어내고, 자석을 멀리 하면 끌어당기는 유도 기전력과 전류의 속성을 이용해, 호버보드가 공중에 뜬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는 1만달러(1100만원)씩 내면 호버보드를 실제 제작해 공급하는 조건으로,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개발자금을 모금했다. 목표금액을 2배 이상 웃도는 돈이 몰려들었다. 그는 영화에서 마티가 도착한 2015년 10월21일 당일 이들에게 실제 호버보드를 제공할 계획이다. 호버보드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호버파크 건설도 구상 중이다.

hoverpark.jpg » 헨도 호버보드 개발자가 구상중인 호버보드를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 헨도 호버보드 제공

 

헨더슨의 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기존 자기부상 시스템보다 훨씬 저렴하고 간편한 이 기술을 더욱 개발하면 교통수송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부양이동 기술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 무한한 가능성을 찾아내기 위해, 그는 개발 키트 ‘화이트 박스’도 판매할 계획이다. 호버보드 장치를 안에 담은 이 박스는 덮개를 열어 그 구조를 들여다 볼 수도 있고, 분해·재조립해 볼 수도 있다. 다른 물체에 화이트박스를 끼워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도 있다. 미국의 시사매거진 <타임>은 헨도 호버보드를 ‘2014년 최고의 발명품 25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 기술의 잠재성이 크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헨더슨의 헨도 호버보드가 일반인들의 상상력과 결합해 새로운 미래 교통수단의 길을 개척해갈 수 있을지 지켜보자.

 

<이 글은 교통안전공단 사보 2015년 4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참고자료
 http://en.wikipedia.org/wiki/Hoverboard

   http://www.nytimes.com/2014/10/21/technology/hoverboard-still-in-the-future.html?_r=0
 
 http://sploid.gizmodo.com/company-creates-real-back-to-the-future-hoverboard-and-1648887686
 
 https://gma.yahoo.com/back-future-today-inventor-raises-funds-hoverboard-121625173--abc-news-personal-finance.html?vp=1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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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