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꼬마도서관 운동이 만드는 미래 사회경제

 

First_Little_Free_Library_-schoolhouse.jpg » 꼬마도서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토드 볼이 제작한 제1호 꼬마도서관. 위키피디아.  

 

미국 허드슨시에서 시작한 꼬마도서관 운동

5년전 독서광 어머니 기리려 시작한 게 발단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도서관에서 종이책을 몰아내고 있다. 아예 종이책이 전혀 없는 디지털 도서관도 등장했다. 기술은 이렇게 지식의 터전을 바꿔가고 있다. 하지만 미래가 한 방향으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전자도서관의 다른 쪽에선 아날로그 냄새 물씬한 색다른 도서관이 또 다른 미래 비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름하여 Little Free Library(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작은 무료 도서관'이지만, 여기서는 다른 작은 도서관들과 구분하기 위해 꼬마도서관으로 번역한다)이다. 꼬마도서관은 큰 새집이나 우편함 크기의 책 대여소를 가리킨다.  꼬마도서관의 특징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도서관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집 앞이나 사람들이 잘 다니는 곳에 꼬마도서관을 세워 놓고, 다른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을 이곳에 비치해두면 된다. 요즘 지구촌에 이 꼬마도서관 바람이 불고 있다. 하루에 10~20개의 새 꼬마도서관이 지구촌 마을들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미 북동부 위스콘신주 허드슨시의 토드 볼(Todd Bol)은 자신이 처음 만든 꼬마도서관이 불과 몇년 사이에 이 성경 구절처럼 이렇게까지 ‘창대’해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발단은 작고한 어머니를 기리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2009년 초 그는 우편함 크기의 학교 건물 나무모형을 만들었다. 볼은 그 작은 교실 안에 책을 넣어 집 마당 앞에 세워놓고는 이웃들이 무료로 빌려갈 수 있도록 했다. 교사 출신인 그의 어머니는 생전에 책 읽기를 무척이나 즐겼다. 볼은 어머니의 마음을 담아 이웃들에게 무료로 책을 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작고 예쁜 모양의 이 책 상자에 이웃들이 예상밖으로 큰 관심을 표시했다. 마을 사람들이 구경을 오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은 자신들도 이런 책 대여소를 갖고 싶어했다. 볼은 내친 김에 몇개를 더 만들어 그들에게 선물했다. 꼬마도서관 운동은 이렇게 시작됐다.
 

 RickBrooks-ToddBol_525.jpg » 비영리법인 LFL 공동설립자인 릭 브룩스(왼쪽)와 토드 볼. http://onwisconsin.uwalumni.com/features/its-a-mailbox-its-a-bird-house-no-wait-its-a-library/

 

 그가 꼬마도서관 운동을 본격 추진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친구인 위스콘신 매디슨대의 릭 브룩스(Rick Brooks) 덕분이었다. 당시 대학에서 사회적 기업의 발전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브룩스는 중 볼의 소식을 접하고는 볼과 만나 볼의 꼬마도서관을 확장해보기로 의기투합했다. 국제비즈니스개발이 전공이었던 볼은 “나는 정말로 우연한 계기로 비영리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가 웹사이트를 통해 밝힌 꼬마도서관운동의 사명은 ‘전 세계 구석구석에 작은 책 대여소를 무수히 만들어 책 읽기 문화와 문자해득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것이 토대가 돼 세대간에 창의성과 지혜를 공유함으로써 바람직한 미래 공동체사회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게 이들의 소망이다.

 

 2014-06-13 18;27;15.JPG » 미국내 꼬마도서관(LFL) 분포도. 도서관 아이콘을 클릭하면 도서관의 위치 등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littlefreelibrary.org/  

 

 60여개국 1만5000여곳 운영중

한국엔 대구와 충북 충주 2곳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늘어가던 꼬마도서관은 2011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사회 차원의 운동으로 급속히 번져갔다. 그에 힘입어 2012년 5월 꼬마도서관은 위스콘신주의 비영리단체로 정식 출범했다. 애초 이들의 목표는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세웠던 2509개의 도서관 수를 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목표는 싱겁게도 비영리단체 출범 석달만에 달성되고 말았다. 목표로 했던 시점보다 1년반이나 앞서 이룬 성과였다. 언론을 타면서 해외에서도 문의가 빗발쳤다. 2014년 1월 현재 본부에 등록돼 있는 전 세계의 꼬마도서관은 62개국, 1만5000여개에 이른다. 한 달에 500곳 정도가 새로 등록된다고 한다. 꼬마도서관 본부 추정으로는 도서관 한 곳당 하루 방문객은 평균 4명, 한 달에 빌려보는 책은 25권 정도다. 올 한 해에만 전 세계 꼬마도서관을 통해 600만권의 책을 사람들이 보는 셈이다. 현재 한국에서 꼬마도서관 관리자로 등록돼 있는 사람은 2명이다. 대구의 유두선씨가 지난해 여름 한국에선 처음으로 꼬마도서관을 세웠고, 최근 충북 충주시의 한 대학 구내에 1곳이 추가됐다. 

 

6.jpg » littlefreelibrary.org/

 

5.jpg » littlefreelibrary.org/  


 구조물 설치 놓고 위법 논란 곤욕도

 

 꼬마도서관은 정해진 규격이 있는 건 아니다. 뜻이 있는 각 개인이 직접 만들면 된다. 물론 온라인을 통해 주문 구입할 수도 있다. 도서관 등록을 하게 되면 도서관 운영자는 본부로부터 ‘Little Free Library’이라고 적힌 명패를 구입할 수 있다.
 꼬마도서관운동이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2012년 말 위스콘신주 화이트피시베이 마을에서는 더 이상의 꼬마도서관 설치를 금지했다. 기존 꼬마도서관도 철거할 것을 명령했다. 이유는 꼬마도서관이 마당 앞에 구조물 설치를 금지하고 있는 마을조례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마을 관리자들은 꼬마도서관 박스 안에 음란물이나 부적절한 물건들이 놓여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진통 끝에 2013년 8월 사유지에 한해 꼬마도서관 설치를 허용하는 새로운 조례가 승인됐다.

 

꼬마도서관 만들기 안내 동영상. 한국의 유두선씨가 제작했다.


미래 공동체를 만드는 실천 수단 

 

꼬마도서관은 기존 도서관 개념에서 보면 장난스러운 행위로 비칠 수도 있다. 우편함 크기만한 공간에 얼마나 많은 책이 비치될 수 있을 것이며,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꼬마도서관 운동이 의미가 있는 것은, 다소 이색적이고 엉뚱하게 보였던 작은 퍼포먼스가 화제를 모으면서 사회 트렌드를 만들고, 이 트렌드가 미래를 만들어가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원동력은 꼬마도서관의 접근성에 있다. 동네 산책을 하다 읽고 싶은 책은 없는지, 새로 들어온 책은 없는지 누구나 쉽게 확인하고 빌려갈 수 있다. 대여를 위한 아무런 절차도 필요 없다. 단지 문을 열어 책을 빌려간 뒤 제자리에 갖다 놓기만 하면 된다. 옆에 벤치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꼬마도서관을 기웃거리다 마을 사람과 만나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꼬마도서관의 성공과 확산은 그래서 공동체의 건강성을 확인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도서관이 없는 마을이라면 꼬마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더 잦아질 것이다. 미래 공동체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꼬마도서관은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실천 수단인 된 셈이다.
 미국의 로터리클럽은 서아프카 개도국들의 문자해득률 높이기에 이 꼬마도서관 운동을 활용하고 있다. 미 미네소타에 있는 비영리단체 아프리카북스는 1988년 이후 48개국에 270만권의 책을 보냈는데, 이제는 책을 보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꼬마도서관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꼬마도서관 운동의 불이 지펴질 수 있을까. 한국적 꼬마도서관 운동은 어떤 모습이 바람직할까.

 

인터뷰-한국 제1호 꼬마도서관 운영자 유두선씨

 

14168458317_0de3008322_z.jpg » 유두선씨가 세번째로 만든 꼬마도서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산책 나온 사람들을 위해 대구 자신의 집 근처 야트막한 산 정자 옆에 두었다. 유씨 꼬마도서관 본부 웹사이트에 올린 사진.  

 

"도서관 통해 의미있는 커뮤니티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유두선(35)씨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꼬마도서관 운영자로 등록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자신이 살고 있는 대구시 수성구 신매동 집 주변에 꼬마도서관을 세운 그는 “꼬마도서관을 통해서 이웃들과 함께 의미있는 커뮤니티를 느낄 수 있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 꼬마도서관은 언제 어디에 만들었으며, 만들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지난해 7월에 첫번째 LFL(꼬마도서관)을 신청해 8월 초에 설치했습니다. 도서관에 관심이 생겨 검색사이트에서 Library를 찾아보다가 LFL을 발견하게 됐죠. 그런데 각종 기사나 블로그를 찾아 봤더니 ‘나도 만들고 싶다’는 등의 댓글도 있는가 하면 ‘한국에 놔두면 훔쳐가고 부술거다’ ‘박스줍는 노인이 다 가져간다’는 등 비관적인 글도 있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는 설치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죠. 사람들이 책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 아니면 누구나 생각해낼 법한 아이디어라서 흥미가 없는건가? 직접  운영도 안해보고 왜 단정짓지? 등등 의문을 품다가 직접 해보면 알겠지 싶어 설치했습니다. 현재 3개의 LFL을 운영중입니다. 집 앞, 골목, 근처 야트막한 산에 있는 정자 등 세곳에 있습니다.”
  
- 꼬마도서관에는 어떤 책들을, 몇권 정도 비치해 놓고 있으며,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도서관마다 다릅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 옆에 설치한 첫번째 도서관에는 단편소설이나 수필집, 학습만화, 동화책 등이 있습니다. 대략 10여권 정도 됩니다. 안쪽 골목에 설치된 두번째 도서관에는 그림 동화책같은 아이들 책과 주부들이 읽을 책을 비치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골목에 있어서 그런지 누군가가 책을 모두 가져가 버리네요. 지금까지 두 번이나 싹 가져가 버렸어요. 그래서 이곳에 비치된 책은 적습니다. 세번째 도서관은 근처에 있는 야트막한 산의 정자 옆에 두었는데, 자기계발서나 수필 등 가벼운 읽을거리를 두었더니 운동하러 오신 분들 반응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관리는 수시로 상태를 점검하는 수밖에 없죠. 수리할 게 있으면 수리도 하고, 책 상태도 체크하고, 도서관끼리 책도 바꿔줍니다. 그리고 가족, 친지들이 오며가며 대신 확인해주기도 합니다.”
  
- 도서관 개설 이후 어떤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되십니까.
“처음 설치할 때는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보일까하는 기대도 하고 설레기도 했는데 곧 그런 기대보다는 지속적으로 관리해서 일단은 사람들에게 도서관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먼저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두번째, 세 번째 도서관을 만들었죠. 하지만 설치 장소에 대한 제약도 좀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는 주민회의를 거쳐서 허락을 받아야 하고, 소공원 같은 공공장소에는 어떠한 사유물 설치도 금지됩니다. 처음엔 좀 난감했습니다. 현재까지의 성과로는 도서관이 설치된 지역에서는 LFL이 이웃들에게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감사의 메시지를 남기시는 분도 있었고, 사진을 찍어가는 대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에 안 들어갈 정도로 많은 동화책을 몰래 기증해 주고 가신 고마운 분도 있었죠.
 LFL은 자신이 가진 책들을 주위 이웃들과 서로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LFL 네트워크에 동참한 것이구요. 이런 취지가 널리 알려진다면 그것이 성과라고 봅니다.”
 
- 도서관 관리에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처음에 걱정했던 건 눈이나 비에 대한 대비를 어떻게 할까였습니다. 장마를 견딜 수 있게끔 만들고, 시간날 때마다 확인해주면 LFL 자체는 그대로 유지가 됩니다. LFL에 참여하게 되면 오너가 바로 스튜어드(관리자, Steward)가 됩니다. 스튜어드가 되면 유지, 보수, 관리 뿐만 아니라 사서 역할도 해야 합니다. 책에 관심있는 사람이 많아져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난다면 도서관도 더 진화하겠죠. 이용자들이 하나둘 LFL을 설치한다면 커뮤니티가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소망은 무엇입니까.
“LFL을 더 많이 설치해 더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LFL은 자신이 직접 도서관을 제작하여, 자신이 이웃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서로 무상으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LFL의 가치를 더욱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보길 소망합니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도서관을 통해서 이웃들과 함께 의미있는 커뮤니티를 느낄 수 있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언젠가는 보통 사람들도 자신 만의 얘기를 책으로 펴내고, LFL을 통해서 공유되는 날이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만들거나, 좋은 독서클럽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시아(한국, 일본, 타이완, 베트남, 중국 등)에 있는 스튜어드들과 교류할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참고자료
꼬마도서관 웹사이트 http://littlefreelibrary.org/
소개 기사
http://lj.libraryjournal.com/2013/03/people/movers-shakers-2013/todd-bol-rick-brooks-movers-shakers-2013-innovators/
http://www.wptv.com/news/national/todd-bols-little-free-library-concept-spreads-around-the-world-leave-a-book-take-a-book 
http://en.wikipedia.org/wiki/Little_Free_Library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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