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말이 먼저일까, 생각이 먼저일까 사회경제

1.15136.jpg » nature.com서 재인용.  

 

 인지과학계의 오랜 수수께끼에 대한 도전

먼저 생각한 뒤 말한다는 통념은 사실일까

 

 당신은 자신이 방금 전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안다고 생각하는가? 장담한다고? 만일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 지난주 발표된 한 논문에 의하면, “적당히 조작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말하지도 않은 것을 말한 것처럼 믿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언어의 메커니즘에 대한 통념은 “언어는 먼저 머릿속에서 계획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발화자(speaker)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히 인식한 다음, 그걸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언어는 100% 계획되는 것은 아니며, 사람들은 부분적으로 자신의 음성을 귀로 듣고 나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를 알게 된다”고 주장해 왔다.
 스웨덴 룬드대의 안드레아스 린드(인지과학자)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상과 같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우리가 어떤 말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내가 들은 말은 그게 아니다’라고 우기는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우리가 분명한 의도를 갖고 어떤 말을 한 뒤에, 그 내용을 청각 피드백(auditory feedback)과 비교한다면, 양자간의 불일치를 신속하게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피드백에 강력한 역동적·해석적 요인이 개입되어 있다면, 제3자가 그 과정을 교묘하게 조작할 경우 들키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말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스트룹 검사(Stroop test)를 실시했다. 스트룹 검사란, 예를 들어 피험자에게 파란색 폰트로 인쇄한 ‘빨강’이라는 글자를 보여주고, 그 글자의 색깔을 말해 보라고 하는 테스트다. 물론 이 경우 정답은 ‘파랑’이다. 테스트를 받는 동안, 참가자들은 헤드폰을 통해 자신의 대답을 확인했다. 참가자들의 대답은 맞는 경우도, 틀리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답변 내용을 음성으로 들려줬는데, 가끔씩 거짓 정보를 들려 주어 엉터리 청각피드백을 제공했다.

 

셋 중 두 사람은 자신의 말과 다른 답으로 바꿔치기해도 몰라

 

  예컨대 연구진은 ‘회색’과 ‘녹색’이라는 글자를 바꿔치기 했는데, 그 이유는 회색(grey)과 녹색(green)은 각각 스웨덴어로 gra와 gron이어서 헷갈리기 쉬웠기 때문이다. 바꿔치기 한 단어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다음, 참가자들 앞에 놓인 스크린에는 “방금 전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말이 당신의 답변과 일치합니까?”는 메시지가 적힌 팝업창이 떴다. 또한 테스트가 끝난 후,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바뀌치기한 단어를 간파했는지 못했는지를 재차 확인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가 말을 한 직후(5~20ms 이내)에 거짓 음성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올 경우, 참가자들이 바꿔치기한 단어를 간파하지 못하는 확률은 66.7% 이상이었다. 그리고 그중 85%의 경우, 참가자들은 ‘내가 잘못 대답했다’고 시인하기까지 했다. 나머지 15%는 조작 여부는 물론 단어가 뒤바뀌었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까막눈이었다. 이는 “발화자가 자신이 말한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난 후에야 발언의 내용을 확인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주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서 속임수가 멋지게 성공한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사실 우리 연구진조차도 감쪽같이 속아넘어갔으니 말이다. 중국의 고사에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말이 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했는데 주위 사람들이 일제히 다른 말을 했다고 우길 경우, 그것은 당신이 거역할 수 없는 강력한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이번 연구는 언어의 사전기획(speech pre-planning)이라는 지배적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시도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만을 근거로, 언어 이전의 계획(preverbal planning)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색깔의 이름을 말한다는 것은 물흐르듯 이어지는 대화와는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어에는 사전기획과 청각 피드백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라고 텍사스 오스틴에서 언어의 생성과정을 연구하는 바버라 데이비스 교수는 논평했다. “어른이 되어 청각을 잃은 사람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발화 패턴(speech patterns)이 악화되지 않는다. 이는 청각피드백이 발화에 꼭 필요한 과정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데이비스 교수는 덧붙였다.
 린드 교수도 청각 피드백이 발화의 유일한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 “청각이 없어도 말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청각이 없다면, 당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대체 피드백(alternative feedback) 수단에 의존해야 하므로, 매우 고달파진다”고 그는 말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6117&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5-07     
원문         
http://www.nature.com/news/you-don-t-always-know-what-you-re-saying-1.15136
 ※ 원문정보: 1. Lind, A., Hall, L., Breidegard, B., Balkenius, C. & Johansson, P. Psychol. Sci. http://dx.doi.org/10.1177/0956797614529797 (2014).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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