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 로봇밀도 8년 연속 1위...혁명인가 과속인가 사회경제

robo6.JPG » 로봇들이 즐비한 자동차 조립 라인.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한겨레 자료사진

 

2017년 1만명당 710대…초고령사회 일본의 2배 넘어

 

세계 유수한 기업들의 로봇 도입 바람이 거세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전세계 산업용 로봇 밀도는 2015년 노동자 1만명당 66대에서 2017년 85대로 15% 증가했다. 한국이 1만명당 710대로 8년째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로봇 밀도는 2015년 531대에서 2년새 34%나 늘었다. 이어 싱가포르가 658대, 독일이 322대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1만명당 308대로 4위를 차지한 세계 최고의 고령사회 일본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로봇 밀도다. 산업용 로봇 최대 생산국인 일본이 2016년 303대에서 308대로 로봇 밀도를 5대 높아는 동안 한국의 로봇 밀도 상승 폭은 631대에서 710대로 무려 79대에 달했다. 로봇 도입 속도에서 16배 차이가 난다. 미국은 200대로 7위, 러시아와 인도는 각각 4대, 3대로 조사 대상국 중 꼴찌였다.

기업들이 로봇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 비용 절감이다. 이는 노동자 1인당 생산성을 높여 결국 시간을 두고 임금에도 반영된다. 따라서 로봇 도입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는 개발도상국보다 임금 수준이 높은 선진국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로봇 도입률과 임금 수준이 정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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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로봇 도입 속도 평가하려면 임금 수준과 비교해 봐야

 

그렇다면 각국의 임금 수준과 대비해 본 실제 로봇 도입률은 어떨까? 실제 로봇 도입률은 임금 수준과 자본회수 기간을 고려한 로봇 기대도입률과 로봇 밀집도를 비교해 산출하는 것으로,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로봇 투자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미국의 민간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Information Technology and Innovation Foundation)이 이 방식으로 27개국을 분석한 결과, 한·중·일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동남아 국가들의 실제 로봇 도입률이 선진국들이 포진해 있는 유럽이나 미국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로봇 밀도 세계 1위인 한국은 실제 로봇 도입률에서도 압도적인 세계 1위를 고수했다. 이는 현재 임금 수준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로봇 도입률과 실제 로봇 도입률의 격차가 가장 크다는 걸 뜻한다. 로봇 자동화 시스템 구축 경쟁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비정상적인(?) 과속 상태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로버트 앳킨슨 대표가 이번에 새롭게 제시한 실제 로봇 도입률 계산 방식은 이렇다. 그는 우선 각국의 제조업 노동자의 평균 총보수 자료를 토대로 로봇 도입 이후 자본회수에 걸리는 기간을 월 단위로 계산했다. 이를 위해 로봇웍스의 자본회수 계산 방식을 끌어다 썼다. 이 방식에 따르면 로봇 시스템 도입 비용은 평균 25만달러다. 노동 시간은 하루 2교대로 1주일에 5일, 1년 50주를 전제로 했다. 또 노동력의 10%는 시스템 운영에 투입되는 것으로 가정했다. 자본회수 기간은 임금이 높을수록 짧아진다. 마지막으로 각국의 로봇 밀도와 자본회수 기간, 임금수준을 각각의 세계평균치와 비교해 각국 임금 수준에서 기대되는 로봇 도입률(로봇 기대도입률)을 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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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로봇 도입률도 압도적 1위...유럽은 기대치보다 낮아

 

 앳킨슨이 확인한 한국 제조업 노동자의 연간 보수액은 4만5960달러였다. 한국의 로봇 밀도는 세계 평균의 7.35배, 자본회수 기간은 세계 평균의 0.41%인 15개월이다. 이를 기반으로 계산한 한국의 실제 로봇 도입률은 기대도입률보다 239%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어 싱가포르(172%), 타이(159%), 중국(153%), 대만(126%)이 뒤를 이었다. 특히 중국은 2016년 104%에서 한 해 사이에 50%나 껑충 뛰었다. 일본은 기대치보다 27% 높은 수준으로 7위였다.
반면 선진국들의 실제 로봇 도입률은 크게 낮다. 캐나다는 기대치보다 44%나 낮아 14위, 영국은 23위(-68%), 호주는 24위(-80%)였다. 유럽에선 슬로베니아와 체코만이 기대치보다 높았다. 독일, 스페인, 스웨덴, 이탈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프랑스, 벨기에, 핀란드, 스위스 등 다른 모든 유럽연합 국가들은 기대치보다 18~84% 낮았다. 로봇 밀집도 7위인 미국도 실제 로봇 도입률은 기대치보다 49% 낮아 16위다.

 

robot5.jpg » 선진국에선 로봇이 노동자를 도와주는 데 더 초점을 두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로봇연맹 웹사이트

선진국은 일자리 대체하는 대신 노동자 보조에 초점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앳킨슨 박사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실질 로봇 도입률이 낮은 것은, 로봇을 도입할 때 사람 대신 일 전체를 떠맡는 쪽보다는 노동자를 보조하는 데 주로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중·일과 동남아 국가들의 실제 로봇 도입률이 높은 이유로는 로봇산업 육성에 대한 국가적 목표와 전략, 각종 세제 혜택 등의 유인 정책, 로봇에 대한 긍정적 문화인식이 강하다는 점 등을 꼽았다. 한국의 경우엔 자동화율이 높은 전기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의 비중이 높은 것도 한 이유로 들 수 있다. 

그가 임금 수준에 대비한 실제 로봇 도입률을 살펴본 것은 선진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자본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서다. 보고서의 제목 `어떤 나라가 로봇혁명을 주도하나'는 이 보고서의 취지를 잘 담고 있다. 향후 선진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선 아시아국가들처럼 지금이라도 자동화 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로봇 혁명 지지자들은 로봇 도입을 통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비용이 줄어들게 되면, 그 상당부분은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 혜택으로, 나머지는 노동자 임금과 주주 배당으로 돌아가고, 그렇게 해서 높아진 구매력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일자리를 늘린다는 논지를 펼친다.

그러나 로봇 투자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로봇 도입을 통한 경비 절감은 기업엔 기회의 창출이지만 노동자에겐 기회의 박탈로 이어진다. 자동화에 의한 일자리 박탈은 단기간에 그치고 결국엔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들에겐 동의를 받기 어려운 얘기다.  민주주의 시스템이 잘 구축된 선진국에서 실제 로봇 도입률이 낮은 것은 이런 기술 환경 변화를 둘러싼 사회세력간의 적절한 속도 조절 기제가 작동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거꾸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동남아국가들에선 사회적 견제 장치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보고서는 한국 기업들의 로봇 투자가 얼마나 과속 상태에 있는지를 시사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과속 질주로 인해 빚어지는 사회적 갈등은 기업 단위를 넘어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하는 새로운 비용을 안겨준다.

 

출처
https://itif.org/publications/2018/11/19/which-nations-really-lead-industrial-robot-adoption
https://www.axios.com/newsletters/axios-future

https://www.technologyreview.com/s/612475/these-charts-show-how-asia-is-dominating-industrial-robot-adoption/?

2017년 로봇밀집도 통계
https://ifr.org/ifr-press-releases/news/global-industrial-robot-sales-doubled-over-the-past-five-years
2016년 로봇 밀집도 통계
https://ifr.org/ifr-press-releases/news/robot-density-rises-globally

산업용 로봇 도입 비용

https://www.robots.com/faq/how-much-do-industrial-robots-c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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