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천루의 저주? 2020년 세계 경제 위기 올까 사회경제

 페트로나스타워.jpg » 1998년 세계 최고층 자리를 거머쥔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는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 완공됐다. 위키피디아

 

미국에서 아시아로, 다시 중동으로

 

마천루는 '하늘을 긁는 누각'이란 뜻이다. 말뜻 그대로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고층건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마천루의 원조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바벨탑이다. 바벨탑은 더 높은 곳에 오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멈추지 않는 욕망은 신의 노여움을 샀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마천루를 아무나, 아무 때나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세계 최고층 기록이 20세기 후반까지 미국에서만 맴돌다, 1990년대 아시아를 거쳐 2000년대 중동으로 넘어간 밑바탕엔 도도한 돈의 물줄기가 있다.

 

"새로운 세계 최고층은 위기의 전조"

 

앤드루 로렌스-링크트인.jpg » 앤드루 로렌스. 링크트인

1999년 독일계 투자은행(드레스너 클라인워트 벤슨)의 자산분석가였던 앤드루 로렌스(Andrew Lawrence)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1800년대 이후 지어진 세계 최고층 빌딩과 경기 사이클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양자간에 불편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아냈다. 핵심은 새로운 세계 최고층 빌딩의 건축은 경기 침체의 전조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경기 호황이 끝나고 불황으로 돌아설 즈음에 건축 투자가 최고점을 찍는다. 즉 통화 당국이 돈을 푸는 시기에 건설이 시작돼, 경기가 과열이 되는 시기에 공사가 진행되고, 불황이 임박해질 때쯤 건물이 완공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마천루 지수’(Skyscraper index)로 명명했다.
실제 세계 최고층 건물의 완공시기는 그의 주장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세계무역센터의 두 건물(1972~1973, 417-415미터)과 윌리스타워(옛 시어스타워, 1974, 443미터)가 들어선 때는 미국이 실업과 인플레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진창에 빠졌을 때였다.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452미터)가 세계 1위 자리를 거머쥔 1998년은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발한 직후였다. 지상 88층의 이 건물은 2003년까지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마천루지수를 확인시킨 부르즈 칼리파

 

마천루지수2.jpg » 경기 사이클과 세계 최고층 빌딩 완공 시기.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 인용.

 

미 오번대 경제학 교수이자 루드비히폰미제스협회(Mises Institute)의 선임연구원인 마크 톤턴(Mark Thornton)은 마천루지수 모델을 원용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래를 예견한 바 있다. 그는 2007년 8월 “두바이에 새로운 마천루(부르즈 칼리파, 당시 이름은 버즈 두바이) 기록이 세워지고 있다. 마천루지수에 따르면 마천루의 완공을 앞두고 경기 침체 또는 주식시장 붕괴가 일어난다. 아마 경제적 피해는 아랍에미리트연합에 국한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때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막 시작될 때였다. 2009년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국영개발업체 두바이 월드는 건물 완공을 앞둔 시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부르즈 칼리파가 공사를 시작한 때는 세계 경제가 거품을 향해 치닫던 2005년 1월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의 크라이슬러빌딩(1930년, 319미터)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1931년, 381미터)은 미 대공황 직후에 완공됐다. 뉴욕의 싱어빌딩(186미터)은 1907년 10월 뉴욕 증시가 절반 가까이 폭락하는 패닉 현상을 겪은 직후인 1908년에 완공됐다.

 

상하이타워.jpg » 세계 2위 초고층 빌딩인 상하이타워.

 

세계 2위 공인받던 날 주가 폭락

 

올들어선 중국에서 마천루지수를 연상시키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완공한 중국의 상하이타워(561미터)는 지난 1월7일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로부터 세계 2위 최고층 빌딩 공인을 받았다. 지상 128층, 높이 632미터인 건물이다. 그런데 바로 그날 상하이종합지수는 개장 29분만에 7% 이상 급락하면서 거래가 전면중단됐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던 시점이어서 우연치고는 공교로운 일로 받아들여졌다.

제다타워3.jpg » 2020년 무렵 세계 최고층 빌딩이 될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타워. 아드리안스미스앤고든길.

 

"다음 위기는 동쪽에서 온다"


마천루지수로 본 지금의 경기 사이클은 어느 지점에 있을까? 마천루지수를 추적하고 있는 바클레이즈 투자은행 전문가들은 지난해 세계경제 붕괴가 임박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들에 따르면 이번 마천루 쇼크는 동쪽에서부터 온다.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타워, 중국 후난성 창사의 스카이시티(838미터), 인도 뭄바이의 세계 최고층 아파트 월드원(442미터) 등을 예측의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지나치게 비싸고 비정상적으로 높은 빌딩의 건축은 그 나라의 금융자원이 비합리적으로 쓰인다는 걸 나타내는 신호라고 말한다. 이는 결국 거품경기를 만들고, 거품은 어느 순간 터지고 만다는 것. 이 건물들은 2020년을 전후해 완공된다. 사우디는 장기간 저유가로 지난해 막대한 재정적자를 내자, 지난 4월 석유의존 경제 탈피를 목표로 삼은 2030년 청사진을 내놨다.  마천루지수 모형대로라면 세계 경제는 또 한번 위기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인근 습지에 대한 환경 피해를 이유로 스카이시티 건립 계획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시행사인 브로드그룹(원대집단)은 반드시 짓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마천루지수의 이론적 토대는 ‘캔틸런 효과’다. 오스트리아학파가 주장하는 캔틸런 효과는 화폐 공급량에 따라 재화나 용역의 상대 가격이 변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통화 공급이 늘어도 물가는 모두 똑같이 오르지 않고 어떤 건 더 오르고, 어떤 건 덜 오른다. 통화 공급은 금리도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건물 같은 장기 자본재의 가치가 각광받는다. 통화 공급이 늘면 돈은 빌딩 같은 장기 자본재나 도심의 땅에 모여들어 부동산값을 끌어올린다. 땅값이 오르면 땅 주인은 더 자본집약적인 구조물을 짓는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것이 초고층 신축의 동력이다. 금리도 낮아 신축 여건도 좋아진다. 자산가들은 분양을 받으려고 줄을 선다. 그러다 보면 합리성은 뒤로 밀려나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투자 계획이 세워진다.

 

101타워.jpg » 2003년 완공돼 세계 최고층 빌딩이 된 대만의 타이베이101타워(509미터)는 마천루지수의 예외사례로 꼽힌다. 101타워닷컴(http://www.taipei-101.com.tw/en/index.aspx).

 

"14개중 들어맞는 것은 7개에 불과"

 

그러나 로렌스 인덱스의 효용성을 일축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 럿거스대 연구진이 역대 세계 최고층 빌딩 14개의 건축 발표일과 완공일을 경기 사이클 예측에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본 결과 결론은 부정적이었다. 마천루지수에 들어맞는 사례는 절반인 7개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초고층빌딩 시장에 심리적, 자존적 동기가 존재하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체계적인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경기 사이클을 거치면서 건물 높이가 올라간다는 사실은 건물 높이가 대체로 소득 증가에 대해 합리적으로 반응한 결과라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마천루지수의 원저작권자인 로렌스는 지난해 홍콩에서 아시아 부동산 연구와 투자 컨설팅을 하는 오큘러스 리서치 아시아(Oculus Research Asia)를 창업해 활동중이다.

 

 역대 최고층 빌딩.jpg » 역대 세계 최고층 빌딩.

참고자료들

<마천루지수 관련>

https://en.wikipedia.org/wiki/Skyscraper_Index

로렌스 분석과 인터뷰

http://www.ctbuh.org/LinkClick.aspx?fileticket=uXxzolM8loU%3D&language=en-GB

http://weekly.donga.com/3/all/11/533373/1

로렌스 인터뷰(동영상)

http://www.bloomberg.com/news/videos/2015-09-09/what-is-the-skyscraper-index-

로렌스 인덱스 그림

http://static.nzz.ch/files/6/2/0/Skyscraper+Index+-+Bubble+building+100112+(2)_1.14300620.pdf

로렌스 프로필

https://hk.linkedin.com/in/andrewlawrencehk

마크 톤턴 기사

http://edition.cnn.com/2010/WORLD/asiapcf/01/08/skyscrapers.rise.markets.fall/

미제스협회의 분석

https://mises.org/library/skyscrapers-and-business-cycles

럿거스대 보고서

http://kmundra.newark.rutgers.edu/files/2014/10/bmm_skyscraper_appliedeconfinal22sept14.pdf

인덱스 저널

http://www.ctbuh.org/LinkClick.aspx?fileticket=uXxzolM8loU%3D&language=en-GB

http://journal-neo.org/2015/08/05/will-the-skyscraper-index-kill-the-world-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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