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우주 사업가 머스크는 왜 땅속을 파려 할까 자동차교통

borin5.jpg » 일론 머스크가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마인크래프트(minecraft)라는 설명을 단 것으로 보아 터널굴착기계로 추정된다.

 

지상의 전기차, 하늘의 로켓 이어 '지하 터널' 도전 

 

미국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언론 대신 트윗을 자신의 주된 소통수단으로 이용한다. 이런 직접 소통 방식은 매체를 경유할 때보다 훨씬 빠르고 직접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기업가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Elon Musk)다. 그 역시 새로운 성과나 향후 계획을 밝힐 때 트윗을 즐겨 이용한다.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혁신기업가로 불리는 그가 지난해 12월 이후 연속적인 트윗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구상을 밝히고 있다. 트윗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풀어헤치는 걸 보면 마치 새 사업 홍보용 티저 광고를 보는 듯하다. 그가 새로운 도전 대상으로 선택한 공간은 땅속이다. 땅속에서 뭘 할려는 것일까? 터널을 뚫겠단다. 지상의 교통정체를 터널이라는 새로운 통로로 흡수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가 인프라쪽에 도전하는 건 이번 처음이지만, 운송부문의 사업 구상으로선 지상의 전기차(테슬라), 하늘의 로켓(팰컨9)에 이어 세번째다.

 

hyperloop3.jpg » 미 MIT대 연구진이 개발중인 하이퍼루프 모형. 연구팀 페이스북에서(https://www.facebook.com/mithyperloop/).

 

초고속 진공튜브열차 하이퍼루프와 결합 예상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에서 2월 말 스페이스엑스의 본사가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터널 건설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열린 하이퍼루프(Hyperloop) 모형판 경연대회에선 구멍을 파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하이퍼루프는 그가 제안한 초고속 진공튜브열차를 말한다. 자기부상 방식으로 진공 상태의 터널을 비행기보다 빠른 시속 1220㎞ 속도로 달리는 튜브형 운송수단이다. 애초 이 터널은 지상에 만드는 것을 염두에 뒀으나, 여건만 된다면 지하에 구축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실제로 그는 하이퍼루프의 운행 통로로 지하 터널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4일 트윗에서 “하이퍼루프와 터널을 결합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아마도”라며 부인을 하지 않았다.

 

boring1.jpg » 하이퍼루프와 지하터널의 결합을 시사하는 일론 머스크의 트윗.

"지하 30층 터널도 만들 수 있는것 아닌가"


터널 사업은 그가 추진하는 다른 두 가지 혁신사업, 즉 자율주행 전기차 및 화성 식민지 건설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터널운송으로 교통체증이 완화된다면 그 자체가 연료 절감과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는 전기차 테슬라가 지향하는 방향과 부합한다. 먼 훗날 이야기이긴 하지만, 화성 식민지 건설에서도 지하터널은 유용한 방식이다. 극한의 기후와 강력한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려면 지하에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더 낫기 때문이다.

그가 지하터널을 처음 언급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이다. 지난해 1월 그는 하이퍼루프 아이디어 경연대회 시상식장에서 새로운 운송 혁신의 가능성을 묻는 청중의 질문에 이렇게 응수했다. “터널이 훌륭하다. 그렇게 어렵지 않다. 도시에 터널들이 있다면 정체가 크게 완화될 것이다. 터널들을 모두 다른 높이로 만들 수도 있다. 30층짜리 터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고밀도 도시의 정체 문제를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터널을 강력 추천한다.” 당시 주변에선 그의 말을 농담처럼 가볍게 넘기거나 비현실적인 엉뚱한 발상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그는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은 반드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다. 

 

hyperloop_concept.jpg » 하이퍼루프 상상도. HTT

 

첫 언급 1년만에 공식화…핵심은 굴착기계 성능

 한동안 잊혀졌던 그의 발언은 지난해 12월 다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그는 12월17일 트위터를 통해  “교통이 나를 돌아버리게 한다, 터널굴착기계(TBM=tunnel boring machine)을 만들어, 곧바로 뚫기 시작해야겠다”며 터널 사업을 공식화했다. '보링 컴퍼니'(Boring Company)를 거론하면 별도의 회사를 세울 뜻도 내비치고, 트위터의 개인 이력 코너에 즉시 ‘터널’을 추가했다.
'보링 머신'이란 폭약을 사용하는 재래식 굴착과 달리 회전식 원형 절삭기로 땅을 파쇄하며 터널을 만들어가는 기계다. 두더지처럼 땅속을 판다고 해서 일명 '두저지머신'이라고도 불린다. 기존 방식보다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기계다. 몇몇 도시에선 터널 굴착에 이미 이 보링 머신을 동원하고 있다. 예컨대 시애틀은 2013년 이후 빅 버타(Big Bertha)라는 이름의 지름 57피트(17.3미터)짜리 굴착기를 이용해 2마일 길이의 터널도로를 뚫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작업이 순조롭지 않았다. 성능이 완벽하지 못한 탓이다. 시애틀의 굴착기는 공사 착수 6개월 뒤 과열로 고장이 났다. 2015년 말 작업이 재개됐으나 인근 싱크홀로 인해 다시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일정도 지연되고 건설비도 예산을 초과했다. 땅속에 암석 같은 자연 장애물은 물론 전기 및 통신 케이블, 지하철, 상하수도관 등 갖가지 시설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터널 공사의 걸림돌이다.

 

e3.jpg » 일론 머스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굴착 능력 5~10배 높인 기계 개발하겠다"

 

이번 터널 구상은 그 자체만으론 이전의 사업들에 비해 그다지 새롭거나 혁신적으로 비치지는 않는다. 이미 숱한 지하철과 지하 도로가 세계 도처에 즐비하다. 그가 추진하려는 혁신의 초점은 터널 자체보단 터널 굴착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데 있다.  그런 기술만 갖춘다면  지하 개발의 실용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굴착기계를 사용하기보다는, 성능을 크게 높인 새로운 터널굴착기계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이 기계를 구입, 분해해서 지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고 안전을 유지하면서도 일을 더 빨리 하는 방법을 알아낼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얼마나 더 진척을 이룰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터널굴착 능력을 최소한 5배, 아마도 10배는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것이 도로터널, 열차터널, 그리고 하이퍼루프터널의 진짜 핵심이다.”

하지만 현지 터널굴착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일종의 허풍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들은 기계를 뜯어본다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머스크는 물리법칙을 응용하면 터널 건설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은 그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전문가라는 데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물리학 전문지식을 활용해 전기차와 우주 로켓 개발을 직접 진두지휘해 왔다. 그는 몇해 전 <테드> 지식강연에서, 자신의 끊임없는 혁신의 원천을 묻는 질문에 "물리학 때문에 가능했던 것같다"고 말한 바 있다.
머스크는 회사 인근의 번화가인 크렌쇼 불리바드(Crenshaw Boulevard)와 스페이스엑스 본사 직원주차장, 그리고 LA공항으로 연결되는 105번 고속도로를 잇는 구간에 지하 50피트(15미터) 깊이의 터널을 파는 것을 허락받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는 이 공사를 위해 LA메트로가 보유하고 있는 터널굴착기를 임대하거나 구입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널 굴착기계 작동 애니메이션 

 

 영국 크로스레일 철도공사에 사용중인 터널굴착기계 

 

트럼프 경제자문단에 참여…약이 될까, 독이 될까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이 있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 경제자문단의 일원이라는 점이다. 그가 터널 구상을 밝힌 때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IT 기업인들의 간담회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이에 따라 미 업계에선 그의 터널사업 구상은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정책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중 미국 경제에 불을 지피기 위해 1조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도시 지하에 터널을 뚫기 위해선 당국의 특별한 허가도 받아야 한다. 이래저래 정부와 긴밀한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다. 실제 그가 그동안 추진해온 전기차, 우주 로켓, 태양광 발전 사업들은 모두 정부의 지원과 협조를 토대로 성장해왔다. 전기차와 태양광 발전 패널 사업은 구입자들에 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밑거름으로 성장해 왔다. 우주사업은 항공우주국과의 로켓 발사 장기계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터널링 사업에서도 미국 정부가 지원군이 돼줄까? 그는 일단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좌충우돌 행보로 논란의 핵심에 서 있는 트럼프와의 긴밀한 관계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트럼프가 전기차나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기존 지원정책을 후퇴시킨다면 더욱 큰 난관에 부닥칠 수도 있다.

   

새로운 교통 인프라는 정체를 완화할까

 

도로나 터널 등 새로운 교통 인프라를 추가하는 것이 반드시 정체를 완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람들이 차를 몰고 새로 생긴 도로에 몰려들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더 많은 도로는 더 많은 교통량을 초래했다는 게 도로교통의 기본법칙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경제학 용어로 이를 유발수요(induced demand)라고 부른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많은 교통경제학자들은 혼잡통행료를 부과할 것을 권한다. 교통량이 많을 때는 도로 이용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아니면 다른 교통수단 이용자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발 때문에 당국자들은 새로운 도로를 만들거나 도로를 확장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교통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뭘까? 교통량을 줄이는 것이다. 그것은 교통정책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종합적인 도시계획이나 지역경제정책에 따라 교통의 양과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터널굴착기계가 쓸모없다는 건 아니다. 터널이나 하이퍼루프 같은 새로운 운송 인프라가 교통량의 변화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출처
http://www.sciencealert.com/elon-musk-has-released-photos-of-his-underground-tunnels
https://qz.com/894404/elon-musk-says-hes-going-to-tunnel-under-his-spacex-rocket-factory-soon/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speaking-of-science/wp/2017/01/25/elon-musk-is-going-to-tunnel-from-his-desk-to-lax-or-so-hes-tweeted/
http://mashable.com/2017/01/29/elon-musk-tunnel-details/
http://mashable.com/2017/02/04/elon-musk-tunnel-photo/
http://www.dailynews.com/business/20170130/elon-musks-tunnel-goals-may-be-too-lofty-even-for-the-eccentric-billionaire
터널 보링 머신
https://en.wikipedia.org/wiki/Tunnel_boring_machine

머스크 혁신 뒤엔 정부 지원
https://www.entrepreneur.com/article/286766
http://inhabitat.com/elon-musk-vows-to-start-company-that-digs-tunnels-under-traffic/
http://mashable.com/2016/12/17/elon-musk-boring-company-traffic/
   
https://techcrunch.com/2016/12/17/elon-musk-might-start-a-literal-boring-company-to-tunnel-under-traffic/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shortcuts/2016/dec/19/boring-is-elon-musk-digging-his-own-hole
  
http://www.usatoday.com/story/money/2016/12/18/next-big-thing-elon-musk-could-boring/95583764/
http://www.autoblog.com/2016/12/18/elon-musk-boring-company-twitter/
http://www.dailymail.co.uk/sciencetech/article-4048068/Elon-Musk-s-plan-tackle-traffic-Billionaire-says-ll-create-boring-company-dig-tunnels-roads.html
트럼프 자문과의 관계
http://www.recode.net/2016/12/17/13993738/elon-musk-tunnels-dig-traffic-boring-company-twitter-infrastructure-trump
https://electrek.co/2016/12/17/elon-musk-tunnel-digging-boring-company/
http://www.csmonitor.com/Technology/2016/1219/Why-Elon-Musk-wants-to-add-boring-traffic-tunnels-to-his-portfolio

http://gas2.org/2016/12/18/elon-musk-tunnel-plan-full-holes/
http://www.popularmechanics.com/technology/infrastructure/a24365/elon-musk-boring/
http://www.geekwire.com/2016/elon-musk-boring-company-tunnels/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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