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수직농장만 있나, 지하농장도 있다 에너지식량

 25.JPG » 런던 지하 33미터 터널 안에서 시험재배중인 어린 새싹들. 유튜브 화면 캡처.

 

 비싼 도시 땅값, 원거리 수송에 따른 탄소배출에 대한 새 대안

 

 세계 곳곳에서 도심에 빌딩형 수직농장을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수직농장은 기본적으로는 갈수록 비싸지는 땅값, 늘어나는 인구에 대한 대응책이지만, 도심 재배를 통해 원거리 수송에 따른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려는 뜻도 있다.
 그런데 지상의 수직농장이 아닌 도심 지하농장을 통해 이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26.JPG » 지하농장 창업자인 리처드 발라드와 런던의 스타 셰프 마이클 루 주니어(가운데), 동업자인 스티븐 드링(오른쪽)이 루의 레스토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영국 런던 지하 33미터 2차대전 공습대피소 재활용

빛은 LED조명으로, 흙은 수경재배 시스템으로 대체

 

화제의 주인공은 영국의 두 사업가 리처드 발라드와 스티븐 드링이다. 이들은 수경재배와 LED 조명을 이용해 에너지 및 물 효율이 높고,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 100% 유기농 채소를 재배해 런던 시내 음식점과 식료품가게에 판매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식물과 채소가 자라는 데 필수적인 빛과 흙을 엘이디 조명과 수경재배 시스템이 대신하는 시스템이다. 엘이디 조명은 광합성에 필요한 빛을 제공하고, 수경재배는 영양분을 물에 풀어줌으로써 흙 없이도 식물이 자랄 수 있게 해준다.
 지하농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곳은 런던 남부의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터널로, 2차세계대전 당시 공습대피소로 쓰였던 곳이다. 2.5에이커(약 3060평) 규모의 이 농장은 클랩햄노스역 근처 지하철로 아래에 있으며 깊이가 33미터에 이른다. 침대와 진료소, 주방과 화장실을 갖춘 이 터널은 원래 8천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나, 1944년 7월24일 독일의 공습 당시 1만2000명 이상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30.JPG » 리처드 발라드가 시험재배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날씨 변화, 병해충 걱정 없어 되레 이상적 재배조건

12종 새싹,채소 재배중…8시간 안에 식탁 도착 가능

 

언뜻 생각하면 햇빛도 들지 않고 환기도 잘 안되는 땅 속에서 무슨 채소 재배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지하 터널이 오히려 이상적인 재배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 사시사철 일정한 온도가 유지된다. 또 병해충 피해 걱정이 없고 런던의 변덕스런 날씨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도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여기서 재배된 채소는 4시간 안에 식료품 가게에, 그리고 8시간 안에 런던 가정의 식탁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지난 18개월동안 터널에서 시험재배를 해 왔다. 첫 공식 수확물은 3월에 나올 예정이며, 올 하반기부터는 ‘그로잉 언더그라운드’(Growing Underground)라는 브랜드로 런던 레스토랑과 식료품가게에 시판할 계획이다. 현재 재배중인 것은 완두콩어린싹, 겨자, 시금치와 비슷한 레드 아마란스(red amaranth), 브로콜리, 타이 바질 등 어린 새싹 9종과 일반 채소 3종이다. 추후엔 토마토나 버섯도 재배 품목에 추가할 계획이라고 한다.

33.JPG » 지하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새싹채소. 유튜브 화면캡처.  

 

런던의 스타셰프도 합류, 재배 리스트 선정 등 지도

 

이들은 어떤 채소를 어떻게 재배할지에 대한 지도를 받기 위해 런던의 스타 셰프인 마이클 루 주니어를 영입했다. 그는 런던에서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의 별 셋을 받은 식당 ‘르 가브로슈’(Le Gavroche)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이 두 사람이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터널을 방문해, 그들이 재배하고 있는 맛난 채소 샘플을 보고는 한대 얻어맞은 듯했으며, 지금은 이 시장이 아주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험재배중인 채소들이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 터널 속의 온도는 섭씨 16도에 맞춰져 있으며, 채소들은 3개 층으로 된 선반에서 재배되고 있다. 또 특수 필터로 터널 공기 중의 병해충을 걸러주고 있어 별도의 농약을 칠 필요가 없다고 한다. 
 

 

 28.JPG » 지하농장에서 수확한 새싹채소. 유튜브 화면 캡처.

 

영국 탄소제로 경제 달성, 도시인구 증가 대응에 기여 기대 

 

두 사람은 이 새로운 농장이 영국의 탄소제로 경제를 달성하고, 늘어나는 도시인구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두 사람은 현재 지하농장 사업자금을 크라우펀딩 방식으로 모으고 있다. 사이트에 게시된 투자금 모금 목표는 30만파운드. 2월24일 현재 170명이 17만2천파운드 투자를 약속했다.
 이 두 사람의 기발하면서도 야심만만한 지속가능 도심농업 계획은 과연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까.
  

29.JPG » 지하농장 전경. 유튜브 화면 캡처.

 

도시형 로컬푸드 구현의 새로운 모델 주목

 

이 지하 농장이 도시농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경제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인다면, 추후 건설되는 대도시 대형건물들은 지하에 별도의 지하농장 공간을 만들어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온 수확물을 그 건물 입주자들에게 판매하거나 실비로 제공한다면 그 자체로 완벽한 로컬푸드를 구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는 2012년 6월 ‘도시농업 원년’을 선포한 이후 본격적으로 ‘아그로-시티(Agro-city)’ 비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 계획안엔 도심 옥상이나 나대지 외에도 공공시설 지하공간에 수직농장을 조성한다는 구상도 들어 있다. 도버해협 건너편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하농장 실험이 서울시의 도시농업 비전과도 맞아떨어지는 대목이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
http://growing-underground.com/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548589/Subterranean-kitchen-garden-created-WW2-bomb-shelter-Northern-Line.html
http://www.nerdist.com/2014/02/dystopian-future-watch-london-underground-farms/
http://www.crowdcube.com/investment/zero-carbon-food-13724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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