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메르스 발표 자료, 앞뒤 안맞는 '엉터리'

확진자 신상 정보 오락가락... 정정 여부도 정확히 표시 안해

날짜별 사망자·퇴원자 통계와 일일 발표 자료 서로 맞지않아

최근 비교적 안정 국면에 들어간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 사태는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는 초기에 메르스 감염자 발생 의료기관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적절한 대책 마련을 어렵게 했다. 불확실한 정보에 따른 불안감도 정부가 자초했다. 하지만 관련 의료기관을 공개한 이후에도 정부의 관련 공식 자료는 정확성과 거리가 멀다. 사소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정부 공식 문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부실한 부분을 점검했다.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아, 정확한 자료를 공개해야 마땅하다. (이 분석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보도(참고)자료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1. 신상 정보 부정확

정부가 매일 아침 내놓는 메르스 현황 자료를 정리해 메르스 확진자 명단을 갱신하는 기자는 지난달 27일 오전 자료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25일 또는 26일에 무사히 퇴원했다는 75번째 확진자가 62살 남성이라고 자료에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음을 알린 8일치 자료에는 63살 여성으로 적혀 있었다. 20일만에 성별이 뒤바뀌고 나이도 달라진 것이다.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확인하려 이 환자가 언급되는 8일치부터 14일치까지 발표 자료를 다시 확인해봐도 분명 이 환자는 여성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혹시나 해서, 보건복지부 누리집의 보도자료 게시판을 확인해본 뒤에야 진상이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담당자가 애초 63살 여성으로 발표된 것이 잘못임을 6월23일에 확인하고, 기존 발표 자료를 모두 수정해 놓은 것이다. 담당 실무자는 실수를 꼼꼼히 정정하는 성의있는 자세를 보였지만, 수정 사실을 분명히 공표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기존 발표 자료가 수정될 것을 예상하고 보도자료 게시판을 계속 확인할 사람이 거의 없으므로, 잘못을 확인한 다음날 자료를 통해 수정 사실을 알렸어야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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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번째 확진자의 성별을 여성으로 표시한 14일치 문서(왼쪽)와 23일 남성으로 수정해 다시 게시판에 올린 문서.

이런 실수는 이전에도 있었다. 46번째 확진자는 6일에 40살 남성으로 발표됐다가 3일 뒤 56살 남성으로 정정됐고, 134번째 확진자는 12일 68살 남성으로 발표됐다가 이틀 뒤 67살 여성으로 정정됐다. 하지만 이 두번의 경우는 매일 갱신되는 전체 확진자 명단에 푸른색 글씨로 표시함으로써, 자료를 자세히 보기만 하면 정정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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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번째 확진자의 인적 사항에 정정 표시가 된 9일치 명단(앞쪽)과 134번째 확진자의 인정 사항에 정정 표시가 된 14일치 명단

보건복지부가 갱신된 전체 확진자 명단을 매일 발표하면서 75번째 확진자 신상 정보를 같은 식으로 수정했다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14일까지는 매일 전체 메르스 확진자 명단을 자료에 넣다가 15일부터 자료에서 뺌으로써, 수정 사실 확인이 곤란해졌다. 전체 확진자 명단을 발표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발표 당시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은 확진자의 경우 '역학조사 진행 중'이라고 표시되는데, 이후에 공식 문건에서 거의 거론하지 않기 때문에 공식 문건 상으로는 계속 '역학조사 중'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환자의 나이는 비교적 문제가 덜 되지만, 확진자로 발표될 때와 퇴원 또는 사망했을 때 발표되는 나이가 다른 경우도 꽤 있다. 게다가 대부분은 애초 잘못 발표한 것을 수정한 건지 여부를 명시하지 않아, 어느쪽이 정확한지 알 길이 없다.

16번째 확진자는 6월1일 확진자 명단에 '40살 남성'으로 발표됐고, 갱신된 전체 명단이 마지막으로 실린 14일 자료에도 '40살'로 적혀있지만, 왼치되어 퇴원했다는 소식을 담고 있는 7월3일치 자료에는 나이가 '41살'로 다르게 적혀 있다. 87번째 확진자는 6월26일 사망 발표 때는 '79살 여성'으로 공개됐으나, 6월23일에 수정된 6월14일치 자료까지는 78살로 기록되어 있다. 또 77번째 확진자는 18일 사망 사실이 발표될 때 '64살 남성'으로 명시됐지만, 14일까지는 63살로 기록되어 있었다. 82번째 확진자도 18일 사망 사실이 발표될 때 '82살 여성'으로 명시됐지만, 역시 14일치까지는 83살로 기록되어 있었다. 81번째 확진자는 15일 사망 사실이 발표될 때 '61살 남성'으로 기록됐으나, 8일 확진 판정을 받을 때부터 전날까지는 '62살 남성'으로 발표됐다.

부정확한 신상 정보
16번째 확진자 6월1일 7월3일   수정 여부 명시안함
40살 (남성) 41살 (남성)  
46번째 확진자 6월6일 6월9일 6월24일 40살 --> 56살 정정 명시
40살 (남성) 56살 (남성) 55살 (남성)
75번째 확진자 6월7일 6월23일 6월27일 기존 발표 자료만 수정
63살 여성 63살 남성 62살 남성
77번째 확진자 6월14일까지 6월18일   수정 여부 명시안함
63살 (남성) 64살 (남성)  
81번째 확진자 6월14일까지 6월15일   수정 여부 명시안함
62살 (남성) 61살 (남성)  
82번째 확진자 6월14일까지 6월18일   수정 여부 명시안함
83살 (여성) 82살 (여성)  
87번째 확진자 6월14일까지 6월26일   수정 여부 명시안함
78살 (여성) 79살 (여성)  
134번째 확진자 6월12일 6월14일 6월21일 남성 --> 여성 정정 명시
68살 남성 67살 여성 68살 여성

2. 사망자 날짜 부정확

날짜별 사망자 통계도 의심스럽다.

보건복지부가 6월2일 낸 자료는 6월1일 숨진 58살 여성이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하면서 6번째 확진자(남, 71살)도 숨졌다고 했다. 하지만 7월8일 현재 '메르스 확진 및 격리 현황'은 6월1일 사망자가 1명이고, 6월2일에는 사망자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 자료는 이 두명 가운데 한명을 3일 사망자(총 2명)로 집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16일 낸 자료는 38번째, 98번째, 123번째 확진자 등 3명이 “6.15일 및 6.16일 새벽 사망”했다고 쓰고 있으나, 역시 최근 현황 표에는 15일 사망자가 3명이고 16일에는 사망자가 없다고 나온다.

확진 및 격리 현황 표는 6월17일 사망자가 4명, 18일 1명, 19일은 없는 것으로 적고 있지만, 앞서 발표한 자료는 이와 다르다. 18일 발표 자료는 17-18일 사망자가 4명(“31번째, 42번째, 77번째, 82번째 확진자 등 4명이 6.17일 및 6.18일 새벽 사망”)이라고 적고 있다. 또 19일 자료는 120번째 확진자가 6.19일 새벽에 사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18일 새벽 사망자를 17일 사망자로, 19일 새벽 사망자를 18일 사망자로 분류한 것이다.

날짜별 사망자 혼란상은 계속 이어진다. 6월22일 오전 발표 자료에는 101번째, 128번째 확진자가 “6.21일 및 6.22일 새벽 사망”했다고 적혀있으나, 통계 표는 두 사람을 모두 6월21일 사망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양상은 6월25일과 26일에도 반복된다. 26일 오전에 발표한 자료는 87번째와 140번째 확진자가 “6.25~6.26일 사망”했다고 했으나, 통계 표는 두 사람을 모두 25일 사망자로 분류했다.

3. 퇴원자 날짜 부정확

날짜별 사망자 통계와 비슷한 불일치는 퇴원자 통계에서도 반복된다. 7월8일치 통계표를 보면 6월19일 퇴원자가 6명, 20일 퇴원자가 7명이다. 하지만 6월20일과 21일 발표 자료는 이와 다르다. 20일치 자료는 19일 퇴원자가 6명이라고 썼고, 21일치 자료는 확진자 7명이 “6.19~6.20일 퇴원”했다고 했다. 21일치 자료에 포함된 퇴원자 중 적어도 한명 이상이 19일 퇴원자라는 이야기이니, 19일 퇴원자 합계는 7명 이상이어야 앞뒤가 맞다.

또 이후 며칠 동안의 발표 자료는, 날짜별 퇴원자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게 모호하게 작성됐다. 22일 자료는 “확진자 7명이 6.20~6.21일 퇴원”했다고 적었고, 23일 자료는 “확진자 4명은 6.21~6.22일 퇴원”했다고 밝힌다. 또 24일 자료는 “총 13명이 6.22~6.23일 퇴원”했다고만 쓰고 있다. 이런 모호한 발표는 27일치까지 계속 이어진다.

6월30일 퇴원자 통계도 발표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7월1일 자료를 통해 6월30일 두명이 퇴원했다고 한 데 이어 2일에는 ”총 5명이 6.30~7.1일 퇴원”했다고 했고, 3일에도 ”총 7명이 6.30~7.2일 퇴원”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통계표에는 6월30일 퇴원자가 두명뿐인 것으로 나온다. 기존 발표를 기준으로 하면, 이 날 퇴원자가 적어도 2명 적게 집계된 것이다. 7월3~6일 퇴원자 통계는 애초 발표 자료와 일치한다.

7월8일 발표 자료 5쪽의 통계표에 기존 발표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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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재확인된 전체 확진자 명단 공개해야

보건복지부는 이제라도 모든 확진자 기록을 재검토해서, 정리된 전체 확진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186명의 확진자 모두는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은 만큼 증상 발현일, 퇴원일, 사망일 등을 확인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환자의 신상 정보나 날짜별 사망자, 퇴원자 숫자가 사소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1차 자료인 정부의 발표 문건은 정확성이 생명이다.

■ 글 주소: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 http://plug.hani.co.kr/data/2305725
■ 원 자료 새 창에서 보기: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게시판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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