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속 1000마일에 도전하는 자동차 자동차교통

designingthe.jpg » 시속 1000마일을 목표로 제작중인 블러드하운드SSC의 완성 후 이미지. 블러드하운드란 이름은 프로젝트 연구진 중 한 사람인 론 에이어스(Ron Ayers)가 처음 제작한 미사일 ‘브리스톨 블러드하운드 2’(Bristol Bloodhound 2)에서 따온 것이다. 시속 1000마일이란 목표 역시 그가 제안한 것이다.bloodhoundssc.com/  

 

 영국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

 시속 1000마일 주행에 도전

현재 최고속도 기록은 1228㎞

 

지상을 달리는 자동차는 어디까지 속도를 낼 수 있을까.  현재 지상 최고 속도 기록은 영국산 제트엔진 차량 ‘스러스트 SSC’(Thrust SSC)가 갖고 있다. SSC는 초음속자동차(Super Sonic Car)란 뜻의 영문 이니셜이다. 영국의 공군 조종사 출신 앤디 그린(Andy Green)이 이 차를 몰고 1997년 미국 네바다사막에서 이뤄진 주행시험에서 시속 763마일(1228㎞)에 도달했다. 지상에서 사상 처음 음속(초당 340m, 시속 1224㎞)을 돌파한 기록이다. 웬만한 여객기보다 빠른 속도다.
 그런데 이 기록을 훌쩍 넘어 시속 1000마일(1609㎞, 마하 1.3)을 향한 도전이 영국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다. 시속 1000마일은 권총에서 발사된 총알보다 빠른 속도라니, 실현될 경우 총알보다 빠른 자동차가 탄생하는 셈이다. ‘블러드하운드 SSC’(Bloodhound SSC)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 역시 영국에서 진행중이다. 17년 전 음속 돌파 기록을 세운 제작진이 다시 나섰다. 이들은 내년에 시속 800마일 주행에 도전한 뒤, 2016년 꿈의 시속 1000마일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도전 장소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학스킨 팬(Hakskeen Pan) 지역에 있는 길이 12마일, 폭 2마일의 사막 트랙이다. 현재 웹사이트에 올라 있는 조립 완성 목표일(핀 기준)은 올해 12월21일이다.

Hakskeen-TRE19.jpg » 블러드하운드가 2016년 시속 1000마일 주행에 도전할 남아공의 학스킨 팬 지역.bloodhoundssc.com/ .

 

 관건은 시속 1000마일에서도 공중에 뜨지 않는 것

 

 블러드하운드를 제작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시속 1000마일 속도에서 어떻게 차가 뜨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만드느냐는 것이다. 공기역학상 이 정도 속도면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이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통 여객기는 시속 150마일(241㎞) 속도에서 이륙한다.
 20세기에 이뤄진 자동차의 주행속도 기록 경신은 기술 발전과 모험정신의 합작품이다. 처음엔 전기차가 속도 기록에서 앞섰다. 이후 20세기 전반부에 는 내연기관 엔진 차량들이 달성했다. 내연기관 엔진을 이용해 달성한 최대 속도는 시속 400마일이었다. 이 속도를 넘어서려면 더 큰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자동차 추진기관으로 내연기관 대신 제트 엔진과 로켓을 선택했다.

프로젝트팀이 제작한 블러드하운드 SSC 소개 동영상 

 

 우주 항공 자동차 기술 총동원

 

 이에 따라 블러드하운드가 움직이는 데는 우주, 항공, 자동차 기술이 총동원된다. 먼저 유로파이터 타이푼에 탑재된 롤스로이스의 EJ200 터보제트 엔진이 장착된다. 이 엔진은 포뮬러1 경주용 자동차 180대의 추진력을 합친 것과 비슷한 추진력을 낸다. 또 노르웨이 나모(Nammo)의 g하이브리드 로켓과 포뮬러원 레이싱카용 V8 엔진도 장착된다. 나모는 유럽우주국의 아리안5을 비롯한 인공위성 발사에 쓰이는 로켓을 공급한 전문업체다. 제트 엔진이 먼저 시속 500km까지 가속을 한 뒤 V8 엔진과 하이브리드 로켓이 합세해 시속 1600km까지 끌어 올리는 방식이다. 제작진은 이 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을 55초 정도로 잡고 있다. 제작진이 제트엔진 2개 대신 제트엔진 1개에 다루기 어려운 로켓을 결합시킨 것은 날렵한 몸체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속도가 높아질수록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공기 저항이 속도 경신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기 흐름과 그것이 물체에 가하는 힘을 측정하는 복잡한 공기역학이 필요하다. 과거엔 풍동이나 로켓 썰매(로켓 엔진에 의해 한 가닥의 레일 위를 달리는 실험용 썰매) 실험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냈지만, 이제는 슈퍼컴퓨터가 가상 실험을 통해 모든 걸 해결해준다. 연구진은 자동차의 앞부분보다 뒷부분을 지상에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연구진은 6개월간의 연구 끝에 델타 유선형 설계(delta fairing design)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설계가 없다면 블러드하운드는 음속의 90% 수준의 속도에서 공중에 뜬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자동차 공학 저널>(Journal of Automobile Engineering)에 발표됐다.
 

3-designingthe.jpg » 블러드하운드의 설계가 변화해가는 과정. phys.org/

 

속도 올리기보다 더 어려운 브레이크 기술

 

 또 하나의 문제는 음속을 돌파하는 순간 굉음과 함께 차체에서 나오는 강력한 충격파다. 이 충격파에도 차체가 흔들림 없이 주행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운전자의 체력도 문제다. 운전자는 지구 중력의 2.5배에 이르는 강력한 힘을 견뎌낼수 있는 튼튼한 몸을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재로선 17년전 음속 돌파에 성공한 '스러스트'를 몰았던 앤디 그린이 다시 한번 운전석에 앉을 예정이다.
 마지막 과제는 차를 정지시키는 것. 연구진은 사실 속도를 올리는 것보다 차를 안전하게 정지시키는 것이 더 어려운 과제라고 말한다. 현재 구상하고 있는 것은 3단계 감속 시스템이다. 먼저 엔진 스위치를 끈다. 그러면 급속히 감속하면서 시속 800마일로 속도가 준다. 그 다음엔 에어브레이크가 작동한다. 에어브레이크는 공기의 흐름을 이용해 속도를 급속히 줄여간다. 감속은 20초만에 시속 60마일을 0으로 줄이는 템포로 진행된다. 시속 200마일까지 속도가 떨어지면 그때부턴 자동차의 휠 브레이크 시스템을 작동시켜 차를 정지시킨다.

 

thebloodhoun.jpg » 블러드하운드의 주행 모습을 묘사한 상상도. bloodhoundssc.com/

 

 진짜 목적은 미래세대에 꿈 심어주기

 

 사실 이런 프로젝트는 기술 과시용 성격이 짙다. 살아가면서 시속 1000마일로 달릴 일이 뭐가 있으며, 그 속도를 감당할 체력을 갖춘 이가 몇명이나 될 것인가. 빠른 이동이라면 또 비행기가 있잖은가. 그런데도 이런 도전을 요란하게 진행하는 이유는 뭘까. 여기에 이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이 숨어 있다.
 이 프로젝트의 더 큰 목적은 미래세대들에게 꿈을, 특히 과학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리처드 노블(Richard Noble)은 프로젝트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2007년 당시 영국 국방부의 획득차관이었던 폴 드레이슨 경(Lord Paul Drayson)과 만났을 때 엔지니어가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는 영국 교육 현실을 우려하는 말을 듣고 이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당시 드레이슨 경은 학생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줄 새로운 상징적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며, 그 대상 연령대를 5살부터 19살까지로 꼽았다고 한다. 
 

400px-Richard_Noble.jpg » 블러드하운드SSC 프로젝트 책임자인 리처드 노블(왼쪽). 위키피디아.

 

기술개발보다 국가적 참여 프로젝트로

 

 스코틀랜드 출신 기업가인 노블은 자신을 도전가, 기업가, 기록 경신가, 동기 부여자로 표현한다. 모험을 즐기는 그는 1983년 시속 1000㎞를 돌파한 '스러스트2'의 운전대를 직접 잡은 데 이어,  1997년엔 음속을 돌파한 '스러스트 SSC'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았다. 노블은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의 목표로 4가지를 정했다. 그 첫째가 어린 세대들의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을 고취시키는 것이다. 블러드하운드의 속도 목표인 시속 1000마일은 중요도에서 세번째로 밀려나 있다. 1000마일 목표보다 어린 세대들에 대한 교육 목표를 중심에 내세운 것. 따라서 이 차에 대한 연구, 디자인, 제작, 시험과 관련한 모든 정보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전면 공개된다. 현재 5000개가 넘는 영국 학교들이 참여해 이 프로젝트의 정보를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참여자들끼리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블러드하운드 블라스트’(http://www.bloodhoundssc.com/blast)도 운영중이다. 지난 2월에는 영국 남부 브리스톨 지역의 12개 초등학교가 참여한 가운데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가상의 초음속차량을 설계하고 경주를 벌이는 경연대회도 펼쳐졌다.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기본 비용은 정부가 지원하지만, 나머지는 기업과 시민들의 기부금을 통해 마련한다. 10파운드(약 1만7천원) 이상만 내면 블러드하운드 테일 핀(자동차 뒷범퍼 양 옆에 세운 얇은 지느러미 모양의 깃)에 기부자의 이름을 새겨줄 예정이다. 또 굴지의 기업들이 후원자로 참여해 프로젝트 완성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을 제공한다. 최근엔 스위스의 롤렉스가 블러드하운드의 운전석에 장착할 맞춤형 시계 2개를 특별 제작해 공개했다.
 단순한 기술 개발 차원을 넘어 신세대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도전 의욕을 불어넣고, 전 세계에 자국의 과학기술도 자랑하는 프로젝트, 정부와 기업과 학교와 시민이 함께하는 범국가적 공동참여 프로젝트가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인 셈이다.
 

ThrustSSC_front.jpg » 1997년 미 네바다사막에서 사상 처음으로 음속을 돌파한 '스러스트SSC'. 위키피디아.

 

자동차 주행속도 기록에 대한 영국의 자부심

 

 영국은 왜 유독 이 프로젝트에 열을 올리고 있을까. 자동차 역사를 들여다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가솔린 내연기관 자동차를 처음 발명한 나라는 독일, 그 자동차를 대중화시킨 건 미국이지만, 가장 빠른 자동차를 만들고 달린 기록은 영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영국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시속 200㎞(124마일) 벽을 깨는 데 앞장섰다. 이어 1932년엔 영국의 말콤 캠벨이 블루버드라는 자동차로 시속 400㎞벽을 깼다. 5년 뒤에는 또다른 영국인 조지 이스톤이 시속 500㎞를 넘어섰다.  1983년엔 모험가 겸 기업인 리처드 노블이 ‘스러스트2’를 직접 몰고 시속 1000㎞를 돌파했고, 1997년엔 음속 돌파라는 경이로운 기록까지 세웠다.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의 연구진 가운데 한 사람인 벤 에반스(Ben Evans)는 “1960년대와 1970년대를 빼고는 영국의 공학자와 운전자들이 지구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주행 기록을 달성하는 데 앞장서 왔다”고 자부심을 표했다.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무르익어가고 있는 영국의 꿈은 과연 어떤 결실을 맺을 것인가.

 

참고 자료

블러드하운드 공식 사이트

http://www.bloodhoundssc.com/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6334&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5-20     
[관련 논문 서지 사항] Ben Evans and Chris Rose, “Simulating the aerodynamic characteristics of the Land Speed Record vehicle BLOODHOUND SSC”, Proceedings of the Institution of Mechanical Engineers, Part D: Journal of Automobile Engineering published online 9 April 2014, DOI: 10.1177/0954407013511071

 

기타 참고 자료 
http://phys.org/news/2014-05-fastest-car-planet.html
http://phys.org/news/2014-04-bloodhound-team-impact-mph-supersonic.html#inlRlv
http://www.newscientist.com/article/dn22335-first-test-firing-for-1600kmh-rocket-car-successful.html#.U33PKNJ_uSo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benet709&logNo=150184489434
http://en.wikipedia.org/wiki/Land_speed_record#cite_note-Northey1163-6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 유튜브 동영상
http://youtu.be/nRildInxODM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페이스북 페이지 '미래가 궁금해'
트위터 '곽노필의 미래창'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