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비만, 현대 인류가 자초한 '3대 우환' 사회경제

  m1.jpg » 비만은 흡연, 군사충돌과 함께 세계 3대 우환거리로 떠올랐다. 각 사진은 맥킨지 보고서에서 재인용.

 

한 해 2조달러가 넘는 비용 유발, 세계 GDP의 2.8%

우리나라 GDP보다 많고, 이탈리아 러시아 GDP 비슷

 

오늘날의 사회에선 모든 게 돈으로 계산된다. 경제의 근간이 화폐경제이다보니 돈이 만사의 경중을 판단하는 척도가 된 지 오래이다. 현재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지구적 차원의 문제들을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국제 컨설팅업체인 맥킨지가 흥미를 끌 만한 분석을 해 내놨다.
 맥킨지가 이번에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것들은, 자연이 아닌 인간의 판단과 선택으로 생겨나서 인간과 그 집단의 행위로 인해 비대해진 문제들이다. 맥킨지는 이런 기준으로 흡연, 무장폭력(전쟁, 테러 등), 비만, 알코올중독, 문맹, 기후변화, 대기오염, 약물 남용, 교통사고, 작업환경 위험, 실내 공기오염, 어린이와 모성의 영양결핍, 성과 관련된 질병, 물부족과 비위생 문제 등 14가지를 선정했다. 세계적으로 한 해 100만명 가까운 사망자를 내는 말라리아 같은 문제는 세계적인 걱정거리이기는 하지만, 인간이 유발한 것은 아니므로 제외됐다. 

 맥킨지의 계산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14가지 중 흡연과 무장폭력, 비만 이 세 가지가 단연 ‘톱3’를 형성했다. 흡연과 무장폭력이 각각 한 해 2조1000억달러, 비만이 한 해 2조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산된 것. 이는 전 세계 GDP의 2.8~2.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의 연간 GDP(IMF 기준 2014년 1조4495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어, 이탈리아나 러시아의 연간 GDP와 맞먹는 규모다. 이들 세계의 3대 우환이 주는 경제적 부담은 4위 알코올(1조4천억달러), 5위 문맹(1조3천억달러), 6위 기후변화(1조달러)를 훨씬 앞지른다. 특히 이 세 가지 문제는 감소 또는 정체 경향을 보이는 알코올중독이나 문맹률과 달리, 1990~2010년 사이에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m4.jpg » 인간이 자초한 14개의 세계 우환거리들. 맨오른쪽 삼각형의 꼭지점 방향은 최근의 트렌드를 가리킨다.

 

비만에 따른 생산성 손실이 전체의 70% 

 

맥키지는 3대 우환 중에서도 비만 문제에 주목했다. 비만은 선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거의 예외없이 부딪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만이 발생시키는 비용은 3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첫째는 비만으로 발생하는 직접적인 건강관리 비용이다. 두 번째는 비만으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들을 처리하는 데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 그리고 세 번째는 비만 당사자들의 생산성 상실이나 저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다. 맥킨지는 비만의 경우, 세 가지 비용 중에서 생산성 손실에 따른 비용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비만에 대해 ‘경제적 살인자’ 판정을 내린 셈이다. 비만이 당뇨, 고혈압 등 다양한 질병으로 이어져 사람들의 경제적 활동력을 죽이는 탓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사망 원인의 약 5%는 비만과 관련 있다. 경제 성장과 함께 갈수록 먹는 건 많아지고, 몸은 덜 움직이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m2.jpg »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이라 부른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전 세계 인구의 30%가 비만 또는 과체중

2030년엔 세계 성인인구의 절반이나 될듯 

 

비만은 영향권에 있는 사람들의 규모에서 다른 문제들을 앞선다. 지난 5월 의학저널 <랜싯>에 발표된 한 국제연구  결과를 보면, 현재 전 세계 72억 인구의 약 30%에 해당하는 21억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다. 이는 약 10억명으로 추정되는 흡연 인구의 2배에 이른다. 8억4천만으로 추정되는 영양결핍 인구에 비해서는 2.5배나 많은 숫자다. 맥킨지는 지금과 같은 비만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30년에는 세계 전체 인구의 41%, 세계 성인 인구의 약 절반이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00~2013년중 전 세계 196개국 가운데 130개국에서 한 해 평균 0.5%포인트씩 비만 유병률이 늘어났다. 영국 정부가 2007년 내놓은 예측보고서는, 2030년에 21~60세 영국 인구의 80% 이상이 비만이거나 과체중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과체중과 비만을 가르는 기준은 BMI(체질량지수)이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이라 부른다. 나의 체질량지수는 얼마일까? 만약 25가 넘는다면, 내 의도와 상관없이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몸을 그냥 놔두는 것은 후손들의 호주머니에 손을 대는 행위일 수도 있음을 유념하자.
 

 맥킨지 보고서의 비만율 국제 비교와 대책


 맥킨지가 내놓은 이번 보고서는 사실 비만에 대한 보고서이다. 맥킨지는 비만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종합분석 보고서는 아마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한다. 비만율의 증가는 현대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GDP가 8000달러를 넘는 G20 국가 중 일본과 한국만이 16% 이하의 비만율을 보이고 있다. 보통은 20%를 훌쩍 넘는다고 한다. 맥킨지의 한국 통계는 질병관리본부가 진행한 '2012년 국민 건강 영양 조사'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비만율은 성인 3 명중 1 명꼴인 32%에 이른다. 이런 차이는 맥킨지 조사가 그 이전 시기의 통계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맥킨지 보고서는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같은 인구대국들은 아직까지 선진국보다 비만율이 낮지만, 급속한 산업화·도시화와 소득 증가에 따라 빠른 속도로 비만율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와 중국의 경우, 도시 인구의 비만율은 시골의 3~4배에 이른다. 1985~2004년 사이에 중국 성인의 비만 및 과체중 인구 비율 증가 추세를 보면, 한 해 남자가 1.2%, 여자가 1% 정도였다. 맥킨지는 대부분의 신흥국들이 이런 추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m5.jpg » 2000년도에 비만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2008년 비만인구 증가율이 높았다.

 

m6.jpg »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소득과 비만 인구 비율이 함께 증가한다. 홍콩과 한국, 일본은 소득이 높으면서도 비만인구 비율이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 사진은 2008면 GDP를 기준으로 한 소득과 비만율 국제 비교도.

 

 맥킨지는 비만 극복을 위한 대책으로 패스트푸드의 한 끼 분량 제한, 음식별 칼로리와 영양성분 표시, 학교 보조급식의 식단 조정, 육체 활동의 증진 등 18개 영역에 걸쳐 74개의 대책들을 살펴 소개했다. 맥킨지는 이 가운데 어떤 것도 ‘단일한 해결책은 없다’고 강조한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해야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비만 퇴치를 개인의 결심이나 선택 문제로 맡겨두지 말고 사회 규범과 환경을 바꿈으로써 사회가 개인의 비만 퇴치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구체적으로 영국의 사례를 들어, 이런 조처들을 충분히 취할 경우 5~10년 안에 과체중 및 비만 인구의 20%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으며,  이는 영국에 한 해 250억달러의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m3.jpg » 맥킨지가 제안하는 18개 영역의 비만 대책들.

 


출처
http://www.mckinsey.com/insights/economic_studies/how_the_world_could_better_fight_obesity
http://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14)60460-8/abstract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4/05/140528204215.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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