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차별받고, 배제되는 한국의 노동자들

4월28일은 세계 산업재해 사망자 추모의 날이고, 5월1일은 노동절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 노동자(임금 노동자)의 어려운 현실을 통계로 알아본다.

■ 일하다가 목숨 잃는 노동자들

한국은 긴 노동시간과 함께 산재가 많은 나라라는 오명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1964년 산재보험 도입 이후 2012년까지 산재 통계를 보면 산재 발생률은 꾸준히 줄었지만 산재 사망자는 잘 줄지 않는다는 걸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아래 산재 발생률과 1만명당 산재 사망자 변화를 보면 기울기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그래프의 기울기는 감소 또는 증가율) 이런 격차는 1990년대에 특히 두드러진다. 2012년 한해에만 일하다가 사고로 숨진 노동자수가 2165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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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고용노동부, 2012년 산업재해 현황분석 책자(새 창에서 보기)


산재 발생률과 산재 사망자 추이의 괴리 현상은 국제 비교를 해보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국제노동기구가 집계한 2008년 산재 통계를 보면 한국은 10만명당 사망자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산재 부상자로만 보면 중간 정도다. (통계 자료 중 노동 시간 기준으로 산재 통계를 발표한 나라들은 그래프에서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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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국제노동기구 통계 페이지 Occupational Injuries 항목(새 창에서 보기)


이렇게 산재 발생과 산재 사망의 격차가 심한 것은 대부분의 노동 현장은 안전이 많이 개선됐으나 위험 사업장은 보호 조처가 미흡한 탓이 아닐까 추측해볼 수 있다. 하지만 노동계 일부에서는 산재 보고가 제대로 안된 채 은폐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같은 유럽 국가들이 산재 사망자는 아주 적은 반면 산재 부상자는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을 볼 때, 산재 부상자 건수는 사고를 얼마나 정확하게 보고하고 절차대로 처리하느냐 여부에 크게 좌우될 여지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차별받는 노동자들

산재 사고만 한국 노동 현장의 문제는 아니다. 목숨을 잃진 않더라도 소외되고 차별받는 노동자들이 널려있다. 대표적인 집단이 여성 노동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 임금의 60%를 받는 게 한국 여성의 평균적인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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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고용노동부, 남성 대비 여성 임금비율


소외되고 차별받는 또 다른 노동자는 비정규직이다. 전체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부와 노동계의 시각 차이가 큰 부분이다. 정부는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는 이들(무기 계약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분류하는 반면, 노동계는 기한이 정해진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일지라도 임시직과 일용직이면 비정규직으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두쪽이 발표하는 비정규직의 비율이 20%포인트 가까이 차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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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통계청, 비정규직 고용동향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분석


비정규직 노동자 대다수가 노조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지만, 정규직 가운데서도 대다수는 노조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노조로 뭉쳐 자신들을 지키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또 다른 의미의 소외되는 노동자들이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한국의 노조 가입률은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잠깐 조직률이 상승했던 것이 거의 유일한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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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고용노동부,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


■ 노동에서 배제되는 이들

소외당하고 차별받는 게 아니라 아예 배제되는 이들도 있다. 바로 실업자들이다. (실업률 통계 또한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실업률이 아주 낮은 나라에 속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실업 가운데서도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청년 실업이다.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선진 7개국과 한국의 15-24살 청년 실업 비교는, 한국의 실업이 결코 낮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아주 높고 군 입대자도 많기 때문에 15-24살 청년이 실업자 곧 “일자리를 원하지만 얻지 못하는 사람”으로 분류될 가능성은 아주 적다. 그럼에도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청년 실업률이 일본보다 꾸준히 높고 2010년부터는 독일보다도 높다.(선의 기울기는 증감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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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경제협력개발기구, 청년 실업률 국제 비교


■ 나라마다 제각각인 전세계 상황의 단면도

마지막으로 전세계 각국 노동자들의 상황을 엿보기 위해 국제노동기구가 제공하는 실질 임금 상승률(임금 상승분에서 물가 상승분을 뺀 순수한 상승분) 자료를 바탕으로 세계 지도를 그렸다. 가장 최신 자료(나라에 따라 2009-2011년)로 비교해보면, 중국과 옛 소련연합 소속 일부 국가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꽤 상승한 반면 북미나 유럽, 아시아 주요 국가 노동자들의 형편은 거의 정체 상태로 나타난다. (물론 몇년간의 추세를 보면 이와 전혀 다른 양상일 수 있다. 이 지도는 그저 특정 순간의 단면도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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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국제노동기구, 임금 통계

■ 글 주소: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 plug.hani.co.kr/data/1734973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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