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바다의 테슬라'는 해상운송 게임체인저가 될까 자동차교통

yara-birkeland-700x253.jpg » 자율항해 전기 컨테이너선 옆모습. 야라 인터내셔널 제공

 

 전기로 움직이는 자율항해 선박 개발 나서

 

 일론 머스크가 2003년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를 출범시키면서 내세운 명분은 화석연료 대신 친환경 에너지로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골프 카트 수준의 전기차가 아니라 기존 엔진차량과 주행거리, 속도 등에서 충분히 겨룰 만한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머스크는 이제 세계 자동차시장의 혁신을 이끄는 선봉장이 됐다. 그가 이끄는 테슬라는 올들어 100년 넘는 역사의 지엠과 포드를 제치고  미국에서 기업가치(주식 시가총액 기준)가 가장 높은 자동차업체로 올라섰다. 이는 사람들이 테슬라의 미래를 그만큼 밝게 보고 있다는 징표다.

 해상 운송에서도 테슬라처럼 친환경 에너지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까? 노르웨이의 두 기업이 해상에서도 테슬라와 같은 수송혁명의 불쏘시개를 자임하고 나섰다.  비료를 생산하는 농화학기업 야라 인터내셔널과  군용 및 민간용 유도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산업체 콩스베르그 그루펜(Kongsberg Gruppen)이다. 두 회사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야라 비르셸란’(Yara Birkeland)이라는 이름의 세계 최초 친환경 자율항해 전기 컨테이너선박을 개발 중이다. 비르셸란은 19세기말~20세기초에 활동했던 노르웨이의 과학자 겸 혁신가 크리스티안 비르셸란(Kristian Birkeland)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두 회사는 이 선박에 ‘바다의 테슬라’(Tesla of the Seas)라는 애칭까지 붙이며 선박 개발의 목표를 분명히 했다. 전기로 움직이는 자율항해 선박을 통해 해상운송의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것이다. 해운을 포함한 세계 물류시장은 연간 8조달러, 550억톤(2015년 기준)에 이른다.

 

yara-birkeland-port-560x388.jpg » 중소형 컨테이너선 '야라 비르셸란'의 완성도. 야라 인터내셔널 제공

 

제작비용은 3배지만 운영비는 10분의1 수준


 노르웨이가 어떤 나라인가? 노르웨이는 석유 수출 세계 5위의 산유국이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정책으로 석유 퇴출에 앞장서고 있는 나라다. 그래서 이를 ‘노르웨이 패러독스’라 부르기도 한다. 2030년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 제로인 상태) 실현을 선언했고, 전기차 보급률은 단연 세계 으뜸을 자랑한다. 올들어선 지난 1월 사상 처음으로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 판매량이 내연기관차량을 앞질렀다. 전기관련 업체 270개사로 구성된 민간단체 ‘에너지 노르웨이’는 지난 8월 기후환경장관을 만나 2050년 100% 전기사회 구현을 위한 24가지 정책 제안서를 제출했다.
 과감한 ‘바다의 테슬라’ 개발 구상은 바로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야라 인터내셜이 총지휘하고 콩스베르그가 개발 책임을 맡은 친환경 자율항해 선박에는 자율주행차와 마찬가지로 GPS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센서, 라이더, 레이더, 카메라 등이 구비돼 있다. 이를 이용해 다른 배와의 충돌을 피해 항해하고, 스스로 정박도 한다. 전기 동력, 배터리, 추진제어 장치 개발도 콩스베르그의 몫이다.
  중소형 컨테이너선인 야라 비르셸란이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는 최대 150개에 이른다. 이는 오늘날의 표준 화물선박 기준이라 할 3500개는 물론, 세계 최대급 컨테이너선의 1만9000개에 크게 못미치는 규모다. 그러나 선박이 계획대로 진수된다면 세계 해운산업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이 회사는 자신한다.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이 선박의 최대 약점은 역시 제작비용이다. 혁신의 초기에 흔히 맞닥뜨리는 장벽이다. 야라 비르셸란 선박 건조에 드는 비용은 2500만달러(약 280억원)다. 이는 비슷한 크기의 기존 선박보다 3배나 비싼 수준이다. 대신 기존의 선박유나 승무원이 필요 없으니 운영비는 저렴하다. 야라 쪽은 운영비를 90%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yara10.jpg » 자율항해 전기 컨테이너선 '야라 비르셸란'의 예정 항로. 콩스베르그 제공

 

2018년 시범운항, 2020년 완전 자율항해 시도


 자율주행차가 공장을 벗어나 거리에서 정식 주행을 하는 데는 여러 단계의 시험과 조정을 거쳐야 한다. 도로 주행 테스트는 물론 센서와 소프트웨어, 카메라 등의 성능을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선박도 마찬가지다. 콩스베르그는 올해 안에 설계작업을 끝내고, 내년 하반기 중에는 배를 인도해 라비크 항구까지 첫 비료 해상운송에 나설 계획이다. 처음엔 선장과 소수의 승무원들을 태우고 시험 운항을 하고, 2019년에 원격제어 운항을 테스트한 뒤 2020년 완전 자율운항을 시작한다는 일정이다. 다만 이 때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육지 관제센터에서의 운항 감독 시스템은 가동한다. 자율항해 선박은 우선 공장이 있는 포르스그룬에서 비료를 싣고 남쪽의 브레비크, 라비크 항구까지 운항할 계획이다. 가장 먼 라비크 항구까지의 거리는 37해리(57.5킬로미터)다.

 전기 동력과 자율항해를 통한 해상운송 전환은 세계 무역과 환경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유엔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세계 무역의 90% 이상이 해상운송으로 이뤄진다. 해상 운송이 “엄청난 양의 물자와 원재료를 이동시키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yara8.jpg » 선박운항 관제센터. 콩스베르그 제공

 

연간 트럭 4만대 배출 가스 절감…도로 안전 향상 효과도


 문제는 선박에선 엄청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는 점이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해상 운송은 매년 약 1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는 전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2.5 %에 해당한다. 이대로라면 2050년까지 최고 250%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독일 환경단체 나부(Nabu)는 중형 디젤 크루즈선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하루 150톤에 이르며, 이는 자동차 1백만대가 내뿜는 미세먼지와 같은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몇년 전 일이긴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에 보도된 한 대외비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 15척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양은 전세계 자동차 7억6천만대가 내뿜는 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는 선박유의 황 함유량이 매우 높은 데 주로 기인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초대형 유조선 1척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5천만대의 차에서 내뿜는 암, 천식 유발 위험물질의 양과 같다. 저급한 선박 벙커유에 있는 황 함유량이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에서 쓰는 디젤보다 최대 2000배나 많은 탓이다. 9만척에 이르는 세계 화물선으로 인한 오염으로 연간 6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폐와 심장 질환 치료를 위한 비용이 연간 최대 3300억달러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2015년 체결된 파리의 기후변화협정에는 선박 배출 가스 규제 조항이 없다. 앞으로 선박들이 전기 동력을 전환하게 되면 선박은 점차 이런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육상 운송을 대체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야라 인터내셔널은 포르스그룬(Porsgrunn)의 공장에서 생산한 비료 수출을 위해 라비크, 브레비크 항구까지 하루 100대 이상의 트럭을 운행한다. ‘바다의 테슬라’를 이용하면 그동안 인구밀집된 도시를 거쳐 항구까지 오가던 디젤트럭의 운행 횟수를 연간 4만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회사쪽은 기대한다. 이는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등의 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육상운송을 해상으로 돌리게 되면 도로 교통 정체를 완화하고 안전도를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바다 한가운데서 사고 난다면 피해비용 막대" 우려도


이 프로젝트 책임자인 야라 인터내셔널의 페테르 외스트뵈(Petter Ostbo)는 “앞으로 더 큰 선박에도 투자해, 무인선박에 대한 국제 운송 규정이 마련되는 대로 더 먼거리 운송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비료를 네덜란드에서 브라질까지 운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먼거리 운송이 가능하려면 에너지밀도가 높은 배터리 개발이 우선과제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대 교수는 "예컨대 브라질까지 간다고 치면 2차전지의 에너지밀도가 지금보다 2~3배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기자동차의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400킬로미터를 달성하는 시기를 2022년으로 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이후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국제적으로 자율주행선박과 관련한 규정도 없는 상태다. 그동안 이런 선박이 없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있고 안전문제까 겹쳐 규정을 만드는 작업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야라 쪽은 2020년까지는 관련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국제해사기구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무인선박 상용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SeaIntelligence Consulting사의 Lars Jensen 대표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비용 차원의 문제가 있다”라며 “바다 한가운데서 고장이 날 경우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가트너의 자율주행차 분석가 마이클 램지(Michael Ramsey)는 기술 인터넷매체 <테크리퍼블릭>(TechRepublic)과의 인터뷰에서 자동화 기술에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바다에서 대형 선박의 항로를 안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차선이나 신호등처럼 가이드로 삼을 만한 것이 바다에는 거의 없다.”는 말로 해상 자율항해 기술 개발자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z.jpg » 노르웨이에서 운항중인 세계 최초의 전기 여객선. 지멘스 제공

 

노르웨이. 전기 여객선도 세계 최초로 운항중


 사실 노르웨이에는 이미 ‘바다의 테슬라’를 내세우는 또 다른 선박이 운항 중이다. 야라에 앞서 2015년부터 운항하고 있는 세계 최초의 전기동력 여객선 ‘암페어’(Ampere)다. 비록 운항거리는 5.6㎞에 불과하지만. 약 80미터 길이의 이 선박은 알루미늄을 소재로 만들어서 무게가 같은 크기의 기존 선박의 절반에 불과하다. 노르웨이 서쪽 송네피오르 협만을 가로질러 운항하는 세 척의 여객선 중 유일한 전기동력선이다. 나머지 두 척은 디젤로 움직인다. 지멘스의 450kW 모터를 장착했으며, 10톤짜리 배터리를 장착했다. 120대의 자동차와 36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이 선박은 2014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SMM(Shipbuilding, Machinery, and Marine Technology) 무역전시회에서 올해의 선박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청정한 해상운송 수단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노르웨이가  전기 여객선과 화물선을 좌우 양날개로 해상운송의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
https://www.wsj.com/articles/norway-takes-lead-in-race-to-build-autonomous-cargo-ships-1500721202
https://singularityhub.com/2017/07/30/the-worlds-first-autonomous-ship-will-set-sail-in-2018/
http://inhabitat.com/worlds-first-autonomous-all-electric-cargo-ship-to-launch-next-year/
https://www.theverge.com/2017/7/24/16018652/first-autonomous-ship-launch-2018
http://www.techrepublic.com/article/how-norways-25-million-tesla-of-the-seas-aims-to-take-autonomous-shipping-off-road/
http://www.businessinsider.com/autonomous-cargo-ships-look-to-upend-the-logistics-industry-2017-7
http://citrain64.blog.me/221057946002
https://www.youtube.com/watch?v=5VBD7hVRhx0
선박의 환경오염을 고발한 가디언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09/apr/09/shipping-pollution
보도자료
http://yara.com/media/press_releases/2103105/press_release/201705/yara-and-kongsberg-enter-into-partnership-to-build-worlds-first-autonomous-and-zero-emissions-ship/
https://www.km.kongsberg.com/ks/web/nokbg0240.nsf/AllWeb/4B8113B707A50A4FC125811D00407045?OpenDocument
세계 물류시장 전망
http://www.prnewswire.com/news-releases/global-logistics-market-to-reach-us155-trillion-by-2023-research-report-published-by-transparency-market-research-597595561.html
노르웨이의 세계 첫 전기 정기여객선
https://www.norwegianamerican.com/featured/the-tesla-of-the-sea/

노르웨이 전기차 판매 실적

https://en.wikipedia.org/wiki/Plug-in_electric_vehicles_in_Norway#2017

노르웨이 2050년 전사회의 전기화 구축

http://news.xinhuanet.com/english/2017-08/14/c_136525608.htm

해상 온실가스 전망

https://www.marinelink.com/news/application-verified428895

독일 환경단체 보고서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17/sep/05/cruise-ships-showed-contempt-for-customers-by-breaking-clean-air-pledge-report-says?mc_cid=0826cedc76&mc_eid=f400c949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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