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하와이 아카시아는 어떻게 인도양까지 갔을까 지구환경

DSC_5509%20Acacia%20h%20for%20web.jpg » 레위니옹섬의 아카시아나무. 하와이 아카시아와 같은 종인 것으로 밝혀졌다.nature.com  

 

거리 1만8000km의 사상 최장 종자 전파

140만년전 씨 먹은 새 몸 통해 건너간 듯

 

 사상 최장(最長)의 종자 전파 사례(단일 사례 기준)가 발견되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과학자들은 유전자분석을 통해, 인도양 레위니옹섬(Reunion Island)에 있는 아카시아나무(Acacia heterophylla)가 하와이에 흔히 서식하는 코아 나무(Acacia koa)의 직계 후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하와이와 레위니옹섬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섬이다. 두 섬 간의 거리는 무려 1만8000km다.
 코아나무의 씨는 어떻게 이역만리 섬까지 퍼졌을까? ① 바닷물에 둥둥 떠내려가서? 그러나 코아 나무는 바닷물에 잠긴 후에는 싹을 틔우지 못하는 데다가, 코아 나무의 서식지는 하와이의 해안이 아니라 깊은 산속이라고 한다. ② 그렇다면 사람들에 의해서? 코아 나무 씨가 퍼진 시기는 레이위옹 섬에 사람이 발을 들여 놓기 훨씬 전이다. ③ 혹시 대륙이 이동해서? 그런 지질학적 증거는 발견된 적이 없다.
 남아공 스텔론보쉬대의 요하네스 르 루 교수(분자생태학)는 지난주 <New Phytology> 최근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지금으로부터 140만년 전, 하와이에 서식하던 코아나무의 씨 한 톨이 바닷새 한 마리의 몸(뱃속 또는 발바닥)에 무임승차하여, 태평양과 인도양을 건너 레위니옹 섬에 도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식물학자들은 “지구 반대편에 서식하는 레위니옹섬의 아카시아나무와 하와이의 코아나무가 물리적으로 유사하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거려 왔다. 르 루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88그루의 아카시아 나무로부터 DNA를 채취하여 염기서열을 비교분석해 봤다. 분석 결과, 레위니옹 섬의 아카시아 나무들은 코아 나무로부터 불과 한 단계의 돌연변이를 거친 직계후손인 것으로 밝혀졌다. 
 코아나무 종자가 태평양과 인도양을 건너 이역만리 레이위옹섬에 도착한 시기가 언제인지를 추정하기 위해, 연구진은 분자시계(molecular clock)를 이용했다. 분자시계란 집단 간의 돌연변이 수를 헤아린 다음, 돌연변이 속도를 이용하여 최초의 혈통분리가 일어난 때가 언제인지를 추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분석 결과, 호주에서 탄생한 코아나무가 하와이에 뿌리를 내린 때는 지금으로부터 510만년 전, 카우아이섬(하와이에서 가장 오래된 섬 중 하나로, 고도가 높아 코아나무가 서식하기에 알맞음)이 형성된 때다. 다음으로 A. heterophylla와 A. koa를 비교해 보니, 두 종은 그 후 370만년 동안 발생한 돌연변이들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370만년 이후에 발생한 돌연변이들은 두 종 중 하나에서만 발견됐다. 이 같은 유전적 발산(genetic divergence)은 “코아 나무의 종자 전파가 지금으로부터 140만년 전(510만-370만 = 140만)에 일어났다”는 것을 시사한다.
종자의 전파 시기를 알아냈으므로, 다음은 전파 방법을 알아낼 차례였다. 연구진은 먼저, 인간이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했다. 왜냐하면, 지금으로부터 140만년 전이라면 레이위옹섬에 인간이 발을 들여놓기 한참 전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다음 용의자로 지목한 것은 동물이었는데, 그런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15년간 생물학계에서는, 불가능할 성 싶은 장거리 전파 사례들이 연달아 여러 건 보고됐기 때문이다.
 

Acacia.jpg » 생태학자들에 의하면, 먼 옛날 많은 생물들이 뗏목이나 새의 힘을 빌려 멀리 다른 곳으로 전파됐다고 한다. ① 신세계 원숭이: 2600만~5000만년 전 뗏목을 타고 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로. ② 개구리(Ptychadena): 500만년 전 뗏목을 타고 아프리카 콩고강 유역에서 상투메 프린시페로. ③ 데이 게코도마뱀: 600만년 전 뗏목을 타고 마다가스카르섬에서 인도의 안다만섬으로. ④ 코아나무: 140만년 전 새에게 실려 하와이에서 인도양 레이위옹섬으로. ⑤ 끈끈이주걱: 1300만년 전 새에 실려 호주 서부에서 베네수엘라로.

 

 예컨대 신세계 원숭이(flat-nosed monkey)는 지금으로부터 2600만~5000만 년 전 뗏목을 타고 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 시기는 두 대륙이 분리된 지 한참 후다. 식충식물인 끈끈이주걱(Drosera species)은 약 1300만 년 전 호주 서부에서 베네수엘라로 전파됐다. 그 씨를 옮긴 매개체는 새로 알려져 있다(첨부그림 참조). 이런 발견은 생물지리학(biogeography)을 대혼란에 빠뜨렸다. (생물지리학이란 특정 종이 특정 지역에 살게 된 이유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다.)
 연구진은 “A. koa의 종자가 바닷새의 몸(뱃속 또는 발가락 사이)에 의지해 태평양의 섬을 떠나 인도양의 섬에 당도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하지만 섬은 종의 전파에 관한 한 ‘막다른 골목(dead ends)’으로 여겨져 왔다. 생물학계를 지배하던 통념은 ‘섬은 종 전파의 무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륙이라면 또 모를까. 이런 경우 과거의 학자들은 ‘대륙의 분리’를 생각했다. 네바다대의 진화생물학자로 『원숭이의 항해(The Monkey’s Voyage; Basic, 2014)』의 저자이기도 한 앨런 드 케이로스 교수에 의하면, 과거에 과학자들은 “다른 대륙에 비슷한 종들이 서식하는 이유는 ‘오랜 옛날 서로 붙어 있었던 대륙이 서서히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원숭이의 항해』는 생물의 장거리 전파(long-distance dispersal) 문제를 다룬 책이다.)
 그러나 새로 발견된 장거리 전파 사건은 생물학계의 통념을 바꾸고 있다. 이제 생물지리학자들은 ‘뜻밖의 사건이나 불가능한 사건이 종의 전파에 미치는 영향’을 점점 더 주목하고 있다. “A. koa가 지구 반대편으로 전파된 사은 엄청난 요행수(giant fluke)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생물지리학 연구결과들은 ‘그 같은 요행수가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케이로스 교수는 말했다.
 이상과 같은 장거리 전파의 사례가 누적됨에 따라, 일부 생태학자들은 ”이제 그런 사건들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며, 어떤 메커니즘(예: 새를 통한 이동, 또는 뗏목을 통한 이동)이 가장 중요한지에 관한 일반원칙을 세울 때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7482&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6-26    
※원문정보: J. J. Le Roux et al. New Phytol. http://dx.doi.org/10.1111/nph.12900; 2014).
원문
http://www.nature.com/news/tree-hitched-a-ride-to-island-1.1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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