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계 소득 지형의 '대전환'...중산층 이상이 과반 되다 사회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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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9월 현재 중산층 이상 인구가 38억명으로

인류 문명 1만년만에 빈곤 탈출 `티핑 포인트'에

 

유엔이 2030년을 목표달성 시점으로 설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 17가지' 가운데 첫손에 꼽은 어젠다는 빈곤 퇴치다. `SDG 17'의 제1항은 "지구촌 모든 지역에서 모든 형태의 빈곤을 퇴치한다"고 선언한다. 최근 인류가 마침내 빈곤 탈출의 티핑 포인트를 넘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징표가 나왔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농경시대로부터 시작된 인류 문명이 시작된 지 1만년만에 중산층이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9월 현재 전 세계 중산층과 부유층을 합친 인구는 약 38억명에 이른다. 2018년 현재 세계 인구 76억명인 점을 고려하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보고서는 "농경시대 이후로 인류는 오랜 세월 생존을 위해 분투해왔으나 19세기 초반까지도 인류 문명은 본질적으로 먹고 사는 것이 급선무였다"며 "산업혁명 이후 생활 수준이 본격적으로 개선되면서 현재 전세계 빈곤층은 세계 인구의 8%선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RICH33.jpg » 역사상 처음으로 중산층 이상 인구가 전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인용

1초마다 1명씩 빈곤서 탈출

1초마다 5명씩 중산층 진입


연구소는 188개국의 가구 소득 및 지출 통계(2011년 구매력 기준)를 토대로 전세계 가구를 네 계층으로 나눴다. 이에 따르면 최하위 계층인 빈곤층은 1인당 하루 1.9달러(약 2100원) 미만인 사람들로 6억3천만명에 이른다. 중산층은 하루 11~110달러(약 1만2000~12만원) 사이의 그룹이다. 중산층의 범주를 이렇게 잡은 것은 오토바이, 냉장고, 세탁기 같은 내구소비재를 구매하거나 영화 관람, 여행 등 몇몇 여가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가처분소득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나머지 두 그룹은 빈곤층과 중산층 사이에 있는 취약층 32억명, 그리고 최상위층인 부유층 2억명이다. 연구소는 "인구 통계와 경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현재 1초마다 1명씩 빈곤에서 벗어나고, 1초마다 5명씩 중산층에 진입하고, 2초마다 1명씩 부자가 탄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다른 계층의 증감 속도에 비해 중산층 증가 속도가 단연 빠르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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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지출의 3분의2 책임지는 핵심 계층

 

연구소가 중산층의 증가 속도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하나는 경제적인 측면이다. 중산층은 세계 경제에서 수요를 창출하는 가장 핵심적인 계층이다. 경제의 세 주체인 기업, 정부, 가계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가계다. 총수요의 절반을 차지한다. 나머지 절반은 기업 투자와 정부 지출이 비슷한 비율로 나눠 갖고 있다. 그런데 가계 지출의 3분의2를 책임지는 계층이 바로 중산층이다. 부유층은 1인당 씀씀이는 더 많지만 숫자가 적어 경제를 이끌어가기에는 힘이 못미친다. 취약층과 빈곤층은 쓸 돈이 너무 적어 영향력이 약하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기업들은 중산층을 목표로 삼아 왔다. 연구소는 "이는 선진국 경제에서 오랜 기간 증명된 사실"이라며 "중산층의 급증으로 이제 선진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이런 사실이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중산층의 지출 규모는 연간 35조달러(2011년 구매력 기준)에 이르며, 2030년까지 연간 지출 규모는 29조달러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GDP 성장률의 3분의1을 중산층이 책임진다는 것이다.

rich1.jpg »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예고편 장면.

향후 새로 늘어날 중산층 인구 90%는 아시아인

 기업엔 더 많은 기회, 정부엔 더 많은 숙제 안겨


새롭게 부상하는 중산층은 주로 아시아인들이다. 앞으로 추가될 10억 중산층의 약 90%는 아시아인이 될 것이라고 연구소는 내다봤다. 주로 중국, 인도, 동남아 지역이다. 연구소는 "올해 할리우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Crazy Rich Asians)이 인기를 끌고, 아시아의 다국적 기업들이 강력한 국내 브랜드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인 측면이다. 중산층은 요구하는 것들이 가장 많은 계층이다. 정부에 대해 이전보다 더 많은 민주주의와 사회 참여, 더 나은 공공 복지와 교육, 보건, 치안 서비스를 요구한다. 또 혁명이나 급진적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한다. 하지만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에는 반대한다. 이런 모순은 정치를 복잡하게 만든다. 중산층 증가는 기업엔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지만 정책 당국엔 풀기 어려운 숙제를 던져준다고 하겠다.

RICH5.jpg » 2030년 전세계 소득계층 분포 예상.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인용

 

한 해 평균 1억명씩 늘어난다...2030년 53억명으로

 

보고서는 세계 중산층 규모가 갈수록 늘어 2020년 40억명, 2030년 53억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 해 평균 1억명 이상의 새로운 중산층이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취약층은 2030년까지 9억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극빈층과 부유층의 변화 폭은 상대적으로 적어 2030년까지 극빈층은 1억5천만명 줄고, 부유층은 1억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2030년 중국과 인도의 중산층 시장은 각각 연간 14조1천억달러, 12조3천억달러로 15조9천억달러의 미국 중산층 시장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산층의 규모는 그 나라의 행복 수준과도 관련이 깊다. 갤럽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산층에 새로 진입한 사람들은 빈곤층이나 취약계층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보다 행복감이 높다.

rich2.jpg » 중산층 증가에도 불구하고 2030년 빈곤 퇴치라는 유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픽사베이

빈곤 탈출 속도 둔화...2030년 빈곤 퇴치는 어려울 듯

 

하지만 지금의 추세로 `2030년 빈곤 퇴치'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중산층의 급증세와 달리 빈곤층 감소 추세는 기대보다 더딘 편이다.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 실행 시작 시점인 2016년 1월부터 2018년 7월 사이에 빈곤에서 벗어난 숫자는 830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연평균으로 따져 2030년까지 `빈곤층 제로'를 달성하려면 이 기간에 1억2천만명을 탈출시켜야 했다. 이 격차를 줄이려면 앞으로 빈곤층 감소 속도가 훨씬 더 빨라져야 한다.
2016년 초반 통계를 기준으로 할 때, 2030년 빈곤 퇴치를 위해선 1초당 1.5명을 빈곤에서 탈출시켜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 빈곤층 감소 속도는 1초당 1.1명에 머물러 있다. 더욱 최근 들어 많은 나라에서 빈곤 탈출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연구소는 이제는 1초당 1.6명으로 속도를 더 늘려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빈곤 탈출 속도가 2020년엔 매초당 0.9명, 2022년엔 매초당 0.5명으로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연구소는 우려했다.

rich88.jpg » 흰색은 빈곤 퇴치 국가, 녹색은 2030년 빈곤 퇴치 가능 국가, 노란색은 2030년 빈곤 퇴치 미흡 국가, 빨간색은 빈곤 악화 국가. 출처:worldpoverty.io

빈곤층 문제의 중심 아프리카...2030년엔 빈곤층 90%가 아프리카인

 

세계 빈곤층 문제의 중심은 아프리카다. 전세계 빈곤층의 3분의2가 아프리카 사람들이다. 게다가 아프리카에서는 오히려 빈곤층이 늘고 있다. 빈곤층이 늘고 있는 전세계 18개국 가운데 14개국이 아프리카 나라들이다. 올 한 해만 해도 320만명이나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빈곤층 인구 1위는 인구대국 중국이나 인도가 아닌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다. 인구 2억600만명으로 세계 7위인 나이지리아는 2018년 5월 현재 빈곤층 인구 8700만명으로, 인도(7300만명)를 제치고 세계 최대 빈곤층 국가가 됐다. 나이리지아에선 현재 1분마다 6명꼴로 빈곤층이 늘어난다. 반면 인도에선 빈곤층이 꾸준히 줄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 않아 콩고민주공화국도 인도를 제치고 빈곤층 인구 2위에 오르고, 2030년엔 세계 빈곤층의 90%가 아프리카인일 것으로 연구소는 예상했다. 세계적인 중산층 증가 추세 속에서 대륙간 불평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출처
https://www.brookings.edu/blog/future-development/2018/09/27/a-global-tipping-point-half-the-world-is-now-middle-class-or-wealthier/?
https://www.brookings.edu/blog/future-development/2018/06/19/the-start-of-a-new-poverty-narrative/
http://newspeppermint.com/2018/11/12/m-bourgeoisie/
https://capx.co/bourgeoisie-of-the-world-unite/

http://www.crazyrichasiansmovie.net/
빈곤 시계
https://worldpoverty.io/
세계 중산층 급증 보고서(브루킹스연구소, 2017.2.)
https://www.brookings.edu/wp-content/uploads/2017/02/global_20170228_global-middle-class.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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