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잇몸질환과 전신 염증의 연결고리가 밝혀졌다 생명건강

dent1.jpg » 잇몸질환은 2019년 감기를 제치고 한국인 가장 많이 받는 외래진료 질환에 올랐다. 픽사베이
면역세포인 호중구 다량 방출...혈관 타고 전신에 퍼져

잇몸질환(치주염 또는 치은염)은 감기만큼이나 흔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2019년 병원 외래진료를 가장 많이 받은 질환이 잇몸병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무려 1683만명이 잇몸질환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잇몸질환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이를 떠받치는 치조골까지 염증이 번져 치아를 잃는다. 게다가 잇몸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혈관을 타고 전신에 퍼지면 신체 각 부위에서 갖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잇몸질환과 심혈관 질환, 당뇨병, 여러 염증성 질환의 통계적 상관관계는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구강 건강 상태가 나쁠수록 고혈압 위험도 더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잇몸질환이 다른 염증성 질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인과관계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했다.
이번에 캐나다 토론토대 치과학 연구진이 그동안 누락돼 있던 이 연결고리의 일부를 처음으로 찾아내 치과연구저널(Journal of Dental Research)에 10월20일치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찾아낸 것은 바로 호중구라는 이름의 혈액 속 면역세포에 의한 과잉 면역 반응이었다. 호중구는 선천면역 체계인 백혈구의 여러 형태 중 하나로 전체 백혈구의 50~70%를 차지한다. 
dent4.jpg » 백혈구의 태반을 차지하는 호중구. 위키백과
"1단에 있어야 할 기어가 2단에 있는 것과 같아"

연구진은 주로 잇몸 질환에 의해 활성화되는 세포, 즉 선천성 면역 체계 세포인 호중구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우선 마우스 동물 실험에서 치주염이 생기면 면역 체계가 호중구를 다량 방출해 원인균을 공격한다는 걸 발견했다.연구진은 마우스의 구강 뿐 아니라 결장, 골수 등에서도 과다한 호중구를 검출했다.
그 메카니즘은 이렇다. 일단 치주염이 생기면 과다한 호중구가 방출돼 전신을 순환하며 극도의 경계 상태에 들어간다. 연구팀을 이끈 마이클 글로가우어(Michael Glogauer) 교수는 이를 "1단에 있어야 할 기어가 2단에 있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런 상태에서 다른 염증을 만나면 면역 체계가 쉽게 반응하게 된다. 이미 공격 준비를 마친 호중구가 곧바로 감염된 조직을 공격한다. 글로가우어 교수는 "호중구가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훨씬 더 빨리 방출하면서 염증을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면역 조절 단백질을 말한다.
dent2.jpg » 양치질을 중단하자 혈중 호중구 수치가 크게 늘었다. 픽사베이
"치주염 환자, 코로나19 감염땐 사이토카인 폭풍 가능성 높아"

연구진은 소규모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인체 실험에서도 이런 메카니즘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실험 참가자들에게 3주 동안 양치질을 중단하도록 해 잇몸질환을 유도한 뒤, 검사한 결과 이들의 온몸에 호중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정상적 상태는 실험 참가자들이 다시 정상적으로 양치질을 시작한 지 2주만에 사라졌다.
이번 연구는 또 요즘 세계인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코로나19와 구강 건강의 관계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구진은 치주염을 앓고 있는 사람은 면역 과잉 반응인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호중구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킬 위험이 아주 큰 세포인데, 치주염 환자들의 몸에는 이 호중구 세포들이 그득하기 때문이다.

출처
구강건강과 코로나19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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